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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책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책" 내용보기
처음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재미있는 판타지 동화인 줄 알았다. 창 밖으로 고개를 삐죽이 내민 초록눈 용은 분명 비상을 꿈꾸는 듯 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음이 왜 그렇게 무거운지.. 흑백의 그림들 중 어둡컴컴한 거실에서 혼자 웅크리고 앉아 텔레비젼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이의 모습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도키오는 남 몰래 용을 키우는 아이다. 세상의 전부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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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재미있는 판타지 동화인 줄 알았다. 창 밖으로 고개를 삐죽이 내민 초록눈 용은 분명 비상을 꿈꾸는 듯 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음이 왜 그렇게 무거운지.. 흑백의 그림들 중 어둡컴컴한 거실에서 혼자 웅크리고 앉아 텔레비젼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이의 모습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도키오는 남 몰래 용을 키우는 아이다. 세상의 전부였던 엄마가 죽고 없는 자리를 용이 대신하고 있다. 용은 일곱 살 도키오의 눈에만 보이는 존재다. 어느 날 우연히 도키오가 용을 키운다는 말을 들은 형은 용의 존재를 부인하면서도 그동안 방치해 왔던 동생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 밤 8시전에는 들어온 적도 없던 형이 동생과 함께 밥도 먹고 바다에도 가고 깡통놀이도 하며 놀아도 준다. 사실 형은 도키오가 엄마를 잃고 힘들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동생에게 무관심했다. 형은 형대로 큰 상처를 안고 살았기에 애써 자신외에는 관심을 가질려고 하지 않았다. 엄마가 병약한 동생에게만 관심과 사랑을 주고 형에게는 형이라고 참으라고만 했기에 형은 엄마의 관심 밖에서 살아야 했고 가족의 울타리를 부정하고 살 수 밖에 없었다. 동생까지 외면하면서 말이다. 도키오에게는 아버지도 있었다. 그러나 그 아버지도 도키오에게 관심을 가져 줄 여력이 없었다. 아버지는 오로지 회사를 위해 평생을 몸 받쳐 충성해 온 분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병이나 병원을 다니지만 가족은 아무도 모른다. 대화가 단절된 가족은 함께 있어도 가족이 아니다. 따로따로 삶을 사는 동거인에 불과한 것이다. 외로운 섬같은 가족들. 그런 가족 속에서 도우미가 차려주는 밥을 혼자 먹고, 혼자 텔레비젼을 보고, 오락을 하는 도키오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모습이다. 그런 도키오에게는 엄마를 대신해 줄 수 있는 용이 필요했을 것이다. 도키오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한 날 아침, 도키오는 사라진다. 맨발에 잠옷차림으로 아들을 찾아나선 아버지와 형은 도키오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무관심 했는가를 깨닫는다. 아파트 14층 옥상에서 도키오를 발견한 그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도키오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의 관심과 따뜻한 사랑이었음 깨닫는 순간이다. 그러나 책은 행복한 결말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이사간 뒤 도키오 가족이 얼마나 화목하게 살고 있는지는 말해주지 않고 마당 넓은 집으로 이사가서 아직 용과 함께 산다는 얘기만 들려준다. 그리고비록 2시간이나 걸리는 장거리 통학생이지만 목표를 향해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형과 그동안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고 도키오를 돌보며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는 아버지의 얘기만 나온다. 책에는 엄마가 죽고난 뒤 도키오의 상처와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그리고 말을 잃을 정도로 힘들었던 6개월간의 도키오의 행적과 그 뒤 어떻게 말을 찾고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도우미의 도움이 있었다는 한 줄 글로는 많이 부족하다. 분명 6살 아이가 엄마를 잃고 가족의 보살핌이 없이 방치되다시피 살았는데도 말이다. 희망적이라는 암시만 남긴채 가족의 변화에 대해 자세히 보여주지 않는 이유는 뭘까? 아직도 용과 함께 산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아직도 이야기는 진행중이란 말인가? 그렇다 위기의 가족이 하루아침에 행복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서로의 노력이 좌충우돌 타협의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독특한 것은 중학생 형의 눈에 비친 동생과 그 가족 얘기가 절제된 언어로 아주 담담하게 보여준다는 것과 용에 대한 언급, 그리고 아픈 아이를 둔 엄마는 한 아이를 돌보기 위해 다른 아이에게는 곁을 내줄 겨를이 없기에 다른 아이도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사실 책을 읽는 동안 도키오가 키운다는 용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단순한 도키오의 상상속 친구쯤으로 여겼다가 옥상 난간에서 형의 눈에 비친 용의 모습은 도키오의 상상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분명 용은 실존의 의미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큰 듯하다. 누구나 살다보면 힘들 때가 있고 그 때 위로가 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듯이 용은 도키오에게도 그런 존재였으며 동생을 이해하는 순간 형의 눈에도 보였던 것은 엄마를 잃은 공통의 아픔을 가진 가족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책을 보는 내내 가족해체의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사회의 씁슬한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지만 가족이란 맘만 먹으면 화해할 수 있고 서로의 상처을 이해하고 보듬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오랫만에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책과의 만남이었다.
0***m 2006.10.24.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어머니·곁님·여자’ 없는 집에 세 남자 (용과 함께)
"‘어머니·곁님·여자’ 없는 집에 세 남자 (용과 함께)" 내용보기
어린이책 읽는 삶 135‘어머니·곁님·여자’ 없는 집에 세 남자― 용과 함께 하나가타 미쓰루 글 이선민 그림 고향옥 옮김 사계절 펴냄, 2006.1.18. 7500원  하나가타 미쓰루 님이 쓴 어린이문학 《용과 함께》(사계절,2006)를 읽으면 세 사내가 나옵니다. 먼저 초등학교 일학년인 사내 아이가 나오고, 중학교 일학년인 사내 아이가 나옵니다. 여기에 이 두 사내 아이를 돌보는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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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35



‘어머니·곁님·여자’ 없는 집에 세 남자

― 용과 함께

 하나가타 미쓰루 글

 이선민 그림

 고향옥 옮김

 사계절 펴냄, 2006.1.18. 7500원



  하나가타 미쓰루 님이 쓴 어린이문학 《용과 함께》(사계절,2006)를 읽으면 세 사내가 나옵니다. 먼저 초등학교 일학년인 사내 아이가 나오고, 중학교 일학년인 사내 아이가 나옵니다. 여기에 이 두 사내 아이를 돌보는 아버지가 나와요.


  한집에 세 사내만 있는데, 아버지는 바깥일을 하느라 바빠서 집에는 ‘돌봄이 아줌마’를 둡니다. 두 아이는 어머니 손길이나 따스한 눈길은 하나도 받지 못하면서 마치 세 사람이 ‘남남’이라도 되는 듯이 지내요. 세 사내는 서로 말을 섞는 일조차 없고, 얼굴을 마주보는 일조차 드문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합니다.



우리 집은 반 년 전,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마마 보이였던 여섯 살짜리 남동생은 그 충격 때문에 맛이 가서…… 그러니까 문학적으로 말하면 슬픔이 너무 커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고, 아무하고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 어두운 반 년 간을 거쳐 요즘에야 겨우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11쪽)



  세 사내는 처음부터 남남처럼 지내지는 않았으리라 느껴요. 그러니까, 이 이야기를 이끄는 중학교 일학년 사내 아이 목소리가 밝히듯이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죽기 앞서’까지는 집에서 조잘조잘 떠들고 웃음이 흐르며 노래가 감도는 나날이었으리라 생각해요. 어머니가 죽어서 이 집을 떠난 뒤로는 하루아침에 말도 수다도 이야기도 웃음도 노래도 모두 사라졌구나 싶어요.


  이 집안에서는 말도 수다도 이야기도 웃음도 노래도 사라진 뒤에 더 크게 사라진 한 가지가 있어요. 바로 막냇동생한테서 거의 모든 말이 사라진 대목입니다. 더욱이 이런 막냇동생을 두고 큰아이나 아버지는 제대로 눈길을 두지 못해요. 마음을 쓰지도 못하고, 선뜻 말을 걸지도 못합니다. 함께 나들이를 다니지도 못하고, 다 같이 누리는 즐거움을 누리지도 못해요.



“저어, 네 애완동물 용…… 뭐였지? 으응, 포치였던가? 저어, 그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 알려 줄 수 있겠니……?” 스파게티를 입 속으로 밀어넣던 도키오가 얼굴을 들었다. 조금 전까지와는 정반대로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형, 포치를 싫어하지 않았던 거야?” (24쪽)


“그때 말이야, 내가 기운이 쑥 빠져 있으니까 엄마가 애완동물 가게에서 알을 사두 주셨어. ‘이건 그냥 알이 아냐. 용의 알이야.’ 하면서. 나는 날마다 소중하게 품어 주었어. 그랬더니, 어느 날 알에서 진짜로 아기 용이 나왔어.” (30∼31쪽)



  아버지는 회사에 오래 머물면서 ‘곁님 잃은 슬픔하고 아픔’을 달랩니다. 형은 학교에서 노래패(밴드)를 하면서 ‘어머니 잃은 슬픔하고 아픔’을 다스립니다. 두 사람은 둘 나름대로 슬픔하고 아픔을 달래거나 다스릴 만한 길이 있는데, 이제 초등학교 일학년인 막냇동생은 슬픔하고 아픔을 달래거나 다스리는 길을 모릅니다. 한집에서 지내는 형이나 아버지는 이 아이를 달래 주거나 다스려 주지 않습니다. 따스히 품어 줄 겨를이 없을 만큼 두 사내도 슬픔하고 아픔이 커요. 어머니 품을 넉넉히 누려야 할 아이가 어머니 품을 더 누리지 못하는 허전함을 한집 사내들이 조금도 헤아려 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중학교 일학년밖에 안 되는 형이 동생을 잘 달래 줄 만큼 슬기롭거나 똑똑하지 않습니다. 중학교 일학년인 형도 중학생이기 앞서 어머니를 잃은 슬픔하고 아픔이 크지요. 형도 어머니 사랑을 더 받고 싶었을 테지요.


  어버이요 어른이라 할 아버지는 이제껏 집안일이나 집살림을 맡아 본 적이 없으니 돌봄이를 둡니다. 그렇지만 정작 스스로 집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하나도 모르고, 조금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 집안일이나 집살림을 생각해 본다면 ‘죽고 없는 곁님 빈자리’를 더 느낄 수밖에 없어서 괴로우니까 등을 돌리는지 몰라요.


  이리하여 어린 막냇동생은 혼자 웅크립니다. 혼자 꿈누리를 헤맵니다. 형한테도 아버지한테도 말을 걸지 않고, 오로지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합니다.



내가 먼저 가자고 해 놓고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뭣하지만, 형제끼리 단둘이 외출한 것은 난생 처음이어서 꽤나 거북했다. (42쪽)


나는 그제야 내가 지나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른답지 못했는지도 몰라, 하고 후회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잘 모른다. 나는 유치원 선생님이 아니니까. (56∼57쪽)



  떠나고 없는 사람을 그리느라,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이 어떤 마음인가를 서로서로 모릅니다. 형은 동생 마음을 모르고, 아버지는 작은아이 마음을 모릅니다. 게다가 동생도 형이나 아버지 마음을 모르고, 아버지는 큰아이 마음마저 몰라요. 세 사내는 서로서로 마음을 열지 않은 채 지냅니다. 한집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사이입니다만, 밥과 잠을 빼고는 아무것도 나누지 못하는 사이예요. 따스함도 즐거움도 웃음도 노래도 없으니, 먹고 자기는 하지만, 집이 집다울 수 없는 흐름이요 얼거리입니다.


  막냇동생은 꿈속에서 어머니가 저한테 주었다는 ‘용 알’을 품어서 ‘새끼 용’이 태어나도록 했다고 말합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용이 곁에서 늘 함께 있다고 여깁니다. 막냇동생은 용한테 ‘포치’라는 이름을 지어 줍니다. 형은 이런 동생을 바보스럽게 여기지만, 시나브로 동생 마음을 느낍니다. 동생한테 한 걸음씩 다가서려 합니다. 동생도 저한테 다가서려는 형을 느끼고는, 동생 나름대로 형한테 한 걸음씩 다가서려 해요. 그렇지만 아버지는 큰아이한테도 작은아이한테도 다가서지 못합니다. 작은아이한테 ‘정신병(비정상)’이 생겼다고 여겨서 시설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은아이하고 말을 섞거나 마음을 나눌 생각은 안 하는 채, 아버지다움이나 어버이다움이나 어른다움 모두 놓치거나 잊고 말아요.



아버지가 눈길을 돌렸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 얘기는 하지 말아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화를 내고 있다. 왜 그런 중요한 일을 진작에 말하지 않았는가, 하고.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중요하다니…… 포치에 대해서보다 그런 것이 더 중요할까. (76쪽)


“그 얼굴은 뭐냐? 잠깐이라고 했잖아, 잠깐이라고……. 저 녀석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아버지가 나에게서 눈길을 돌린다. ‘정상이라는 게 무슨 말이야, 정상이?’ 나는 나 자신에게 묻교 있다. “저 녀석은 충분히 정상이잖아요. 엄마가 죽은 충격 때문에 이상해진 건, 충분히 정상적인 반응이잖아요.” (88∼89쪽)



  ‘어머니·곁님·여자’ 없는 집에서 세 남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어머니가 없으니, 곁님이 없으니, 여자가 없으니, 그저 멀뚱멀뚱 얼굴만 쳐다보다가 나중에는 얼굴조차 안 보고 살아도 될까요? 조금씩 마음을 열 실마리를 스스로 찾으면서 어깨동무를 하는 길을 걸을 수 있을까요?


  어린이문학 《용과 함께》를 읽으면, 막냇동생은 ‘늘 곁에 있는 용’을 따라서 하늘로 뛰어오르려 합니다. 건물 옥상에서 ‘용이 부르는 손짓’을 따라서 참말로 하늘로 뛰어오르려 하지요.


  아버지는 이때까지 작은아이 마음을 하나도 모르는 채 ‘어른으로서 느끼는 슬픔하고 아픔’만 생각하느라 넋이 나갔는데, 이 모습을 보고는 머릿속이 와장창 무너집니다. 이제 보아야 하는 줄 알아차리지요. 이제 작은아이를 바라보아야 하는 줄 깨닫지요. 곁님이 없는 자리에 작은아이까지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를 비로소 느끼지요. 떠나서 없는 사람만 생각하느라 막상 바로 옆에서 사랑을 바라면서 기다리는 아이를 안 쳐다보면 어떻게 되는가를 온몸으로 찌릿찌릿 배우지요.


  갑작스레 떠나고 만 사람을 그리는 마음은 누구한테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떠난 사람만 있지 않아요. 곁에 있는 사람도 있어요. 아이들은 곁에서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기다려요. 아버지요 어버이인 자리에서는 ‘떠난 사람 생각’에만 얽매일 틈이 없습니다. 아버지요 어버이인 자리에서도 슬픔과 아픔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아이들이 느낄 슬픔하고 아픔을 헤아릴 몫이 바로 아버지요 어버이인 사람한테 있습니다.


  마음이 다친 아이를 달랠 사람은 바로 어버이입니다. 마음이 아픈 아이를 어루만질 사람은 바로 어버이예요. 어린이문학 《용과 함께》는 세 사내가 한집에서 어떻게 새로 일어서면서 씩씩하게 살림을 가꿀 수 있는가 하는 대목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을 수 없는 삶을 그리고, 아이도 자라며 어른도 함께 자라면서 생채기를 돌보는 삶을 그려요. 4349.2.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어린이문학 비평)



h*******e 2016.02.06. 신고 공감 1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용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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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일학년, 초등학교 일학년, 중년인 아빠... 이 세 명이 가족의 전부인 도키오 가족은 반 년전에 엄마를 잃었다. 그것도 교통사고로~. 아무 것도 준비가 되지 않은 마마보이인 도키오는 그 충격으로 말을 잃어버렸다가 겨우 이제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데, 어쩐지 공부할 마음이 나지 않는 중학교 일학년인 나는 모든 일에 흥미가 나지 않았다. 어차피 돌아가신 엄마야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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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일학년, 초등학교 일학년, 중년인 아빠... 이 세 명이 가족의 전부인 도키오 가족은 반 년전에 엄마를 잃었다. 그것도 교통사고로~. 아무 것도 준비가 되지 않은 마마보이인 도키오는 그 충격으로 말을 잃어버렸다가 겨우 이제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데, 어쩐지 공부할 마음이 나지 않는 중학교 일학년인 나는 모든 일에 흥미가 나지 않았다. 어차피 돌아가신 엄마야 여섯 살이나 어린 동생 차지였으니 특별히 이런 이상한 기분이 엄마가 돌아가신 것과는 상관이 없을 거였다. 하지만 학원도 땡땡이 치고, 밴드 연습도 나가기 싫고, 여덟 시가 훨씬 넘어서야 집에 들어가던 이전과는 달리, 이제는 여섯 시면 집에 기어들어온다. 이게 웬일인 걸까.... 이래 봬도 이상하게 되기 전까지, 나는 가나가와 현에서 도쿄 중심지에 있는 유명 사립학교에 다니는 장거리 통학생이었다. 뭐, 그만큼 공부를 잘했단 말씀이지, 흠흠.

 

그런데 내 의욕 저하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났다!! 말을 안 하다가 이제 겨우 하기 시작한 것은 좋은데, 도키오가 집에 왠 애완동물을 기른다느니, 그것이 용이니 하는 헛소릴 지껄이지 않는가. 마마보이였던 도키오가 엄마를 잃고 얼마나 큰 충격에 휩싸였을지는 이해는 가지만, 이렇게까지 망가져야 하는 걸까. 하지만 이게 왠걸? 나는 얼떨결에 그 아이의 말을 받아주고 말았다.

 

“저어, 네 애완동물 용 ...... 뭐였지? 으응, 포치였던가? 저어, 그에 대해서 좀 알고 싶은데, 알려 줄 수 있겠니?”

 

심지어 불러오겠다고 하는 녀석에게 이렇게까지 망가졌다. 헉!!

 

“아, 아냐, 됐어. 형은 보기와 달리 꽤 낯을 가리는 편이라, 처음 보면 몸이 얼어붙어서...”

 

집에 오는 길에 요코하마 역 구내 서점에서 산 상담책의 지도를 받아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고, 도키오에게 말을 시키니 그 포치라는 놈은 반 년전 도키오가 잃어버린 개를 주워왔다가 아빠에게 혼난 후부터 우리 집에 왔다고 한다. 엄마가 용의 알을 주셨다나 뭐라나~ 어쨌든 잃어버린 엄마 대신 잔소리도 하고, 감시 비슷한 것을 하는 포치는 도키오에게 유일한 친구인 듯 했다. 그러니까 과대망상, 자폐 뭐 그런 거 아니야? 어쩌지? 아빠에게 말해야 하나?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에 일어난 나를 보는 도키오가 예사롭지 않다. 하긴 이 시간에 일어난 것 자체가 기적이긴 하다. 계란 프라이를 해주고는 도키오를 데리고 야외로 나가서 놀았다. 그러니까 생애 처음으로 둘이 논 시간이었다. 왜 데리고 나갔을까? 겁만 많아서 귀찮게만 하는 동생인데... 어릴 적부터 병이란 병은 다 가지고 있어서 엄마를 독차지해버린 녀석이라 무시해버리기로 했는데... 나도 엄마가 필요했다고!! 나에게도 엄마가!! 하지만 엄마는 도키오에게 그랬단다, 형과 아빤 완벽해서 엄마가 필요없다고~ 뭐야, 엄마! 엄마가 먼저 그랬잖아, 나는 형이라서 참아야 한다고. 나도 엄마가 필요해!!

 

아빠에게 도키오에 대해 말씀드렸다. 그 녀석 용이란 망상 동물을 가지고 있다고. 평소에는 괜찮냐는 말은커녕 안부 인사도 가당치 않아 하시는 아빠께선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약한 모습을 보이셨다.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맡으셨는데 사람을 자르는 일이 어렵다나 어쩐다나.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도키오가 아닌가. 내 말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던 아빠는, 도키오의 학교에서 온 부모 소환장에 길길 날뛰셨다. 아직까지 글도 알지 못하고 의욕 없고 친구도 없는데 가끔 광분해서 날뛰는 도키오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엄마가 돌아가셔서 그런 반응은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냐고 정신병원에 넣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니냐고 막아보려지만, 아무도 돌봐주지 못하는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병원에 가는 날, 그 녀석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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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죽음으로 상실감을 겪지도 못한 채 돈을 벌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아빠, 어린 동생 때문에 엄마를 잃어버린 듬직해야만 하는 장남, 그리고 어린 마음에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용을 만들어낸 도키오... 각자 상처가 있어서 정상적인 삶을 만들어가지는 못하면서도 서로 보듬어주지도 못하는 가족입니다. 아마도 구심점이었던 엄마가 안 계셨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엄마가 계셨어도 그 상처가 보듬어졌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가만 보면 엄마가 살아계셨을 때부터 아빠는 저녁조차 집에서 드시지 못할 정도로 일에 치여 사셨거든요. 아마도 그것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하나의 몸부림이었을 뿐, 다른 이유는 없었을 겁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무뚝뚝했던 것이 아니라 일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니까요. 그리고 엄마에겐 장남이 아주 듬직하게만 보였나 봅니다. 그도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아직 어린 아들인데 말이죠.

 

각자의 위치가 주는 책임감과 고난이 이 가족을 서로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도키오에겐 형은 위대한 사람이고, 엄마는 필요없는 존재일 뿐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형은 아빠를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엄마도 장남을 그렇게, 남편을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그들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날이 올까요? 저는 이미 왔다고 생각합니다. 장남이 평소와 다르게 집에 일찍 들어온 날부터, 무언가가 소통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여섯 날이나 어린 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했던 그의 시작이 아마도 그들을 더욱 강하게 결속하게 만들어 줄 겁니다. 아마도 이것이겠지요. 상대방을 이해하는 한 마디 말이나 행동, 그것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아, 어쩌면 엄마의 자리가 빈 그 그것이 겉으로는 완벽하게만 보였던 이 가족이 뭔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모든 것을 참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인내하셨을 테니까 가족 내의 보이지 않는 균열이 나중에는 어마어마하게 커져서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몰랐는데 말이죠. 가족은 하나의 유기체일 순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유기체 중에서도 표현하지 않으면 소외라는 병으로 인해 한 지체를 잘라내야 하는 순간이 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자식들을 다 키운 뒤에 엄마에게 찾아오는 공허감은 무시할 수준이 못 되겠지요. 가끔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엄마의 인생은 도대체 무엇일까 하고 말이죠. 자식들이 인생을 경험하고 자아를 실현할 동안 그녀의 자아는, 인생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를 말이죠. 이 동화는 분명 가족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엄마에 대해서도 말해주고 싶어요. 아니면 묵묵히 일만 하시는 아빠에 대해서든지요. 요즘 속으로 눈물 흘리는 부모가 많은 것 아시나요? 내 새끼 잘 되라고 제 살 깍아먹는 부모이시기에 그렇습니다. 우리 부모님의 마음은 언제쯤이나 헤아려질지 모르겠습니다.

j*****3 2011.03.1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내 아픔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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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용과 함께'라는 제목의 이 책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줄거리를 읽는 순간, 가슴이 멍해졌다. 마치, 내 동지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금방 내 손아귀에 들어왔다. 숨도 쉴틈없이 바로 펼쳐든,내가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내 과거와 용을 키우는 소년 도키오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어린 도키오는 엄마를 잃고 가족마저 무심했던 시간동안 용을 키웠다.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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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용과 함께'라는 제목의 이 책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줄거리를 읽는 순간, 가슴이 멍해졌다. 마치, 내 동지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금방 내 손아귀에 들어왔다. 숨도 쉴틈없이 바로 펼쳐든,내가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내 과거와 용을 키우는 소년 도키오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어린 도키오는 엄마를 잃고 가족마저 무심했던 시간동안 용을 키웠다. 빛나는 금빛 눈과 아름다운 비늘을 가진 용은 결코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하지만 도키오는 용을 가졌다. 도키오 자신이 정말 원했던 것은 이 세상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도키오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날, 사라졌다. 그제서야 용의 존재를 인정하는 형과 도키오에 대한 사랑을 무관심으로 일관한 아버지의 아픔이 드러났다.

 

 '어릴적에 내 옆에 내가 생각하고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난 어떤 사람이 되어있었을까?'라고 지금도 종종 나에게 묻는다.

  그러나 나에겐 그런 행운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가족이 도리어 나에게 큰 짐이 되었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때 어린 나도 도키오처럼 용을 키웠으면 좋을련만 귀신만 키운 것 같다. 귀신을 키우는 아이인 나는 늘 밤이 두렵고 외로웠다.

  읽는 내내 가슴이 아려왔다. 난 이미 어른이고 귀신마저 쫒아버린 나이인데......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은 누구에게나 깊은 상처다. 그게 상처인줄 인정하는 순간부터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처방도 내릴 것이다.

 

  지금 주위를 돌아보아야 겠다. 나로 인해 용을 키우는 사람이 없는지......

j******a 2008.11.0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