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이치가 원래 그러하듯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그 무엇’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예를 들면 김치와 된장! 아무리 맛있고 아무리 몸에 좋다한들 한국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 인도인 노동자에게 있어서는 짜파티를 커리에 찍어먹는 맛에 비하겠는가. 전라도 사람들이 군침을 흘리는 홍어! 타지역 사람들은 왜 고개를 돌리겠는가. 관세음보살 같은 우리 엄마! 콩나물 가게 아줌마는 나랑 생각이 좀 다르지 않겠는가. 물론 예외가 있긴 하다. 예를 또 들면 법구경(法句經)! 어찌나 좋은 말인지 모든 사람이 다 좋다고 한다. 법구경을 모르는 사람은 빼고. 용도가 좀 다르긴 했지만 ‘친절한 금자씨’ 마저도 좋아하지 않았던가. ‘마지막 은둔의 땅, 무스탕을 가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어서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그런 책은 아니다. 물론 나는 이 책에 별 다섯 개를 준다. 열 개를 줄 수 없어서 유감스러울 정도로 재미있고, 유익하고, 사진 멋지고, 표지 모델이 예뻐서(?) 들고 다녀도 때깔 난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스탕을 모르기 때문에 우쭐거릴 수도 있다. “니가 무스탕을 알아?” 이렇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 대로 모든 사람들에게 다 좋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보다 사진을 더 잘 찍는 사람을 만나면 배가 아픈 사람, 이런 분은 이 책을 사지 않는 게 좋다. 책을 덮고 나서 석달 열흘은 배를 잡고 뒹굴게 될 거니까. 자신보다 글을 더 잘 쓰는 사람을 만나면 우울증이 나타나는 사람, 이런 위인은 이 책을 읽지 않는 게 좋다. 읽고 나면 ‘Gloomy Sunday’가 듣고 싶어질 거니까. 도시에서 나고 도시에서 자라 온실의 화초 같은 사람, 이런 사람도 이 책을 보지 않는 게 좋겠다. 떠나지도 못하면서 공연히 자학하게 될 거니까. 우리나라 음식이 아니면 소화를 못시키는 사람, 이런 부류도 참아야 한다. 여행이란 색다른 음식문화도 체험하게 되는 것인데 거기 가면 음식으로 인해 죽도록 고생만 할 거니까. 히말라야에 다녀온 사람 가운데 이젠 거기를 잊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런 유형은 책장을 열어보는 것조차 삼가야 한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자기 가슴 속에 마치 마그마처럼 살아숨쉬는 히말라야가 웅크리고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될 거니까. 마지막으로! 때때로 가슴 깊은 곳에서 까닭 없이 바람이 이는, 이런 인물은 이 책과의 거리를 2미터 이상 유지하는 게 좋다. 이 책을 잡는 순간 그 바람은 태풍이 될 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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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정복기과 네팔에 관련된 여행기는 우리나라에 꽤 나와있는 편입니다만, 이 책은 네팔 중에서도 특수구역으로 지정되어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무스탕이란 곳에 대해서 다룬 책입니다. 새로운 탐험지에 대한 소개라는 점에서 일단 눈길을 끌었지요. :)
책 표지는 상당히 강렬한 눈빛을 가진 어떤 여인의 독사진입니다. 어쩌면 짐짓 무겁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 사진인데, 글을 읽다 보시면 이 사진에 상당히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다른 수록 사진들 중에도 멋진 것들이 많아서 처음에는 왜 하필이면 이 사진이 표지일까, 라는 생각을 좀 했었는데 글을 읽다 보니 이해할 수 있더군요. :)
이 책은 가장 큰 특징은 깔끔한 문체로 씌여진 지적인 글과, 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대자연을 찍은 멋진 사진들입니다.
일단 여행기를 쓰신 백경훈 씨는 카피라이터로 일하시다가 시인으로 전향하신 분입니다. 시인답게 쉽게 자연에 공감하고 감동을 진하게 느끼시는지 책의 장마다 독특한 비유가 곁들인 감탄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여행기 중간 중간에 인용된 유명한 작가들의 구절들 - 이를테면 니체나 시인 고정휴 씨나 로버트 헤릭의 시 등 - 은 어쩌면 가볍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 여행기에 지적인 즐거움도 함께 즐기도록 해 줍니다. 또한 자연의 풍경을 묘사만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감동도 함께 느낄 수 있답니다. :)
사진도 물론 굉장합니다. 자연 풍광은 물론이고, 소박하고 무표정한 무스탕 내의 사람들, 그리고 무스탕의 건물과 풍습에 대한 사진들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거의 매 장마다 사진이 한개씩 실려있는 꼴인데, 글의 내용과 어우러져 더 깊은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여행기만 읽어서는 무스탕의 아름다움이 추상적으로만 다가올 테고, 사진만 봐서는 무엇이 어떻게 멋진지 표면적인 것밖에 알 수 없을텐데 사진과 글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요즘 정말 가볍기만 하고 흥미 위주의 여행기도 많이 나옵니다만, 이 여행기는 깊이와 흥미를 모두 갖춘 참신한 책으로 추천드립니다. :) [인상깊은구절] 미움이 ''신''이다. 천길 벼랑길이 ''신''이다. 마부 아저씨의 헤벌린 웃음이 ''신''이다. 검붉은 산협, 쵸세르의 동굴이 ''신''이다. 포터들의 무릎이 ''신''이다. 대협곡이 ''신''이다. 검은 물길, 카리간타키 강의 굉음이 ''신''이다. 절망이 ''신''이다 바람이 ''신''이다. 다리 후들거리던 오르막이 ''신''이다. 아카바드의 밀가루 반죽이 ''신''이다. 탕게의 밤이 ''신''이다. 구름 위로 치솟은 히말라야 연봉들이 ''신''이다. 분노가 ''신''이다. 밤길, 삼툭의 독경 소리가 ''신''이다. 먼지 뒤집어쓴 배낭이 ''신''이다. 거친 물살 속, 고딸다리의 등이 ''신''이다. 겨운 짐에 비뚝거리는 말 무릎이 ''신''이다. 파상의 심성이 ''신''이다. 나그네의 술잔에 발라 준 버터가 ''신''이다. 손바닥조차 보이지 않는 흑암이 ''신''이다. 미름 모를 처자의 눈동자가 ''신''이다. 청청히 나부끼는 산머리의 룽다가 ''신''이다. 험로 장정 끝에 얻은 희미한 미소가 ''신''이다. 무스탕 천공. 거기, 모든 평태 속에 ''신''이 은둔해 있었다. 나는 잠시, ''신''과 동행했다. - 책을 읽어 보시면 저 싯구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 |
| 책을 인터넷 서점에 주문해놓고 목이 빠져라 기다렸던 책이었다. 서너 시간이면 읽을 샘으로 덤벼들었는데... 사진만 우선 먼저 보고, 다시 글과 사진을 맞춰가며 읽다보니.. 꼬박 하루가 걸렸다. 나의 책읽는 속도가 좀 느리기도 하고. 옥인동동님의(이겸)의 사진은 예상대로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그는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무스탕에서 바닷속을 걸었다'' 고 했다. 책의 중간쯤에 있는 무스탕 천공의 사진을 보면서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무스탕은 바닷속이었구나.. 수심 4,300미터 그 아래 바다 속! 그 바닷속엔 파이프오르간의 협곡이 있고, 바위동굴이 있고, 포플러 나무 마을이 있고, 야크떼가 달리며, 붉은 절벽 닥마르- 아, 거기 꿈처럼 넘실대는 메밀밭까지... 그리고 현지인들의 착한 미소.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난 은둔의 바닷속에는 그렇게 신(神)과 가까운, 신(神)의 모습을 간직한 것들이 있었다. 사진과 글은 그런 모습들을 친절하게, 가끔은 격정적이게 보여주었다. 몇번의 네팔여행을 통한 필자의 해박한 지식은 이 글을 빛나게 해주었다. 필자와 이겸님의 캠프팀들에 대한 측은지심도 종종 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마음은 서로 주고 받는 것이라 했던가! 삼툭을 비롯한 캠프팀들의 따듯한 마음과 배려도 또한 그러했다. 그러한 감동들이 여행에서 없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이며... 여행기에 담겨 있지 않다면, 얼마나 헛헛하겠는가.. 다만 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감정을 과장되게 은유하는 진부함이 간혹 글 속에 담겨 있어서 여행기의 담백한 맛과 독자의 상상력을 조금 방해했다는 것. 자신의 존재를 만나기 위해.. 20여일동안 고강도의 트래킹을 감행했던 두사람. 신의 축복이 없었다면, 어찌 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와 영상을 이렇게 편히 앉아 만날 수 있었겠는가... 아, 참으로 독자의 권리란 행복한 일임을. 이 또한 신의 축복임을! 은둔의 바닷속에서 일렁거리는 붉은 메밀밭- 무스탕.. 언젠가는 가야지.. 그러한 염원과 함께.. 가슴 한켠, 지도 하나를 넣어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