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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의 의지를 다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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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승 씨가 쓴 에 이런 이야기 한 대목이 나온다. 하루는 세종대왕이 천자문을 읽고 있었다. 그걸 본 왕비가 묻는다. "어찌 전하가 천자문을 다 읽고 계십니까?" 당대 최고의 학자였던 세종 임금이니 한자 입문서에 불과한 천자문을 읽는 모습이 생소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종의 대답은 각도를 달리 한다. "천자문에는 세상의 이치가 담겨 있습니다. 넉자로 꼭꼭 끊어 만든 이만큼
"책거리의 의지를 다지며" 내용보기
신봉승 씨가 쓴 <조선왕조오백년>에 이런 이야기 한 대목이 나온다. 하루는 세종대왕이 천자문을 읽고 있었다. 그걸 본 왕비가 묻는다. "어찌 전하가 천자문을 다 읽고 계십니까?" 당대 최고의 학자였던 세종 임금이니 한자 입문서에 불과한 천자문을 읽는 모습이 생소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종의 대답은 각도를 달리 한다. "천자문에는 세상의 이치가 담겨 있습니다. 넉자로 꼭꼭 끊어 만든 이만큼 좋은 문장이 있습니까." 천자문을 단순한 글자 학습서로만 보는 시각을 좋은 말로 타이른 것이다. <조선왕조오백년>을 읽은게 중학생 때였는데, 실제로 <천자문>을 처음으로 완독한 것은 서른 즈음이었다. 나름대로 각오가 돼 있었지만, 실제 맞닥뜨렸을 때의 충격을 꽤 컸다. 동년배에 비해서 한자 실력이 괜찮다고 자부했지만, 기초 한자 학습서라는 천자문을 제대로 읽을 수 조차 없었다. 아니, 아는 글자로 이뤄진 문장조차도 해석해 낼 수 없었다. 그 창피함이란... 龍師火帝 鳥官人皇. 이거 하나씩 뜯어보면 쉬운 글자들이지만 모아놓고 보면 도무지 해석이 안된다. 하지만 무릇 글이란 원래가 그렇다. 맥락을 모르면 알 수가 없다. 복희씨를 알아야 하고 신농씨를 알아야 한다. 황제를 모르고 소호를 모르면 애초에 해석이 불가능한 문구다. 요컨대 글을 배우는 요체는 맥락을 아는 것이다. 특히 중국 고전을 배우는 것은 더욱 그렇다. 천자문이라는, 무척 짧은 책을 보는 것은 그래서 무척이나 어려운 작업이다. 불과 125개의 문구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제각각의 맥락 속에 사연과 뜻을 담고 있는 탓이다. 125문장의 해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25문장의 해석을 위해서 125권을 이야기를 이해해야 하는 탓이다. 그런 뜻도 모른 채 마냥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누르 황''만 외웠을 때 황당한 질문이 튀어나온다. "하늘은 파란데 왜 까맣다고 해요?" 어쩌면 의미없을 수 있는 자구에 매달려, 그 안에 담겨 있는 뜻을 간과한 결과다. <천자문뎐>은 참 친절한 책이다. 때로는 ''너무 친절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지만, 원래 <천자문>의 주 독자층이 어린 학생들이었음을 감안한다면 바람직한 친절함이다. 125개 이야기를 다 찾아내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그 수고로움도 고맙다. 다만, 아직도 난 천자문을 혼자힘으로는 읽지 못한다. 벌써 3번째 천자문을 읽었지만, 글자 자체를 기억하기에는 무리다. 예전에 책거리가 가졌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나 자신 아직 책거리의 자격이 없기에.
k****9 2006.04.10. 신고 공감 7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