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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카미 히로미의《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은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소설인지 쉽게 감이 오지 않았다. 서로 연결되지 않는 듯한 짧은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시간과 공간도 일정하지 않아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각각의 조각들이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야기의 빈틈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그 세계 안에서 사람들의 삶을 함께 바라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 소설은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화려한 SF라기보다, 시간이 한없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살아가는 인간의 외로움과 사랑, 관계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하는 작품에 가깝다. 문장은 담백하고 차분한데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는다.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읽는 동안에는 조금 막막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여백 덕분에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 책을 덮은 뒤에도 등장인물들과 그들이 살아가던 세계를 계속 떠올리게 되는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인간은 결국 누군가를 기억하고, 잃어버리고, 다시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점이었다. 미래라는 배경은 낯설지만 그 안에서 반복되는 감정은 지금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명을 이루는 방식은 변해도 사람의 마음만큼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이 소설은 미래를 상상하는 이야기이면서도 결국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를 비추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가와카미 히로미 특유의 몽환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문체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흐린다. 읽는 내내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어떤 장면들은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았음에도 이상할 만큼 아름답게 기억에 남았다. 서사를 따라가기보다 분위기와 감정을 천천히 음미할수록 더 깊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빠르게 읽고 지나가는 소설이라기보다, 조용한 밤에 천천히 곱씹으며 읽고 싶은 책. 모든 답을 알려주기보다 오래 생각할 질문을 남겨주는 소설이었다. 읽고 난 뒤에는 거대한 미래 세계보다도 그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작은 온기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이 책은 '무슨 이야기였지?'보다 '어떤 감정이 남았지?'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을 가진 소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