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절규가 유럽을 뒤흔들고, 중동은 또 다른 화염에 휩싸여 있다. 미국은 '아틀라스처럼 세계 질서를 홀로 떠받치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고, 중국은 동북아의 패권을 노리며 조용히 움직인다. 이런 시대에 한반도는 어디로 가야 할까? 정욱식 소장의 <자주국방의 가성비>를 읽으면서 느낀 것은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이다. 우리가 수십 년 동안 외쳐온 자주국방은 진정한 자주성이 아니라, 대미 의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명분 위주의 담론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쏟아부은 국방비는 천문학적이다. 2003년부터 2025년까지 총 865조 원이라는 거대한 숫자 뒤에는 깎아지른 절벽처럼 높아진 군사비 부담이 있다. 이재명 정부는 2026년을 전시작전권 회복 원년으로 삼고 2028년 최종 환수를 목표로 하면서 국방 예산을 66조 2947억 원으로 편성했다. 그것도 7년 만에 가장 큰 폭인 8.2% 인상이다. 하지만 여기서 던져야 할 질문은 날카롭다. 우리는 정말 자주국방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 것일까, 아니면 미국이 그리는 '약탈적 패권주의'의 더 깊은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노무현 정부는 자주국방의 꿈을 품고 2012년 12월 전시작전권 환수를 선언했다. 그것이 20년 전의 일이다. 20년이 흘렀는데 우리는 아직도 그 미로 속을 헤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의 유산"이라며 발을 빼 버렸고, 박근혜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정권 간 쟁점이 아니다. 이것은 한국 국방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하나의 증거다. 작전권을 평시와 전시로 나누는 것 자체가 이미 기형적이다. 마치 축구 대표팀의 감독을 평소에는 한국인이 맡다가 대회 때는 외국인으로 바꾸는 것과 같다. 더 심각한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미국의 자동 개입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자국의 이익과 배치된다고 판단하면 손을 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헌법상 국군통수권자이면서도 전쟁과 평화의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갖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자주국방이 언제나 '그림의 떡'으로 남아 있는 이유다. 전시작전권 환수라는 형식적 절차만으로는 진정한 자주성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패권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연이어 패배했다. 최근 이란 침공도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이것이 미국 패권의 종말을 의미할까? 패권의 종말이 아니라 패권의 '변질'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고 있고, 달러는 국제 금융의 중심이며, AV 등 첨단기술에서도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달라진 것은 다극화 추세다. 중국이 강해지고, 러시아가 호전성을 드러내고, 글로벌 사우스가 부상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약탈적 패권주의'다. 미국은 이제 만만한 동맹국들의 팔을 비틀어 경제적•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 한국에 대해 국방비 증액과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면서도, 한국의 주권에는 눈을 감고 있다. 주한미군에 한국 영토를 "발진기지"나 "중간기지"로 사용할 권리를 달라고 한다. 이것이 우리가 봉착한 딜레마다. 우 리가 전시작전권을 회복해도,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의해 우리가 원하지 않는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군은 휴전선과 북방한계선 이남 영토를 넘어, 헌법 제3조의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방어해야 한다고 생각한 다. 이것이 상당한 규모의 군사력 건설과 훈련을 요구하게 만든다.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도 '방어와 격퇴'를 1단계로, '반격과 점령'을 2단계로 설정했다. 이러한 높은 군사 목표는 전시작전권 환수 조건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동시에 조선의 핵• 미사일 강화를 정당화하는 명분을 제공한다. 만약 한국이 흡수통일 계획을 명시적으로 포기한다면 어떻게 될까? 먼저 국 방비 소요를 대폭 줄일 수 있다. 국방 예산을 동결하면서도 현재보다 강한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의 재정립이다. 조선이 '적대적 두 국가론'과 '한국에 대한 불변의 주적' 입장을 고수하는 핵심 이유가 바로 한국의 유사시 무력흡수통일론이다. 한국이 이를 명시적으로 포기한다면, 조선도 입장을 바꿀 여지가 생긴다. 이는 이재 명 정부가 천명한 "흡수통일 배제"와도 정확히 부합한다. 가장 현실적인 제안은 평화협정 체결이다. 평화협정 체결은 실 용적 자주국방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경로일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울부짖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이 우리에게 행운일 수도 있다. 미국 패권의 약화, 미중관계의 변화, 트럼프 행정부의 현실주의적 외교, 이 모든 것이 한반도에 평화의 문을 열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용적 자주국방'은 기존 자주국방론의 화려한 수사를 거둬내고 현실의 제약 조건 속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는 전략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선택의 순간 앞에 있다. 우크라이나처럼 무한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 것인가, 아니면 변화된 국제 정세를 현명하게 활용하여 진정한 자주성과 안정을 동시에 확보할 것인가. 그 답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
|
정욱식 저자는 1999년 평화네트워크 설립자이자 2021년부터는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20여 년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천착해 온 대표적인 평화 연구자이자 활동가이다. <자주국방의 가성비>는 매년 천문학적인 국방 예산이 투입되는 한국 안보 현실에 비용 대비 효과라는 가성비를 따져보자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박정희, 노태우 정부의 자주국방 추진에서 출발해 노무현 정부의 전작권 환수 시도, 그리고 현 이재명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국 자주국방에 대한 보수와 진보당의 정치적 방향을 추적한다. 또 K-방산의 글로벌 순위가 손에 꼽음에도 작전통제권은 미국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착시, 그리고 천문학적 국방비 증액이 가져온 안보 비용을 차례로 해부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국에 의존하길 바라는 한국 안보 정책의 이중사고를 지적하며, 힘에 의한 평화만으로는 안보의 가성비를 확보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따라 헌법의 영토조항 개정 공론화, 흡수통일 구상의 철회, 반격 능력 중심의 전력 재편, 그리고 가성비 전략으로서 자원입대제(모병제) 전환을 제시한다.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남녀를 가리지 않는 병역으로 젠더 갈등 완화, 직업군인이라는 중산층을 키워 민생과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점, 또한 전문적인 군인을 양성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본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전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내라고 계속해서 압박하고, 유럽과 우크라이나는 계속해서 살상무기를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이 상황과 “방위 산업을 국가 경제의 주력으로 육성하고 지속가능한 방위 산업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p.128)라고 말하며 K-방산을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이 양날의 칼날로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다. 우리가 국방을 강화할수록 북한은 이에 대비해 핵을 완성시켰다. 현재는 러시아군을 도와 2022년부터 러시아에 대규모 포탄과 16,000명에서 22,000명 규모의 병력을 제공해 최대 220억달러(약 31조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이는 북한이 3년 연속 3%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도록 도왔고 이 돈은 다시 더 많은 핵 프로그램과 해군력에 재투자될 것이다. 남한 뿐 아니라 조선(북한)의 우리 동포들 역시 자주국방이라는 미명하에 더 나은 민생의 기회를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다른 나라의 전쟁을 자산 삼아 이루는 자주국방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윤리적 한계를 짚는다. 또, 통일을 원하지 않는 국민의 비율이 50.1%를 넘었고 20대는 가장 높은 50.7%라고 한다. 나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강한 국방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대미 의존성을 높이는 정책의 모순을 알게 될수록 실용안보 전략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게 된다. 결국 남한과 조선(북한)에 전쟁이 일어날 불안요소가 제거될 때, 무리한 군비 경쟁을 줄여 국가적 비용을 절감하는 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자주국방의 가성비#한겨레출판#하니포터#하니포터12기#정욱식 |
|
한국인에게 있어 국방과 안보란 무엇일까. 확실히 분단국가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한국인에겐 특유의 기질이 있다. 재미있는 특징 중 하나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한국인 유저들이 자꾸만 국경에 군대를 배치해두는 탓에 게임 상에서 이를 전쟁 준비 신호로 받아들이고 뜻하지 않게 싸움이 난다는 것이다. 언제나 휴전선 너머의 동향을 살펴야하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국경을 경계하고 지키는 곳으로 인식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그럼 군대를 국경에 두지 않으면 어디에 두어야 하느냐면 모르겠고 적응이 안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만큼 휴전 상태라는 긴장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것이리라. 그 어떤 나라들보다 국방을 강조하는 나라, 성인 남성 대부분이 국방의 의무를 갖는 나라. 우리나라 안에서 자주국방을 이루기 위한 정책과 논의는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자주국방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전시작전권 환수, 국방비 부담, 한반도 평화공존 같은 문제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고 어떻게 풀어져야 할지 '자주국방의 가성비'를 통해 알아보고자 했다. 시작과 함께 '전시작전권'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데, 그동안 워낙 전시작전권이라는 표현을 익숙하게 들어와서 '작전권'을 평시와 전시로 나누는 것이 기형적(50)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시 대처하기 위해 합의된 상황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것이 기형적인 구조이며 전작권을 가져오기 위해 들인 노력이 정권에 따라 지연되고 무산되는 과정을 살펴보게 되면서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문제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전작권을 가져오기 위해 국방력 강화라는 카드를 꺼내든 문재인 정권의 움직임에 북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단절로 맞대응 해왔다는 충격적인 사건도 염두에 두어야함이다. 전작권 환수를 위해 첨단 무기 도입과 연합훈련을 통한 국방력 강화가 오히려 한반도의 평화 대신 긴장과 경색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는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가, 더 강력한 무기인 핵이 그 답이 되어줄 수 있는가 3장에서 이어진다. 4장에 들어서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자주국방의 가성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불사용의 사용 가치*'를 가지고 있는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이 들이는 비용은 세계 평균에 비해 3배 이상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는 자주국방 실현을 위해 임기 5년간 매년 8% 정도씩 국방비를 인상할 계획(122)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비생산 분야에 해당하는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드는 사회적 비용이 크게 소모되고 있기 때문에 가성비에 대한 논의가 따라붙게 되는 것이다. 'K-방산'같은 키워드처럼 우리가 구축해낸 첨단 무기 수출 산업을 통한 경제적 효과를 소폭 얻어내긴 했지만, 부담을 해소하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음을 꼬집는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자원입대제' 방안을 제안하고 있어 생각을 정리하는데 참고가 되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여성에게 국방의 의무를 분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힘을 얻고 있는 것을 떠올렸다. 이전에는 성별갈등 끝에 종종 나오는 주장을 두고 마땅한 방안도 없는 억지라 여겼으나 책을 읽으면서는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단순히 왜 여성은 의무는 없이 권리만 누리려 하느냐,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다라는 사람들의 의견에 동조하려는 것은 아니고, 현실적으로 여성인 내가 국방에 대해 너무 모르는, 무관심했던 부분이 컸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런 기반도 없는 상태에서 복무를 적용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고, 최소한 몇 개월 간의 시간을 들여 기본적인 안보 교육, 체력/기술 훈련과 응급처치 등을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인구 감소로 인해 절대적인 병역자원이 감소하는 문제를 두고 병역 면제 연령을 43세까지 상향한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갈수록 국제 정세가 긴장되고 있는 배경을 두고 충분히 고려해볼만 하다. '자주국방의 가성비'는 개인적으로 다소 거리감이 드는 주제였지만, 그간 뉴스를 통해서 분절되게 접했던 사건들을 일목요연히 정리하여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양서가 되어 주었다. 국방에 대해 자신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정리할 수 있는 바탕을 다져주는 계기가 되어 읽는 동안 다소 지난했으나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다만 '흡수통일 정책에 얽매이지 말자(225)'며 국방의 범위를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재설정하고 흡수통일을 내려놓고 다른 방안을 모색하자는 주장에는 '우리의 이익과 안전의 관점에서 기회를 찾아야 할 필요성(223)'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감정적인 혹은 오랜시간 굳어진 통일에 대한 주입식 인식이 굳게 남아 있어 수긍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이또한 그동안 국제 정세를 다룬 한겨레추판의 교양서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군사비 증액 압박과 패권 다툼이 심화되고 있는 국제 정세 속에서 남북관계와 주변국의 움직임을 다룬 새 교양서를 만나보게 되길 기대해본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게시되었습니다 |
|
‘자주국방’과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는 대한민국 정치에서 종종 등장하는 용어다. 그러나 그 의미와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은 오랫동안 진영 간의 소모적 공방과 정쟁의 도구로 소비되어 왔다. 자주국방을 강조하면 한미동맹을 경시하는 것으로, 반대로 동맹을 중시하면 자주국방을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식이다. 그 사이에서 정작 우리가 어떤 국방을 표방해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반세기 넘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여전히 자주국방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자주국방의 가성비》는 이러한 문제를 정치문제가 아닌 비율과 효율이라는 현실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인구절벽, 재정적 한계, 지정학적 대변동과 같은 복합적 위기 속에서 국방을 군사력 증강이 아닌 민생과 국가 재정 그리고 안보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문제로 재정의하고자 한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한국 안보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진단을 내린다. 2003년부터 2025년까지 천문학적 국방비를 지출했음에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에 대해 분석하며 단순하게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으로는 국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군 내부의 육군 중심 기득권 구조와 지휘구조 개편에 대한 저항, 무기체계와 병력 운용의 비효율성, 여기에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맞물리면서 국방 개혁이 번번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특히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절벽 상황에서 형식적인 경계근무나 비효율적인 병력 운용을 개혁하고 과학화 첨단화된 국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현재 한국이 직면한 현실을 생각하면 충분히 귀 기울일 만하다. 이 지점에서 책이 던지는 질문은 ‘얼마나 강한 군대를 만들 것인가’가 아니다. 오히려 ‘한정된 국가 자원으로 어디까지의 안보를 확보할 것인가’에 가깝다. 국방비 역시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에서 나오며, 병력과 예산을 국방에 투입하는 만큼 복지·교육·산업·저출생 대응 등 다른 국가적 과제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줄어든다. 따라서 국방력의 강화가 곧 무조건적인 국방비 증액을 의미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자원으로 가장 효과적인 전력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성비’라는 문제의식 자체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오히려 지금까지 자주국방이라는 이름 아래 무엇을 얼마나 투자했으며, 그 투자가 실제 안보 역량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따져보자는 저자의 문제 제기는 상당히 현실적이다. 하지만 책의 대안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효율성을 높이는 것과 안보의 목표 자체를 낮추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고 국방의 범위를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축소하자는 제안은 현실적인 충돌을 줄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일 수 있지만, 대한민국이 한반도 전체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에 관한 헌법적·안보적 관점과 충돌할 여지가 크다. 특히 유사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군사분계선 이남에서 끝날 것이라고 전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방어해야 할 공간과 국가의 전략적 목표를 먼저 축소한 뒤 그에 맞춰 국방력을 계산하는 방식이 과연 ‘효율적인 자주국방’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핵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비핵화 무음 처리’와 핵 동결을 전제로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구상은 당장의 긴장을 낮추고 현실적인 평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지 못한 상태에서 핵 동결을 평화의 조건으로 받아들인다면, 대한민국은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장기간 공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핵무기를 가진 쪽과 그렇지 않은 쪽 사이의 비대칭성이 그대로 남는다면, 그것을 ‘평화’라고 부르기에는 해결되지 않은 안보 불균형이 너무 크다. 평화를 위해 현실을 인정하는 것과 현실을 이유로 위협 자체를 감수하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책의 핵심적인 한계는 ‘가성비’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비용으로 보고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에 있다. 국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켜야 할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목표 자체를 낮추는 것은 다르다. 전자가 국방개혁이라면 후자는 자칫 국방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아무리 효율적인 군대라 하더라도 지켜야 할 국가의 범위와 감수해야 할 위협의 수준을 지나치게 낮춘다면, 그것은 ‘적은 비용으로 더 강한 국방’을 만든 것이 아니라 ‘적은 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국방의 목표를 낮춘 것’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구체적인 해법에는 동의하기 어렵더라도 지금까지 자주국방이라는 이름 아래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을 다시 질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로 병력이 줄어들고 국가 재정의 부담은 커지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국방을 유지할 수는 없다. 무엇을 지키기 위해 얼마를 투입할 것인지, 어떤 군사력이 실제로 필요한지, 그리고 한미동맹과 자주국방을 어떤 방식으로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결국 자주국방의 해결책은 무조건 더 많은 돈을 쓰는 데 있지도, 반대로 돈을 적게 쓰는 데 있지도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안보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그 목표를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저자가 제시한 ‘자주 국방의 가성비’에 동의하기 어렵다면 질문은 더 선명해진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자주국방은 무엇인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과 그에 따른 대답은 이 책이 남기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