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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558 이 세상 모두가 적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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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8.26.노래책시렁 558《이 세상 모두가 적이라면》 김개미 교유서가 2026.7.30.  잠네(해녀)는 언제나 파란바다를 품으면서 파란마음으로 살림을 짓고 이은 숨빛을 아름답게 빚어낸 길이지 싶습니다. 바다에 폭 잠기면서 하늘빛을 읽어낸 삶길일 테고요. 우리는 예부터 ‘-네’ 같은 이름을 붙여서 서로 불렀습니다. 곰네 꽃네 순네 돌네 같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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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8.26.

노래책시렁 558


《이 세상 모두가 적이라면》

 김개미

 교유서가

 2026.7.30.



  잠네(해녀)는 언제나 파란바다를 품으면서 파란마음으로 살림을 짓고 이은 숨빛을 아름답게 빚어낸 길이지 싶습니다. 바다에 폭 잠기면서 하늘빛을 읽어낸 삶길일 테고요. 우리는 예부터 ‘-네’ 같은 이름을 붙여서 서로 불렀습니다. 곰네 꽃네 순네 돌네 같은 이름은 수수하게 마음을 나누는 한 마디입니다. ‘-네’라는 이름은 조선왕조실록뿐 아니라 수글(한문)로 적은 책에는 아예 안 나올 테지요. 글을 구경해서도 안 되고, 배울 길도 없으며, 임금과 나리와 벼슬아치 앞에서 허리를 푹 숙이면서 땅만 만져야 하는 들사람인걸요. 그러나 들네와 숲네와 멧네와 바닷네는 흙과 비를 미워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사랑이라는 살림을 지으며 이 터를 보듬고 품었습니다. 《이 세상 모두가 적이라면》을 돌아봅니다. 힘과 돈과 이름을 쥔 이는 그들 스스로 무섭고 두렵기에 곁에 싸울아비를 잔뜩 두거나 거느립니다. 담벼락도 높다랗게 세워요. 이와 달리 잠네와 곰네와 들네는 담 없이 단출히 싸리울만 놓고서 오두막을 나무로 둘러요. 작은시골집 숲정이에는 뭇새와 뭇벌레가 찾아들며 노래합니다. 작은사람 작은집에서는 누구나 이웃이되, 큰사람 큰집에서는 모두 놈(적)이라서 끼리끼리 어울리면서도 벌벌 떨며 미워하려 합니다. ‘세콤’이 오히려 도둑을 부르고, ‘군대·경찰’이 도리여 전쟁을 끌어들입니다. 스스로 내려놓고서 빈손으로 작은집을 짓고서 새를 부르면, 우리 곁에는 놈팡이가 하나도 없이 모두 반가울 님이 깃듭니다.


ㅍㄹㄴ


오래된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 / 우리는 오늘 일도 알록달록하다 // 어제는 몸만 어른인 남자가 수음하는 걸 봤다 / 우리를 보고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옥수수밭의 소녀들/29쪽)


엄마의 신은 / 바위 밑에도 / 우물가에도 / 장독대에도 있었지만 / 엄마의 종교는 소금물 같았다 // 엄마는 소금물에 손을 담그고 / 소금물을 등에 끼얹고 (엄마의 종교는 소금물/30쪽)


아직도 한낮이면 / 달궈진 바위 위에 나를 눕혀놓고 웃던 / 미친 태양의 소리를 듣는다 // 그 여름 / 내가 무얼 잘못했을까 / 해변으로 걸어가면서 너에게 졸라댔던 결혼 / 그게 잘못이었을까 / 하지만 난 내 진짜 결혼보다 / 장난으로 한 그 결혼이 / 더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맨발이었나/34쪽)


거울 앞에서 키를 대보고서야 / 언니는 언니가 나보다 작다는 걸 알았지만 /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언니가 갔다/84쪽)


+


《이 세상 모두가 적이라면》(김개미, 교유서가, 2026)


나비의 방황과 꿀벌의 집중력과 구름의 무아지경에 대해 나는 한 번도 쿨한 적 없고

→ 헤매는 나비와 골똘한 꿀벌과 고요한 구름인데 나는 여태 시원한 적 없고

→ 떠도는 나비와 모으는 꿀벌과 차분한 구름인데 나는 여태 도도한 적 없고

5쪽


열어놓은 창문으로 새들의 지저귐과 풀벌레 울음이 들어와서

→ 열어놓은 곳으로 새소리와 풀벌레 울음이 들어와서

→ 미닫이를 열어놓으니 새가 지저귀고 풀벌레가 울어서

20쪽


십이월이 가기 전에

→ 섣달이 가기 앞서

→ 첫겨울 가기 앞서

21쪽


방충망에 달라붙었던 러브버그가

→ 모기그물에 달라붙던 사랑벌레가

→ 벌레그물에 달라붙던 날벌레가

27쪽


어제는 몸만 어른인 남자가 수음하는 걸 봤다

→ 어제는 몸만 어른인 사내가 하는 혼짓을 봤다

→ 어제는 몸만 어른인 사내 혼놀이를 봤다

→ 어제는 몸만 어른인 사내 용두질을 봤다

29쪽


엄마의 신은 바위 밑에도

→ 엄마 한님은 바위 밑에도

→ 엄마 빛은 바위 밑에도

30쪽


구약성서 속의 욥처럼 모든 것을 신에게 바쳤는데

→ 오래말씀 욥처럼 모두 하늘에 바쳤는데

32쪽


달궈진 바위 위에 나를 눕혀놓고 웃던 미친 태양의 소리를 듣는다

→ 달아오른 바위에 나를 눕혀놓고 웃던 미친 해소리를 듣는다

→ 달아오른 바위에 나를 눕혀놓고 웃던 미친 해를 듣는다

34쪽


나의 하느님은 오래전에 바위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 하느님은 예전에 바위로 들어갔습니다

→ 우리 하느님은 이미 바위에 들어갔습니다

46쪽


여기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 여기라는 말은 어설프다

→ 여기라는 말은 엉성하다

→ 여기라는 말은 안 맞는다

→ 여기라 하면 말이 안 된다

50쪽


말할 수 있는 건 오늘 나쁜 일이 내일 좋은 일일 수 있다는 것

→ 말할 수 있다면 오늘 나쁜 일이 다음에 좋을 수 있다

→ 말할 수 있는데 오늘 나빠도 이튿날 좋은 일일 수 있다

55쪽


과하지 않은 외출복을 입어야 하고

→ 넘치지 않는 나들옷을 입어야 하고

→ 주제에 맞는 바람옷을 입어야 하고

→ 비싸지 않은 바깥빔을 입어야 하고

63쪽


아버지에게서 목각 인형을 받은 기억이 없다

→ 아버지한테서 나무둥이를 받은 적이 없다

→ 아버지한테서 작은나무를 받은 일이 없다

86쪽


핀셋으로 ㅇ을 집어내고

→ 집게로 ㅇ을 집어내고

→ 쪽집게로 ㅇ을 집어내고

99쪽


이곳의 날씨보다 그곳의 날씨가 궁금하다

→ 이곳 날씨보다 그곳 날씨가 궁금하다

104쪽


물이 식도를 통과하면서 시원하게

→ 물이 밥줄을 지나면서 시원하게

110쪽


포트럭 파티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의 목록은 줄어도

→ 도르리에 부르고 싶은 사람은 줄어도

→ 도리기에 데려오고 싶은 사람은 줄어도

→ 나눔잔치에 모시고 싶은 사람은 줄어도

122쪽


나는 오 년 차, 신참이 왜 울었는지 안다

→ 나는 다섯해, 햇내기가 왜 우는지 안다

→ 나는 닷해째, 새내기가 왜 우는지 안다

→ 나는 닷해내기, 꼬마가 왜 우는지 안다

12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h*******e 2026.08.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