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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사의 진실 찾기 그 외로운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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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고대 유럽의 역사에서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은 얼마나 될까?     마틴 버낼에 의하면 고대 아시아 계통의 서부 셈족이 이집트를 수백 년 통치하였고 그 과정에서 일부의 세력이 그리스에 이주하여 왕조를 건설(다나오스, 카드모스)했으며, 미개한 그리스에 페니키아 문자를 비롯한 여러 가지를  전해 주어 미케네 문명을 꽃피웠다. 미케네 문명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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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고대 유럽의 역사에서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은 얼마나 될까?  

 

마틴 버낼에 의하면 고대 아시아 계통의 서부 셈족이 이집트를 수백 년 통치하였고 그 과정에서 일부의 세력이 그리스에 이주하여 왕조를 건설(다나오스, 카드모스)했으며, 미개한 그리스에 페니키아 문자를 비롯한 여러 가지를  전해 주어 미케네 문명을 꽃피웠다. 미케네 문명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마징가Z에도 등장한다. 고대 미케네인들이 로보트를 만들었다고.  

 

버낼은 1987년 이후 <블랙아테나>라는 책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던 고대 그리스의 역사와는 다른 매우 충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총 4권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이른바 '고대모델'이 어떻게 '아리안모델'로 변질되었는지 문헌적, 고고학적, 언어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 이집트와 힉소스가 식민지를 건설하여 수백 년간 통치하면서 문자를 처음으로 전해주어 고대 그리스 문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페니키아 문자를 전래한 사람은 카드모스인데 그 사실들이 그리스 신화에 반영되어 있으므로 신화에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핵이 들어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선문자 A, 선문자B를 거쳐 알파벳의 기원이 되는 페니키아 문자를 받아들여 그 동안 구전되던 신화를 문자로 정착시킬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집트와 동방문화를 수용했다는 주장을 '고대모델'이라고 하며 마틴 버낼의 주장을 '수정고대모델'이라고 한다.  

 

유럽인들은 자신들 문명의 출발을 고대 그리스라고 하는데,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아리안 계통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문명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어느 문명이 오로지 스스로의 힘만으로 빛을 발할 수 있을까? 이러한 주장의 근저에는 인종주의, 제국주의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한다. 우수한 유럽인이 미개한 아시아, 아프리카를 지배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속셈이 숨어있었다. 고대사를 왜곡하는 대대적인 작업은 프랑스 혁명으로 위기를 느낀 독일과 영국의 주도로 이루어졌는데 고전교육을 통해 국민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면서 혁명의 불길을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처럼 왜곡된 경우를 '아리안모델'이라고 한다.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는 그리스 아테네의 수호신이지만 실은 이집트의 사이스시에서 숭배되던 여신이 정복자를 따라 고대 그리스로 건너가 모셔진 경우라고 한다. 아테나와 이집트의 여신은 같은 신이다.   신화에서 다나오스의 후손으로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가 있고 카드모스의 후손은 오이디푸스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는 불핀치가 편집한 책이다. 고대 학자들이 기록한 신화는 그 양이 무척 방대하다. 우리 나라에는 천병희 선생님이 아폴로도로스의 저작을 번역하신 책이 나와 있다. 누구에게나 과거 식민통치를 당한 경험은 감추고 싶지 드러낼 일은 아니다. 고대 그리스 학자들은 수치스러울지도 모를 과거까지 모두 기록해두었다. 신화는 헛소리가 아니다. 그리스 신화에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들어 있다. 신화를 역사로 연구하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반버낼파가 대부분인 유럽 고대사 연구자들은 버낼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한다. 버낼이 미국사회의 흑인들에게서나 열렬한 환영을 받았을 뿐이며 그 주장에 대한 근거가 백화점 나열식이고 자기 입맛에 맞는 사료만 가져다 썼다고 한다.  

 

버낼에 의하면 유럽인들이 그토록 자랑해마지않는 고대 그리스 문명은 결국 지중해 문명권의 변두리에 불과했다. 유럽인들은 그토록 자랑하던 고대 그리스문명이 미개하고 열등한 아시아에서 대부분을 받아들인 결과라는 사실을 결코 수긍하지 않았다. 아리안모델이 뼈 속까지 각인된 유럽 고대사학자들에게 수정고대모델은 결코 받아들 수 없었다. 일본서기 대부분이 조작이라고 하면 일본인들이 인정하지 않듯이.  

 

역자 오흥식 선생님은 세세한 부분에서 잘못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큰 틀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하셨다. 사료를 읽을 때 사학도의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아야지 어떤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읽어서는 안된다는 점도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 거짓이 어떻게 진실을 몰아내고 뻔뻔스럽게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그것을 밝혀낸 마틴 버낼의 수정고대모델이란 큰 틀을 보완하기 위한 작업들을 꾸준히 해 오신 선생님이 외롭지 않으시길 바란다.

c*****8 2006.01.24. 신고 공감 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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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 비판적 글읽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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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테나는 1991년에 처음 출판된 후에 학계에서 어마어마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책입니다. 그만큼 내용도 상당히 충격적이고 일단 제목부터 꽤 자극적이지요. 실제로 마틴 버넬의 주장 중에는 눈여겨볼 부분도 많고 상당히 근거가 있는 주장도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책이라도, 특히 인문학 서적에서는, 그 책의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입니다. 완벽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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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테나는 1991년에 처음 출판된 후에 학계에서 어마어마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책입니다. 그만큼 내용도 상당히 충격적이고 일단 제목부터 꽤 자극적이지요. 실제로 마틴 버넬의 주장 중에는 눈여겨볼 부분도 많고 상당히 근거가 있는 주장도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책이라도, 특히 인문학 서적에서는, 그 책의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입니다. 완벽한 주장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블랙 아테나에는 설득력 있는 주장도 있지만 그만큼 무리한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 관련 자료를 입수하기 어려운 국내에서는 서양 학계만큼 활발한 논쟁을 벌이는게 다소 어려운 실정입니다.

 

고대 그리스와 헬레니즘을 서양문명의 모태로 보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를 잡은 것은 버넬의 지적대로 19세기입니다. 이 시기에 잘 알려져있다시피 그리스가 오스만 제국에 대한 독립 투쟁에 나서면서 유럽 전체에 이른바 필헬레니즘 운동이 일어나게 되지요. 사실 정작 당시 그리스인들은 고대 그리스보다는 비잔티움 제국의 유산을 더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만. 그리고 19세기 후반의 인종주의나 제국주의가 학자들의 고대사 연구에 영향을 준것도 사실입니다.

 

우선 저자의 주장 중 설득력이 있는 부분은 고대 그리스의 형성에 오리엔트가 끼친 영향입니다. 어떤 문명이라도 고립된 상태에서 성장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실제로 청동기 시대 지중해 세계에서 문화적으로 가장 선진국이었던 이집트나 오리엔트로부터 지리적으로 멀지 않은 그리스가 영향을 받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페니키아 인들은 상업을 중심으로 하는 해양부족이었던 만큼 이들을 통해 문화 전파가 활발히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저자의 주장대로 이집트 왕족들이 고대 그리스를 식민지로 삼아 통치했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입니다. 이에 대한 근거는 그리스 신화입니다. 이집트와 페니키아 왕족인 다나오스와 카드모스가 그리스로 가서 왕조를 건설했다는 것이지요. 신화 역시 중요한 사료로 보아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신화는 대게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반영하기보다는 다소 변형을 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의 신화들을 보아도 이점이 잘 드러나지요. 따라서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들은 오리엔트인들이 그리스에 문화를 전해준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역사적 유물이 거의 없는 관계로 아직 어떠한 해석을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신화를 토대로 이집트의 그리스 식민지배를 증명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또한 어떤 나라의 신화이든지 건국시조는 신비하게 보이기 위해서 외부에서 온 것으로 설정하게 마련입니다. 신화에 따르면 로마의 건국자들은 트로이에서 왔고, 러시아의 전설적 시조는 스칸디나비아에서 온 바이킹 류리끄입니다. 한국의 신화는 아예 하늘에서 내려온 것으로 설정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인들도 자신들의 선조들을 미화하기위해 당시로서는 문명 선진국인 오리엔트에서 왔다고 설정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당시에는 순혈주의라는 것이 없었으니까요. 고대 그리스 역사가들은 신화를 역사적 사실로 보았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신화와 역사가 명확히 구분되기 시작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르네상스 이후의 일이니까요. 로마 역사가 리비우스도 초기 로마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전설적인 7명의 왕들의 치세를 서술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학자는 거의 없습니다. 이것도 인종주의 때문일까요?

 

신화와 함께 저자의 중요한 근거는 언어학적 증거입니다. 하지만 역사 연구에서 언언학적 증거는 참고자료는 되도 결정적인 증거는 되기 힘듭니다. 두 언어 사이 발음의 유사성은 매우 흔한 현상이니까요. 특히 고대 지중해 문명권은 요즘 유럽 문명, 아시아 문명으로 나누는 것보다 매우 동질적인 문명권이었음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저자는 그리스의 아테나 여신과 이집트의 네이트 여신의 발음이 같다고 하지만, 그리스 신화의 12신은 고대 지중해 문명권에서 거의 다 나타납니다. 이집트 뿐이 아니라 히타이트의 12신도 그리스와 비슷하고 카르타고의 신들, 로마의 신들 다 마찬가지거든요.

 

대표적인 오류는 고대 이집트인을 흑인이라고 주장한 부분입니다. 그 근거는 헤로도토스가 이집트 군대를 검은 피부에 곱슬머리라고 기록한 부분이지만, '검다'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 개념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는 헤로도토스가 이집트 군대 내에서 싸우던 누비아 용병을 목격했을 가능성도 있구요. 무엇보다도 아프리카는 사하라 사막 덕분에 인종 경계가 비교적 명확한 편입니다. 사하라 이남에는 진짜 흑인들이 살고 사하라 이북에는 셈족 계열이 삽니다. 고대 이집트인들도 서부셈족 계열에 속했기 때문에 유럽인들보다 다소 짙은 피부는 가졌겠지만 흑인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집트 남쪽의 누비아는 진짜 흑인 국가입니다. 하지만 이집트하고는 대체로 대립관계였기 때문에 용병이나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기에서 흑인이 이집트 사회에 대량 유입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흑인 파라오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블랙 아테나가 가진 학문적 가치를 부정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19세기에 제기된 그리스 고립문명설을 효과적으로 부정하고 있고 이에 따른 인종주의적 함의도 적절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는 점 또한 지적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따라서 이 책만 보고서 서양고대사는 날조된 것이라고 믿는 것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이 책도 다른 모든 책들과 마찬가지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모든 책들과 마찬가지로 비판적인 글읽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균형감각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내에 번역은 안되었지만 블랙 아테나의 반박서들이나 논란을 총정리한 Heresy In The University: The Black Athena Controversy and the Responsibilities of American Intellectuals 도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d******n 2009.10.17. 신고 공감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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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식하는 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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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는 현대사다'라는 농담을 들어본 적인 있는가? 이 농담은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고대사에 대한 자료의 부족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우리의 시각에 따라 마음대로 왜곡되고 재해석되는 고대사에 대한 자조석인 비판의 목소리다.   한국 고대사의 사정이 이렇다면 소양고대사의 사정은 어떠할까? 그것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대체로 고정되어 있다. 서양 학문의 역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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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는 현대사다'라는 농담을 들어본 적인 있는가? 이 농담은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고대사에 대한 자료의 부족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우리의 시각에 따라 마음대로 왜곡되고 재해석되는 고대사에 대한 자조석인 비판의 목소리다.   한국 고대사의 사정이 이렇다면 소양고대사의 사정은 어떠할까? 그것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대체로 고정되어 있다. 서양 학문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시작되었으며 그들이 지금 서양 문명의 토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이집트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문화를 향유했었다는 고정관념이 깊이 깔려있다.   우리의 이런 인식에 대해 <블랙 아테나>는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한다. 그것은 이집트와 페니키아인 등 그리스와 다른 문명에 대한 왜곡일 뿐 아니라 유럽문화를 우수한 것으로 설정하는 서구우월주의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저자는 그리스가 이집트의 식민지였다는 다소 과감한 주장까지 펼친다. 따라서 그리스의 학문과 문명은 이집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블랙 아테나인 이유도 여기서 드러난다. 그리스 여신의 피부색이 블랙인 이유는 다름 아닌 검은 피부를 가진 이집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러한 주장을 다양한 사료를 통해 뒷바침 한다. 워낙 견고한 편견이 깨어져야하기 때문에 다소 의심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치밀한 논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고개가 끄덕여 진다.   <블랙 아테나>가 의미 있는 이유는 저자의 주장이 독특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상식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자의적인 것인지 폭로하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를 바라보는 관점은 많은 변화를 거쳐 왔다. 고대시기의 고대모델을 지나 르네상스의 인식 그리고 근대의 인식까지. 그것들은 놀랍게도 지금 우리의 상식과는 매치되지 않는 것들이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이집트를 지혜를 준 곳으로 인식하였고 프리메이슨 집단도 이집트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근대에 이르러 이러한 인식은 그리스도교의 방어, 진보의 관념, 인종주의, 낭만주의 등에 의해 지금 우리의 상식으로 바뀐다. 고대모델이 전복되고 아리안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다.   <블랙 아테나>는 서양 고대사에 대해 놀라운 주장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과거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에 대한 성찰까지 제공한다. 분량이 만만치 않지만 결코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다.
c******3 2006.05.26.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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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진실, 날조된 역사와 묻힌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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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책에서 읽은 것과 수업시간에 배운 것,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들이 모두 진실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점차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실과 다른 진실에 충격 받는 일이 많아지자 나중에는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진실은 사실과 다르다’라는 식의 내용을 다룬 책이 있으면 그 책부터 읽고 난 다음에 그 책이 다루는 사안에 대한 일반적인 사실을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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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책에서 읽은 것과 수업시간에 배운 것,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들이 모두 진실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점차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실과 다른 진실에 충격 받는 일이 많아지자 나중에는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진실은 사실과 다르다’라는 식의 내용을 다룬 책이 있으면 그 책부터 읽고 난 다음에 그 책이 다루는 사안에 대한 일반적인 사실을 찾아보는 버릇까지 생겼다. 그런 나에게도 <블랙 아테나="">의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조선왕조의 왕이 27명이 아니라 28명이고, 기록에서 완전히 지워진 왕이 있다는 말을 들었어도 이보다는 충격을 덜 받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이집트 문명이 그리스 문명의 직접적인 뿌리라는 이 책의 내용도 놀라웠지만,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18세기까지만 해도 이것이 사실로 받아들여졌고 우리가 사실이라 믿는 내용들은 200여 년 전부터 ‘날조’되었다는 것이다.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말해지는 사건의 진실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야기에는 나름대로 익숙해졌지만, 기초상식으로 통하는 내용이 그렇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야기가 전해지는 과정에서의 와전이 아니라 특정한 목적 하에 조직적으로 왜곡하고 체계적으로 조작한 것이라면 더더욱. 개인적으로 역사․문화 분야에는 관심이 많아 미노아 문명의 선형문자 A는 아직 해독되지 않았고, 그리스 여신 아프로디테의 이름은 거품에서 태어난 여자라는 뜻을 지녔다는 등의 소소한 ‘지식’을 많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유명사의 뜻이나 기원에 대해 일반적인 견해와 다른 해석을 내놓은 부분이 나올 때마다 화들짝 놀랐는데, 그때마다 어찌나 놀랐던지 이 책의 중심 주제에 집중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페이지를 넘기면, 눈에 익은 사료와 인물의 이름들이 나온다. 그런데 그 사료의 해석이 이때까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다르고, 정 반대인 경우도 적지 않다. 사료의 해석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주관적인 요소를 띠기 마련이지만, 이럴 때는 정말 혼란스러워진다. “도대체 어느 것이 맞는 것이지?” 하면서 속으로 절규하다가, 문화적 요소와 문헌 증거를 살펴보았을 때 아리안 모델보다 고대 모델이 훨씬 더 잘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고 배신감을 느꼈다. 어떻게 이렇게 억지스러운 아리안 모델이 정설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도 훨씬 더 합리적인 고대 모델을 누르고 말이다. 물론 정치적 필요가 진실을 묻고 날조된 이야기를 사실로 만드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렇게 명명백백한 사실을 버젓이 날조하는 것이 이 정도로 오랜 기간에 걸쳐 거대한 규모로 진행되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은 순진한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블랙 아테나="">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고대 모델이 아리안 모델보다 더 사실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아리안 모델이 자리 잡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다. 아리안 모델을 굳이 정의하자면 ‘나중 것이 더 낫다는 진보에 대한 관념과 인종주의, 시대적 분위기가 맞물려 창조해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심각했다. 몇몇 사례만 살펴보면, 멋대로 상상한 어설픈 음모론인지 사료에 입각한 연구의 결과인지 헷갈릴 정도다. 고대 모델의 증거가 빈약해서가 아니라, 이집트와 페니키아의 중요성을 격하하려는 일련의 시도가 그만큼 황당하고 어이없기 때문이다. 알파벳은 페니키아인이 발명했지만 실질적으로 완성한 것은 그리스인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추정이 그토록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어떻게 그것이 페니키아인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근거로 기능할 수 있었던 것인가? 어떻게 이집트에 최초의 왕국이 세워진 시기가 트로이 전쟁에 즈음해서라는 주장을 할 수가 있는가? 그것도 합리주의를 부르짖던 시대에, 그 시대를 이끌어가던 대표적인 인물들이 말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그리스인인 에우로페의 후손들이 이집트 문명의 시조라고 하면서 이집트신인 아피스 등의 이름을 차용한 시조 이름까지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집트 문명과 그리스 문명의 연대 등을 따졌을 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에우로페 신화를 무턱대고 무시하는 것은 곤란하다. 신화란 당시의 사회상과 역사적 사실이나 과학적 근거에 토대를 두고 만들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그리스 신화에 드러나는 셈족과 이집트인, 페니키아인이 그리스 문명에 영향을 끼쳤다는 부분은 허무맹랑하다고 치부하며 외면한다. 하긴 페니키아인과 이집트인이 그리스 문명의 기초를 닦았다는 그리스인의 저작을 집단적으로 기만당해서 착각한 것이라고 해석하던 시절도 있었으니. 이집트 문명이 시기적으로 그리스보다 앞섰다는 것에는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그러나 이집트 문명이 그리스 문명에 영향을 주었다는, 아니 그리스 문명의 성립과 발전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궤변 정도로만 치부하고 있다. 그리스인은 엄연히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인 것을 후대의 유럽인이 멋대로 거짓이라고 날조한 결과물이 지금도 주류 학설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아리안 모델이다. 선형문자 A만 해도, 셈어식으로 읽으면 해독되는데 학계에서 그리스식이 아닌 셈어식이라는 이유로 그 해독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니 말이다. 이런 모습에서 임나일본부를 부정하면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기본 전제로 삼아 연구를 계속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한국 역사학자의 모습을 연상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저자 마틴 버낼은 유럽의 문화적 오만을 줄이는 것이 <블랙 아테나="">의 목적 중 하나라고 했다. 처음에는 유럽의 문화적 오만이 단순한 우월주의만을 가리키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니 문득 자신이 진실이라 믿는 것만이 진실이고 다른 것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자세야말로 진정한 오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진실이라고 인정하고 싶은 부분만을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배척하는 자세야말로 아리안 모델을 확립하고 받아들이고 유지하게 했으며, 고대 모델은 철저히 무시한 바탕이었으니 말이다.

[인상깊은구절]
블랙 아테나의 정치적 목적은 유럽의 문화적 오만을 줄이는 것이다.
p*******1 2006.05.20.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