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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일제치하에서 조국의 광복을 위해 자신의 젊음을 불태운 이상주의자였고, 할머니는 27살에 요절한 남편에 대한 애증을 평생 가슴에 담아두고, 그 흔적을 지워 가족을 지키려했던 현실주의자 였고, 아버지는 머나먼 타국에서,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힌 기억조차없는, 자신의 삶에 짐만 남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들이었고, 주인공은,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정착할 곳을 찾기를 원하지만 방황을 거듭한다. 부친의 작고 후에 아버지의 작업을 이어받아, 3대에 걸친 가족사를 찾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이념과 애증의 상처를 치료하고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되고 자신의 뿌리를 자식에게 물려줄 용기가 생기게 된다. 그 당시 사회주의 독립운동가가 이철하 선생님 한분이었겠는가? 남편이 혹은 아버지가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혀서 분하고 원통한 마음을 삭히며, 스스로를 숨기며 지난 반세기를 살아야 했던 분들이 작가의 가족만이겠는가? 이 소설, 회고록이 특별한 것은 모두의 무관심에 묻힐뻔한 사회주의 독립운동가에 대해 알려주고, 생존한 가족들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억울하게 숨어살아야 했던 시간들을 소환하여, 그 시대의 역사에 무관심했던 우리의 양심을 건드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말해준다.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통스러워 외면하여 망각하게 된다면, 결국 비극의 역사는 반복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비록 조국은 아직 반쪽뿐이고 친일청산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부디 별이 가득한 조국의 어느 들판에서 고 이철하 선생님과 그 분의 후손들이 안식처를 찾았기를 바랄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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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들판은 작가가 오랜시간을 들여 추적해 온 가족사의 이야기이면서,동시에 한국현대사의 어두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다 같은 독립운동이였어도 사회주의사상은 철저히 잊혀졌고 온 집안에 걸쳐 침묵을 강요받았으며 온갖 불이익을 감내해야했다.그 시절을 견뎌온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닐까.잊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역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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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주혜 리의 『비밀의 들판』은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면서, 결국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를 묻는 책이었다. 1970년대 휴스턴 교외에서 거의 유일한 한국계 미국인 가족으로 살아온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와 이방인 같은 감각을 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감각의 뿌리를 따라가다 결국 60여 년 동안 가족이 입을 다물어온 할아버지의 과거와 마주한다. 처음에는 한 사람의 가족사를 추적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그 안에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시간들이 겹쳐 보여서 마음이 묵직해졌다. 전과자라는 이유로 가족에게 지워진 할아버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던 할머니. 아버지가 남겨놓은 조사 기록을 이어받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할아버지를 찾아가는 손녀. ‘침묵’이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한 가족이 고통을 견디는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좋았던 건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찾는 과정에서 할머니의 삶까지 새롭게 보게 된다는 점이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만 기억되는 게 아니라, 그 옆에서 묵묵히 살아남은 사람의 시간도 분명 역사의 일부라는 것. 실제로 저자는 가족의 침묵을 깨는 과정에서 할머니의 삶과 언어를 이야기의 중요한 축으로 세운다. 읽고 나니 ‘가족을 안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오히려 말하지 않은 것들이 많으니까. 그리고 우리가 지금의 나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는 이유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비밀의 들판』은 잃어버린 가족의 역사를 찾아가는 기록이면서, 결국 기억하는 일에 관한 책이었다. 어디에서 왔는지 알게 된다고 모든 상처가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가 왜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책을 덮고 나서 내 가족의 오래된 이야기들도 문득 궁금해졌다. 누군가의 침묵 속에도, 아직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