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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떠난 뒤 세 아이를 키우는 여성에게 돈은 추상적인 욕망이 아니다. 그것은 집세와 식탁, 자동차, 아이들의 안전처럼 구체적인 형태를 가진다. 그러니 네 살짜리 아이에게 찾아온 뜻밖의 재능과 그 재능을 돈으로 바꿀 기회 앞에서 물러나는 일은 도덕적으로 간단하지 않다. 가난을 견디는 부모에게 ‘아이의 순수한 어린 시절’을 지키라는 말은 때로 너무 사치스러운 조언이 된다. 이 소설이 출발하는 곳도 바로 그 불편한 현실이다. 아이를 상품화하는 세계와, 아이의 재능을 팔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부모 사이에는 생각보다 선명한 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 문제는 돈을 벌기 시작한 다음부터다. 몰리의 재능은 곧 산업의 언어로 번역된다. 귀여움은 상품성이 되고, 춤은 콘텐츠가 되고, 어린 시절은 촬영 가능한 시간이 된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카메라 앞에 설 수 있는가가 중요해지는 순간, 재능은 가능성이라는 이름을 벗어나 하나의 경제적 자원으로 취급되기 시작한다. 네 살이라는 나이는 이 변화를 더욱 잔혹하게 만든다. 아직 자기 노동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자신의 노동으로 가족의 경제적 조건을 바꾸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부모의 역할도 미묘하게 변한다. 보호자는 관리자가 되고, 관리자는 협상자가 된다. 아이의 하루를 지켜보는 일과 아이의 하루를 판매하는 일 사이의 거리는 의외로 짧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손, 촬영 시간을 조율하는 손, 아이가 피곤해하지 않는지 살피는 손이 모두 같은 손인 까닭이다. 사랑과 노동, 보호와 거래가 한 사람 안에서 겹쳐진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가장 불편한 인물은 특정한 악인이 아니다. 오히려 모두가 어느 정도 선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족은 돈이 필요하고, 아이에게는 재능이 있으며, 제작자는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 하고, 대중은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고 싶어 한다. 각각의 욕망만 떼어놓으면 특별히 잔혹한 것은 없다. 그러나 그것들이 한곳에 모이는 순간 어린아이의 시간이 대가로 지불된다. 착한 사람들만으로도 착취는 완성될 수 있다. 가족이라는 단위 역시 이 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사람의 성공은 가족 전체의 성공으로 쉽게 포장되지만, 실제로 가족 구성원들이 치르는 비용까지 균등하게 분배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돈을 얻고, 누군가는 관심을 잃는다. 누군가는 새로운 기회를 얻고, 누군가는 익숙했던 생활을 잃는다. 같은 식탁에 앉아 있어도 각자가 경험하는 삶의 밀도는 달라진다. 가족이라는 이름은 이 차이를 지워버리는 데 놀라울 만큼 편리한 단어가 되어 버린다. 특히 어린아이에게 성공은 아직 자신의 욕망과 분리되지 않는다. 어른은 성공을 미래의 기회로 해석하지만, 아이에게 시간은 미래를 위한 자원이 아닌 지금 살아야 하는 현재다. 어른에게 몇 시간의 촬영은 경력의 일부지만, 아이에게 그 몇 시간은 친구와 놀 수 있는 오후일 수 있다. 어른에게 유명세는 사회적 자산이지만, 아이에게는 자신을 모르는 사람조차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이상한 세계다. 같은 사건은 나이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아동의 권리’라는 말도 조금 다른 얼굴을 갖는다. 아이에게 자기결정권을 인정한다고 해서 모든 결정을 아이에게 맡길 수는 없다. 반대로 보호를 이유로 모든 결정을 어른이 가져갈 수도 없다. 아이는 아직 자신을 책임질 수 없기에 보호가 필요하지만, 언젠가 자신을 책임질 사람으로 자라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경험도 필요한 것이다. 부모의 사랑에는 이 두 요구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모순이 들어 있다. 『평범한 날들은 사라졌고』가 흥미로운 것은 그 모순을 ‘좋은 부모와 나쁜 부모’의 구도로 해결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더 좋은 삶을 주려는 마음은 아이에게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만들 수 있고, 아이를 보호하려는 마음은 아이의 선택을 대신하는 권력으로 변할 수 있다. 부모가 아이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그 선택을 정당화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부모의 선택을 쉽게 비난할 수도 없다. 사랑과 책임이 만나는 자리에는 언제나 판단의 잔여가 남는다. 성공의 문제도 같은 방식으로 뒤집힌다. 성공은 흔히 축적의 언어로 설명된다. 돈이 얼마나 늘었는지, 얼마나 유명해졌는지, 얼마나 많은 기회를 얻었는지. 그러나 삶의 변화는 축적만으로 계산할 수 없다. 사라진 것도 함께 세어야 한다. 익명성, 한가로운 오후, 가족끼리 나눌 수 있는 시간, 실패해도 누구에게 기록되지 않는 자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대개 잃고 나서야 가격표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제목의 ‘평범한 날들’은 생활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시간에 대한 명칭이다. 아무도 상품으로 만들지 않은 시간, 성과로 환산되지 않은 시간, 누군가의 경력과 수익을 위해 사용되지 않은 시간, 아이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말이다. 인간에게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자본의 논리가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침투할수록 더욱 그렇다. 이 소설에서 어린 시절은 그래서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 할 노동 이전의 시간으로 읽힌다. 아이는 아직 시장에 자신을 내놓을 이유가 없어야 한다. 잘해서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만으로 사랑받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스타가 된 아이에게는 그 경계가 너무 일찍 사라진다. 웃음도, 춤도, 표정도, 말 한마디도 타인의 시선 안에서 가치가 매겨진다. 성장하기도 전에 자신을 바라보는 법부터 배워야 하는 셈이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부모 역시 그 시장의 바깥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아이의 재능을 경제적 자원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모는 자본주의의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그 구조에 종속된 존재가 된다. 그래서 이 작품의 갈등을 단순히 부모의 욕심이나 연예 산업의 탐욕으로 축소하면 오히려 중요한 부분이 사라진다.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선택지가 제한된 사람들. 그들의 선택이 또 다른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조. 이 모순이 가족극의 표면 아래에서 계속 움직인다. 그렇다면 좋은 삶의 기준은 무엇인가. 더 많은 것을 갖는 것? 아니면 덜 팔리는 것? 더 많은 기회를 갖는 것? 아니면 아직 선택하지 않은 채 머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평범한 날들은 사라졌고』는 성공을 거부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성공이라는 단어가 지워버리는 것들을 다시 화면 안으로 불러들인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하루는 생산성이 낮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본래 생산성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아이가 놀고, 가족이 밥을 먹고, 아무 목적 없이 거리를 걷고, 내일의 이익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시장의 계산법으로는 낭비에 가까운 그 시간들이 인간의 삶을 인간답게, ‘살 만하게’ 만든다. 결국 사라진 것은 단순한 평온이 아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자신의 시간이 자신의 것으로 남아 있지 않은 삶이다. 유명세는 그 시간을 가져가고, 돈을 그것을 보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떤 상실은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평범한 날들은 특별해질 것을 요구받지 않았기에 귀하다. 누구의 경력이나 상품도 되지 않고, 어떤 성공의 증거로도 제출할 필요가 없는 시간. 아이가 아이로 존재하고, 부모가 부모로 존재하며, 가족이 시장의 단위가 되기 전의 시간. 평범한 날들은 사라졌다. 평범했기에 누구도 붙잡아두지 않았던 날들처럼. 어떤 삶은 더 나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달리는 동안, 정작 발밑에 있던 하루부터 잃어버린다. 『평범한 날들은 사라졌고』는 가족을 위한 선택이 어디까지 사랑이고 어디서부터 거래가 되는지, 아이를 보호한다는 말이 언제 아이의 시간을 대신 결정하는 일이 되는지를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가족을 위해 내린 선택의 무게를 생각해본 독자, 아이의 권리와 부모의 책임 사이에서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었던 독자라면 이 소설의 불편한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연예 산업과 미디어가 인간의 재능과 시간을 상품으로 바꾸는 방식에 관심 있는 독자, 그리고 성공의 크기보다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평범한 하루의 가치를 돌아보고 싶은 독자에게도 권하고 싶다. 돈으로 환산되는 것들이 늘어날수록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시간은 오히려 희미해진다. 이 소설은 그 희미해지는 시간을 붙잡기 위해, 우리가 너무 오래 당연하게 여겨온 ‘평범함’의 가격표를 찢어버린다. ✏️도서출판 열린책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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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아이가 가진 재능이 경제적 가치로 소비되는 시대. 사회적으로 성공한 어린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평범한 날들은 사라졌고』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질문으로 이야기의 포문을 연다. 할리우드와 연예계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자칫 단순한 재미에 집중한 작품처럼 보이기 쉽지만, 막상 책장을 펼치고 나면 이야기는 예상보다 묵직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페이지터너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책장이 빠르게 넘어가는 동시에, 현재성과 보편성을 두루 갖춘 주제의식이 곳곳에 자리한다. 이토록 빠른 호흡의 이야기 안에 수많은 질문을 담아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할리우드 시스템의 어두운 이면, 어머니 ‘페이’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소비되어 가는’ 아이들. 읽기 쉬운 문체와 뛰어난 감정 전달력으로 완성된 이 작품은 페이라는 한 인물의 시선을 통해 수많은 사건과 감정을 매끄럽게 따라가게 만든다. 최근 문체나 문장의 아름다움이 두드러지는 작품을 많이 읽었던 터라 더욱 대비되었는데, 『평범한 날들은 사라졌고』는 문장 자체의 화려함보다는 인물의 내면을 포착하는 방식과 이야기를 흘려보내는 힘이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주제의 현재성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작품의 배경은 할리우드와 연예계지만, 그 안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오늘날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사회 전반으로 충분히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카메라를 들고 일상을 촬영해 업로드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셰어런팅과 아동 콘텐츠 역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처럼 대중적 성공의 궤도에 오르는 아이들도 적지 않게 등장한다. 하지만 그 성공의 과정에서 정작 아이 자신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어린 시절의 소중한 시간을 잃어가고, 어른들의 세계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을 감당해야 하는 일은 아이에게 결코 가벼운 경험일 수 없다. 더욱 섬뜩한 건 이 구조 안에 반드시 선명한 악인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누군가는 아이의 재능을 발견했다고 믿고, 누군가는 성공을 돕는다고 생각하며, 누군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한다. 하지만 각자의 의도가 어떠하든 결국 모두가 아이를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누구 하나 완전한 악인이라고 말할 수 없기에, 그 구조가 더욱 기형적이고 두렵게 느껴진다. 국내 아역 배우 출신인 김유정 배우 역시 촬영 현장에 심리 상담사가 함께할 필요성을 이야기한 바 있다.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그 세계를 지켜보고, 경험했기에 건넬 수 있는 제안이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스타가 된 아이 곁에 선 주인공 페이가 흔히 예상할 법한 ‘나쁜 엄마’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물론 처음의 선택에는 어느 정도의 무지와 욕심이 개입되어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순간부터 페이는 누구보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당연한 일이다. 자신과 아이들을 두고 떠난 무책임한 남편 션을 대신해 오랜 시간 홀로 생계를 책임지고, 아이들을 키워 온 사람이 바로 페이였으니까. ✎𓂃 하지만 엄마 오리는 이미 길 한 복판에 있고 지금으로서는 건너편으로 무사히 건너갈 수 있도록 바라고 기도하면서 계속 힘들게 터벅터벅 나아가는 일 밖에는, 최선을 다해 전진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물론 노력한다고 해서 언제나 원하는 결과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페이는 여러 차례 고난과 맞닥뜨리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잘못된 선택과 후회를 반복한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도,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당장 할리우드를 떠나지 못했던 것도 그녀가 처한 현실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페이는 끝까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맞서고, 최선을 다해 전진해 나간다.
✎𓂃 누군가가 우리를 아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배고픔처럼 가장 기본적인 욕구다. 그리고 그런 욕구는 상대의 실수를 간과하게 만들고 우리가 원하고 받아야 하는 것보다 적게 받는 상황을 묵과하게 만든다. 당장의 생계조차 불안정한 상황에서 아이의 행복과 가정의 평화를 동시에 지켜내려 애쓰는 모습은 한없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어쩌면 남성 인물들에게 쉽게 흔들리는 모습 역시 너무 오랜 시간 외로움과 책임을 혼자 견뎌 온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가족이 주제가 되는 소설에서 희생적인 어머니상을 그려내는 경우가 많다면, 페이는 조금 다르다. 분명 누구보다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지만, 동시에 아이들에게 원망과 서운함을 느끼고, 때로는 배신감을 품으며, 상처받고 죄책감에 시달린다. 사회가 기대하는 ‘이상적인 어머니’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 때문에 페이는 훨씬 현실적인 인물로 살아 숨 쉰다. 많은 부모가 한 번쯤 느꼈을 법하지만 쉽게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감정들을 작품은 숨기지 않는다. 특히 무조건적인 사랑만을 요구하는 사회적 시선에서 벗어나, 엄마의 씁쓸함과 아이들의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순간들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이 아버지를 반기는 모습을 보며 상처받는 페이의 마음도 이해되지만, 부모의 사정과는 별개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이들의 마음 역시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가족의 아이러니가 많은 장면 속에 담겨 있었다. 할리우드를 떠나고 싶어 하면서도 마음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 페이의 처지를 생각하면 그 막막함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무지와 욕망에서 비롯된 실수가 분명 존재하지만, 단 한 번의 선택을 이유로 모든 비난을 홀로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 역시 가혹하게 느껴졌다. 애초에 가장 거대한 문제는 페이 한 사람이 아니라, 아이를 돈과 이미지로 환산하는 할리우드의 구조 그 자체였으니까. 그렇게 한때 행복하고 평범했던 가정의 균형은 너무도 쉽게 무너져 내린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다. 가족이 서서히 붕괴해 가는 과정을 오롯이 페이의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있음에도 묘사의 해상도가 높아서, 마치 가족 구성원 모두와 주변 인물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번갈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할리우드라는 화려한 배경이나 스타가 된 아이 그 자체보다는 그로 인해 균형을 잃어가는 가족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았다는 점이 좋았다. 가족은 때로 서로에게 누구보다 깊은 상처를 남기면서도, 결국 다시 사랑으로 서로를 보듬는 존재니까. 그렇기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조금씩 무너져 가는 과정은 더욱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한편, 이와 같은 안팎의 균열과 붕괴가 반복되는 동안에도 모든 사건의 시작이자 중심이 된 네 살배기 막내 몰리는 여전히 사랑스럽기만 하다. 간혹 스치는 어른스러운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다가도, 놀이에 몰두하고 주변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어 놓는 모습은 영락없는 아이다. 그래서 더욱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주변의 환경은 격변했지만 몰리는 여전히 네 살짜리 아이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몰리의 모습을 읽으며 즐거워하고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나 역시 어느 순간 거북하게 느껴졌다. 작품 속 사람들이 몰리를 소비하는 모습을 비판하면서도, 독자인 나 역시 몰리의 사랑스러움과 재능을 하나의 이야기로 소비하고 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건들이 흘러가는 과정에서 유독 에밀리가 눈에 밟혔다. 션과 가장 닮은 아이이자, 과거의 모습에서 가장 많이 달라져 버린 아이. 마지막까지 계속 마음에 남았기에 이야기 속에서 조금 더 오래 만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끊임없이 사건이 벌어지는 가운데 가장 많이 성장해 있었고, 그래서 더욱 쉽게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에밀리의 처지가 유난히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현대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동시에 가족과 사랑, 성공과 행복, 부모와 자식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품고 있는 만큼, 이 작품은 자연스럽게 수많은 토론거리를 떠올리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독서 모임이나 북클럽에서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 특히 좋은 작품이라고 느꼈다. 동일한 사건과 인물을 두고도 독자의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작품이 건네는 중심 질문 자체는 명확하다. 그렇기에 상징이나 은유를 통해 끝없이 해석이 확장되는 유형의 소설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동일한 질문 앞에서 누가 답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이 작품의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왔다. 페이를 이해할 수 있는가, 아이의 성공을 어디까지 부모가 선택해도 되는가, 가족의 생계와 아이의 행복이 충돌한다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 어느 질문에도 쉽게 하나의 정답을 내리기 어렵다. 수없이 벌어지는 사건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전개되는 이야기 역시 인상적이었다. 결말로 향하면서 다소 빠른 템포가 아쉽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이토록 긴 분량을 읽는 동안 지루함을 느낄 틈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아쉬움은 충분히 상쇄된다. 평범한 일상은 너무 가까이 있어 그 가치를 잊기 쉽다. 많은 사람에게 존재하기에 오히려 존재감이 희미하고, 언제까지나 당연히 이어질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평범함을 잃어버린 이들의 삶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평범함이란 수많은 선택과 이해, 희생과 노력 끝에 가까스로 지켜지는 하나의 삶의 형태에 가깝다. 『평범한 날들은 사라졌고』는 평범함을 잃어버린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평범한 날들의 가치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별것 아닌 듯 흘려보냈던 하루를 지켜내기 위해 때로는 이토록 많은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되새기면서, 모두가 자신만의 평범한 날들을 끝내 지켜낼 수 있기를.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기를. #열린책들 #수잰레드펀 #소설 #문학 #책추천 #서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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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내향성으로 한번쯤 꿈꾼다는 아이돌은 선택지에 없었다. 아마 아이돌이 되더라도 생각이 없을 때 나오는 무표정이나 경솔한 발언으로 신문의 사회면에 오르내리는 문제아가 되었을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조차 오래 보지 못하고 꺼버리는 성격이니 그게 업이 된다는 것은 애초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면 비방용 언어를 잘 구사하는 어둠의 아이돌이 되었을 수도 있다. 아이돌의 팬으로 사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지이다. 스타의 삶을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수잰 레드펀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처음에 표지만 보고 어린아이를 착취하는 비문학 도서로 알고 있었다. 인터넷 서점에서도 몇 번 스치고 지나갔는데 우연히 SNS에서 꽤 괜찮은 작품이라는 후기를 많이 보았다. 평생 경험할 일 없는 연예인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점에 흥미가 생겼다. 새로운 세계를 접한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아이 셋을 둔 삼십대 여성 페이다. 페이는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중이며, 금전적인 문제로 어머니 집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우연히 막내 딸 몰리가 길거리에서 춘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인기 소속사와 계약하게 되고, 유명 브랜드의 광고까지 찍게 된다. 평범한 삶에서 갑자기 스타의 삶이 되어버린 페이 가족은 행복보다는 불행이 드리운다. 이들 가족은 빛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문화적 배경지식이 필요한 부분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작품에 전반적으로 미국 문화를 알아야 이해가 가능한 용어들이 꽤 많은 편이다. 미국 드라마나 인기 배우를 비롯한 미디어 매체에 관심이 있었더라면 훨씬 수월했을 테지만, 외화를 아예 보지 않는 입장에서는 다소 어렵게 다가왔다. 거기에 6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지루할 틈 없이 점점 스토리에 몰입되었다. 개인적으로 세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의 행동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중심 인물인 페이는 누구보다 자녀들을 사랑한다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첫째 딸 에밀리는 자꾸 엇나갔다. 읽는 내내 페이의 모성애에 자꾸 의문이 들었다. 프로그램의 감독이나 촬영 스태프 등 많은 남성들과 뜨겁게 연애했고, 딸이 대기하는 분장실에서 낯뜨거운 애정 행각을 벌였다. 또한, 전 남편 역시 자녀보다는 돈을 생각하는 비상식적인 행태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할리우드의 화려한 인생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인기와 위기를 맞바꾸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다. 그들은 금전적인 풍요와 어디에서나 알아 볼 수 있는 인지도를 얻게 되었지만, 그만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평범함을 잃어버렸다. 화무십일홍. 자본과 인기는 한때에 불과하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조상님들의 말씀은 이들에게도 그대로 통한다. 평범함은 어렵지만, 그만큼 쉽게 누릴 수 있는 가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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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평범한 날들은 사라졌고>의 앞부분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유명 에이전트가 다섯 살 몰리에게 춤추는 게 좋으냐고 묻고, 돈을 받으면 좋겠냐고 묻습니다. 아이는 둘 다 그렇다고 답합니다. 그 장면을 보며 엄마 페이는 생각해요. 돈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몰리는 분명 초콜릿 아이스크림 정도를 생각했을 테니까. 아이의 동의는 이렇게 받아졌고, 계약은 어른들 사이에서 성립됩니다.
몇 장 넘기면 에이전트가 광고 단가를 부릅니다. 1년쯤 지나면 한 편에 5만 달러 이상이 될 거라는 말에 페이의 머릿속이 하얘지는데, 그때 나오는 문장이 「정말 많은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살 수 있는 돈이다」예요. 조금 전에 딸을 두고 했던 계산이 자기 자신에게 그대로 돌아옵니다. 어른의 상상도 결국 같은 크기였다는 뜻이겠지요. 저는 이 반복이 이 소설 전체의 설계도라고 봤습니다. 수잰 레드펀의 이 장편은 남편이 사라진 뒤 세 아이를 홀로 키우는 서른두 살 페이 마틴의 이야기입니다. LA 거리에서 우연히 찍힌 막내 몰리의 탭 댄스 영상이 폭발적으로 퍼지고, 가족은 하루아침에 할리우드 한복판으로 끌려 들어갑니다. 656면이라 손에 쥐면 묵직하지만 챕터가 짧아 속도는 붙는 편이에요. 저는 일부러 천천히 읽었습니다. 사건만 따라가면 놓치는 문장이 많은 책이라서요. 페이가 계약에 다가가는 이유가 허영이 아니라는 점을 눌러 두고 싶습니다. 큰돈이 들어온다는 말을 들은 순간 그가 떠올리는 목록의 첫 항목은 아들 탐의 상담 치료비입니다. 그다음이 빚, 그다음이 낡은 차 수리예요. 이 순서에 페이라는 사람이 다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어지는 대목에서 에이전트가 결혼했느냐고 묻고, 페이는 남편이 다섯 달 전에 사라졌다는 말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입니다. 거짓말은 아니면서 없는 삶이 그려지는 순간이죠. 남편도 관여하느냐는 물음에는 「아뇨. 저뿐이에요」라고 답하고, 곧 이런 문장이 붙습니다. 지난 12년간의 결혼 생활이 더 정확하게 요약되는 순간이라고요. 이 한 줄에서 저는 이 소설이 연예계 이야기만 하려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가족이 무너지는 방식도 자극적이지 않게 쓰였습니다. 중반쯤에 사라졌던 남편 션이 돌아오는데, 문제가 닥쳤을 때는 보이지 않다가 나중에야 슈퍼히어로처럼 등장한다는 서술로 그 사람을 한 줄에 정리해 버립니다. 아이들은 아빠에게 달려가고, 열두 살 에밀리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새 옷입니다. 이 동네에서는 옷을 더 잘 입어야 한다고요. 상처에서 배운 것이 고작 이런 거냐는 페이의 반응이 아팠습니다. 결국 남편은 새로 산 컨버터블에 아이들을 태우고 떠나고, 페이는 여행 가방과 함께 주차장에 남습니다. 그 뒤로 할 일 목록에 적어 둔 이혼 전문 변호사에게 전화하기 항목의 밑줄이 세 번에서 여섯 번으로 늘어납니다.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밑줄 개수만 세는 방식이 오히려 세게 읽혔어요. 책의 뒤쪽으로 가면 페이는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다른 아역의 어머니를 찾아갑니다. 딸이 열세 살 때 겪은 일을 두고 페이가 그것은 범죄라고 말하자, 그 어머니는 「미국에서는 그렇게 부르겠죠」라고 답합니다. 그리고 페이를 정면으로 봅니다. 우리는 둘 다 좋은 인생과 미래를 위해서 딸들을 팔아넘긴 것이고, 차이가 있다면 자기는 그 사실을 기꺼이 인정한다는 거라고요. 아이 치료비를 먼저 떠올렸던 선한 동기가 이 논리 안에서 변명으로 흡수됩니다. 이 대면 장면이 이 소설에서 가장 서늘한 자리였습니다.
더 오래 남은 것은 그다음입니다. 몰리는 이미 몸이 상했고 더 이상 이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상태예요. 그런데 아이 주변의 어른들이 하나같이 같은 대답을 내놓습니다. 에이전트는 수익을 계산하고, 프로듀서는 통제를 놓지 않으려 하고, 페이가 마음을 준 남자마저 「그만둬서는 안 돼요」라고 말합니다. 자기는 그만두지 않았느냐고 되묻자 「나는 프로그램이 끝나고 그만뒀어요. 촬영 중간이었다면 절대 떠나지 않았을 거예요」라는 답이 돌아오고요. 많은 사람이 이 일에 매달려 있으니 한 아이의 사정으로 멈출 수는 없다는 논리인데, 로맨스로 보였던 축이 여기서 조용히 정체를 드러냅니다. 페이는 그를 할리우드라는 종교의 신자로 정리합니다. 그 표현이 과하지 않게 느껴질 만큼 앞에서 근거를 쌓아 둔 소설이에요. 다만 걸린 대목도 있습니다. 페이가 총을 든 스토커에게 협박당한 일을 회상하면서, 그 청년은 악당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어린 사람일 뿐이었다고 연민합니다. 사랑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는 문장으로 자기 처지와 겹쳐 놓기까지 하고요. 인물의 심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아이를 향한 실제 위협을 그렇게 부드럽게 감싸도 괜찮은지는 의문이 남았습니다. 페이의 판단력이 흔들린다는 걸 보여 주려는 의도였다 해도, 이 소설이 다른 곳에서는 그렇게 단호했던 만큼 이 자리에서만 초점이 흐려진 인상을 받았어요. 결말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표지에 별 스티커로 얼굴이 덮인 그 아이의 사진이 왜 하필 그렇게 디자인됐는지는 알게 됩니다.
번역에 대해서도 한마디 남기고 싶습니다. 오래된 시리얼 광고 문구나 흘러간 영화의 대사처럼 미국 독자에게만 자연스러운 표현마다 옮긴이 주가 붙어 있습니다. 농담의 온도까지 넘기려 한 흔적이라 반가웠어요. 이 이야기가 남의 나라 사정으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아이 얼굴이 부모 계정에 매일 올라가고 조회수가 곧 기회가 되는 일이 우리 쪽에서도 낯설지 않으니까요. 자녀의 재능을 어디까지 밀어줘야 하는지 고민해 본 분이라면 남의 이야기로 읽히지 않을 것이고, 화려한 세계의 뒷면이 궁금해 집어든 독자에게도 값은 충분합니다. 대신 아동 착취를 정면으로 다루는 구간이 있어서, 가볍게 쉬어 갈 소설을 찾는 분께는 권하기 조심스럽습니다. 서평단으로 여러 권을 만나다 보면 정보로 남는 책과 질문으로 남는 책이 갈리는데, 이 한 권은 확실히 뒤쪽이었습니다.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과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속물이라고 몰아세우지 않으면서, 그 마음의 값을 누가 치르는지는 끝까지 정확하게 계산해 보여 주거든요. 처서를 지나 저녁 공기가 먼저 바뀌는 시기입니다. 매미 소리가 옅어지고 해가 조금씩 짧아지는 이맘때가, 두툼한 소설 한 권을 천천히 붙들기에는 알맞은 것 같아요. 책의 끝자락에 나오는 말처럼 이 세계는 사람을 강하게도 약하게도 만들고, 하지 않는 일이 하나 있다면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회사든 무엇이든 오래 몸담은 판이 사람을 어떤 쪽으로 바꿔 놓았는지, 이 나이가 되면 대충 짐작이 갑니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그 짐작이 조금 더 선명해졌습니다. 소원이 이루어진 뒤에 벌어지는 일을 656면 내내 정직하게 따라가는, 빠르지만 얕지 않은 할리우드 가족 드라마. #평범한날들은사라졌고 #수잰레드펀 #NoOrdinaryLife #열린책들 #김마림 #한순간에 #미국소설 #번역소설 #장편소설 #가족소설 #할리우드소설 #아역스타 #싱글맘 #페이지터너 #소설추천 #책추천 #독서기록 #서평 #북유럽카페 #서평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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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스테이지 맘(Stage mom). 연예계나 스포츠 분야에서 활동하는 어린 자녀의 커리어를 열성적으로 관리하는 엄마를 뜻한다. 이 책은 막내딸이 하루아침에 벼락 스타가 되면서 뜻하지 않게 스테이지 맘이 되어버린 여자와 그 가족을 통해 할리우드 조명 뒤에 숨겨진 아역 스타의 어두운 단면을 숨가쁘게 그려낸다. 무책임한 남편에게 버림받은 뒤 세 아이를 홀로 키우며 지독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싱글맘 페이. 어느 날 막내딸 몰리가 춤추는 영상이 유튜브에서 바이럴을 타고, 급기야 인기 TV 시리즈의 주연 아역배우로 발탁되고 만다. 화려하고도 냉혹한 할리우드 시스템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이들의 삶은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렇게 제목 그대로, 이 가족에게 더 이상 평범한 삶은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사실 초반부를 읽을 때부터 이들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아이의 갑작스러운 성공, 쏟아지는 관심, 돈과 명성, 가족 간의 갈등과 파국까지. 전개 자체만 놓고 보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이야기인데 신기할 만큼 페이지가 쉴 새 없이 넘어갔다. 저마다의 욕망과 이해관계에 따라 어린 몰리를 이용하려 드는 에이전트와 프로듀서, 아이의 아빠까지 작품에 나오는 대다수의 인물들이 징그러웠다. 주인공 페이 역시 읽는 내내 답답했는데, 순간의 감정에 휘둘려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고 잘못된 선택만 골라 하는 듯한 모습에 몇 번이나 깊은 한숨이 나왔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나 싶다가도 엇나가는 첫째 에밀리를 보며 뒷목을 잡게 되고… 도파민 넘치는 페이지터너임은 분명하지만, 연예계의 화려함 뒤에 숨은 아동 착취 시스템과 아역 스타들의 어두운 단면을 꽤나 생생하게 그려낸다. 도대체 어디까지 망가지려고 이러나 싶은 순간이 계속 이어지져 눈을 떼기 어려웠는데, 결말이 조금 갑작스럽게 끝나는 느낌! 한 번 펼치면 끝까지 놓기 힘든 소설을 찾는다면 추천하고 싶다. _ 🔖 「이 분야에서 큰 문제 없이 살아남는 건 당연한 게 아니라 아주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죠. 지난 20년간 있었던 아역 스타들을 한번 생각해 봐요. 그중에 아직도 몇 명이나 살아남았는지, 그리고 그런 애들 중에서 약물 남용, 정신적 문제, 또는 섭식 장애없는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를요.」 (p. 340) 🔖 「거짓말이 사실로 둔갑하는 이 비정상적인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해요.」 (p.4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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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잰 레드펀 『평범한 날들은 사라졌고』 자고 일어났더니 내 딸이 헐리우드 스타?!🌟 페이 마틴은 세 아이의 엄마 입니다. 출장을 간다고 나간 남편은 몇 달째 집에 돌아오지 않고, 그녀는 하루아침에 강제 싱글맘 신세가 되는데요. 가난한 살림에 어떻게든 세 아이와 잘 살아보려고 발버둥치지만 일자리도 잘 구해지지 않고 현실은 냉혹하기만 합니다. 아이들 문제도 페이를 더 힘들게 했는데요. 첫째 에밀리는 사춘기가 쎄게 왔는지 항상 불만이 가득하고, 둘째 탐은 선택적 함구증이 있어서 말을 잘 하지 못합니다. 티없이 해맑은 4살 몰리의 애교만이 페이의 마음을 위로하고 웃게 만들었어요. (오키 도키 초코 쿠키!) 결국 페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를 떠나 LA의 어머니 집에 얹혀 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몰리가 길에서 춤을 추는 영상이 우연히 SNS로 퍼지게되고 유명 기획사 대표 모니크 브랙스턴 눈에 띄여 화려한 헐리우드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몰리가 찍은 광고는 큰 화제가 되어 오디션 기회까지 이어지고, 유명 드라마 <포스트 밴드>의 고정 배역을 따냅니다. 늘 돈에 쪼들리던 페이는 거액의 계약금을 손에 쥐자 점점 욕심이 생기기 시작해요. 남편이 떠나고 외로웠던 그녀는 멋있고 젠틀한 프로듀서 크리스에게도 마음이 끌리는데요. 그는 달콤한 말로 페이를 유혹합니다. 크리스와의 행복한 삶을 상상하던 그녀 앞에 갑자기 남편 션이 나타납니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그의 등장으로 페이의 삶은 다시 흔들리고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그리고 화려하기만 할 줄 알았던 헐리우드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데요. 극성팬과 파파라치가 따라붙고, 하루 4시간 정도면 끝날 줄 알았던 촬영은 하루 종일 대기해야하는 강행군인데다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촬영이 이어지며 점점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데... 누구나 꿈꾸는 스타의 삶.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어둠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페이가 어리석은 선택을 할 때는 답답하기도 하고, 남자들에게 휘둘릴 때는 화가 나기도 했는데요. 어쩌면 그 모습이 한때의 제 모습과도 닮아 있었던 것 같아요. 인스타나 유튜브 속 어린 인플루언서들도 떠올랐어요. 몰리처럼 평범한 날들이 사라진 그들은 과연 행복할까요? 마라맛의 아침드라마 같은 소설을 찾으신다면 추천드려요!! 📖 P.204 몰리가 나중에 컸을 때 과연 이런 것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자기의 어린 시절을 사탕, 아이폰, 자동차, 그리고 말 등과 맞바꿔야 했다는 사실을 원망하지는 않을지 문득 생각하게 된다. ✏️ 열린책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평범한날들은사라졌고 #수잰레드펀 #책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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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짙으면 한 줄기 빛도 그 존재감이 상당하다. 그런데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눈이 시리도록 빛나는 빛이 어둠을 찾아온다면 어떨까? 마냥 행복할까? 아니다. 분명 눈이 제대로 보지 못해 길을 잃을 것이다. ⠀ #평범한날들은사라졌고 (#수잰레드펀 지음 #열린책들 출판)은 남편에게 버림받고 어린 세 명의 자식을 돌봐야 하는 엄마 페이의 이야기이다. 아내와 엄마가 비록 비웃음 당할지언정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페이지만, 덜컥 아내와 엄마가 되어 보니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분명 자신도 아이였던 시절이 있었음에도 육아는 어렵고, 남편에게 버림받아 돈이 없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의 신발은 작아진 지 오래다. ⠀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엄마에게 의탁해 하루하루 버텨내던 페이에게 막내 몰리가 한순순간에 SNS 스타가 된다. 몰리의 화제성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아역 캐스팅과 인기 TV 시리즈 오디션 제의가 들어올 만큼 꺼질 줄 모른다. 눈부신 조명 아래 화려한 무대의 삶이 거짓말처럼 찾아왔다. 말 그대로 로또 맞은 상황. 이제 페이의 인생도 불행 끝 행복 시작일까? ⠀ 페이의 여리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도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캐스팅 경쟁, 동종 업계와 여론의 시기와 질투, 관심, 절대 없을 줄 알았던 파파라치까지. 게다가 쿨하게 떠났던 남편도 한몫 챙기려는 듯 돌아와 용서를 구한다. ⠀ 페이의 어둠은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빛이 비추어 만든 새로운 어둠이 생겨났을 뿐이다. 심지어 이전의 어둠도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 누구나 인생 역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나를 꿈꾼다. 환경이 바뀌면 나도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인과관계를 잘못 생각하고 있다. 환경이 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평생 불우하고 가난하게만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자수성가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바뀌어야 환경도 바뀌는 것이다. ⠀ 페이는 어린 나이에 준비 없이 엄마가 되었기 때문인지 다른 사람에게 기대려 하는 욕망이 강하다. 자신의 인생을, 운명을 타인의 손에 맡기는 것이다. 물론 전적으로 맡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넘어지기 전에 손을 잡아주고, 어긋나기 전에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응원과 격려, 사랑을 주는 조력자가 몹시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자신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 우리 모두 우리 스스로를 지극히 평범하게, 나아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누군가의 성공을 속 시원하게 축하하지 못하고 질투하고 비난한다. 누구보다 그런 성공을 바라면서 말이다. 이렇게 이중적인 모습, 우왕좌왕하는 모습, 강단 있게 나아가지 못하고 의지하는 모습, 변화하지 못하는 모습을 페이에게 보면서 시원하게 욕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도 결국 ‘페이’처럼 꿈꾸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 페이의 못난 모습 말고 살아가는 발자국을 유심히 살펴보자. 수많은 갈림길, 수많은 크고 작은 선택들.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선택하고 걸어 나가 넘어지고 깨지고 갈등하고, 그럼에도 살아가는 모습을 보자. 응원하고 그 선택들이 쌓여 나비의 날갯짓의 결과를 끝까지 바라보자. 그러면 이 책을 읽고 있는 우리의 삶도 다르게 보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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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은, 어느정도 살아보니 ‘평범하게 사는게 제일 어렵지.’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삶을 부러워하곤 합니다. 무대 뒤, 카메라 뒤의 고단함이나 꿈을 이루기까지의 노력은 볼 수 없으니, 뜨기만 하면 돈방석에 앉는 것을 볼 수 있으니까요! 이 소설은 바로 그 이면을 비추었습니다. 화려해 보이는 삶 뒤에 무엇이 있는지를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야기는 세 아이를 키우며 힘들게 살아가던 싱글맘 '페이'의 막내딸 ‘몰리’가 우연히 아역 스타가 되면서 시작됩니다. 사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부럽기도 했습니다 하루 아침에 뭔가 쉽게 돈방석에 앉게 된 것 같아서요🫣 그렇지만 파파라치가 일상을 침해하고, 작은 행동에도 비난과 스캔들이 따라오는 모습을 보며 ‘이거 진짜 괜찮을까?’ 했습니다. 게다가 페이는 엄마이면서, 매니저이면서, 여전히 사랑하고픈 여자이기도 했습니다. 만약 내가 페이라면,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갈등을 잘 해결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분량이 600쪽이 넘어서, 와 이거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완전 페이지터너 였습니다. 도파민도 챙기고, 미드도 떠오르고, 게다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경우가 많은 요즘 현실을 담고 있다보니 더욱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나의 자녀가 하루아침에 화제의 중심에 선다면, 화려한 연예계로 뛰어드실건가요? 📍출판사 열린책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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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얼마 안 되는 서평 경험 중에 가장 벽돌책이었어요. 길어서 혹여나 서평 기간동안 다 읽지 못하면 어쩌지하고 걱정했었는데 이게 웬 걸. 조금 미루다 읽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말 이틀만에 다 읽었어요. 외국 소설은 특히 읽기 어려워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이게 페이지터너의 악마라고 하는 걸까요. 소설은 어린 막내딸 몰리가 찍힌 길거리 댄스 영상이 퍼지고 몰리가 할리우드 스타가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상상도 할 수 없이 많은 돈을 벌지만 과연 유명 연예인이 된다는 건 행복만을 가져올까요? 소설은 그 답에 대해 무서울 정도로 냉담한 반응을 보여줍니다. 가족의 행복을 원했던 엄마 '페이'는 엄마라는 역할과 몰리의 매니저의 역할 사이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매끄러운 전개가 특히 좋았는데요. 사건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줘서 정말 페이지가 훅훅 넘어갑니다. 어쩌면 숨 돌릴 틈 없이 사건들이 밀도 있게 진행된 달까요. 중간부턴 밑줄도 긋지 않고 읽었어요. 페이지를 넘어가면서 중간중간에 있었던 반전에 대한 떡밥을 짚어내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페이가 내려야 했던 결정은, 그녀가 결코 익숙해지지 못한 연예계의 냉정하고 이기적인 공격방식이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할리우드의 세계는 건재합니다. 이 이야기가 현실과 너무 가깝다는 생각에, 등장인물들에게 동화되어 지치기 시작할 즈음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생소했던 경험은 등장인물이 많아서 '얘가 누구였지?' 하는 경험이 가장 적었어요. 외모 묘사가 섬세해서 이미지가 잘 떠오르는 점이 등장인물들을 헷갈리지 않게 도와줬습니다. 페이가 보여주는 모성애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가족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연예계에 발을 들인 아이들이 지치고 망가지는 모습을 두고 볼 수 밖에 없었던 무력한 페이의 모습도요. 슈퍼 스타가 된다는 말은 타인에게 인정을 받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연예인은 흔히 가십에 휩쓸리고 사생팬과 파파라치를 달고 지내고, 저는 이전까지 저와 너무 먼 얘기라 '힘들겠다.'라는 감상에서 그쳤어요. 그래서 '나'라는 인물이 4살 짜리 슈퍼스타 몰리를 케어하는 매니저이자 엄마인 '페이'라는 것이 영리했다고 느꼈어요. 그 작은 꼬마 스타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누구보다 몰리를, 가족의 행복을 원하는 인물이니까요. 화려한 연예계의 이면을 짚어내는, 현실적이고 밀도 있는 서사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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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날들은 사라졌고』는 화려한 성공 뒤에 가려진 희생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어요! 평범한 날들이 사라진 뒤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점이 씁쓸하면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할리우드 스타의 삶이 어떨지 궁금하시다면 『평범한 날들은 사라졌고』를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