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들 대단하게는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모아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시들하지만 한때는 대단한 열풍이 불었던 우표수집같은것이나, 만화책을 모은다거나, 작은 인형을 모은다거나. 작게는 패스트푸드의 장난감을 모으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미술품이나 골동품같은 고가의 물건들을 모은다거나. 아무래도, 무언가를 모아두는 행위, 세트를 맞추려 하는 욕심같은것은 누구에게든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구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철이 들기전엔 장난감을 모아들였고, 철이 들고나서는 만화책을 사모았고(400권 가까이 모았던것 같다. 책장이 다 만화책으로 그득했으니깐), 대학에 간 뒤로는 피규어나 프라모델같은 것을 모으다가, 한동안은 DVD를 정신없이 사들였었다. (지금도 DVD는 진행중인 취미지만 예전만큼 잔뜩 사지는 않는다.) 이러한 ''수집''행위에 대한 책이라니, 나와 내 주변에 있는 수많은 ''수집형 인간''을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꼭 읽어봐야 할것 같은 느낌. 이 책에서 나타내는 수집은 옜날에 주로 행해졌던 자연의 희귀품이나 과학적 분류에 따른 수집에서부터, 대량생산 시대후에 행해진 ''키치''적인 수집행위(내가 해왔거나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수집행위는 이 키치에 해당할 수 있다. 대량생산된 물건들을 세트를 맞추거나, 비슷한 품목을 모으는 것이 모두 해당된다) 모두를 다루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두 수집행위 모두 죽음을 염두해둔 행동이라 하고 있다. 인간의 죽음, 사물의 소멸, 수집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행위는 자신의 죽음. 즉 끝을 초월하려는 행위라는 것이다. 자신은 죽지만, 자신이 모았던 이 수집품은 불멸로서 남아 전해졌으면 하는 욕심. 혹은 지속적인 수집을 함으로써 죽음을 비껴갈 수 있을것만 같은 욕구같은 것이 ''모으다''라는 행동에 함축되어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수집이라는 것에는 큰 함정이 있다. 책에도 나와있고, 나도 이것저것을 모으다가 느낀바 있어, 현재는 딱히 수집하는 것이 없는 상태인데, ''수집''이라는 행위는 모으는 주체가 중심이 되어야 할 ''자신''이 아닌 대상인 ''물건''으로 옮겨져 간다는 것이다. 즉, 내가 모으고 있는 물건들에게 ''먹힌다''는 느낌을 받는 것. 나 역시, 피규어를 모으면서, 주변에 같이 피규어를 모으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러한 것을 많이 느꼈었기 때문에, 그러한 ''수집''이 가지는 광적인 집착과 강박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처음엔 좋아서 시작한 모으는 행위가 결국 "저것을 다 모아야 해!"하는 강박으로 발전하여, 생활까지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수집이라는 행위가 꼭 나쁜것은 아니다. 개인으로는 수집의 강박의 희생양이 될지 몰라도, 현재 우리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보는 것들은 과거의 수집광들이 모아놓은 자산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은 무언가를 모으는 행위에서 벗어났다고 하지만, 글쎄, 현재는 책을 사 읽고, 빌려 읽고 하면서, 책을 통한 지식을 ''수집''하고 있는게 아닌지도 모르겠다. 수집이라는 것이 꼭 물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니까. 과거에 수집을 해본 경험이 있다거나, 현재 무언가를 열심히 수집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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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에는 엘리자베스 시대의 시인 로버트 헤릭(1591~1674)은 독자들에게 ‘그 순간을 붙잡아라.’ 라고 호소함으로써 덧없음의 정서를 포착한 시를 인용한 구절이 등장한다. 할 수 있을 때 장미꽃 봉오리를 따 모으세요. 시간은 지금도 날아가고 있어요. 오늘 웃고 있는 이 꽃송이도 내일이면 죽어갈 테니까요. 이 시는 ‘지금 현재를 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도 있고, ‘할 수 있을 때 원하는 것을 가져라, 그리고 즐기라’고 할 수도 있다. 책 제목을 감안하면 이 시는 수집에 대해 명징明徵한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할 수 있을 때 모으라’고 권장하고 있으니.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무언가를 모으고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진화의 한 과정에서 비롯된 본능일지도 모른다. 어린 아이들은 딱지나 캐릭터가 그려진 카드, 스티커를. 청소년들은 우표나 캔 뚜껑 등을 성인들은 책, 구두, 가방까지.. 나이가 들수록 ‘수집’하려는 것의 값어치만 정비례할 뿐 갖고자 하는 욕망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자라면서 우표, 다 쓴 볼펜, 영화 티켓, 컵라면, 책갈피 등 끊임없이 무언가를 수집해왔다. 필립 블롬의 『수집』은 이런 ‘수집’의 역사와 일화를 보여주는 책이다. 16세기까지 수집이란 유럽 왕가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일어난 18세기 후반과 19세기부터는 신흥 부자들이 급증하여 귀족이 아니더라도 독특한 전시물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 유행하였다. 모든 부유한 가정에서 ‘지금 여기’의 퇴폐미가 넘쳐나 가히 수집의 전성기라 할 수 있단다. 이 때는 태어나자마자 죽은 기형아, 팔다리가 여러 개인 시체, 갈고리 손 등이 전시되었다고 한다. 한편 제국주의가 서서히 등장하면서 세계 전역에서 약탈해 온 온갖 물품들을 모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전시하여 유럽 각국은 너도나도 대형 박물관을 세우게 되었다. 합스부르크 왕가가 세운 빈 미술사 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이 대표적인 예라고 한다. //수집가는 그 물건이 자신의 내면 깊숙이 황홀감을 일으킬 때 그것을 자기 세계 안에 포함시킨다. 그 안에서 그 물건은 최후의 전율, 그것을 획득했을 때 느낀 그 전율 상태 그대로 굳어 있으며 그 물건은 영원히 그 황홀함으로 충만하다.// 특정 물건을 갖고 싶다고 탐하는 단순한 마음은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소유욕으로 진화하고, 마침내 자기 손에 넣음으로써 수집가들은 일종의 짜릿한 황홀경을 경험한다. 이런 행위는 기쁨뿐만 아니라 시간을 붙잡기 위한 욕망과 허영심을 채워주기도 한다. 다소 아쉬운 것은 서양인의 관점에서 써서 동양의 일화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집’에 관한 흥미로운 일화들은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책의 수집’에 관한 부분도 등장한다. 모든 부분을 읽기 부담스럽다면 책의 수집에 관한 부분만을 발췌拔萃독 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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