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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이쿠를 알게 된 건 주변사람을 통해서였는데 그때는 그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라고만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접하게 된 하이쿠는 이게 대체 뭔가 싶은 허무하고도 황당한 그저 짧기만 한 글이었을 뿐이다. 마치 말장난같이. 하지만 이 책을 보고 알게된 하이쿠는 달랐다. 물론 그중에서도 좋은 하이쿠가 있고 그렇지 못한 하이쿠가 있었지만 어떤 하이쿠는 길고도 장황하나 세상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시들보다도 더 내 마음에 와닿는 것도 있었다.
문화의 차이도 있다보니 계어(季語)를 찾는데 좀 헤매기도 하고, 밑의 해설을 읽기 전엔 이 시에 계어가 있긴 있는건가 싶기도 했지만 그렇게 함축되어 있는 계절의 느낌이 조금씩 조금씩 수면위로 떠오르는 느낌이 좋아 몇번을 입안에서 돌리고 굴리고 음미했다.
여름 냇물을
건너는 기쁨이여
손엔 조리신
이 하이쿠는 읽으면 읽을 수록 여름 냇물이 발에 닿는 느낌과 모처럼의 일탈행동을 하는 기쁨을, 옷자락이 물에 닿지 않도록 슬며시 들어올리고 조금은 힘겹게 조리신까지 들고 있는 그 기분이 전해져 온다.
은어를 주고
그냥 가버린 친구
한밤중 대문
우리 나라에는 은어가 그렇게 흔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일본의 다른 책들을 보면 집안에서 은어를 구워먹는 장면이 흔하게 나온다. 모르겠다, 현대의 일본도 그런건지. 아니면 헤이안시대쯤에서만 그런건지는. 밤중에 사실 술한잔 같이 하려고 은어를 들고 왔을텐데 인기척이 없자 조용히 은어만을 놔두고 가는 친구의 마음이 전해진다. 말은 하기전에 몇번을 생각하고 필요없는 부분을 버리고, 또 다시 생각하고 했을때 놀랍도록 간결해진다. 그리고 그것에 깊은 마음이 담겼을때 아주 짧은 말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인상깊은구절] 전통적인 하이쿠는 계절을 상징하는 계어(季語)가 필히 있어야 하며 짧은 시의 형태인 만큼 한꺼번에 읽어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기레지(切子)라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계어는 계절을 상징하는 시어를 가리키는 말로, 특정한 계절을 환기시키면서 오랜 일본시가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미의식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4계절이 확실하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이 특징을 정형시의 필수요건으로 삼았다는 점을 통하여 일본인에게 있어 4계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나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