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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서사를 믿으며 살아가는가?
"우리는 어떤 서사를 믿으며 살아가는가?" 내용보기
<인 더 메가처치>는 아이돌 기획에 발을 들인 구보타 요시히코, 아이돌 덕질에 새롭게 빠져드는 무토 스미카, 깊이 빠져 있던 덕질 상대를 잃고 음모론에 물들어가는 스미카와 아야코, 이 세 인물의 입장에서 번갈아 이야기를 전개하며 이제는 취미와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덕질이라는 생태계에 스며 있는 우리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춘다."하나라도 좋다. 믿을 수 있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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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메가처치>는 아이돌 기획에 발을 들인 구보타 요시히코, 아이돌 덕질에 새롭게 빠져드는 무토 스미카, 깊이 빠져 있던 덕질 상대를 잃고 음모론에 물들어가는 스미카와 아야코, 이 세 인물의 입장에서 번갈아 이야기를 전개하며 이제는 취미와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덕질이라는 생태계에 스며 있는 우리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춘다.


"하나라도 좋다. 믿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딱 하나면 되는데."


외로움과 낮아진 자존감, 불안, 자기혐오에 시달리며 자기 대신 사랑할 누군가, 현실을 잊고 빠져들 무언가를 찾는 사람들. 그렇게 어느샌가 생긴 마음의 틈 사이로 매력적인 ‘서사’를 가진 존재가 스며들며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한다. 같은 대상을 좋아하며 그 위에 깔린 서사를 믿는 사람들 사이에 생겨나는 소속감과 연대감. 함께 그 대상을 응원하고 이야기를 공유하는 동안 즐거움과 안정감을 느끼지만, 그것이 취미를 넘어 삶 자체가 될 때 그 맹목성과 의존성은 삶에 쉽게 걷히지 않는 먹구름을 드리우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무언가에 맹목적으로 빠져들기 쉬운 유형의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이 있으니,


"본질적으로는 아무 상관도 없고 무의미하며 가치가 낮은 것에, 

집단이 만들어낸 스토리로 권위를 부여하고 신자의 시야를 좁혀 

그걸 대단한 가치가 있는 것처럼 믿게 만들어 본래 가치 이상의 대가를 치르게 한다."


소설에서 '교회 마케팅'이라고 이름 붙인 이 수법에 우리는 어느 정도 의식적으로 속아주며 살고 있다. 광고라는 형태로 무형의 브랜드에 덧씌워진 이미지와 서사를 믿고 주기적으로 돈을 쓰곤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대상이 아이돌과 팬덤일 뿐, 사실 그 자리에는 무엇이든 들어갈 수 있다. 좁게는 의식주 관련 상품부터 넓게는 라이프스타일과 종교, 이념까지 우리는 모두 누군가가 만들어낸 매력적인 서사를 열렬히 믿고 기꺼이 삶에 받아들이면서 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인 더 메가처치>는 나와는 상관없는 누군가의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한 발짝 떨어진 지점에서 '자기 삶을 내팽개칠 만큼 무언가에 빠지는 것은 위험하다' 정도의 감상으로 넘길 수 없는 복합적인 면이 있다. 맹목적으로 무언가를 믿고 사랑하는 마음이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만큼이나 그런 마음으로 누군가가 이룩한 것이 우리 삶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가 각자 믿고 있는 서사는 달라도 삶이라는 거대한 굴레 안에서 서로가 믿는 서사에 깊이 얽힌 채 행복과 불행의 역사를 함께 써 내려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누구도 다양한 믿음으로 이루어진 메가처치 바깥에 존재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야말로 제목처럼 ‘인 더 메가처치'라고 할까?


오래만에 분량이 많고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어서 주문한 책인데 재미뿐 아니라 깊이 있는 생각을 촉발한다는 점에서도 꽤 만족스러웠다. 역시 소설만큼 흥미롭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분야는 없지 싶다. 부디 소설이라는 문학의 종파가 지금보다 더 사랑받고 번성하기를, 한 명의 미천한 신도로서 염원해 본다.



#인더메가처치 #아사이료 #은행나무

p*****e 2026.08.17. 신고 공감 7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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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메가처치 - 아사이 료
"인 더 메가처치 - 아사이 료" 내용보기
한 사람이 자신의 고독을 양분 삼아 같은 고독을 가진 이들과 결속을 맺고, 점차 시야가 좁아지다가 마침내 자신이 믿는 것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서사에 완전히 흡수되어 버리는 과정. <인 더 메가처치>는 그 과정을 섬뜩할 정도로 세밀하게 그려낸 소설이었다.소설은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인 세 인물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전개된다. 서로 다른 고독과 결핍을 지닌 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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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자신의 고독을 양분 삼아 같은 고독을 가진 이들과 결속을 맺고, 점차 시야가 좁아지다가 마침내 자신이 믿는 것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서사에 완전히 흡수되어 버리는 과정. <인 더 메가처치>는 그 과정을 섬뜩할 정도로 세밀하게 그려낸 소설이었다.


소설은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인 세 인물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전개된다. 서로 다른 고독과 결핍을 지닌 세 사람의 이야기를 번갈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그들을 움직이는 마음의 뿌리에는 고독에서 벗어나 어딘가에 속하고 싶은 간절함이 자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실 그 대상이 무엇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팬덤일 수도 있고, 종교일 수도 있고, 게임 길드일 수도 있고, 때로는 연애나 자식처럼 우리가 당연히 사랑이라 부르는 관계일 수도 있다.


처음에는 그저 '나는 이것을 좋아한다'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것이 나를 설명한다'가 되고, 더 나아가 '이것을 부정하면 나를 부정하는 것이다'가 되어 버린다. 좋아서 붙잡는 단계를 지나, 이제는 놓으면 내가 무너질 것 같아서 붙잡게 되는 대상. 그리고 바로 그때부터 합리화가 시작된다.


'하지만, 바로 그런 순간이기에 더욱 해야만 한다. 일부러 믿어버리자. 애써 강하게 마음먹으며. 완전히 몰입해, 시야를 점점 좁혀가면서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도록...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다시 그 고독한 방 안에서 인스턴트 미소된장국의 찌꺼기를 휘젓고만 있게 될 것이다.'


합리화가 한겹 한겹 쌓일수록 사람의 시야는 좁아진다. 더는 멀리서 바라볼 수 없다. 가까이, 조금 더 가까이 그 대상에게 다가가고 싶어지니까. 집착할수록 주변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마침내, 오로지 그 대상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믿는 눈만 남게 된다.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이미 명백하게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에겐 지금까지 해온 선택들이 또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근거가 된다. 그러니 멈춰야 할 이유보다 계속 나아가야 할 이유만 점점 많아지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속으로 외쳤다. '제발 그만해!', '됐으니까 이제 거기서 멈춰!' 그런데 괴로운 건, 그러면서도 왜들 저러는지 너무 잘 알것 같았기 때문이다.


외로울 때 사람은 자신을 설명해 줄 서사를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가. 마침내 닮은 서사를 찾고 그것이 자신을 구원했다고 믿게 되었을 때, 인간은 그 대상에 어디까지 자신을 넘겨줄 수 있을까. 아니, 어디까지 자신을 불태워 버릴 수 있을까.


"가장 큰 금기는 내가 남아도는 거예요. 나 자신을 다 써버리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에 손에 넣을 수 있는 유일한 정답이자 '행복'이니까요."


이 소설이 남긴 것은 광신에 대한 공포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것이 결코 특별히 이상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람은 누구든 외로울 수 있고, 누구든 무언가를 간절히 사랑할 수 있으며, 자신을 받아주는 세계를 만났을 때 안도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어느 순간 '그것을 좋아하는 것'과 '그것 없이는 내가 아닌 것' 사이의 경계를 잃어버리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서가 어떤 느낌인지는 알 수 없지만, 번역도 상당히 잘 된 소설이라고 느꼈다. 인물의 감정과 생각이 변화하는 과정히 단순히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문장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묘사되고 축적된다. 덕분에 나 역시 읽는 내내 인물들의 사고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갈 수 있었다.


이해하고 싶지 않은데 이해하게 되고, 멈추라고 외치면서도 왜 멈추지 못하는지를 조금은 알 것 같은. 그 불편한 이해가 오래도록 남는 좋은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줄을 공유하며 마무리하고 싶다.


'뭔가에 중독되어야 덜 괴로운 법이다, 인생은.'


#인더메가처치 #아사이료

YES마니아 : 로얄 e******2 2026.08.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