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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만큼 성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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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평짜리 숲>을 통해 이소호 작가님을 좋아하게 된 독자라 이 책의 출간이 무척 반가웠어요. 무엇보다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점이 가장 기대됐고요. 게다가 이 소설을 꼬박 3일 4시간 만에 완성했다는 이야기를 알게 된 순간, 더더욱 작가님의 매력에 빠찌고 말았으니깐요.그리고 무엇보다 제 이름과 작가님 사인이 함께 담긴 책이라 더욱 소중했어요. 읽기 전부터 애정이 듬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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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평짜리 숲>을 통해 이소호 작가님을 좋아하게 된 독자라 이 책의 출간이 무척 반가웠어요. 무엇보다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점이 가장 기대됐고요. 게다가 이 소설을 꼬박 3일 4시간 만에 완성했다는 이야기를 알게 된 순간, 더더욱 작가님의 매력에 빠찌고 말았으니깐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 이름과 작가님 사인이 함께 담긴 책이라 더욱 소중했어요. 읽기 전부터 애정이 듬뿍 담긴 책이었답니다 :)


처음에는 빨간 글씨의 제목과 꺼칠꺼칠한 표지의 질감, 그리고 빚에 대한 이야기라는 소개를 보고 조금 무거운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몇 장 읽지 않았는데도 자꾸 웃음이 나더라고요. 분명 웃긴데 묘하게 현실적이라서, 피식 웃다가도 괜히 뜨끔해지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주인공 수진은 현실적으로 보면 꽤 난감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카드값은 꼬박꼬박 찾아오고, 통장은 늘 불안하고, 갚아야 할 돈은 쉽게 줄어들지 않아요. 그런데도 수진은 자신을 불쌍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엉뚱한 논리와 말솜씨로 상황을 해석하고 그 모습이 황당하면서도 묘하게 빠져들어 응원하게 됐습니다.


특히 이 책의 매력은 문장에 있는 것 같아요. 평범한 일상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비틀어 보여주는데, 읽다 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싶을 정도였습니다. 돈, 소비, 예술, 가족, 자존심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결코 딱딱하지 않고, 계속 농담을 던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어요.


그렇다고 마냥 가볍기만 한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웃고 있는데 어느 순간 현실의 씁쓸함이 스며들고, 또 금세 피식 웃게 만들더라고요. 그 반복이 꽤 인상적이었어요. 빚이라는 소재를 통해 결국은 살아가는 이야기, 버티는 이야기, 그리고 어떻게든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만 수진의 행동과 생각에는 쉽게 공감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어요. 이해가 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아니, 왜 저래..."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또 그런 모습마저 현실적이라 읽는 내내 미워하기는 어려운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읽는 동안 수진의 말발에 정신없이 끌려가다가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돈과 자본에 대한 생각이 자꾸 남더라고요. 결국 다시 현실로 돌아오니 괜히 씁쓸해지기도 했고요.


유쾌한데 씁쓸하고, 황당한데 이상하게 공감되는 소설이었습니다.


재치 있는 문장에 자꾸 밑줄 긋는 분, 돈과 소비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가 궁금한 분께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잘 읽었습니다 .ᐟ 😶‍🌫️



이달의 사락 e****7 2026.06.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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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만큼 성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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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의 내가 24개월 동안 매달 조금씩 도살당할 거라는 사실 같은 건 내 명석한 두뇌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저 총액을 24로 나누면 나오는 그 가벼운 숫자, 한 달에 밥 몇 번과 커피 몇 잔 값을 아끼면 되니까. 그 만만한 금액이 내 눈앞에 선명한 마법처럼 떠올랐을 뿐이다. 당장 내 수중에는 십 원 한 장 없어도 세상을 24조각으로 쪼개서 살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완벽하고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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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의 내가 24개월 동안 매달 조금씩 도살당할 거라는 사실 같은 건 내 명석한 두뇌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저 총액을 24로 나누면 나오는 그 가벼운 숫자, 한 달에 밥 몇 번과 커피 몇 잔 값을 아끼면 되니까. 그 만만한 금액이 내 눈앞에 선명한 마법처럼 떠올랐을 뿐이다. 당장 내 수중에는 십 원 한 장 없어도 세상을 24조각으로 쪼개서 살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완벽하고 경이로운 경제학인가. 41"

아, 이 얼마나 날카롭고 지저분하고 잔인한 이야기인가.

어떤 이야기는 마치 쓰는 사람의 생을 적나라하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겁이 나서 마음이 불안해질 때가 있다. '이자만큼 성실하게'가 그런 이야기였다. 수진이라는 인물의 속내와 행동, 배경을 고스란히 봐도 어떻게 왜 이럴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수진을 책 속에 담아냈을까, 뭘 알아야 써도 쓸 것 아닌가. 혹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자만큼 성실하게' 역시 한번에 쭉 써내려간 글은 아니겠지. 아무래도 저자와의 만남이 있다면 한번 쫓아가서 손을 들어 질문을 해야할까, 바보같은 생각이지 그럼 추리소설 작가들은 다 지하실 있는 집에 살게?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도시를 샅샅이 둘러볼 수 있는 구글맵을 켠 것처럼, 한번도 살아본 적 없는 누군가의 삶도 검색해볼 수 있었을거야. 불안을 잠재우며 읽었다.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생생해서 재미있는데 재미를 느낄 수 없다니. 그런데 작가님 정말 아니죠, 덮인 책 표지를 보다 어딘가를 향해 괜히 간절한 눈빛을 보내본다. 너무 몰입해서 생긴 부작용이다.

항상 주인공에게 가장 이입하고, 좋아하는 인물을 고를 땐 주인공을 선택하곤 하는데 수진이는 글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미워할 수도 없었지만, 복잡한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인물인 것만큼은 맞다. 너도 잘못하긴 했는데 세상도 너한테 나빴던 것 같기도 하고, 안아주고 싶다가도 뺨을 때리고 싶어지기도 했다. 수진이를 볼 때면 예전에 인터넷에서 봤던 <도박중독자의 가족>*이라는 웹툰이 떠올랐다. 아주 예전에 조금씩 연재가 될 때 봤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상식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만큼 부담이 됐던 기억이 있다. 계속해서 도박을 하고 빚을 내고 또 도박을 하고 가족들의 돈까지 끌어다 쓰고 울고 고통받고 화내고 반성하다가 또 도박을 하는 지독한 굴레가 수진의 쇼핑 중독에서도 보였다. 게다가 자꾸만 빚을 갚아주고 돈을 보내주는 가족들마저 같았다. 중독자 본인이 아닌 가족/주변인의 입장에서 중독된 삶을 보고 싶다면 <도박중독자의 가족>도 추천한다.

" "100걸음당 1캐시."
사람들은 이 숫자를 비웃겠지. 고작 1원을 위해 무릎 연골을 소모하는 나를 비천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보라, 이것이야말로 니체가 그토록 갈구했던 힘에의 의지가 아니고 무엇인가! 나는 지금 1원을 줍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의 노동을 수치화하고, 그 비루한 수치를 다시 예술적 숭고함으로 치환하는 모든 가치의 전도를 수행중이다. 138"

읽으면서 자꾸만 돈쓰고 다니는 수진이도 싫었지만, 돈을 갚아주는 엄마도 싫고, 수진이를 까내리면서도 지금 연애하고 있을 때가 아닌 애를 데리고 결혼은 못하겠고 연애나 하자는 도윤은 더 싫었는데, 잘난 것도 없는 내가, 다를 것도 없으면서 그래도 수진이보다는 내가 낫지, 하고 걱정을 담은 척 수진이라는 인물을 평가하고 있는 것도 싫었다. 수진이는 정말 열심히 성실하게 살기라도 했지. 돈을 쓰는 일에도, 남들 앞에 서는 일에도, 글을 쓰는 일에도, 1원씩 10원씩 앱테크도 하고, 강의며 원고청탁이며 과외에 심사까지 일도 다, 열심히했다. 수진이란 인물은 그래, 연탄재. 마치 그만큼 뜨거웠던 적 없으면 함부로 차지도 말라던 연탄재*같았다. 불같이 타올랐던 흔적이 가득하지만 글쎄 가까이하면 검댕도 묻을까 굳이 차내버릴 생각도 들지 않는 연탄재였다. 차서도 안되고, 찰 생각도 안드는.

현실적이고 자극적일수록 소설은 재밌었다. 그런데 그래서 오히려 점점 마음이 술렁이고 불안해지는 소설은 처음 만났다. 너무 적지도 또 많지도 않은 "60만 5,000원 때문에(7)". 괜히 카드어플에 들어가 이번달엔 얼마 썼지, 훑어본다. 혹시 나도 뭐 사는게 중독 아닌가, 가끔 보면 필요없는 걸 보상심리로, 때로는 싸다고 그냥 사버리는 것 같은데 'KCP-NHN링크' 결제 항목이 너무 많아 초조했다. 진짜 망하고싶지만은 않은데 망하지 않고 버티는게 평균 이상은 되어야 가능할 것 같은 세상이니까. 이 초조함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수진의 것이기도 하고 또 어딘가의 누구의 것이기도 한 것 같단 생각이 자꾸만 찾아왔다. 수진을 보다가 너무 남 욕하고 살지 말아야지 한다. 한문철 역대급 갱신이 떠도, A씨의 녹취록이 폭로 되어도, SNS 공론화가 올라와도 한번쯤은 스스로도 자기 자신을 어쩔 수 없었을 순간이 있었을거라 생각해보기로 한다.

망하지말라는 말은 늦은 것 같고. 죽지는 마, 망할년아. 욕은 하지 않기로 했으니 욕같은 응원을 한다. 숨을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돈이 나가는 어른의 삶, 소득과 소비 사이를 험난하게 넘나드는 밥벌이의 험난함을 같이 버텨내는 묘한 연대를 느끼며 이 이상한 소설 '이자만큼 성실하게'를 추천한다. 돈을 벌어도 빚을 지는, 열심히 살수록 막막해지고, 싫은데 안타깝고, 재밌는데 씁쓸한, 반대의 마음을 바쁘게도 오가는 동안 나의 추는 어디로 기울어져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다.


*이하진 작가 카카오웹툰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게시되었습니다


이달의 사락 m******j 2026.07.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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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도 후련했던 어느 문학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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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유서가 교유단 리뷰>「이자만큼 성실하게」📕 88년생, 시인이자 소설가인 수진의 이야기예요. 프롤로그의 첫 장면부터 강렬합니다. 37세 수진은 5층 난간에 서 있습니다. 건물 밖에는 구급 대원이 도착해 있습니다. 수진이 난간에 서 있기까지의 여정을 보여 줍니다.  수진은 태어날 때부터 든든한 빽이 있었습니다. 외조부모님의 성실성과 지혜는 빛을 발했고 건물이라는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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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유서가 교유단 리뷰>



「이자만큼 성실하게」



📕

 88년생, 시인이자 소설가인 수진의 이야기예요.


 프롤로그의 첫 장면부터 강렬합니다. 37세 수진은 5층 난간에 서 있습니다. 건물 밖에는 구급 대원이 도착해 있습니다. 수진이 난간에 서 있기까지의 여정을 보여 줍니다. 



 수진은 태어날 때부터 든든한 빽이 있었습니다. 외조부모님의 성실성과 지혜는 빛을 발했고 건물이라는 결과를 세상에 당당히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세상 물정을 몰랐던 예술가 엄마와 성실하기만 했던 교사 아빠 사이에서 수진은 첫째 딸로 태어납니다. 친구들과 함께 근무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빠는 온 가족을  데리고 부산에 정착합니다. 수진의 새 친구들은 다짜고짜 수진에게 물음표를 던집니다. 

 ”몇 평이야?“



 32평이란 대답은 따돌림으로 이어졌지만 엄마는 수진의 왕따 설움을 단번에 해결해 줍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화려하게 장식해 줍니다. 대가는 분명했습니다. 통장에 찍힌 숫자의 조합은 조금씩 조금씩 개수를 줄여가고 있었습니다. 수진은 그렇게 자랐습니다. 

 문창과에 입학했지만 이렇다 할 지도가 없었던 수진에게 부모님은 ’뉴욕행‘을 권합니다. 그곳에 가면 길이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부모님은 매달 같은 금액을 송금했지만 달러로 환전한 금액은 이상하리만큼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수진은 인생의 쓴맛을 진하게 느끼며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수진을 바라보는 부러운 시선

 두 번의 공모전 당선 

 


 다행히도 인생은 아주아주 가끔, 수진에게 달콤한 맛을 선사했습니다. 하지만 더불어 치러야 할 값도 쥐여 주었습니다. 빚이 따라왔습니다. 이자라는 선물까지 안겨 주었습니다.



 바란 적도 없는데 

 게다가 필요 이상으로

 차곡차곡 그리고 아주 성실하게 




🔖

 「이자만큼 성실하게」는  두 갈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카드 빚의 늪에 빠진 어느 청년이 버텨 내는 삶

 대한민국에서 작가로 살아간다의 의미



 카드빚을 감당하지 못해 허덕이고 있는 수진의 삶을 통해  대한민국의 문학계의 생태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빚과 맞바꾼 명품, 빚투 소식에 고개를 저을 줄밖에 몰랐던 독자는 수진의 사연을 통해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이해조차 하고 싶지 않았던 세상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뒷이야기가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누군가의 시선에서 분수에 맞지 않았던 일들이 정작 당사자에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수진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개인의 성향은 결코 당사자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자본주의의 거대한 경제 구조와 조부모 세대에서부터 이어진 가치관이 만나 수진이라는 인물을 탄생시켰기 때문입니다. 수진이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시야를 조금은 넓힐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현실‘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소설이라는 울타리에서 어디까지 현실을 반영해 주었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더하면 더하겠지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구조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수진의 삶을 통해 작가들이 직면한 삶을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방문했던 <제대로 도서전>에서 구입한  「작가 노동 선언」을 펼쳐 봐야겠습니다. 




 누군가가 기억에 남는 문구를 묻는다면 

’사이‘ 두 글자를 정자체로 써서 

 당당하게 내밀 겁니다. 



 22평과 42평 사이

 미국인과 한국인 사이

 클리어런스 세일과 명품 사이 

 당선 소식과 입금 문자 사이

 결제일과 납기일 사이

 계약서와 고료 사이

 마이너스와 0의 사이 




 저자의 문장이 너무나 후련합니다. 

 후련 앞에

 ’개‘ 한 글자를 

 감히 서평단 리뷰에 붙여 봅니다.


 *발 태어났다

 *발 아이 러브 뉴욕 

 *발 집에 가고 싶어요



수진이의 수많은 ’사이‘를 만나 보시길

저자의 후련한 문장을 마주하시길

대한민국의 작가님들이 위로를 받으시길




#이자만큼성실하게 #이소호장편소설 #교유서가 

#교유단리뷰 #개후련 

YES마니아 : 로얄 t********r 2026.07.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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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지고 빚치며 이자만큼 성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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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호 작가의 장편소설 《이자만큼 성실하게》는 제목처럼 성실하게 이자를 갚는 사람이 아니라, 빚지고 빚치며 살아가는 한 시인의 삶을 블랙코미디처럼 풀어낸 작품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강렬하다. "난간에 섰다. 60만 5,000원 때문에." 억 단위의 빚이 아니라 당장 눈앞의 60만 5천 원이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다는 현실이 이 소설의 출발점이다.주인공 수진은 원래 가난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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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호 작가의 장편소설 《이자만큼 성실하게》는 제목처럼 성실하게 이자를 갚는 사람이 아니라, 빚지고 빚치며 살아가는 한 시인의 삶을 블랙코미디처럼 풀어낸 작품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강렬하다. "난간에 섰다. 60만 5,000원 때문에." 억 단위의 빚이 아니라 당장 눈앞의 60만 5천 원이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다는 현실이 이 소설의 출발점이다.

주인공 수진은 원래 가난한 사람이 아니었다. 해외에서 평생을 일해 가족을 일으킨 할아버지, 풍족했던 어린 시절, 그리고 점차 기울어가는 집안. 어린 수진은 단지 32평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왕따를 당하고, 엄마는 백화점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 옷을 사 입혀 딸의 자존심을 되찾아준다. 돈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는 경험은 어린 수진에게 강렬하게 각인된다.

이후 집안은 몰락하고, 뉴욕 유학과 예술대학 생활을 거치며 현실은 점점 팍팍해진다.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이 필요했던 수진은 신용카드를 만들고, 24개월 할부라는 달콤한 유혹 속에서 카드빚의 세계로 들어선다. "당장 내 수중에는 십 원 한 장 없어도 세상을 24조각으로 쪼개서 살 수 있다."라는 문장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동시에 소비가 얼마나 쉽게 미래의 자신에게 떠넘겨지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읽는 내내 가장 답답했던 부분은 수진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점이었다. 엄마가 빚을 갚아주고, 동생이 힘들게 번 돈을 보태주고, 시인으로 등단해 상금을 받아도 다시 소비하고 또다시 빚을 진다.


 몇 번이나 "제발 이제는 정신 좀 차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럼에도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한 이유는 작가가 그런 모습을 조금도 미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구질구질하고 부끄러운 순간까지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솔직함이 이 작품의 힘이었다.


특히 상담 장면에서 등장하는 "핵심 신념이 낮으면 우리는 외부의 것들로 나를 보강하려 합니다.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흔들리는 내 가치감을 붙잡아줄 지지대를 사는 거죠."라는 말은 오래 남았다. 소비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마음의 결핍을 메우기 위한 행동일 수도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작품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32평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던 어린 수진에게, 엄마가 쇼핑으로 세상의 시선을 바꾸어준 경험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돈으로 상처를 덮고, 돈으로 위로받는 방식을 너무 일찍 배워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수진의 선택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를 끝까지 미워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 소설은 허구와 실제 경험의 경계를 일부러 흐려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읽다 보면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지 궁금해진다. 실제로 이소호 작가의 전작들과 이어 읽으면 진실과 허구를 짐작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자만큼 성실하게》는 한 편의 소설이라기보다 자신의 가장 부끄러운 시간을 문학으로 기록한 고백처럼 느껴졌다.


웃게 만드는 문장들이 많지만, 책을 덮고 나면 웃음보다 씁쓸함이 오래 남는다. 빚은 끝나지 않고, 삶도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빚지고 빚치며 살아가는 이 팍팍한 세상에서, 나의 목소리는 지금 안녕한지 묻게 되는 요상한 작품이었다.

이달의 사락 h*****w 2026.07.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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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호가 또 사람 미치는 글을 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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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91 나의 중독은 누군가에겐 배부른 투정이자, 재수없는 돈 자랑이었고, 의지가 부족한 여자의 철없는 소동일 뿐이었다. 쇼핑 중독은 동정조차 ‘가성비’가 안 나오는 병이었다. 허구와 현실 사이 돈 없는 예술가를 상냥하게 위로하는 대신 발가벗겨 세상에 내던져 놓는다. 『캣콜링』 『홈 스위트 홈』의 이소호가 다시 한 번 독자를 미치게 만들고 있다. 『이자만큼 성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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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91 나의 중독은 누군가에겐 배부른 투정이자, 재수없는 돈 자랑이었고, 의지가 부족한 여자의 철없는 소동일 뿐이었다. 쇼핑 중독은 동정조차 ‘가성비’가 안 나오는 병이었다.


허구와 현실 사이 돈 없는 예술가를 상냥하게 위로하는 대신 발가벗겨 세상에 내던져 놓는다. 『캣콜링』 『홈 스위트 홈』의 이소호가 다시 한 번 독자를 미치게 만들고 있다. 『이자만큼 성실하게』를 다 읽고 가장 먼저 든 감상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런 글을 이소호 말고 누가 쓸 수 있을까. 수진의 목소리를 따라가고 있으면 정제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쾌감이 자꾸만 치밀어오른다. 비난이 목끝까지 차오른다. 수진아, 글을 때려쳐. 그리고 나가서 쿠팡 뛰어. 그러나 그렇게 비난할 수 없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부터가 그 가난한 작가들이 가난과 체면과 삶을 박박 갈아넣어 쓴 빚조각 글들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그러나 사랑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여기까지 쓰면 다시금 수진의 논문이 떠오른다. 예술은 공공의 것이 되는데 예술가는 알아서 밥을 먹어야 한다(이 논리가 너무나 대단해서 예술가도 공무원처럼 나랏밥 먹여 주라는 주장마저 하고 싶어진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너무 무섭다. 여름에 읽어본 그 어떤 공포소설보다도 두려운 글이다. 귀신은 허상이고 빚은 현실이니까. 결국 수진의 사치는 병이었고 성실하게 모은 돈은 믿었던 친구에게 등쳐먹혔고 예술을 알아줄 것만 같던 남자친구는 막상 그 예술이 자신의 삶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현실이 되자 계산기를 두드린다. 분명 수진의 상황은 안타까운데, 때로는 수진보다도 가기 싫다고 울면서까지 호주로 떠나가 수진에게 20만원을 따박따박 빌려주는 은진이 더 안타깝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시인이 수치심을 팔 때 가족은 건물을 판다. 독자가 그의 존엄과 가족의 현물 간 무게를 달아 보는 중에도 수진이 미안함이나 비참함보다 ‘아직 비빌 언덕이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작태에는 잠시 책을 덮고 쉬고 싶어질 만큼 마음이 힘들어진다.



p.192 시는 나였다. 내 숨이고 내 침묵이고 내 행간이었다. 끝이 보였다. 내가 멈추면 시도 멈췄다. 근데 소설은 달랐다. 소설은 남이었다. 내가 아닌 사람을 만들어서 걷게 하고 말하게 하고 몇백 페이지를 살게 해야 했다. 그게 무서웠다.


이소호의 시들이 대체로 자전과 허구가 어울려 있다는 점과 서울예대 문창과, 광고회사 경력, 호주에서 일하는 동생, 등단 12년차 등 이소호와 주인공 수진의 공통되는 키워드를 생각해 보면 『이자만큼 성실하게』에도 어느정도 자전적 요소가 스며있다고 느껴지는데, 그런 부분에서 수진을 이토록 날것으로 묘사하는 기세가 대단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변호의 욕망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수진은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빚어진 듯한 캐릭터다. 동생이나 가족에게 쉽게 손을 벌리고, 그러면서도 수치심 대신 합리화만 반복한다. 실존이니 쇼펜하우어니 거창하게 떠들지만 현실에서 손에 떨어지는 건 캐시워크 100원. 돈이 없어 사치를 그만두었을 뿐이지 시인의 껍데기를 쓰기 위해 울 코트를 사던 순간에서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 느껴지는 지경이다. 몇 번이고 책을 다시 읽어도 계속해서 감탄하게 된다. 이걸 이소호 말고 누가 쓰겠나.


이 글은 빚에 허덕여 본 적도 빚을 진 가족을 건사해본 적도 없는 이들에게는 마음껏 수진을 헐뜯을 수 있는 블랙코미디고, 단 한 번이라도 그렇게 살아본 적 있는 이들에게는 다큐멘터리다. 거지방이나 탄원서, 논문의 디자인을 살려 넣은 부분이 소설의 글맛을 더욱 살려준다.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고발인지 유머인지 끝까지 읽고도 알 수 없는 괴롭고 맵고 쓰고 짠 책이다. 감사하게도 작가님이 남겨주신 사인 속 ‘흑야의 빛’이라는 표현을 되새겨본다. 그런데 제가 빛이 되는 거 맞나요, 이 책을 출판사에서 무료로 받았는데. 어쩐지 서점에 가서 한 권을 더 카드로 긁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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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 2026.07.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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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겠어요. 이게 저희의 삶인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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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만큼 성실하게』, 이소호 — 버뮤다 삼각지대는 대서양에만 있는 게 아니다. 내 통장에도 있다. 이소호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이자만큼 성실하게』. 제목을 듣고는 빚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했다. 기본적으로 서평을 쓰는 방식대로 쓰려 했으나, 이번만큼은 작가님의 성향에 맞게,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 내리기 위해 잠시 내려두어야겠다.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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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만큼 성실하게』, 이소호 

— 버뮤다 삼각지대는 대서양에만 있는 게 아니다. 내 통장에도 있다.


 이소호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이자만큼 성실하게』. 제목을 듣고는 빚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했다. 기본적으로 서평을 쓰는 방식대로 쓰려 했으나, 이번만큼은 작가님의 성향에 맞게,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 내리기 위해 잠시 내려두어야겠다.


 우선은 이소호 작가님을 너무 사랑합니다 제가… 작가님의 또 다른 작품인 『캣콜링』이라는 시집을 제가 영원히 장바구니 속에 담아두고 있는데 이번 작품을 읽고 당장 사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습니다(돈은 없지만) 작품 속 이소호 작가님만의 트렌드와 글체가 묻어나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현실의 무게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는데요, 예술가로 살아가는 주인공 수진의 이야기를 읽을수록 마음이 아려왔어요. 현실의 억압과 구속이 우리의 삶에 이런 영향을 줄 수 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간혹 주인공이 다른 사람 손을 빌려 의존하는 경향을 보일 때마다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지만 어쩌겠어요. 이게 저희의 삶인 걸요. 가난한 예술가는 여전히 배가 고픕니다.


 주인공이 가난한 예술가, 시인이라 그런지 책에도 종종 시 구절같이 보이는 문장들이 많았는데요, 이러한 부분까지 너무 사랑스러웠습니다. 예술은 언제나 사람들을 고통에 밀어 넣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저는, 우리는, 세상은 여전히 예술을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우리 함께 세상을 살아갑시다.

e*******6 2026.07.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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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만큼 성실하게>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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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줄 요약 : 현실인지 소설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익숙함부자는 망해도 3대가 간다고 했던가. 수진은 “돈은 온갖 짓을 해도 안 모이지만 가세는, 가차없이 꼬꾸라진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된”(p.17) 3대 부자다. 집안이 급격하게 기우는 와중 부모님은 남은 비상금을 털어 수진을 뉴욕으로 유학 보낸다. “일단 해보자. 너라도 가보자. 미국은 좋은 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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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줄 요약 : 현실인지 소설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익숙함


부자는 망해도 3대가 간다고 했던가. 수진은 “돈은 온갖 짓을 해도 안 모이지만 가세는, 가차없이 꼬꾸라진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된”(p.17) 3대 부자다. 집안이 급격하게 기우는 와중 부모님은 남은 비상금을 털어 수진을 뉴욕으로 유학 보낸다. “일단 해보자. 너라도 가보자. 미국은 좋은 나라니까. 거기 가면 길이 있을 거야.” (p.22)


하지만 유학 생활은 배고픔과 수치심의 연속이었고, 유학 생활이 끝난 후 한국으로 돌아온 수진은 이 전에 받아본 적 없는 존경과 감탄을 후배들에게 받으며 밥 잘 사주는 ‘여유 있는 뉴요커’가 된다. 그렇게 뉴욕 생활에서 느꼈던 굶주림과 낮은 자존감을 채워 나갔다.


📖 미경이 쥐여준 티켓이 도박이었다면, 나는 그 판돈의 부스러기를 학교 앞 밥집 바닥에 성실하게 뿌리며 내가 승리하고 있다고 믿었다. (p.36)


취업 후 신용카드라는 새로운 신세계를 알게 된 수진은 할부로 만만해진 금액에 온갖 사치품들을 사기 시작한다. 카드 빚은 점점 쌓이고 이런 위험한 생각까지 하기에 이른다.


📖 자본주의는 생각보다 다정하다. 그래 체크에 돈이 없으면 어떤가? 신용이 이렇게 넉넉한데. 나는 이제 체크와 신용을 구분하지 않는다. (p.46)


그녀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과거 부잣집 딸이었던 엄마가 항상 어디선가 돈을 구해 빚을 갚아주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그 돈을 구했는지는 묻지 않았다. 그저 다시 ‘0의 상태’가 되어 “깨끗한 활주로가 내 앞에 다시 깔렸다.”(p.47)는 것이 중요했다. 구원자가 있으니 모험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카드를 긁는다.


그녀가 불안과 우울을 감당할 수 없어 쇼핑으로 달래던 그날들은 늘어나는 빚만큼 처절했고, 결국 엄마의 손을 잡고 찾아간 정신과에서부터 시작해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눈물겨웠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믿었던 이의 배신과 돈이 제대로 정산되지 않는 직업에 대한 모독은 그녀를 점점 더 구석으로 내몬다. 친절하지만은 않은 세계가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더 괴로운 소설이다.


-


돈으로 얽매인 수진의 삶은 가족의 선의조차 온전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비관하기에 급급했다. 충분히 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지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허덕이는 모습이 안타까웠고, 오히려 그 모습이 더 현실적이고 인간적으로 보여 공감이 갔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족은 안전망이니까. 119는 몇 번을 불러도 온다. 112도 몇 번을 불러도 온다. 가족도 그렇겠지. 스스로 설득했다. 긴급 구조대에 감사인사 한번 안 하듯이, 나도 가족에게 감사인사 한번 안 했다. 당연한 거니까. 구조는 원래 무료니까. (p.167)


이 외에도 소설 곳곳에 우리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비추는 일화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당장의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대신 내는 밥값, 가진 돈으로는 살 수 없지만 할부로 나눠 가벼워진 금액만을 보고 구매하는 물건, 스트레스받은 날 나를 위로하기 위해 탄 택시, 누군가의 성실함에 질투를 느껴 또다시 결제하는 물건들 등. 매우 익숙한 생각들과 행동들을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다.


-


이 소설은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세상에서 빚이 또 다른 빚을 만들고,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어 약간의 숨 쉴 틈조차 느낄 수 없는 인물의 이야기이다. 동시에 문학이라는 예술에서 작가의 현실을 꼬집는 책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불안과 우울에서 나온 쇼핑 중독이 없었더라면, 가족의 선의를 당연한 구원이라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빚에 쫓겨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술계의 현실 역시 이들의 생활고를 부추기고 있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시인이 쓴 소설은 문장 하나하나가 아름다워 읽는 내내 계속해서 멈추게 된다. 누군가의 삶이 들어간 시집을 읽는 것 같은 신기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그래서 더욱 주인공의 감정에 동화되었고, 한 문장 문장이 마음을 울렸으며,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이 책은 주기적으로 꺼내 읽고 싶은 책이다.




* 교유서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j*******6 2026.07.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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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일 같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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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만큼 성실하게》 | 이소호 지음"기꺼이 성실한 채무자가 된 한 예술가의 지옥 같은 농담."책 소개에 있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웃음이 먼저 났다. 빚을 이렇게 소개할 수도 있다니. 그런데 책을 덮고 나면 그 웃음은 오래 남는 질문으로 바뀐다. 정말 이 소설이 말하는 것은 빚일까.등단 12년 차 시인 수진은 매달 돌아오는 결제일을 향해 달린다. 카드값을 막기 위해 소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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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만큼 성실하게》 | 이소호 지음


"기꺼이 성실한 채무자가 된 한 예술가의 지옥 같은 농담."


책 소개에 있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웃음이 먼저 났다. 빚을 이렇게 소개할 수도 있다니. 그런데 책을 덮고 나면 그 웃음은 오래 남는 질문으로 바뀐다. 정말 이 소설이 말하는 것은 빚일까.


등단 12년 차 시인 수진은 매달 돌아오는 결제일을 향해 달린다. 카드값을 막기 위해 소설을 쓰고, 앱테크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간다. 얼핏 보면 빚에 허덕이는 사람의 이야기지만, 읽을수록 내게 더 선명하게 다가온 것은 현실을 견디는 한 시인의 언어와 시선이었다.


이소호는 사건보다 문장으로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다. "명예는 선불제처럼 날아오는데, 현금은 지독하게 후불제다." 같은 문장은 현실을 설명하는 대신 한순간에 뒤집어 버린다. "버뮤다 삼각지대는 내 통장에도 있다."는 문장을 읽으며 피식 웃다가도,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돈과 시간을 떠올리게 됐다. 현실은 하나도 가볍지 않은데, 언어는 끝까지 가벼움을 잃지 않는다. 나 역시 궁색한 지갑 사정을 종종 농담처럼 풀어내는 편이라, 이 소설은 허구라기보다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카드 명세서와 할부 이자를 '내면의 혼돈'에 빗대며 니체의 말을 끌어오는 대목이었다. 캐시워크로 모은 100원을 "밤하늘에 반짝이는 가장 찬란한 별"이라고 말하는 화자의 궤변은 황당해서 웃음이 났지만, 그 웃음 끝에는 현실을 버텨내려는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수진은 사기를 당한 일도, 명품을 산 일도, 빚을 진 일도 철학과 역사, 예술을 동원해 끝없이 합리화한다. 분명 억지인데도 이상하게 끝까지 듣게 된다. 어쩌면 그 말들은 변명이 아니라, 무너지고 싶은 현실 앞에서 끝내 무너지지 않으려는 생존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유머는 이 소설에서 웃음을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삶을 버티게 하는 기술이었다.


시인인 이소호가 첫 장편에서 선택한 소재가 미래도, 환상도 아닌 '빚'이라는 점도 인상 깊었다. SF보다 현실이 더 기괴하고, 디스토피아보다 지금의 삶이 더 비현실적이라는 선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자본주의를 향한 풍자이면서도, 동시에 창작자가 오늘을 살아내는 기록처럼 읽혔다.


문학이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끝내 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 자신의 가장 궁색한 순간마저 언어로 바꾸어 웃음을 만들어내는 사람. 《이자만큼 성실하게》는 그런 한 시인의 성실함을 담은 소설이었다. 그리고 그 성실함은 카드값을 갚는 데서가 아니라, 끝까지 문장을 쓰는 데서 가장 선명하게 빛난다. 웃음으로 현실을 견디는 일 역시 하나의 재능이자 용기라는 사실을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교유서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교유서가 #이소호 #이자만큼성실하게 #소설 #서평단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4 2026.07.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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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만큼 성실하게: 영광은 넘치는데 통장은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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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을 현금으로 바꾸는 기계가 있으면 좋겠어."작품 속 수진은 시인으로 살아가며 수많은 '영광'을 얻지만, 정작 그 영광은 생활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시가 실리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작품을 발표하는 것이 영광이며, 문학을 한다는 것 역시 영광이라 말하지만, 정작 카드 결제일은 그런 영광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 소설은 예술가의 가난을 낭만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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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을 현금으로 바꾸는 기계가 있으면 좋겠어."

작품 속 수진은 시인으로 살아가며 수많은 '영광'을 얻지만, 정작 그 영광은 생활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시가 실리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작품을 발표하는 것이 영광이며, 문학을 한다는 것 역시 영광이라 말하지만, 정작 카드 결제일은 그런 영광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 소설은 예술가의 가난을 낭만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돈 앞에서 흔들리고, 빚 앞에서 허우적대면서도 끝내 문장을 포기하지 않는 한 사람의 삶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낸다.

주인공 수진은 광고회사에서 일하다 퇴사한 뒤 시를 쓰며 살아간다. 누구의 검열도 받지 않는 문장을 쓰고 싶어 시작한 창작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카드값은 매달 돌아오고, 빚은 이자만큼 성실하게 불어난다. 수진은 시를 쓰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앱테크를 하고, 통장을 들여다보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수진은 철학과 문학, 대중문화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신의 처지를 끝없이 합리화하고 비틀고 농담한다. 그 엉뚱한 논리와 말솜씨 덕분에 독자는 웃음을 터뜨리지만 역설적으로 현실의 무게가 더 선명히 다가오기도 한다.

빚은 수진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인간관계를 흔들며, 창작의 이유까지 변화시킨다. 시는 더 이상 순수한 예술이 아니라 카드값을 갚기 위한 노동이 되기도 하고, 글을 쓰는 시간은 생존과 직결된다. 그럼에도 수진은 끝내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이 소설은 빚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창작 노동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수진은 자신을 불쌍한 사람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명품 소비를 철학으로 정당화하고, 통장 잔고를 두고 엉뚱한 상상을 펼치며, 결제일을 거대한 적처럼 묘사하는 모습은 황당할 정도로 웃기다. 현실을 가볍게 만드는 웃음이 아니라 너무 현실적이어서 웃을 수밖에 없는 웃음이다. 흔히들 예술은 숭고하고, 창작자는 현실과 동떨어진 존재처럼 그린다. 그러나 소설은 예술가의 삶을 신비화하지 않고 - 수진이 카드값을 걱정하고, 원고료를 계산하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를 쓰는 사람도 결국 생활인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에 작품은 더욱 진솔하게 다가온다.

읽고 나니 제목의 의미도 새롭게 다가왔다. '이자만큼 성실하게'라는 말은 빚을 갚는 태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힘든 현실 속에서도 오늘을 살아내고 문장을 써 내려가는 삶의 방식처럼 느껴졌다. 현실은 냉혹하지만, 그 현실을 바라보는 언어만큼은 끝내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이 소설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은 빚에 관한 소설인 동시에, 쓰는 사람의 자존심과 생존을 끝까지 붙드는 이야기로 오래 기억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이달의 사락 h******1 2026.07.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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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불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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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한창(?)이던 때엔 소비하는 것 자체에 도파민을 얻었다. 시간이 갈수록 택배 박스는 쌓였다. 나중엔 포장도 뜯지 않은 물건들이 집에 쌓여갔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그렇다. 소비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소비할 수 있음’ 자체가 좋았던 거다.이런 소비가 수지타산이 맞을 리 없었다. 카드값 갚기 급급한 삶, 그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월급은 내 통장을 스쳐간다고들 하지. 나는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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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한창(?)이던 때엔 소비하는 것 자체에 도파민을 얻었다. 시간이 갈수록 택배 박스는 쌓였다. 나중엔 포장도 뜯지 않은 물건들이 집에 쌓여갔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그렇다. 소비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소비할 수 있음’ 자체가 좋았던 거다.


이런 소비가 수지타산이 맞을 리 없었다. 카드값 갚기 급급한 삶, 그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월급은 내 통장을 스쳐간다고들 하지. 나는 늘 내일의 나에게 빚지며 오늘을 살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카드가 있으니까..


소비라는 건 무섭게도 다음 소비를 일으키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 원피스가 예뻐서 산다. 그럼 어울리는 신발이 필요해진다. 가방도, 헤어스타일도, 화장품도. 다 맞춰줘야 그 느낌(?)이 나니까. 하나를 사면 둘이 아니라 셋넷이 따라온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수진이도 가불인생을 산다. 시를 쓰는 시인. 딱히 정기적인 수입은 없다. 인터뷰가 있으니 옷을 산다. 사인회가 있으니 또 산다. 외부 행사가 생기니 또, 또.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고 했나. 그렇게 쓴 돈(=빚)은 반드시 돌아온다.


“카드를 긁는 순간 우울은 증발하지만, 영수증이 날아오는 순간 불안은 복리로 증폭된다.” (74쪽) 이 문장을 보고 뜨끔했다. 카드값 결제일은 지각 한 번 없이 성실하게 돌아온다. 그 옆에서 수진이 빚을 갚아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시인이 빚을 갚고, 돈을 모으는 과정은 다분히 문학적이다. 광고를 보고 1원을 버는 일은, 파놉티콘 속에서 감시당하며 얻어내는 쟁취가 된다. 영수증 리뷰로 10원을 받는 일은, 고도의 시뮬라시옹이 된다.


내가 쓴 카드값, 내가 갚아야 하는 어른이라서 그런가. 유독 절절하게 다가왔다. 카드 쓰는 법은 알지, 갚는 법은 누가 알려주나. 카드 만들라고는 많이들 하지, 해지하라고는 또 안하지 않나. 


개큰 공감을 한 문장을 남기며 마무리..

“버뮤다 삼각지대는 대서양에만 있는 게 아니다. 내 통장에도 있다. 감가상각.” (154쪽)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w********s 2026.07.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