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의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의 모습
‘세계문학의 거장을 만나다’ 를 읽으면서 나의 슬펐던 학창시절이 생각이 났다. 자신이 읽었던 책들과 친숙한 이름의 작가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마치 지금의 10대들이 연예인들에게 열광하는 것처럼 한 때 저들의 이름은 밤하늘에 빛나는 스타와 같은 존재였다. 자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 책 꽤나 읽었다는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저들의 책을 읽고 가슴앓이를 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준태 시인에 대하여 아는 지식이 별로 없어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 나 자신이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시인이라면 그렇게 알려진 작가는 아니라는 오만함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문학과 역사, 철학을 비벼놓은 저자의 방대한 지식에 놀라고 경의를 표하게 된다. 한 권의 책에 대하여 비평할 수 있는 안목은 부족하다 할지라도 지식을 자랑하는 저자의 책 앞에서는 겸손함을 갖게 된다. 60평생이 넘는 삶을 오직 책과 함께 살아왔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은연중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에 대하여 이 정도는 알고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은근한 교훈도 있다. “인간은 살아있는 한, 노력하는 한, 끊임없이 방황하기 마련이다”라는 『파우스트』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저자는 유럽과 미국 그리고 아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45명이나 되는 작가들의 문학세계와 사상, 그리고 삶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또한 저자는 시인의 장기인 감성을 가지고 이 책을 썼기에 곳곳에서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독일 내 거의 모든 대학들이 그렇듯이 대학 주변에는 ‘술집’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럼 한국의 대학들은 어떤가? 우리의 대학촌은 유흥가를 방불케 한다. 독일, 스위스, 프랑스의 대학촌은 우선 울창한 숲들과 각종 책들이 그득히 쌓여 있는 서점들이 대학가를 장식한다. 학생들로 하여금 사색과 명상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하는 숲길과 은빛 페달을 밟는 자전거들이 대학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 (109쪽) 이 구절만 읽더라도 유럽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들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넓은 땅덩어리가 주는 분위기와 낭만이 부럽다.
이 책은 3부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 유럽 문학을 이끌어온 괴테, 하이네, 귄터 그라스, 니체, 그림 형제, 엘뤼아르, 발자크, 레비스트로스 등의 생가와 그들이 다니던 대학과 그들이 숨을 거둔 곳을 방문하고 헌화하며 경의를 표한다. 특히 자신의 모든 말과 언어에 열정과 영혼의 에테르(우주를 꽉 채우고 있다는 기에 해당)를 부어 넣다가 나중에는 너무나 고독해 실어증 환자가 되어버린 독일의 낭만주의 시인 횔덜린의 안타까운 삶에 대한 이야기와 히틀러의 나치체제를 향하여 치열한 노동운동을 전개하다가 암살당한 로자 룩셈부르크에 대해서는 “붉은 장미꽃처럼 타오르다 사그라졌다!”고 표현한다. 감옥 안에서도 괴테의 시를 읽으며 삶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던 로자 룩셈부르크. 그녀의 삶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충동이 인다. 또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83세로 눈을 감았을 때 프랑스 정부는 그의 죽음을 국장으로 치렀는데 이때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하여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인파가 100만 명이나 되었다고 하니까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 이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제2부에서는 인디언의 땅을 점령한 후 우리 시대에 유일한 강국으로 굴림하고 있는 미국의 실체를 보여준다. 토머스 페니모어 쿠퍼, 휘트먼, 나다니엘 호돈과 에머슨, 흑인시인 랭스턴 휴즈, 허먼 멜빌, 헤밍웨이, 드라이저, 존 스타인벡, 팀 오브라이언등 미국의 대표 작가들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허먼 멜빌의 모비딕은 이렇게 찬양을 한다. ‘자연에 대한 무모한 행동, 운명과의 그칠 새 없는 싸움, 피 끓는 복수, 남성적인 허무주의와 파국의 구렁텅이, 섹스 중인 첫날밤의 남녀처럼 온 세계가 카오스의 화신인 양 뒤엉켜 어두워져버리는 광대무변한 저 바다! 그러면서도 고래학(學) 백과사전과도 같은 내용들이 담긴 소설《모비 딕》은 어쩌면 해양소설의 형식을 띤 문학작품으로서 또 하나의 구약성서가 아닐까!’(221쪽) 라며 그 위대함을 성경에 비유하기도 한다. 제3부는 베트남과 중국의 정치 지도자이면서 빼어난 시인이기도 했던 호치민과 마오쩌둥을 이념의 투사가 아니라 문학적인 관점에서 조명하는 새로움이 있다. 그리고 사춘기 시절에 어렵지만 좋아했던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의 작품을 이야기 하며 이 여행은 막을 내린다. 신영복 선생은 그의 저서 ‘처음처럼’에서 여행에 대해서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이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실천입니다. 현장이며 숲입니다.‘ 이 책이 주는 감동은 45명의 시인과 소설가 사상가들의 고향과 작품의 무대를 직접 찾아가서 아나운서가 스포츠 경기를 해설하듯 쉽게, 그렇지만 그들의 복잡한 사상과 작품세계, 그리고 삶에서의 에피소드를 친절하게 안내해 주기에 그들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또한 이 책에 언급된 모든 고전들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나쁘지 않은 것은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넉넉히 채워주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의 여행은 아름다운 산과 바다등 자연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다. 그리고 사람이 있으면 더 좋았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연보다는 역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더욱 즐겁고 기다려진다. 왜냐하면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고, 찾아 떠나는 것보다 내적인 삶이 아름답고 인류를 위해 기여한 사람들의 삶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도 그들속에 들어가 함께 삶을 노래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파리의 에펠탑도 아니고 스위스의 레만 호수도 아니고 세계에서 가장 넓다는 프랑스의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다. 발자크, 프루스트, 알퐁스 도데, 아폴리네르, 오스카 와일드, 이브 몽탕, 에디트 피아프, 모딜리아니, 비제, 로시니, 쇼팽, 들라크루아 등을 언제나 찾아가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삶이 더 많은 나이, 이제는 삶보다 죽음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더 친숙한 나이이기에 죽음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더 크다. 발자크가 죽었을 때 빅토르 위고는 이렇게 조사를 읽었다고 한다. “이 강력하고 절대로 지치지 않는 노동자, 이 철학자, 이 사상가, 이 시인, 이 천재는 우리들 사이에서 위대한 사람에게 주어진 운명대로 태풍과 투쟁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았습니다. 무덤으로 들어가는 날로 그는 명예 속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그는 앞으로는 우리 머리 위를 지나가는 저 구름 위 저 조국의 별들 사이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하여 빛날 것입니다.” (168쪽)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며 한 눈 팔지 않고 인생을 제대로 산 사람들. 그들의 묘비를 쓰다듬으며 밤하늘을 올려보는 것은 어둠속에서 빛나는 별들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수많은 별들 중의 하나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별 때문에 자신도 빛난다는 믿음을 확인하는 행위다. |
| 그 겨울밤 이불속에서 읽던 그 문학의 세계는 어찌나 달콤하던지.. 자율학습시간에 몰래읽던 문학은 더욱더 흥미진진하고 스릴있었다. 그런 문학의 거장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책! 바로 ''세계문학의 거장을 만나다''! 이 책은 문학계의 거장들이 살았던 그곳으로 시인 김준태씨가 발품을 팔아 만나고 사색하고 깊이 소화시킨(?)교양서라고 할 수 있겠다. 자칫 두껍고 딱딱해 보여 책에 손이 안간다면 분명 손해이다. 이 책은 시인이 일일이 찾아서 기록하고 사진찍고 만들어 낸 진주같은 책이다. 읽으면서 함께 여행을 다니는 기분도 들고 예전에 읽었던 문학작품도 오버랩되면서 또하나의 창조과정을 만들어내는 신기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다시금 고전의 세계로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됨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