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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모자라게 사는 이는 누구일까? [제8요일]
"정말 모자라게 사는 이는 누구일까? [제8요일]" 내용보기
1.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이 1996년에 만든 영화 <제8요일 Le huitieme jour / The Eighth Day>을 보았다. 벨기에 감독으로는 다르덴 형제 감독의 영화를 보았으나 이 감독의 작품은 처음이다. 삶에 지친 사내와 다운증후군에 걸린 사내가 겪는 일을 담은 영화다. 서로 달리 사는 두 사람도 벗이 될 수 있고, 세상을 바꿔갈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내 삶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정말 모자라게 사는 이는 누구일까? [제8요일]" 내용보기

1.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이 1996년에 만든 영화 <제8요일 Le huitieme jour / The Eighth Day>을 보았다.

벨기에 감독으로는 다르덴 형제 감독의 영화를 보았으나 이 감독의 작품은 처음이다.

삶에 지친 사내와 다운증후군에 걸린 사내가 겪는 일을 담은 영화다.

서로 달리 사는 두 사람도 벗이 될 수 있고, 세상을 바꿔갈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내 삶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이렇게 별일이 없는 삶을 준 어버이께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영화였다.

 

2.

아리(다니엘 오떼이유)는 여러 곳에서 장사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물건을 파는 건 바로 스스로를 파는 겁니다...이렇게 하세요...첫째, 손님의 눈을 잘 바라보아야 하고,

둘째, 웃으며 맞아야 하며, 셋째는 파는 이가 성공한 듯이 보여야 합니다..."

 

그런데 남들한테는 돈을 벌고 다른 사람들한테 믿음을 갖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정작 스스로는 힘겹게 살아간다. 날마다 되풀이되는 삶에서 제 뜻대로 되는 게 그리 많지 않다.

아내 줄리와는 헤어졌으며, 아내가 키우고 있는 아이들한테도 점수를 따지 못하고 있다.

일터에서만 그럭저럭 제 자리를 지켜나갈 뿐이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죠지(파스칼 뒤켄느)는 요양원에서 사는데 노는 날이 싫다.

같이 지내는 다른 이들은 그런 날에 제 피붙이들이 찾아와 집으로 돌아가지만, 죠지는 찾아오는 이가 없다.

어느 날에는 혼자 짐을 챙겨 길을 나섰다. 저를 따르는 개도 같이 데리고.

 

비오는 길에서 마냥 걷던 죠지와 개는 딴 생각을 하느라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 아리의 차와 마주친다.

이 일로 개는 죽어버리고, 죠지를 얼떨결에 떠안게 된 아리는 죠지의 집을 찾아간다.

죠지가 갖고 있는 그림을 바탕으로 죠지가 꿈에 그리는 엄마를 찾아주려고.

 

3.

아픈 사내 죠지와 멀쩡한 사내 아리가 같이 다니는데,

얼른 보면 다시 요양원으로 돌아갈 때까지 아리가 죠지를 보살피기만 할 것 같지만 그게 아니었다.

 

죠지는 돈이 없지만 제 마음에 드는 신발을 갖겠다며 억지를 부리기도 하고,

지나가는 짐차 운전수에게 괜시리 알밤을 먹이는 바람에 아리가 혼나기도 하고,  

밥집에서 도우미 아가씨를 집적거리기도 하지만,

몸과 마음이 조금 모자랄 뿐 죠지도 멀쩡한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죠지는 딸이 태어난 날에 맞춰 아리가 아버지 노릇을 하도록 일을 꾸미고,

아리한테 풀밭에 누워 바쁘게 살아가는 날들을 조금이라도 천천히 느끼며 살아가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오히려 몸이 멀쩡한 아리가 모자란 죠지한테 한 수를 배운다.

 

감독은 몸과 마음이 모자라는 죠지를 보여주면서 우리한테 말하고 있었다.

세상은 저 혼자 잘나서 사는 곳이 아니고 누구든 서로 돕고 사는 곳이란 걸...

감독의 눈길이 차갑지 않고 따스해서 좋았다. 어렵지만 조금씩 도와가면서 살자는 뜻이 마음에 들었다.

아리와 줄리의 일도 매듭이 잘 지워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런데 가슴을 아프게 하는 꼭지는 죠지와 나탈리의 일이다.

모자란 구석이 많은 사람들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며 알콩달콩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굳은 생각을 가진 어른들이 버티고 있는 세상은 이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아리가 딸들을 만나러 갔다가 줄리와 마주치게 되었을 때 

줄리가 계단으로 올라가는데 뒤에서 아리가 잡고 매달리는 모습은 좀 아니다 싶다.

사내로서, 아버지로서 볼썽사납기만 하다. 나로서는 잘라냈으면 싶은 모습이었다. 

 

죠지를 돌보지 못해 미안해하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고 말하는 누나의 마음을 나무랄 수는 없겠다.

모두가 제 삶을 다른 사람들한테 바치고 싶은 건 아니니까.

 

4. 

영화 속의 빛깔은 연한 풀빛이 넘쳤다.

들판이나 풀밭, 길 따위가 풀빛과 푸른빛이어서 꼭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죠지가 때때로 꾸는 꿈들이나 루이스 마리아노가 불러주는 노래도 얼개를 잘 맞추어 놓아 보기에 좋았다.

 

아침 7시 30분이면 일어나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는 멀쩡한 사내가 늘 멀쩡할 수만 없듯이,

몸과 마음이 아파 갇혀 사는 사내라고 늘 모자라게 살지는 않는다. 그에게도 넉넉할 때가 있다.

아픈 죠지를 삶의 거울로서 보여준 감독의 눈길이 좋았다.

 

몸의 염색체 하나가 잘못 되어 나타난다는 다운증후군.

머리가 작고 눈꼬리가 올라가며 목이 짧고 두꺼워 보이기도 한다는데, 

죠지를 맡은 파스칼 뒤켄느는 그 스스로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는 이여서 영화에 딱 들어맞았다.

바닥에 드러누워 떼를 쓰는 모습이나 아리를 혼나게 만들어놓고 저는 쏙 빠지는 모습은 얄밉기 짝이 없다. 

 

아리 노릇의 다니엘 오떼이유는 잘 생긴 얼굴에 나이가 붙어 묵직해 보였다.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을 생각이 많은 얼굴로 나타내었다.

그렇지만 방정맞고 약삭빠르게 놀았던 탐 크루즈를 더스틴 호프만과 엮은

배리 레빈슨 감독의 1988년 작품 <레인맨 Rain Man>에 견주면,

무거운 얼굴로 살아가는 아리를 죠지와 엮은 어울림은 조금 싱거워 보였다.

 

5.

"첫날엔 해를 만들었고, 둘째 날엔 땅을 만들었고, 셋째 날엔 레코드를 만들었으며, 넷째 날엔 텔리비전을 만들었고, 다섯째 날엔 풀을 만들었고, 여섯째 날엔 사람을 만들었고, 일곱째 날엔 쉬었다."

죠지한테 하느님이 한 일로 여겨진 일이다.

 

아리가 볼 때 하느님은 죠지와 다르게 일을 했고 또 더 했다.

"... ... '여덟째날'엔 빠진 게 없는지 생각하고는 죠지를 만들었다. 보기에 좋았더라."

그래서 영화 이름이 '제8요일'이다.

 

이 영화 디뷔디는 오래 묵혀두었다. 2006년 11월에 산 디뷔디를 이제서야 보았다.

2,900원짜리라 크게 바랄 게 없다. 그런데도 화면이나 소리는 괜찮다.

덤으로 예고편조차 없는 것이긴 하지만, 그냥 영화만 본다고 생각하고 보았으므로 섭섭할 게 없었다.

b******g 2012.03.03. 신고 공감 5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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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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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분이었어."나무 그늘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두 남자.일어나려는 한 남자의 팔을 잡고서 일 분만 더 있자고 말하는 남자.다시 누워 풀 냄새를 맡으며 하늘을 바라보는 두 남자.일 분이 지났다는 말과 함께 다시 일어서는 한 남자에게오로지 우리만 공유하고 공감했던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한다.<제8요일>의 명장면이다.누군가와 한 장소에서 호흡하는, 대수롭지 않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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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분이었어."

나무 그늘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두 남자.
일어나려는 한 남자의 팔을 잡고서 일 분만 더 있자고 말하는 남자.
다시 누워 풀 냄새를 맡으며 하늘을 바라보는 두 남자.

일 분이 지났다는 말과 함께 다시 일어서는 한 남자에게
오로지 우리만 공유하고 공감했던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제8요일>의 명장면이다.
누군가와 한 장소에서 호흡하는, 대수롭지 않은 상황이 어쩌면
생의 눈부신 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사회에선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가정은 붕괴된 아리(다니엘 오떼이유 분)와
몇 해 전에 죽은 엄마의 그림자 속에 살아가는 정신박약 조지(파스칼 뒤켄 분)의

낯설고 애매한 관계가 시작되면서부터 빛을 발하게 되는 영화.

사람이기에 사랑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a*****4 2010.07.18. 신고 공감 2 댓글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