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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투스 - 시적인 하드고어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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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원작인 타이투스는 상당히 남성적인 희곡이다. 주인공인 타이투스의 직업, 즉 군인으로써의 삶과 복수 부분도 그렇고 잔혹함과 선정적인 부분도 그렇다. 오델로, 멕베스, 리어왕, 햄릿...사실 그의 대표적인 모든 희곡들이 남성적인 부분이 강하지만 남성의 시각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다.   위의 네 작품에 등장하는 셰익스피어의 여인들도
"타이투스 - 시적인 하드고어를 만나다" 내용보기

셰익스피어 원작인 타이투스는 상당히 남성적인 희곡이다.

주인공인 타이투스의 직업, 즉 군인으로써의 삶과 복수 부분도 그렇고

잔혹함과 선정적인 부분도 그렇다.

오델로, 멕베스, 리어왕, 햄릿...사실 그의 대표적인 모든 희곡들이 남성적인 부분이 강하지만

남성의 시각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다.

 

위의 네 작품에 등장하는 셰익스피어의 여인들도 무척 흥미로운데

순결과 정조의 화신인 데스데모나

욕망과 야먕의 자웅동체 레이디 멕베스

신념과 정직의 표상 코델리아

어머니이자 연인인 거트루드까지 어느 하나 비슷한 인물이 없다.


타이투스에도 위의 여인들에 필적할만한 대단한 여인이 등장한다.

바로 고트족의 여왕 태모라.

 

전쟁에 지고 타이투스에게 장자의 목숨을 구걸하지만 차갑게 거절당하자 복수를 맹세하는 여인이다.

보면 볼수록 의상과 헤어, 문신 등이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디자인 되었다는 생각.

알고보니 아카데미 의상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었다고 한다.



언어에 관한 어떤 수식어를 가져다 붙여도 모자라는 세익스피어의 문장들은

잔혹함에 있어서도 어찌나 시적이고 함축적이면서 서사적이고 외연적인지

간단하게'발라버려'라고 쿨하게 할 수 있는  말에 10 여분의 대사가 사용된다.

 하드고어 이면서 생각보다 하드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도 셰익스피어의 그런 부드럽고 유려한 대사들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하드고어 이면서 왜 고어하게 느껴지지 않았나?

나는 그것이 여성 감독인 줄리 테이머의 공으로 본다.

쥴리 테이이머는 연극, 오페라, 뮤지컬, 인형극,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감독으로

기발한 연극적 상상력과 무대미술, 그리고 의상에 탁월한 감각을 지닌 감독이다.

라이언 킹을 보라!!!

 

그녀의 그러한 재능은 영화에서도 빛을 발하는데

 영화를 보면서도 연극을 보는 듯 장면 장면이

마치 프로시니엄 무대에 들어와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렇게 상징성이 강한 권좌와 미니멀한 장치, 그리고 조명이 있는가하면..

 


이렇게 화려한 장면도 등장한다.

이 파티 장면은 10여분도 소요되지 않았으나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다.

사치와 향락에 빠져있는 귀족들의 모습과 행태도 그렇고

그런 귀족들 사이에서 완벽하게 격식을 차린 특급호텔 웨이터의 서빙하는 모습이라든지..

새터나이어스는 파티에서 혼자 눈처럼 흰 수트를 입고 있고 태모라는 황금빛의 드레스를 입었으며

누워있는 그들 사이로 SM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은 여자 사공이 지나가는 것도 묘하다.

 

사공의 배에는 이렇게 화려하게 온갖 과일로 장식된 태모라의 두상이 놓여있는데

기묘하게도 이 두상은 양면이 모두 얼굴의 앞 모습이다.

한쪽은 하얗고 아름답게 치장된 모습,

다른 한쪽은 인체의 신비전에나 나올 법하게 만들어졌다.

태모라의 미소 속에 숨겨진 추악한 복수심을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성 감독이 만든 작품인지 모르고 관람해도

여성 감독이 만든게 아닐까 예상하기 어렵지 않은 이런 섬세함이

남성적인 세계관을 지닌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만나니 참 독특하게 느껴진다.


이 장면은 단 한 문장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간 장면.

 

이 장면을 보고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쩌면 대단히 유치해 보이는 이런 장면을 삽입하다니 엄청난 용기가 아닌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선정적이라는 작품이라길래

폭력적이고 동물적인 강간 장면을 은근 기대하기도 했건만 정말 동물이 나올 줄이야..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으로 풀어내니 gore가 고어가 아닐 수 밖에.


 

라비니아가 강간을 당하고 두 손과 혀를 잘린 다름에 버려진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깊게 각인된 아름다운 장면이기조차 했다.

타이투스의 동생이자 호민관인 마커스는 숲에서 라비니아를 발견하고 누가 이랬냐며 절규하는데

누가 그랬는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라비니아가 입을 열자 피가 쏟아져내리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사냥터 한 가운데에 위치한 호숫가

순백의 옷을 입은 아름다운 라비니어와 시간의 태엽을 천천히 돌리는 듯 흘러내리는 피..

잘린 손목에 나뭇가지를 덧댄 말도 안되는 설정에

믿기지 않는다는 마커스의 표정과 감정에 동화되면서

관객은 이 장면을 피가 난무하고 잔인한 고어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환상적이고 모호한 어떤 그림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슬픈 그림을...

 

푸른 하늘, 초록의 평원, 아무렇게나 놓인 기둥 사이로

아들 중 한 명은 자신이 죽이고

다른 한 명은 황제에 의해 추방당했으며

사랑하는 딸은 강간을 당하고 두 손을 잘렸고

모함에 빠져 사형당할 위기에 처한 아들을 구하고자 절규해 보지만

무심히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군중들은 한 때 전잰영웅 이었던 자신을 연호했던 무리들이다.

 

타이투스가 바닥에 쓰러져 대지에 눈물을 떨구는 장면이 몹시도 절절해서 외워두고 싶었을 정도.

 

손목을 잘라서 황제에게 바치면 아들을 살려주기로 했다는 아론의 거짓말에 팔을 잘라 황제에게 보내지만

유랑극단의 쇼박스에 담겨서 돌아온 자신의 손목과 아들의 머리를 보고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

이 유랑극단의 마차와 쇼박스, 희극적인 유랑극단 광대들,

아이스크림을 파는 자동차에서 들려오는 듯한 음악 역시 무척 인상적이었다.



s*******5 2010.12.02.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