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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에서 일어나는 물질대사는 크게 동화작용과 이화작용으로 구분한다. 동화작용의 대표는 광합성, 이화작용의 대표는 호흡이다. 이 두 과정에 이용되는 물질과 만들어내는 산물은 동일한 원소이다. 전자를 주고받으며, 즉 산화와 환원을 반복하며 물질의 결합 방식이 바뀐다. 이 과정들을 통해서 에너지를 저장하고, 혹은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다른 부수적인 것들을 무시한다면 생명체가 하는 일은 이게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홍표 교수가 《산소와 포도당, 그리고 물질대사의 기원》이라는, 어찌 보면 간단하고, 또 어찌 보면 난해한 제목의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은 이게 다다. 이게 전부라고 하는 게 과하다면, 이걸 뼈대로 살을 붙였다. 물론 그 살이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일반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쉽지도 않다. 이 책에서 중심에 삼는 원소는 (당연하게도) 탄소와 산소다. 생명체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탄소를 뼈대로 삼는 포도당을 중심에 놓고 있다. 어떻게 해서 생명체가 포도당을 보편적인 에너지 물질을 삼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포도당을 중심으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간다. 그러니까 포도당을 합성하는 과정, 즉 광합성과, 이 포도당을 산화하는 과정, 즉 호흡이다. 앞에서 말한 물질대사다. 김홍표 교수는 책의 전반부에 이 포도당이 어떻게 합성되는지를 아주 자세히 설명하고 있고, 포도당으로부터 전개된 놀라운 생명체의 다양성을 소개하고 있다. 알칼로이드, 콜레스테롤, 카베올라 등 생명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면서 무수한 변이를 가져온, 즉 지구상의 화려한 생명체의 역사를 만들어온 물질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을 소개한 후, 결국에는 산소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사실 산소에 대한 이야기도, 그냥 산소가 어떤 분자 구조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남세균으로부터 생기면서 여분의 산소로 인해 거대한 재앙과 더불어 산소 호흡 생물이 생겨나고, 그러면서 육상생물, 진핵생물이 진화하는 거대한 역사를 소개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김홍표 교수는 거기서 더 나아가 이 산소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보편적인 전자 전달체 NAD, NADP에 관한 얘기, 그리고 ATP를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생화학에 관한 얘기다. 대학 시절 거의 눈길을 줄 여유를 갖지 못했던, 나중에는 건너볼 엄두를 내지 못해 그저 겉핥기로도 힘겨워하는 분야가 생화학이다. 내가 생화학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끈기 있게 공부했더라면 이 책의 내용이 훨씬 수월했으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는데, 그러면서 이걸 생명과학, 생물학에 그저 고등학교 수준의 소양을 가진 독자는 얼마나 힘겨워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게 용기이고 필요로 생각한다. 나도 책을 내면서 지나치게 어렵게 설명하는 것은 지양하지만 내 책을 읽고 독자들의 수준이 조금이라도 올라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핵심적인 내용을 포기해 가면서 그저 쉽게만 설명하고 싶지 않다. 이런 고급 내용을 읽고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이 분명 있다. 여기의 내용을 온전히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어느 한 부분에 크게 도움을 받으며 깨달음을 얻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6장의 콜레스테롤에 관한 내용이 그랬다(콜레스테롤이 세포막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게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더랬다. 위험한 물질인 산소를 제거하는 장치로 생겨난 것으로 보이는 이 물질은 인지질 이중막 구조를 안정되게 하였다. 산소의 출입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물질로 작용하는 콜레스테롤은 산소의 필요도에 따라 막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달라진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 과학 저술가의 수준이 이제는 전문적인 수준에서도 높은 단계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옅본다. 이제는 독자의 수준을 높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