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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이 1817년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에 탈고한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니 가슴이 짠하다. 헤어졌던 연인을 다시 만났을 때의 감정적 동요에도 불구하고 더 신중해야 하는 앤 등 남녀 간의 현실적인 그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에 대한 탁월한 심리적 묘사가 돋보이는 소설이기도 하다. 해군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돌아오는 웬트워스 대령 등을 통해 나폴레옹 전쟁의 후유증을, 당시의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날카롭게 그려낸다. 가세가 기울어가는 귀족 월터 엘리엇 경이 자신의 외모와 지위에 애착을 가질 만한 합당한 이유로는 죽은 아내와 세 딸의 존재다. 첫째 엘리자베스는 꿋꿋하게 모든 일을 관장하고 지시하며 켈린치 저택의 안주인 역할을 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둘째 앤은 현명하지만, 혼기를 놓치고 말았다. 앤 엘리엇은 스물일곱, ‘한창때의 모습을 잃어버린’ 모습으로 소개된다. 8년 전 주위 사람들의 ‘설득’에 의해 사랑했던 이와 헤어진 후 다른 남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 남자의 해군이라는 직업에 대해 탐탁지 않은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째는 내세울 것 없는 집안 출신이 과분한 수훈을 세워 아버지와 할아버지 대에는 꿈도 못 꾸었던 영예를 얻는 수단이 된다는 거. 둘째는 그 일이 사람의 젊음과 원기를 끔찍하게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앤은 체면보다는 성실성을 중시한다. 어렸던 앤은 이렇게 설득당한 거였는지 모르겠다. 막내 메리는 찰스 머스그로브 부인이 된 덕에 겉으로나마 좀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며 산다. 오스틴의 마지막 소설인 《설득》은 그녀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두 남녀가 우여곡절 끝에 행복한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오스틴은 예외 없이 그러한 우여곡절이 어디에서 기인하며 그 토대는 무엇인지를, 나아가 결혼과 행복이 과연 양립, 가능한 것인지를 집요하게, 그리고 이전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묻는다. 어려서는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강요받은 앤 엘리엇이 ‘나이 들면서 로맨스를 배워’가는 이 소설의 이야기를 작가는 부자연스러운 시작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표현했다. 첫사랑이었던 웬트워스 대령과 헤어진 후 8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되는 앤의 이야기는 암울한 결혼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중함’과 ‘낭만적 사랑’의 판타지라는 모순적인 개념이 빚어내는 온갖 부자연스러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파혼당했던 웬트워스 대령은 전쟁에서 공을 세우고 재산을 모아 금의환향한 뒤 결혼 시장에서도 빠지지 않는 존재로 부상한다.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했다니!’ 앤은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굴욕감을 말없이 삼키며 그 말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사람이란 타인과 자신을 바꾸고 싶은 마음을 달래줄 나름의 우월감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를 대하는 인물들의 태도 변화를 아이러니로 그려내는 오스틴의 붓끝은 예외 없이 날카롭다. 어울리던 무리를 벗어나면 자신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가 되는지를 다시금 깨달아야 했던 것이다. 제인 오스틴은 자신의 표현대로 그림을 그리듯 정교한 필치로 그녀가 가장 잘 아는 세상사를 그려낸다. 그 속에는 거실 한담이나 이웃 나들이, 저녁 만찬 모임, 음악회 등 당대의 생활상과 풍습, 사고, 습관이 지극히 사실적으로 재현되어 있다. 첫 무도회의 두근거림이나 동네 사교 모임의 무료함 같은 소소한 경험이 정밀하게 묘사되어 있는가 하면, 격식과 예의범절 뒤에 감추어진 졸렬함과 이기심, 허영과 시기, 질투, 편견 등이 적나라하게 포착되어 있다. 그리고 오스틴은 섬세하면서도 풍성하고, 사실적인 동시에 해학이 넘치는 상아 세공 속의 세상을 통해, 모슬린 옷감을 고르는 일로부터 남편감을 고르는 일에 이르는 모든 선택과 결정이 당대 영국 사회의 계급 변동이나 젠더 이데올로기, 식민지 경영 같은 사회적 경제적 문제와 단단히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당대의 삶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한 오스틴식 세상 읽기를 따라 읽다 보면, 웬트워스 대령과 앤은 자주 마주치게 된다. 옛 감정이 다시 살아났는지 어땠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겠지만 양쪽 다 지난 시절의 기억으로 되돌아간 것은 분명했다. 그 시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이야기를 하거나 설명을 하던 중에 그는 두 사람이 결혼을 약속했던 해의 연도를 언급하기도 했다. 직업과 성격 탓에 그가 말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한 저녁에도 그는 ‘그때가 1806년이었을 겁니다’ ‘그건 제가 바다로 나갔던 1806년 이전의 일이었지요’라는 식으로 말을 했고, 그의 성품을 잘 알고 있는 앤은 그 역시 자신만큼이나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으리라 느꼈으나……. 그녀만큼 ‘놀라우리만치 일관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결혼 시장의 경제 논리’라는 고통을 느낄 거라, 생각할 수는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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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문학동네의 먼슬리 클래식을 알게 되어서 세계의 고전 문학들을 하나 둘씩 섭렵하고 있는데, 이번엔 《설득》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만과 편견》 외에 제인 오스틴의 다른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컸는데 만족스러운 독서 시간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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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출판사 번역으로 읽어봤던 작품이지만 문학동네 먼슬리 클래식 시리즈 표지도 맘에 들어 구매합니다. 문학동네 에서 나온 설득은 어떨지 기대되네요.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들도 먼슬리 클래식 시리즈로 나오면 좋을것 같아요. 재독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