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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이, 박선주의 새 앨범을 사려고 생각했던 건 다분히 곡 제목 때문이었다. 이미 그가 보컬 트레이닝 선생으로 일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고, 데뷔곡인 <귀로>나 조규찬과 함께 부른 <소중한 너>를 거의 동시대적으로 즐겼던 터라, 그이의 노래 실력이야 모르는 바 아니었으니. 그런데 도리어 마음을 동하게 만든 건 앨범의 첫 곡 <마음을 베이다>나 그 후에 이어지는 <거짓말 그리고 S> 혹은 <평창동 산 62-9> 같은 곡 제목들이었던 것이다. 거기서부터 우러나는 묘한 느낌이 그이의 분명 출중할 목소리와 어우러져 어떤 느낌일 것인가가 궁금했고, 적어도 그 기대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란, 근거없는 믿음까지 들 정도였다. 물론 그 믿음의 근거를 따지자면 지금껏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그나마도 즐겨듣는 아침방송은 차치하고-곡의 분위기상 아침에는 어울리지 않음을 고려한다 해도, 분위기로만 보면 어울릴 법한 <이소라의 음악도시>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들은 기억은 없지만) 이 앨범의 타이틀곡(답게 대중적이긴 하지만 또한 너무 밋밋하여 무미건조한 느낌을 주는)으로, 김범수가 피처링한 <남과 여> 때문이기도 하다. 그정도면 후회하지 않겠다란 생각에서 말이다.
그리고 <박선주 4집 A4rism>을 받아들고 며칠이고 듣고 있는 지금, 그 선택이 그릇된 것이 아니었음을 느낀다. 일단 자신의 이력답게 그이의 목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악기란 결국 사람의 목소리임을 깨닫게 해준다. 무려 20곡이라는 곡수에서 알 수 있듯이 일단 오랜만에 낸 앨범에 대한 박선주의 욕심이 드러난다. 그리고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그이의 보컬은 당당하다. 경쾌함과 우울함, 그 극단의 감정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고, 팝과 재즈, 왈츠 등 여러 장르를 거침없이 넘나들며 말 그대로 가창력이란 이런 것임을, 그 진수를 펼쳐 보여준다. 거기다 그 보이스에서는 30대를 훌쩍 넘긴 그의 생물학적 나이에서 비롯되었을 절제와 여운 남기기 등을 능란하게 조절하는 원숙미가 물씬 풍긴다. 그건 당당함을 뛰어넘어 어느 경지에 이른 가창력이라 해도 틀리지 않은 말일 것이다. 그 ''30대''다운(?) 보이스 컬러는 동시에 그이의 노래여정에서 이 앨범에서 보여준 것이 다가 아닐 것 같은 느낌마저 풍긴다. 이후 40, 50대에 선보일, 또다른 느낌의 가창력에 대한 앞선 기대마저 품게 되는 것이다.
그 보이스 컬러는 그것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가사로 인해 더욱 빛을 발한다. 직접 작사한(대부분 작곡까지 함께 한) 전곡에서 그이는 30대 여자가 경험하고 바라봐왔던 다양한 사랑들에 대한 생각을 그대로 가사에 담았다. 그래서 그 가사와 그이의 목소리는 서로 교차하며 30대로서의 당당함과 원숙미를 생생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건 앨범 속표지 마지막 페이지에 씌어있는 이 말이 그대로 보여준다. ''지금껏 어려운 내게 사랑을 가르쳐 주려 했던 내 지난 연인들에게 감사하며 행복을 찾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 고마웠습니다.'' 그래, 30대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오직 사랑에 빠진 자신밖에 보지 못하고, 그 사랑을 감당못해 쩔쩔매면서도, 그 뻔한 사랑의 불 속으로 앞뒤 재지 않고 뛰어들었던 20대와는 다른 것이다. 한번쯤 상대방도 생각해 보고 감사와 그들의 행복을 빌 수도 있는, 그런 너그러운 ''척'' 할 줄도 아는 나이가 30대인 것이다.
당당하며 원숙미 넘치지만, 그래도 어딘가 가슴 한켠은 에린 그 30대의 사랑 이야기가 이 앨범에 오롯이 담겨 있다. 그래서 비록 좁은 식견이긴 하나, 이 앨범을 근래 최고의 앨범이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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