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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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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쉬의 근작 <브로큰 플라워>는 재밌는 영화다. 진지한 척 혼자 다하던 남자가 어느새 바보짓을 하는 광경은 언제 봐도 즐겁다. 그렇게 또 한 사람의 중년이 바보되는 영화, 그게 바로 <브로큰 플라워>이다. 주인공 돈 윈스턴은 돈 주앙이라는 별명이 질색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정말로 돈 주앙스러운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그는 모든 게 예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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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쉬의 근작 <브로큰 플라워>는 재밌는 영화다. 진지한 척 혼자 다하던 남자가 어느새 바보짓을 하는 광경은 언제 봐도 즐겁다. 그렇게 또 한 사람의 중년이 바보되는 영화, 그게 바로 <브로큰 플라워>이다. 주인공 돈 윈스턴은 돈 주앙이라는 별명이 질색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정말로 돈 주앙스러운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그는 모든 게 예전만 못하다. 여전히 정착하지 않으려는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 여자친구마저 그를 버리고 떠나가고 그는 텔레비전이나 응시하며 시간을 보낸다.이때 그에게 찾아오는 의문의 편지. 이십년전 헤어졌던 연인이 그의 아들을 키우고 있었으며 그 아들이 자신을 찾아 가출했다는 이야기. 친구의 펌프질에 못 이기는 척 그는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킨다. 떨어질 것 같지 않던 엉덩이가 소파에서 떼어지고 영화는 옛 여자친구들을 찾는 돈의 여정을 쫓는다.영화는 특별한 반전이나 황당한 에피소드 없이 담담히 흘러간다. 네 명의 여자 중에 과연 엄마가 있을 지 여부도 확실치 않고 있다 하더라도 넷째에 배치할 것이기에 긴장없이 영화를 따라 흘러가게 된다. 중간 중간 열아홉 전후의 청년들을 돈과 교차시킴으로써 돈의 심장은 물론 관객의 심장도 조금은 벌렁벌렁해지지만 그뿐이다. 재회는 횟수를 더해갈수록 과격해지고 돈의 처지도 점점 험악해진다. 애초에 펌프질로 시작한 여행이었으나 어느새 아들찾기에 대한 돈의 집념은 그의 정상적인 행동패턴을 넘어서기 시작한다. 그는 평소였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과 말을 저지르고 만다. <고스트 바스터즈>를 통해 처음 만났던 빌 머레이를 기억한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쓸쓸한 서양인 남자도 잊을 수 없다. 그는 여전히 멀대같이 크고, 늙었고, 지쳐보인다. 예의 그 냉소인지 무관심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입가에 걸어놓고, 정물화 같은 실내를 오가는 빌 머레이. 무엇으로도 놀라지 않을 것만 같은 그가 다늙은 돈 주앙을 연기하며 조금씩 '평정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재밌다. 삽질은 내가 할 때는 곤욕이어도 구경하기에는 썩 재미난 법이다.샤론 스톤, 틸다 스윈튼, 제시카 랭 또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노년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이들어가는 법' 의 교재로 써먹어야할 것 같은 영화. 다만 줄리 델피만은 약간 서글펐다. 같이 봤던 사람 말에 따르면 "세상 나이 혼자 다 먹은 것 같다"는 것. '세월이 비껴나간 듯'하다는 형용사가 여배우에 대한 최상의 칭찬으로 통용되는 세상에서 저런 평가가 서글프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렇게 줄리 델피만은 눈에 밟히고 마음에 걸리는지.
r********9 2006.05.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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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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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 아니 하나 있었다. 빌 머레이 주연이라는 거 그거 하나. 분홍색 편지지가 파란 우체통에 들어가고 우편배달의 과정을 거치고 나니 떡하니 떠오르는 자막, 감독 짐 자무쉬. 연이어 떠오르는 자막, 샤론 스톤, 제시카 랭, 줄리 델피... 젊은 날을 돈 주앙처럼 보낸 돈 존스톤, 영화배우 돈 존슨에서 t가 하나 더 붙은 돈 존스톤은 아디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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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 아니 하나 있었다. 빌 머레이 주연이라는 거 그거 하나. 분홍색 편지지가 파란 우체통에 들어가고 우편배달의 과정을 거치고 나니 떡하니 떠오르는 자막, 감독 짐 자무쉬. 연이어 떠오르는 자막, 샤론 스톤, 제시카 랭, 줄리 델피... 젊은 날을 돈 주앙처럼 보낸 돈 존스톤, 영화배우 돈 존슨에서 t가 하나 더 붙은 돈 존스톤은 아디다스 3줄의 짝퉁일까 두줄짜리 츄리닝을 입고 쇼파에 붙박이처럼 앉아 붙박이처럼 시종일관 무표정하게 옛날 영화 <돈 주앙="">을 보고 있다. 우편물 틈에 분홍색 편지지가 끼어 배달되지만 일별할 뿐 다시 무표정, 눈 앞에 하느님이 나타나 탭댄스를 춰도 끄덕하지 않을 무표정. 함께 살던 쉐리는 "난 당신 정부 같아, 당신에겐 부인도 없는데." 한마디 던지고는 집을 나가고, 분홍색 편지지에는 빨간색 잉크로 20년 전 헤어진 후 혼자 당신 아들을 낳았으며, 이제 19살 된 그 아들이 집을 나갔는데 아마도 당신에 대한 뭔가를 알고 나간 것 같으니 어쩌면 그리 갈지도,그러니 당신도 알아두는 게 나을지도,라는 내용이 이름과 주소도 없이 적혀 있고. 이디오피아 음악은 심장에 좋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돈 존스톤에게 이디오피아 음악 씨디를 구워 주는,추리물에 엄청난 흥미를 보이는 이웃집 윈스턴은 네 인생의 전환점이라며 돈의 20년 전 애인 리스트에 따라 돈의 여행 경로를 계획해 그를 과거나 현재, 또는 미래 어쩌면 아들을 찾아가는 여행 속으로 밀어넣어 버린다. "잊지마, 분홍색 꽃을 사들고 가라고. 분홍색 물건들이 있는지 살펴 보고." 옷장 정리 프리랜서인 로라와 그녀의 딸 로리타.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도라와 그녀의 남편, 동물 의사소통사가 된 칼멘, 이미 죽은 미셀의 무덤, 화나 있는 삶을 사는 페니에게 분홍색 꽃을 사들고 간 돈 존스톤이 만난 것은 남루한 현실이라든지 애틋한 추억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아니라 어디나 있는 분홍색의 물건들, 그리고 아무것도 없음. 다시 집으로 돌아온 그는 동네 식당에서 공항에서 스쳐 지나간, 아디다스 3줄이 아닌 2줄짜리 후드티를 입은 청년을 만나게 되고 "나는 과거가 지나간 것을 알아. 미래는 아직 없지. 지금 여기 있는 건 현재야." 떠들다가 그를 아들로 착각하지만 미친놈 만난 줄 알고 청년은 도망가 버린다. 그 청년을 따라가 보다가 택시와 스치는데 그 택시 안에는 아디다스 3줄이 아닌 2줄짜리 티를 입은 또다른 청년이 타고 있다. 이런... 보이는 모든 청년이 아들이 아닐진대 어찌하여 보이는 모든 청년이 아들로 보인단 말이냐... 네거리에 서서 작아지는 돈 존스톤. 빌 머레이가 이렇게 멋진 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다. 돈 존스톤 역의 빌 머레이가 ''삶이란 건 말이지, 나는 그냥 살고 있거든, 죽은 게 아니니까 살고 있는 거거든, 뭐 그런 것일 뿐이지.''하는 무미건조한 얼굴 표정으로 시종일관 나오는데 그 무미건조한 삶의 표정이 외롭거나 쓸쓸하거나 무겁지 않고 가볍게 느껴지는 건 또 빌 머레이의 힘이란 말이지. <천국보다 낯선="">같은 짐 자무쉬 식의 유머.
s*******2 2006.03.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