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일은 참 고단한 일입니다. 세 권을 넘어가면 금새 목이 쉬어버리고 어느 땐가는 머리도 아픈 느낌이 듭니다. 이 일을 즐거움으로 알아 열심으로 하시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오늘 저녁, 이 책을 집어들고 작은 아이를 옆에 세워 두고 스탠드 불빛 아래서 읽었습니다. 조금 오래 걸리네요. 책의 크기도 크고 대체로 한 면 전체가 글자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쭉쭉 읽고 휙 끝내게 되진 않았습니다.그러나 아이는 옆에 선 채 꼼짝도 않고 중간중간 무어라 묻기까지 하면서 열심히 이야기에 몰입했습니다. 이 책은 <작은 아씨들> 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 과 <월든> 의 작가 소로우 의 인연을 다루고 있습니다. 루이자 올컷은 일곱살 시절에 소로우와 이웃하고 살았다 합니다.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중요하게 여긴 소로우는 아주 좋은 선생님이기도 했습니다. 이웃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을 다니며 아이들이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기꺼이 야외수업을 해 주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그를 가리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해댔고, 올컷의 부모도 그를 따르는 아이들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듯 합니다. 하지만 올컷은 달랐습니다. 자작나무 껍질을 벗겨 순식간에 열매 통을 만들고, 들꽃을 보며 오랫동안 글을 쓰고, 허클베리 덤불을 가장 잘 찾을 줄 아는 사람. 바위에 걸터앉아 멋지게 플룻을 불줄 아는 소로우 선생님이 신기하고 존경스럽기만 했던 겁니다. 엄격한 부모 밑에서 여성적인 태도만을 강요받았던 올콧은 소로우 선생님과 함께 한 야외수업을 통해 비로소 자연과 교감하는 활발한 소녀의 정체성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비로소 ''머릿속으로 낱말들이 우르르 밀려들어오는'' 체험을 하며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이 모두 노래가락이 되어 흘러가고 있음을 깨닫지요. 이때가 올콧이 여덟살 무렵이었고 처음 시를 썼다고 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것이겠지요. 머리로 쥐어짜는, 관습에 매이고 형식에 사로잡힌 어떤 것이 아니라 가슴에 벅차오르는 어떤 느낌들이 또르르 우르르 낱말이 되어 굴러나오는 그런 것이겠지요. 더구나 아이들의 글쓰기 꼭 이렇게 시작되어야만 참으로 바람직할 거라 생각되었습니다. 이 그림책의 미덕은 단지 스토리가 주는 잔잔한 교훈 뿐만이 아닙니다. 어쩌면 감동은 스토리에서가 아니라 그림에서 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목판화의 둔탁하지만 강렬한 느낌이 이 그림책의 메시지를 한층 선명하게 만들어 줍니다. 붓터치의 경쾌함 대신 노동의 흔적이 역력한 조각칼의 깊이가 참으로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그림들은 미국의 목판 일러스트레이터인 메리 어재리언 의 작품입니다. 농촌 생활의 여유와 아름다움을 목판화로 조화시켜 이름이 알려진 어린이책 화가라 합니다. 글은 미국의 어린이책 작가인 줄리 던랩 과 메리베스 로비에키 가 썼습니다. 위인전이 아니고 동화로 쓰여졌기 때문에 창작된 부분이 있겠으나 한 소녀의 영혼을 움직여 노래하는 작가로 성장시킨 우정의 모습을 잘 형상화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소로우가 세상을 떴을 때, 당시 이름난 작가였던 루이자 올콧은 선생님을 기리는 시 <소로우의 플룻>에서 ''숲의 천재가 사라진다''라고 썼다 합니다. 그러자 자연은 루이자를 이렇게 위로했다고 역시 시에서 밝혔다는군요. "제비꽃에 소로우의 이름을 써 보렴. 소로우를 찾을 것 없어. 소로우는 네 곁에 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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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71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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