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이 책을 사기 전에는 조금 의외였습니다. AI에게 공문서 작성까지 시킬 수 있는 시대에 굳이 공문서 작성법을 책으로 배워야 하나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읽고 나니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AI가 공문서를 잘 써주는 시대일수록 공문서 작성법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습니다. AI에게 문서를 작성해 달라고 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AI가 만들어준 문서가 우리 대학의 규정에 맞는지, 근거가 정확한지, 결재권자의 입장에서 빠진 내용은 없는지, 표현 하나 때문에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는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결국 AI 시대에 필요한 능력은 ‘문서를 대신 써주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쓴 문서를 검증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좋았던 것은 단순히 “이렇게 쓰세요”라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목, 항목, 근거, 날짜와 시간 표기 같은 기본적인 원칙부터 전자결재와 위임전결, 개인정보 보안, 결재권자의 시선에서 문서를 바라보는 방법까지 실제 대학 행정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의 행정업무운영편람을 대학 현장의 언어로 풀어놓은 점도 실무자에게는 상당히 유용합니다.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공문서는 글쓰기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의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문장 하나를 예쁘게 만드는 것보다 왜 이 문서를 작성하는지, 무엇을 근거로 하는지, 누가 읽고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신입 직원에게만 필요한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몇 년 동안 공문서를 써온 사람에게 더 유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공문서를 어느 정도 쓸 줄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생기는 습관과 착각을 점검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에게 공문서를 맡길 생각이라면 오히려 먼저 읽어야 할 책. 그리고 AI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대학에서 공문서를 작성하거나 결재하거나 검토하는 사람이라면 책상 가까이에 두고 필요할 때 찾아볼 만한 실무서라고 생각합니다. 공문서를 ‘잘 쓰는 법’보다 공문서를 ‘제대로 판단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