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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시집-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4월의 시집-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내용보기
그냥   그냥   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아니면 그냥이라는 말로 덮어두고픈 온갖 이유들이 한순간 잠들어 있다.  그것들 중 일부는 잠을 털고 일어나거나 아니면 영원히 그 잠 속에서 생을 마쳐 갈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그냥 속에는 그냥이 산다는 말은 맞다. 그냥의 집은 참 쓸쓸하겠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술처럼 그렇게.   그냥이라는 말 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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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냥

  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아니면 그냥이라는 말로 덮어두고픈 온갖 이유들이 한순간 잠들어 있다.  그것들 중 일부는 잠을 털고 일어나거나 아니면 영원히 그 잠 속에서 생을 마쳐 갈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그냥 속에는 그냥이 산다는 말은 맞다. 그냥의 집은 참 쓸쓸하겠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술처럼 그렇게.

  그냥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깊은 산그림자 같은, 속을 알 수 없는 어둔 강물 혹은 그 강물 위를 떠가는 나뭇잎사귀 같은 것들이 다 그냥이다. 그래서 난 그냥이 좋다. 그냥 그것들이 좋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그 마음들의 물살이 가슴에 닿는 느낌이 좋다. 그냥 속에 살아가는 당신을 만나는 일처럼.


내가 바라보는

 

처마 밑에 버려진 캔맥주

깡통, 비 오는 날이면

밤새 목탁 소리로

울었다. 비워지고 버려져서 그렇게

맑게 울고 있다니.

버려진 감자 한 알

감나무 아래에서 반쯤

썩어 곰팡이 피우다가

흙의 내부에 쓸쓸한 마음 전하더니

어느날, 그 자리에서 흰 꽃을 피웠다.


그렇게 버려진 것들의

쓸쓸함이

한 세상을 끌어가고 있다.


바람 불어 아픈 날

벽제 가는 길 3


  온몸이 뭉특한 바위가 있다. 수억년 불길에도 살아남았지만 그 불의 내력에 들지 못한 삶은 오로지 깎이고 깨지면서만 살아야 하는 생이 되었다. 날 선 칼에는 미동도 않더니 제 밑을 파고든 여린 풀들에게는 제 몸을 기울여 순순히 자리를 내주는 코 뭉툭한 바위.

  누님 만나러 벽제 가는 길에 바위에 앉았다. 바위 속에서 쓰아악 대숲의 바람이 불기도 하는 것이 수천년 수도의 공력이 절정이다.

  바위에 앉아서 보면, 하루를 살았다는 것은 얼마나 안쓰러운가, 또 얼마나 늠름한가.


호박


엎드려 있었다지, 온 생애를 그렇게


단풍 차린 잎들이 떨어지며

는실난실 휘감겨와도

그 잎들 밤새 뒤척이며 속삭였건만

마른풀들 서로 몸 비비며

바람 속으로 함께 가자 하여도

제 그림자만 꾹 움켜잡고

엎드려만 있었다지.


설움도 외로움도 오래되면 둥글어지는 걸까

제 속 가득 씨앗들 저리 묻어두고

밤낮으로 그놈들 등 두드리며

이름도 없이, 주소도 없이

둥글게 말라가고 있었다지.


늙은 호박을 잡아

그 둥글고 환한 속을 본다

사리처럼 박힌

단단한 그리움.


나무젓가락


  내가 바라본 것은 푸른 하늘과 구름, 내가 들었던 것은 반달 같은 시내를 따라 흐르고 흘렀던 결 곱던 노래들.  미루나무 온몸으로 흔들리던 그 낮은 시냇가의 낮잠


  딱 한 끼 밥을 위해

  내가 보았던 그 모든 것들을 잃어야 했던,

 

***

그냥, 이라는 시가 좋아 구입한 시집이다.

그냥, 이라는 말...

편한 사람에게나 툭하니 내놓는 말이다. 나는. 

많은 느낌을 담은 말줄임표 같은 단어.

내게 있어 그냥, 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속깊은 의미를

마치 들여다본 이처럼 잘도 표현했다.

그래서 역시 시인인가보다.  

 

이승희라는 이름만으로는 여자인 줄 알았는데(김승희라는 여성작가가 있었다.).

남자다.

돌멩이, 감자, 나무, 꽃,꽃잎, 풀, 달, 집...

자주 등장하는 낱말들이 있고

그 낱말들은 등장할때마다 매번 다른 모양새로 

시인이 자라온 배경과 감정들을  아련하게  품고 있다.

 

짧은 산문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시들이지만.

그래서 그런지 여러번 읽어도 읽을때마다 새롭게 맘에 들어오는 구절이 있다.

YES마니아 : 로얄 c*******7 2010.04.29. 신고 공감 3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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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엔 시를...
"12월엔 시를..." 내용보기
돌멩이를 쥐고   둥근 돌이 싫습니다/그 둥글다는 게 그 순딩이 같은/모습이죽이고 싶도록 싫었습니다.깨트려버리고서야 알/았습니다 둥근 돌 속에 감추어진 그 각진 세월이 파랗게/날 세우고 있던 것을 무덤 같기만 하던 그 속에 정말로/살아 있던 것은 시뻘건 불을 피워 올리고도 남을 분노라/는 것을/둥근 것들은 다 그렇게 제 속으로만 날카로운 각을 세/우나봅니다. /23   동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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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를 쥐고

 

둥근 돌이 싫습니다/그 둥글다는 게 그 순딩이 같은/모습이죽이고 싶도록 싫었습니다.깨트려버리고서야 알/았습니다 둥근 돌 속에 감추어진 그 각진 세월이 파랗게/날 세우고 있던 것을 무덤 같기만 하던 그 속에 정말로/살아 있던 것은 시뻘건 불을 피워 올리고도 남을 분노라/는 것을/둥근 것들은 다 그렇게 제 속으로만 날카로운 각을 세/우나봅니다. /23

 

동틀무렵

 

한 우주가 지난다는 게 뭐 다른 일이겠습니까,새벽 첫/차를 타는 사람들의 눈가에서 떨어지는 잠 같은 것이거/나 휘어진 골목을 돌아 나오는 두부장수의 손끝에서 울/리는 종소리거나 그의 터가는 손등 같은 게 아니겠습니/까?/동틀 무렵 그렇게 우주가 사람의 마을로 손금처럼 내려오고 아직 저마다의 이름을 채 밝히지 못한 시간,가난/은 그래도 사람들을 먼저 깨워 이 시간을 온전히 지키라/합니다. 산을 내려오는 길과 저 산을 지나 우주 한끝에/닿는 길을 당신이 먼저 걸어보라 합니다.아마 그 몸에도/동이 트려나봅니다.아직 잠든 식구들을 두고 시퍼런 눈으로 동트는 사람들,그들이 한 우주가 아니겠습니까?/ 28

 

 

물방울

 

물방울은 왜 모여지는 것이 아니라 맺혀지는 것일까?/맺힌다는 그 말 속 들어 있는 단단한 뼈 같은 마디들에/대하여 생각해보면 하나의 맺힘이 있기까지 그 오랜 습/기의 기억들은 어느 바람 속 어느 쓸쓸한 저녁의 이름으/로 돌아온 것일까/얼마나 사무쳤기에 저리도 둥글어진 것이냐.물방울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죄다.그러므로 사/랑은 물방울이 다른 물방울을 만나는 것처럼 그런 것이/어야 한다. /36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시집을 읽다 그의 전작이 궁금해져 찾아 보게 된 시집,<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그럴려고 한 것은 아닌데,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시작하는 지금 딱 맞는 시집을 찾아내어 읽었다는 느낌이다. 누구나 (?) '둥글게'살고 싶다는 소망이 있지 않을까? 하나 시인의 말처럼 순딩시스러운 이미지가 싫어 둥금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거부하려고 했던 순간순간이 떠올랐다.정작 둥글다는 것은 제 속으로 단단해 지기 위한 과정의 연속이였음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무심코 지나쳤을 물방울을 보면서도 사랑의 마음을 불러내는 시인의 노래를 읽으며,새해 소망이 저절로 떠올랐다.

둥글게,둥글게..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w*******i 2012.12.3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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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쓸쓸함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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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쓸쓸함의 집.   시를 읽는 사람이 있고, 시집을 읽는 사람이 있다. 시집을 대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개별의 시 하나하나를 독자적 텍스트로 감상할 수도 있고, 시집 전체를 하나의 텍스트로 삼아 각 시들의 연관성이나 의미들을 파악하며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감상법이 더 좋은지, 혹은 옳은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 감상이란 주관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그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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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쓸쓸함의 집.


 

시를 읽는 사람이 있고, 시집을 읽는 사람이 있다. 시집을 대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개별의 시 하나하나를 독자적 텍스트로 감상할 수도 있고, 시집 전체를 하나의 텍스트로 삼아 각 시들의 연관성이나 의미들을 파악하며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감상법이 더 좋은지, 혹은 옳은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 감상이란 주관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그 방법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나는 주로 전자에 속한다. 시집 전체를 아우르는 깜량도 되지 못할 뿐더러, 짧은 시 하나하나에서 오는 긴 여운을 느끼는 것이 내가 시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는 한권의 시집으로 읽힌다. 시집을 이루는 낱낱의 시들이 ‘가난과 쓸쓸함’ 그리고 ‘존재와 결핍’이라는 생의 기억들로 이어져있다. 또한 시집 전체를 다잡아 주는 ‘서정시의 기율’은 시들을 하나로 묶는데 한 몫을 거든다. 그렇게 이승희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은 오늘날의 다소 전위적인 시의 시대에 묵묵히 서정시의 길을 걷고 있다.

 

 


그래, 나 못생긴 돌멩이 맞아, 맞다고, 납작보리 같은 흉터도 선명하지. 꽃병 둥글게 날아가던 시절, 그 불길 속을 날았지. 그래 난 아직도 날고 있는 중이야, 어쩔 건데. 아직 아무것도 맞히지 못했을 뿐이야, 온전히 내 무게를 공중에 버리고 나면 떨어지지도 못하고 사라지겠지만.

그렇게 중심을 잃는 일 두려워, 무서워 속도를 늦출 수 없네. 비껴가고 싶지는 않지만 부딪혀 깨져가거나 제 무게만으로 추락하는 일은 무서워, 그래도 비명 같던 무늬 둥글게 날아가 박히는 것이 더 깊고 오랜 상처로 남는다는 것을 당신도 알아야 할 꺼야. 

                                                      - 그 시절 다 갔어도 (P.22) -


시집에는 ‘돌멩이’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돌의 형상위에 비루한 삶의 형상을 얹는가 하면은, 돌멩이에 관한 기억 속에서 한 시대를 반추하기도 한다. 그렇게 돌의 무게는 삶의 고단함을 가늠하게 해주며, 오랜 세월을 묵묵히 견뎌낸 단단함에서 생의 의지를 엿볼 수도 있다. “그런 따뜻한 온기가 있기에 더 식지 않고 더 격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돌멩이」)



그냥

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아니면 그냥이라는 말로 덮어두고픈 온갖 이유들이 한순간에 잠들어 있다. 그것들 중 일부는 잠을 털고 일어나거나 아니면 영원히 그 잠 속에서 생을 마쳐갈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그냥 속에는 그냥이 산다는 말은 맞다. 그냥의 집은 참 쓸쓸하겠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술처럼 그렇게.

그냥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깊은 산 그림자 같은, 속을 알 수 없는 어둔 강물 혹은 그 강물 위를 떠가는 나뭇잎사귀 같은 것들이 다 그냥이다. 그래서 난 그냥이 좋다. 그냥 그것들이 좋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그 마음들의 물살이 가슴에 닿는 느낌이 좋다. 그냥 속에 살아가는 당신을 만나는 일처럼.

                                                                   - 그냥 (P.59) -


누군가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했던가? 나 또한 ‘그냥’이라는 말이 좋다. 때론 무책임하게 또 때론 답답하게 들리는 말이겠지만, 온갖 이유들과 말 못 할 감정들이 숨어 있는 ‘그냥의 집’에서는 모든 것들이 이해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재고 따지는 똑똑한 세상속에서 가끔은 멍청하도록 그냥 그렇게. 그냥 좋은 당신과 그냥 그렇게 만나고 사랑하면서. 이유는 오직 ‘그냥’.



이승희 시인의 첫 시집은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첫 시집이라고 하기에는 놀라운 견고함과 완결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등단이후 7년 만에 내는 첫 시집이라서 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이 겹겹이 쌓인 시인의 손때 묻은 시들에서 많이 생각하고, 쓰고, 다듬은 공의 흔적이 역력하다. 모든 시인들이 그렇겠지만, 이승희 시인의 첫 시집은 결코 쉽게 씌여진 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처마 밑에 버려진 캔맥주

깡통, 비 오는 날이면

밤새 목탁 소리로

울었다. 비워지고 버려져서 그렇게

맑게 울고 있다니.

버려진 감자 한 알

감나무 아래에서 반쯤

썩어 곰팡이 피우다가

흙의 내부에 쓸쓸한 마음 전하더니

어느날, 그 자리에서 흰 꽃을 피웠다.


그렇게 버려진 것들의

쓸쓸함이

한 세상을 끌어가고 있다.

                             - 내가 바라보는 (P.85) -

 

 

2007.12.11

c******3 2007.12.2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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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향을 맡으며
"모과향을 맡으며" 내용보기
누님 손등에 여린 햇살 몇 올려놓고 싶은 날입니다. 저리 환장한 봄날은 다 누구의 것일까요? 햇살 비치면 먼지도 너무 선명해 싫다고 하셨지요. 이렇게 너무 환한 세상에서 누구도 그런 먼지 따위는 보지도 않아요. 일요일이에요, 주저리주저리 호화롭게 소풍 가는 자동차들이 온통 길을 빼앗아버렸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길조차 남겨두지 않았네요. 나도 오늘은 누님과 소풍을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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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님 손등에 여린 햇살 몇 올려놓고 싶은 날입니다. 저

리 환장한 봄날은 다 누구의 것일까요? 햇살 비치면 먼지

도 너무 선명해 싫다고 하셨지요. 이렇게 너무 환한 세상

에서 누구도 그런 먼지 따위는 보지도 않아요. 일요일이

에요, 주저리주저리 호화롭게 소풍 가는 자동차들이 온

통 길을 빼앗아버렸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길조차 남겨

두지 않았네요. 나도 오늘은 누님과 소풍을 가려고 합니

다. 누님이 일하는 공장 뒷산이면 어떠냐고 하지만 난 싫

어요. 어디든 그 공장이 보이지 않는 곳이라면 좋겠어요.

누님, 기억나지요? 찔레꽃이 피었을 거에요. 날 업고 찔

레 새순 벗겨주시던 누님, 쌀밥 같은 싸리꽃, 세상에

내가 나 아닌 것과 다르지 않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이

제 나는 나 아닌 것들로 나이기만 합니다. 불구의 저녁이

기다리는 세월입니다.

 누님 손안에 한가득 흰 꽃을 담아놓고 싶은 날입니다.

고봉밥처럼 담아드리고 싶습니다. 마당 넑은 옛집에도

가보고 싶습니다. 담벼락 아래 화단에는 지금 무슨 꽃이

피었을까요. 담벼락을 떠받치듯 서 있던 대추나무는 안

녕한지. 그 환하던 뒤란의 앵두나무는요. 이마의 주름까

지 어머니를 닮아가는 누님, 머리에 흰 꽃 피고, 소풍이

라도 가야 하는데, 불량이 많았나요? 공장 문은 열리지

않고요. 어째요, 저 환장한 봄날을, 저들이 다 가져가겠

어요.

 

찔레꽃 ㅡ벽제 가는 길 4 전문

 

세상에 내가 나 아닌 것과 다르지 않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제 나는 나 아닌 것들로 나이기만 합니다.

 

나도 한때는 온전한 나로 살았을 것이다.

온전함이라는 말은 그 어느 것에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저 나라는 본연의 실체를 흐트리지 않았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 기억이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때는 가장 나다운 순간들이 있기는 있었을 것이다.

그것들을 까맣게 잊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승희시인의 시집을 일게 되었다.

시집 한 권을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내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승희시인의 시편들은 달랐다.

호홉조차 조절해 가며 꼼짝않고 그 자리에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커다란 해성이 순식간에 나타나 사라지듯 무언가 반짝하고 지나간 듯했다.

책장을 넘기다 종이에 베인 듯 한

진한 아픔이 밀려왔다.

그 잔상이 너무 짙어 시집을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었다.

읽을 수록 그 맛과 향이

어둑한 방안을 환히 밝히고 있는 노란 모과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하지도, 귀하지도 않은데도 그 향의 깊이는 

긴 여행을 하고 돌아온 사람에게 가장 편안한 고향같은 시어들로 가득하니 말이다.

물론 쓸쓸함과 적막함이 너무 깊어 시집을 읽는 내내

가슴 깊이 응어리져 있는 단단한 것들이 터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눈으로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편들을 소리내 읽다가

한 편 한 편 필사를 했다.

필사를 하다보니 읽을 때 놓쳤던 또 다른 귀한 감성들이 드러났다.

 

잠깐의 여행을 가더라도 가방 속에 꼭 넣어가는 이승희시인의 시집

다음 시집을 손꼽아 기다라고 있다.

n*******2 2017.12.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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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까지 고단한 이를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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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배고픈지 볼이 옴폭 파여 있는, 심연을 알 수 없/는 밥그릇 같은 모습으로 밤새 달그락 달그락대는 달//밥 먹듯이 이력서를 쓰는 시절에 (47쪽,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전문)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라는 시집을 마주할 때, 둥근 보름달을 보고 있었다. 배가 부른 보름달은 저녁을 굶은 달의 마음을 알까, 중얼거렸다. 그랬다. 배고픔과 쓸쓸함이 전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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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배고픈지 볼이 옴폭 파여 있는, 심연을 알 수 /는 밥그릇 같은 모습으로 밤새 달그락 달그락대는 달//밥 먹듯이 이력서를 쓰는 시절에 (47쪽,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전문)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라는 시집을 마주할 때, 둥근 보름달을 보고 있었다. 배가 부른 보름달은 저녁을 굶은 달의 마음을 알까, 중얼거렸다. 그랬다. 배고픔과 쓸쓸함이 전해지는 제목처럼 시는 내내 외로움과 고단함을 말한다. 이토록 절절한 시를 통해 이승희 시인이 세상에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일은 가난하다는 것인가. 아/ 니라고 말하지 말라. 그 순간 돌이 될 것이다. (10쪽, 벽제 가는 길의 일부)
 
 누님 손안에 한가득 흰 꽃을 담아두고 싶은 날입니다./고봉밥처럼 담아드리고 싶습니다. 마당 넓은 옛집에도/가보고 싶습니다. 담벼락 아래 화단에는 지금 무슨 꽃이 /피었을까요. (16쪽, 벽제 가는 길 4의 일부)
 
 분명, 시인은 육체의 고통을 너머 영혼까지 가난함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가난을 이겨내려고 애쓰던 누님은 이제 만날 수 다.  죽은 누님을 만나러 가는 길,  살아 있을 동안 배고팠을 누님을 위해 꽃이라도 고봉밥처럼 담아두고 싶은 마음이 슬프다.  어린 시절, 함께 놀았던 그 옛집에는 누님과의 추억이 있을까.
 
 벌레 먹은 나뭇잎 같은 창을 달고/서로 부둥켜안고 사는 집들/그렇게 고개를 넘어 청파동으로/서울역으로 가는 집들이 있네/나는 길을 그 자리에 누이고, 잠을 재운다.//다투어 내미는 골목들의 손을 잡아/한번쯤 반갑게 손 흔들다 보면/60촉 전구 두 개를 켜고 재봉틀을 돌리는/주인집 부부의 모습이 불빛에 흔들리고/그 한 켠으로 두 딸이 누워 엉킨 실밥 같은 꿈을 꿀 때/나는 어둠속에서 열쇠구멍을 찾는다.//익숙해지는 어둠이 흰 이빨 드러낼 때/열리는 문, 거기/집은 고/수도 이 열린 길들이 나를 맞는다. (38~39쪽, 집에 오니 집이 다의 일부)
 
 <집에 오는 집이 없다>를 읽으며 정호승 시인의 <집 없는 집>, <문 없는 문>을 생각한다. 지친 몸, 어둠을 등에 지고 돌아오는 길, 쓸쓸하고 처량하다. 아파트 창에서 쏟아지는 환한 불빛이 아닌 60촉 전구 두 개로 어둠을 쫓는 집. 어린 두 딸, 아내는 어디에 있는가. 삶의 고단함을 위로하며 등을 두르리며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 건네 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가. 그래도 수도 없이 열린 길들, 열렸다는 말을 희망으로 받아들인다.
 
 이승희 시인, 이름만으로 여자로 단정했다. 책날개로 남자임을 확인하고, 편견에 대해 생각한다. 시에 대한, 편견도 그러하지 않을까.  한 편의 시를 온전하게 내 것으로 만들려고 소망한다. 시를 알아가는 과정을 건너뛰고 소유하고자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인 것을.
 
r*********s 2009.03.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