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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거장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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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배경은 미국 저 북서부, 서부라기보다 북부에 가까운, 이름 그대로 험한 산악으로 가득한 몬태나 주(州)다. 그런데 제목이 왜 미주리 브레이크(스)라고 붙었을까? 정확하게는 '왜 몬태나 주에 미주리 브레이크가 있을까?'라고 물어야 하겠지만 말이다.미주리 강은 몬태나 주 고지대에서 발원하며, 영화의 무대가 된 곳은 그로부터 한참 내려와 지류의 침식을 받아 험준하게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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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배경은 미국 저 북서부, 서부라기보다 북부에 가까운, 이름 그대로 험한 산악으로 가득한 몬태나 주(州)다. 그런데 제목이 왜 미주리 브레이크(스)라고 붙었을까? 정확하게는 '왜 몬태나 주에 미주리 브레이크가 있을까?'라고 물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미주리 강은 몬태나 주 고지대에서 발원하며, 영화의 무대가 된 곳은 그로부터 한참 내려와 지류의 침식을 받아 험준하게 팬 지형 일대이다. 몬태나 일대 상당수가 그렇지만, 강이 흐른다 해도 상류에서 받아 온 양분을 아직 담아서 흐르는 게 아니고, 주변이 거의 암반 일색이므로 '황무지'로 방치된 게(농사를 못 짓는 게) 당연하다. 영화 속에서는 '미주리 황무지'라 이곳을 부르지만 첫째 대사 중에도 나오듯 이곳은 미주리 주가 아닌 몬태나이며, 둘째 'break'라는 단어 자체에 '황무지'란 뜻이 들어 있는 건 아니다. 강이 지형 일부를 푹 깎고(갈라놓고) 들어갔다는 의미에서 그리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이 강을 건너고선 일당들이 무척 흐뭇해하는 장면도 나옴)

영어에는 소도둑, 말도둑을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는데(물론 소도둑, 말도둑이라고도 한다), rustler가 그것이다. 풀숲 속을 살랑살랑 헤치고 와서 남의 소중한 재산을 나꿔채간다는 의미에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학자에 따라선 '힘을 써서 남의 물건을 훔치다'의 어원으로 풀던데, 내 개인적으로는 (위에 적은) 저런 설명이 타당하다고 본다(물론 그냥 내 생각임). 그런 설명을 하는 학자들은 hustle, muscle 같은 단어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아서 하는 소리지 싶다. 내가 쭉 들어 보기로는 이 영화 속에서 '러슬러' 혹은 '러슬링' 같은 말이 쓰일 때는, 살짝 나꿔채 가는 행위(혹은 혼자서 두어 마리 정도를 훔쳐 가는 짓)를 가리킬 때뿐이지 않나 판단된다.

이 영화는 널리 알려졌듯 연출자 아서 펜의 마지막 서부극이라는 의의도 있지만, 그보다는 연기의 신 말론 브란도와 잭 니콜슨 두 레전드가 동시에 출연한 유일한 작품이라는 의의가 더 크지 않나 싶다. 실제로 극중에서 반쯤은 신기하다는 듯 혹은 놀랍다는 듯 묘한 눈빛으로 브란도가 니콜슨을 보는 장면이 있는데(캐릭터 상으로는 둘 중 하나가 죽어야 해결이 될 철천지 원수 사이), 이 놀라운 후배를 선배 연기자로서 관찰하는 배우 브란도 개인의 진짜 감정이 어느 정도는 투영되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여기 상품 소개에는 좀 표현이 지나치게 나온 감이 있는데, 브란도가 맡은 캐릭터 클레이튼(이른바 레귤레이터, 해결사)은 물론 멘탈이 정상이 아니고 사람 목숨 거두기로 생계를 잇는 살인자임이 분명하다. 허나 속마음으론 살생이 천분이라거나 엔돌핀을 솟게 하는 인격파탄적 취향을 가졌다거나 하는 말종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자기 표현 그대로 세상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한 필요악의 마뜩지 않은 기능을 떠맡아 그 나름 유능하게 수행하는 인간이다. 허나 이 미친 떠돌이의 퍼스낼리티에 진력이 나기는 하는지 일을 맡기면서도 브랙스턴 씨(존 맥리암 扮)는 진정 뱀이나 토사물을 보는 태도로 이 피용인을 대한다.

엉뚱하게도, 외견상 아무 문제 없는 인격자처럼만 다가오는 브랙스턴 씨는 정말 여자들을 몸서리치게 하는 그 뭔가가 있는지, 부인은 일찌감치 도망갔다고 하며, 그 딸은 아버지에게 도통 정을 안 준다. 하긴 지성도 풍부하고 사회적 지위도 버젓이 갖춘 이런 사람이 가족과 불화하는 건 이해가 안 가는 바도 있지만,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불통의 늙은 영혼이 제 자식, 남편으로부터도 배척받는 건 누구 눈에도 당연하게 보일 뿐이다.

이런 부친에 대한 반항심의 표현으로, 딸 제인은 (농장주로 위장했으나 외견상 도둑놈이란 게 너무도 티나는) 로건(공교롭게도 X-men의 캐릭터와 이름이 같다. 코믹스 캐릭터가 더 먼저 탄생)에게 반하여, 오버처도 벌이지 않고 대뜸 초원에 끌어내어선 '여기서 하자'고 권한다. 아무리 나쁜 놈이지만 멀쩡한 양갓집 규수가 이런 제의를 하니 어이가 없어 거절하며(오히려 남성 쪽에서 성적 모욕감을 느낌?), 제인의 머리 속에는 이 지겨운, 재미없는 천국에서 그저 탈출하고 싶은 철없는 생각뿐이다. 여기서 관객은 이 도둑놈이 왜 거저 주어진 행운을 발로 찼는지 궁금해할 이유가 있다. 답은, '한 사람에게서 두 가지나 강탈할 수 없고(?), 자신의 행위는 그래도 실낱 같은 명분(복수) 때문이지 눈먼 물욕이 다가 아님을 말하고 싶었다거나, 그래도 철없는 여자를 이용하기보다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양심이 있었음'을 보이고 싶어서가 아닐까 짐작한다. 물론 나이 차도 있고(배우 실물로도 꽤 차이가 나는 둘) 남 눈에 어리고 아무리 괜찮아도 자기 눈에 여자로 안 보이면 어쩔 수가 없긴 하다.

(스포일러)
전형적인 서부극이라 보기엔 너무도 괴이한 이야기들만 희한하게 엮여 꼬리를 무는 진행인데 그나마 줄기를 관통하는 '복수, 도둑질'이란 뼈대가 있어 관객이 집중할 수 있다. 진짜 미친 건지 정의의 사도인지 직업정신의 화신인지 이 모두 다인지 감이 안 잡힌다 할 리 클레이튼은 보는 관객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잭.. 아니 로건의 손에 죽는데, 이 부분이 섬뜩하면서도 재미있다.

'(잘 자던) 니가 지금 왜 눈을 떴는지 아니? 네 목이 방금 따였기 때문이야.'

이 말에 반신반의하는 건 리 클레이튼 본인 뿐 아니라 관객도 마찬가지다. 설마 저 무서운 실력자가 그리 허무하게 죽겠나 싶은데, 바로 몇 초 후에 피를 토하며 절명한다. 이때 브란도의 표정을 잘 봐야 그의 진짜 기량에 제대로 감탄할 수 있다.

클레이튼은 여기서 망원경으로 먼발치에서 '목표'의 동태를 감시한 후 상대가 방심할 때 다가가 솜씨 좋게 처치하는 스타일인데, 거꾸로 자기가 당한 셈이다. 보통 감독들은 망원경으로 대상을 잡는(보는) 시점임을 알릴 때 주변이 캄캄한 둥근 테두리 속에 실 화면을 넣지만, 이 사람은 그런 프레임 없이 전체를 균일히 흐릿하게 잡는 기법으로 대신한다. 아마 탐욕과 승부욕에 눈이 어두워,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못하는 타락하고 저주 받은 영혼의 상태를 묘사하려는 의도 아니었을까 싶다.

s****o 2017.06.22. 신고 공감 1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