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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10년 전에 낸 <달콤한 중국>부터, 반년 전에 낸 <중국은 있다>까지 이 책들의 기조는 무서운 중국의 변화에 주목하지 않으면 우리부터 어려워 진다는 것이었다. 내 목소리는 일관됐다. "중국에 디스플레이, 핸드폰, 자동차가 몰리듯, 반도체가 몰리면 우리가 중국에 팔 것이 없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얼마 전 진행한 중국 상하이 여행 안내 중 필자는 가이드가 쉴 때 마이크를 잡고, 중국의 놀라운 인공지능 변화나 휴머노이드를 말했다. 그 때 어떤 참가자가 뒤에서 "중공 빨갱이 소리 좀 그만하라"고 외쳐서 마이크를 놓기도 했다. 다른 이들이 더 해달라고 요청도 했지만, 이후에는 조심스럽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4월말부터 <오마이뉴스>와 중국 미래 산업 특별 취재를 진행하고 있다. 1차는 상하이와 항저우를 갔고, 2차는 칭다오를 갔다. 중간에 오마이뉴스 서교동 마당집에서 열린 임선영 작가의 북토크가 있었다. <중국AI 미래지도> 발간 전 열린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이 분야에 대한 중국의 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이 도착하자마자 꼼꼼히 읽었다. 앞으로 5년 책의 첫 번째는 정책 이야기다. 임 작가는 15차 5개년 규획 시기를 집중하라고 한다. 2026년부터 2030년인 이 시기는 중국이 모든 정책을 동원해 데이터를 집중할 것으로 봤다. 14억 명의 자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상 데이터, 제도 데이터, 스마트시티의 센서 데이터를 통합하고, 이것을 AI로 연결하는 신경망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노동력과 자본 투입이라는 낡은 성장 엔진을 떼고 그 자리에 AI와 데이터라는 새 성장 엔진을 장착했다고 본다. 문제는 이 시도가 한 기업이 아니라 중국 전체에서 진행되는 정부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GFM)이라는 것이다. 이 능력을 피지컬 AI(지금은 임바디드 AI로 바꾸어 부름), 저고도 경제(드론 활용), 바이오 제조, 상업용 우주와 양자 정보 등 차세대 미래 산업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1998년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의 정부의 정보망 구축과 인터넷 전환을 생각을 했다. IMF 상황에서 만든 이 시스템은 우리나라 기반을 바꾼 핵심 가치였다. 하지만 이후 우리나라 정부는 더 이상 혁신을 진척 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 중국은 차세대 혁신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임 작가는 중국의 이런 시도가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CAC에서 역량을 끌어와 만든 '국가데이터관리국'을 통해 이뤄진다고 봤다. 국가데이터관리국은 모은 데이터를 필요한 곳에 주어서, 바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에 가서 그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지도 프로그램 까오더(高德)는 네비게이션 기능도 가능한데, 이 네비게이션은 한국과 달리 도로의 차선 정보도 볼 수 있다. 중국의 GPS인 베이더우(北斗)의 정보 제공이 있어서 가능했다. 중국은 이런 정보나 데이터 활용의 경계를 자국에만 갖고 있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AI실크로드 개념으로 유럽이나 아프리카까지 그 영역을 넓혀 미국의 방어막을 형성하고 있다. 책의 2부는 인재 이야기다. 1900년대 이후 미국의 부흥에는 인재가 있었다. 2번의 세계대전을 치루면서 인재들은 미국을 향했다. 하버드, MIT, 스탠퍼드 등 이공학 분야는 이들 인재들이 이끌었다. 중국의 과학 영재들도 과거부터 미국으로 갔다. 임 작가는 중국이 2019년부터 2025년까지 AI전공 대학을 535개 늘려 연간 4만 3천 명의 엔지니어를 배출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여기에 초중고 교사들을 교육해 미래 산업을 인식 시켰고, 50만 명에 달하는 대학교수들도 재교육을 통해 미래를 이해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과거 2024년까지 72.5%였던 유학생 귀국률이 87% 늘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한다. 유연한 비자, 거주, 창업 지원 등을 통해 인재가 돌아오게 했다는 것으로 본 것. 이들은 단순히 졸업생이 아니라 구글 등 세계적인 기업에서 핵심을 담당했던 인력들이다. 이제는 칭화대 상위 20% 학생 중 90%가 유학을 가지 않고, 중국 과학원 대학 등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자본 이야기다. 임 작가는 이 장에서 미국과 달리 중국은 "국가가 거대한 금고를 열어 전략 기술에 무제한의 탄약을 쏟아붓는 국가 자본주의의 정점을 보여준다"고 봤다. 수익률을 쫓아 군림하는 미국식 자본과 안정적으로 투입하는 중국식 자본을 비교한다. 임 작가는 또한 중국은 대형 반도체 펀드인 국가대기금 등으로 반도체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봤다. 이 기금 60%를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40%를 AI 전용칩 개발에 투입하면서 생명을 연장해 왔다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과기창신 재대출을 통해 문샷AI와 지푸AI 같은 기업에 투자했다. 이들은 이후 홍콩 증시 상장 등을 통해 생명력을 얻었다. 또 허페이시 같은 지방 정부도 창신메모리나 본원양자(양자 컴퓨팅 기업)의 투자를 통해 지역만의 성공 모델을 만들었다고 한다. 자본에는 근본적으로 기축통화 문제와 증권시장 문제가 동반한다. 중국은 2007년 출간된 송훙빙(宋鸿兵)의 <화폐전쟁>을 시작으로 달러화와의 전쟁을 준비했다. 임 작가는 중국이 달러가 주도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맡기지 않고, 위안화국제결제시스템(CIPS)로 바꾸려는 것으로 봤다. 이런 노력은 중국의 무역 결제와 위챗, 알리 등 모바일 결제 확대와 맞물리고 있다. 4부는 기술 이야기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해 가장 전략적으로 쌓은 장벽이 반도체와 AI였다. 그런데 중국은 그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오픈AI나 구글은 수억 달러를 투자해 GPT나 제미나이 등 모델을 내놓아서 시장을 놀래켰다. 임 작가는 2024년 말 량원펑이라는 괴짜가 600만 달러로 딥시크-R1 모델을 내놓으면서 판도가 변했다고 본다. 미국은 중국으로 GPU는 물론 메모리의 수출까지 막는 등 절치부심했다. 하지만 중국은 적은 메모리로도 방대한 문맥을 정확히 추론하는 MLA 기술을 개발해 이 약점을 극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은 전세계 개발자들이 참조하는 AI 모델 플랫폼인 오픈라우터에서 1위를 포함해 상위 6~7개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AI 기술은 피지컬 AI는 물론 휴머노이드로 곧바로 연결된다. 필자가 방문했던 항저우 중국로봇전시관은 전시관이자 피지컬 AI의 현장이었다. 항저우에 있는 이 전시관에서는 주방 등 가정용 로봇을 위한 피지컬 자료는 물론이고 환자를 돌보는 의료용 피지컬 정보를 모으는 이들이 수없이 있었다. 결국 이런 정보들은 국가데이터센터로 집결 되고, 다시 개발 현장으로 돌아오는 등 국가 주도의 산업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임 작가는 베이징은 대뇌와 마케팅의 역할을 하고, 상하이는 생산과 지능형 생태계가 되며 선전은 부품 등 근육 역할을 분할한다고 봤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중국은 2025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 1만3천대 가운데 87%를 차지했다. 선두는 애지봇(5천대), 유니트리(4200대) 등이 차지했다. 여기에 화웨이, 바이두, 샤오미, 즈푸AI 등도 뛰어든 만큼 백가쟁명의 시대가 될 것이다. 임 작가는 또 다른 기술로 자율 주행과 드론을 잇는 모빌리티 혁명을 꼽았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장안자동차와 아크폭스에 레벨 3 자율주행을 허가하는 등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 이들 뿐만 아니라 바이두의 아폴로나 테슬라 등도 이 시험을 앞다투어하고 있다. 여기에 드론도 연결하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연결하면 저고도까지 인간의 운전이 필요 없게 된다는 것이다. 5부는 인프라와 산업이다. 필자는 과거 강연 때 중국의 인건비가 올라가면 한국에서 제조업 경쟁력이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역시 저출산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임 작가는 중국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제조업에 인공지능과 로봇을 완전히 탑재하고 있다는 상황을 주목했다. 그 체제에는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자급화도 들어있다. GPU를 대신할 ASIC나 NPU는 물론이고, 한국이 우위를 가진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노광장비가 없을 때를 대비한 대체 기술까지 개발한다. 여기에 전력 손실을 줄이는 송전기술, 산업용 소형모듈 원자로(SMR)도 자체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결국 그간 진행되던 글로벌 가치사슬을 지역 가치사슬로 환원했다는 것이다. 만시지탄이라도 해야한다 임 작가는 각 장마다 한국의 대처 방안에 대한 고민을 적는다. 임 작가는 총체적 고민을 6부 기회 편에서 정리한다. 임 작가는 '슈퍼 을' 전략을 쓰면서 미중 어디에도 몰두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한국의 HBM 없이 AI칩을 만들 수 없고, 중국도 HBM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국 AI 서버가 성능에서 뒤처지는 만큼 한국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제3의 기술 문명권을 구축하라는 것. 또한 한국은 단순한 기술 통합자를 넘어 상충하는 기술 블록 사이에서 규제의 복잡성을 해소해 주는 규제 중재자가 되라는 것이다. K-팝 등을 휴머노이드에 탑재하는 문화 산업과의 결합도 가능성이 있다는 제언도 던진다. 임 작가는 마치는 글에서 갑자기 느낀 중국의 속도를 보고, 미국 실리콘밸리도 다녀왔다고 한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이런 속도가 보이지 않았다고 느꼈다. 사실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15년 전 필자는 강의 PPT에는 중국 우주 굴기나 묵자호(양자위성), 한중 벤처캐피털 비교가 있다. 의사를 꿈꾸는 한국 엘리트와 창업을 꿈꾸는 중국 엘리트의 비교도 있다. 하지만 내 우려는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지금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친중파'라는 굴레를 씌우기도 한다. 이 책은 전문가의 시선에서 그 상황을 확인하는 괴로운 읽기였다. <오마이뉴스> 취재진과 지난 4월 말에 상하이와 항저우에서, 지난 6월 중순에는 칭다오에서 관련 흐름을 본 입장이라 더 참담했다. 현장 전문가나 저자도 한국의 방향을 말하지만, 그다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암담했다. 하지만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도 해야 한다. 소를 잃은 후에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나마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