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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살 무렵에는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다. 청춘은 늘 고단했고 삶은 살아내기가 힘겨웠다. 알량한 자존심과 몇 년 째 사 모은, 그러나 이제는 폐간이 되어버린 낡은 영화 잡지가 재산의 전부였다. 그 해 여름에 그녀를 만났다. 저녁 하늘의 노을 같은 여자였다. 은은하고 잔잔한 그녀의 미소에 나는 홀랑 반하고 말았다. 일을 하다가 고개를 들면 햇살이 비치는 나뭇잎 사이로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잠자리에 누우면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가난을 세는 일에 익숙했던 내가 종일 그녀를 생각하느라 바빴다. 내 삶은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8월의 어느 날이었다. “영화라도 보러 갈까?”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렇게 물었다. “알았어.” 그녀 또한 무심하다 싶을 정도로 간단히 대답했다. 약속을 잡고 전화를 끊었다. 딸깍. 수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폭탄의 뇌관을 건드린 것 마냥 정말로 그런 소리가 들렸다.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영화를 보기로 한 날은 맑고 화창했다.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한 햇빛이 거대한 전구처럼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바람이 빈 곳으로 불었다. 나는 약속 시간보다 삼십 분 일찍 나가 주변을 서성였다.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손발은 차가웠다. 맥박이 빠르게 뛰었다. 누군가가 내 심장을 마구 주무르는 것 같았다. 반하는 마음이란, 이렇게 아픈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녀를 기다리는 삼십 분 동안 절실하게 깨달았다. 심장의 두근거림은 사람들 사이 저 만치서 걸어오는 그녀를 발견했을 때 최고조에 달했다. 그 순간,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더 깨달았다. 영화를 보자고 해 놓고는 정작 어떤 영화를 볼 지 생각을 안 한 것이다. 내가 허둥대는 사이, 그녀가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내게로 다가왔다. “안녕?” 그녀가 물었고, 나도 그 비슷한 말로 대답을 했다. “영화 보자.” 그녀가 성큼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우리가 본 영화는 <엑스맨>이었다. 극장 안에는 남자와 애들이 가득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극장에 앉아 있었다. 예고편이 상영되는 동안, 명멸하는 불빛이 그녀의 얼굴에 드리웠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몰래 훔쳐봤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할 말을 찾아 더듬거리고 있을 때, 극장 안의 불이 갑자기 꺼졌다. 예고편이 끝난 것이다. 심장이 달음박질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스크린으로 눈을 돌렸다. 손에서 칼날이 튀어나오는 남자가 새하얀 설원 위를 막 달리려던 참이었다. <엑스맨>은 돌연변이들의 이야기였다.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당하는 돌연변이들, 그러나 그 안에서도 두 패로 갈라져 반목을 거듭하는 이 괴상한 능력자들의 이야기에서 나는 묘한 슬픔을 느꼈다. 그녀에게로 향해 있던 신경은 어느새 영화를 향해 그 방향을 바꿨다. 호쾌한 액션은 물론이고 감탄이 절로 나오는 특수효과가 펼쳐지는 와중에도 슬픔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급기야 엑스맨들이 스판텍스 유니폼을 입고 최후의 일전을 펼치러 날아가는 장면에서는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어디에서 이 슬픔이 오는 걸까? 나는 울버린의 칼날을 보며, 매그니토의 주름을 보며, 그리고 자비에 박사의 매끈한 대머리를 보며 슬픔의 원류를 찾고 또 찾았다. 그러다가 불현듯 내 방 한 구석에 쌓인 영화 잡지가 떠올랐다. 병든 어머니가 떠올랐다. 실직한 아버지와 좁은 집에 들어찬 가난의 흔적들이 떠올랐다. 저들처럼, 자신들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돌연변이들처럼, 아등바등 하루를 살아가는 남루한 내 삶이 떠올랐다. 그리고 곧, 사랑은 사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데이트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갈 차비를 걱정해야 하는 내게 연애라니, 사랑이라니……. 영화는 끝났다. 두근거리던 심장은 어느새 차갑게 식어 있었다. 관객들은 죄다 웃는 얼굴로 상영관을 빠져나갔다. “진짜 재미있다. 특수효과 진짜 멋있지 않냐?” 대학생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친구에게 그렇게 말하며 내 옆을 스쳐지나갔다. 바로 몇 분 전에 본 영화의 내용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멍한 머리 안으로 방향 잃은 허무함과 좌절감이 썰물처럼 밀려왔다. 내 어두운 표정을 읽었던 것일까. 그녀가 “영화 재미없었어?”라고 물어왔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극장 복도에 걸린 <엑스맨> 포스터 앞으로 걸어갔다. 나는 포스터를 바라보는 그녀를, 그녀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오늘이 마지막 데이트다.’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잡히는 건 먼지와 동전 몇 알 뿐이었다. 이쯤에서 물러나는 게 모양새가 좋을 것이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 다음 그녀에게 멋진 작별 인사를 건네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 순간, 그녀가 홱 뒤로 돌더니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러고는 말했다. “2편 개봉하면, 우리 2편도 보러가자.” 그녀의 입에서 나온 ‘우리’라는 말은 내 귀를 지나 머리를 돌고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심장이 뛸 때마다 잔잔한 파동이 되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우리. 너와 나. 그녀와 나. ……. …. ‘우리’는 2편도 함께 봤다. 3편도 물론이다. 그 사이 칠 년이 지났다. 우리는 오랜 연인이었고, 그리고 그녀는 내 아내가 되었다. 힘들지 않았느냐면 물론 아니다. 가난하지 않았느냐면 그것도 물론 아니다.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싸움을 하는 돌연변이들처럼 나도, 전력투구를 했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엑스맨>의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우리’가 함께 극장에 가기 위해서……. 며칠 전 만삭인 아내가 예매권 두 장을 내밀었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이었다. “추억의 영화잖아. 안 보고 지나갈 순 없지.” 여전히, 처녀적의 아름다운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아내가 말했다. 나는 조용히 예매권 두 장을 받아들었다. 따뜻했다. 아내의 마음처럼. 우리들의 사랑처럼. 그날, 그녀의 입에서 처음으로 우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처럼. 여름 햇살처럼. 2000년 8월의 어느 날, 나는 영화를 잃고 사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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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편을 보니 이 영화가 개봉한것이 2000년 여름이다.그때만 해도 여름철 블럭버스터라 해서 엄청난 홍보를 했었는데, 최근에서야 기회가 되어 이영화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X-MEN 을 수퍼맨-로빈-원더우먼 기타등등 의 사람들 처럼 서로 완벽한 팀웍을 가진 선한 이들의 (비록 돌연변이라 할지라도) 집단일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내 추측과는 조금 먼 집단이었다고 해야하나? 우선 주인공 울버린의 경우는 애초에 X-MEN 집단에 들어가려 하지 않으려고 하며, 다른 맴버의 경우는 울버린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울버린을 뺀 나머지의 맴버는 이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굉장히 적다. (심지어 할 배리의 대사도 몇 안된다.) 로그 라는 돌연변이 소녀는 그녀가 만지는 모든것의 힘을 흡수해 버리는 초능력을 지닌관계로 세상에서 멀어지고, 악의 포섭대상이 되는데 그점에 있어서는, 무언가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생각된다. 많은 사랑을 가지고 있지만 남이 다치는 것을 두려워 하여 더 움츠러들게 되는 초능력자의 비애. 이 영화에서 볼만한 점은 특수그래픽으로 처리된 돌연변이 학교 지하 내부의 모습과 악당의 감옥 같은 3차원의 영상이며, 나쁜 돌연변이 무리의 여자멤버인 미스틱 의 바디페인팅된 완벽한 몸매, 그리고 우리의 간달프 마법사의 컷트머리 하심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악역도 어울리는 간달프!) 편집된 예고편 만큼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었던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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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능력을 가졌기에 보통 사람들의 두려움의 대상이 된 돌연변이들 그들은 진정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는 것일까? 슈퍼맨 등은 오히려 사람들의 영웅이 되는 반면 여기에 등장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돌연변이라면서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들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반면 능력이 월등한 사람들에 대해선 시기와 질투를 보낸다. 그래서 오히려 평범함이 살아가는데 필수(?)라 할까...
이 영화에서도 두가지 부류의 돌연변이(?)가 등장한다. 보통 사람들과 일전을 준비하는 돌연변이와 그들과 맞서 싸우는 돌연변이들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에 따라 행동이 극과 극이다. 무엇보다 가장 안타까운 돌연변이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절대 접촉(?)할 수 없는 로그(안나 파킨) 자신의 몸이 닿으면 상대가 죽음의 위기에 처하는데 그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암튼 엑스맨들의 특별한 능력(?)은 부럽지만 그로 인해 그들이 겪는 차별을 생각하면 평범함에 만족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