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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소설을 읽다 보면 기상천외한 발상에 박수를 치고싶어질때가 종종 있다. 이리리의 '연의 바다'도 그런 작품중 하나이다.
'연의 바다'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여타 많은 소설들과 일맥상통하지만 고대 이집트와 현대 한국의 정서가 시공을 초월해 만났다는 점에서 색다른 흥미를 자아낸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주인공인 한국 여성 연하의 캐릭터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요즘 유행하는 여장부형 캐릭터도 아니고 팜프파탈의 매력이 담겨 있는 것도 아니며 하다못해 틀에 박힌 순수함과 사랑스러움도 없다. 그저 흔히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뜨뜬 미지근한 현대인의 초상이 바로 주인공 연하 그 자체이다.
우유부단하고 지리멸렬해 보이는 여주인공 연하는 퇴폐적이고 감정적인 파라오 토드모세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장군 이시도르 사이에서 한층 더 빛을 잃는듯 하다.
그러나 어린시절부터 시작된 시공을 초월한 인연의 굴레를 인식한 중반 이후부터 연하는 고대 이집트의 정치적 역학관계 속에서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또 다른 자아를 찾아낸다. 한국 여성 특유의 강인함과 끈기를 바탕으로 출생에서 비롯된 터부(연하는 혼외정사를 통해 태어난 자신의 출생으로 인해 극단의 개인주의와 방관주의를 표방하는 캐릭터다)를 극복하고 일생일대의 도박을 자행한다. 결국 아무 개성도 장점도 없어 보이던 이 현대 한국인 여성은 고대 이집트 역사의 한 획을 그은 하트셉투트 여왕의 양녀가 되고 중흥기를 맡는 토드모세의 정비로 세계사의 주인공이 된다.
마치 퍼즐의 마지막 한조각을 끼운 것처럼 고대 이집트 역사속에 현대 한국인 여성을 끼워 넣은 솜씨는 가히 박수를 받을만 하다.
3500여년 전 이집트는 현대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과학 의학 수학 기하학 천문학 등 전 분야에 걸쳐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고 한다. 뛰어난 간호사였던 연하가 고대 이집트로 타임 트랩을 하면서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만약 불결함의 대명사였던 중세 유럽으로 떨어지지 않게 해준것만이라도 감사해야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던 대목이 있을 정도로 당시 이집트는 위생상태 역시 현대와 비교해 뒤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소설의 배경인 하트셉수트 여왕(이집트 관광객들은 하트셉수트 여왕의 장제전을 기억할 것이다)이 다스리던 시기는 여러모로 최고의 부흥기였다. 지금도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이집트의 신비, 거대한 피라미드와 신전들의 존재나 연구할 수록 혀를 내두르게 하는 당시의 과학과 의학 천문학의 깊이는 과연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작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대 이집트 신비의 열쇠를 시간여행에서 찾았다. 천문학과 기하학과 수학의 최고봉을 이룬 고대 이집트인들은 프렉탈 이론을 통해 시간여행의 비밀을 알아냈고 시공을 초월하며 미래의 기술을 접목시킨 것이 왕가의 계곡 피라미드이거나 하트셉수트 여왕의 장제전 같은 신비한 대형 건축물일것이라는 가설을 만든 것이다.
신비주의 일색으로 만들어진 여타 시간여행 소재의 소설들에 비하면 나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배경을 접목 시킨덕에 이 소설은 보다 박진감이 넘치는 개연성을 선사한다. 이 소설을 쓰기위해 이집트 전문가가 되다시피 한 작가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이는 단연 크리스티앙 자크. 마치 한국판 소설 람세스를 보는 듯한 글의 흐름은 웬만한 이집트 전문작가와도 비견할만큼 유려하다.
작가 스스로 어린 시절 몰입했던 '왕가의 문장'(호소카와 치에코 작품. 80년대 발행된 해적판은 '나일의 소녀'란 제목이며 그 이후 '신의 아들 람세스'란 제목으로 재판되기도 했다)이란 일본 만화에서 착안한 스토리라고 하지만 오히려 전체적인 프레임과 주요 인물 설정은 '하늘은 붉은 강가'(시노하라 치에 작품)와 닮아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자료조사를 해서 만든 작품답게 수미쌍관 구성이 소설의 현실감을 한층 더 높여주고 있어 평범한 로맨스 소설과 소재 구성 스토리면에서 확연한 차별화가 된다.
탄탄한 문장력과 구성력으로 읽는 재미도 뛰어나지만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이집트관련 다양한 정보들은 이 책의 가치를 한층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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