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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경제개혁과 시민 권력
"21세기 경제개혁과 시민 권력" 내용보기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는 구성이다. 예스24 소개를 보면 줄리엣 쇼(Juliet Schor)와 데이비드 C 코튼(David C Korten)의 공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별개의 책, 즉 쇼의 <A Sustainable Economy for the 21st Century>와, 코튼의 <Globalizing Civil Society>를, 한 권에다 합친 구성이다. 이 한국어판 표지를 보면 두 책의 제목 영문이 접속사 and로 연결되었는데, 실제 미국
"21세기 경제개혁과 시민 권력" 내용보기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는 구성이다. 예스24 소개를 보면 줄리엣 쇼(Juliet Schor)와 데이비드 C 코튼(David C Korten)의 공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별개의 책, 즉 쇼의 <A Sustainable Economy for the 21st Century>와, 코튼의 <Globalizing Civil Society>를, 한 권에다 합친 구성이다. 이 한국어판 표지를 보면 두 책의 제목 영문이 접속사 and로 연결되었는데, 실제 미국 등에서 그런 서지사항으로 책이 나온 적은 없다. 두 권 모두 소책자에 가까운 아주 짧은 분량이며, 이 책이 합본 형식으로 나온 데에는 아마 저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두 분 저자 모두 미국 진보 시민사회단체의 거물들이며 주장, 활동, 저서들의 결, 기조가 매우 닮았으므로 이런 합본 형식에 어떤 위화감이 전혀 안 드는 게 또한 사실이다.

종래 정치에는 1인 1표의 원리가 작동하지만, 경제나 기업 지배에는 (이른바) 1원 1표의 전혀 다른 원리가 작동한다고 배워 왔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들어 기업의 작동 원칙에조차, stockholder(주식 보유자, 즉 주주)에서 shareholder(이해 관계자, 즉 기업 시설 주변에 거주하며 환경 오염 피해를 입었다거나 한 주민들)도 그 기업 의사 결정에 참여해야 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쪽으로, 어떤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사기업, 개별 기업에조차 서서히 1인 1표 원리가 침투하는 중이며, 쇼 박사는 이를 두고 '민주적 통제의 확장'이라 규정한다. 또 이른바 효율적 비즈니스 도그마에 대해, 쇼 박사는 <유토피아로 가는 길>이라는 다른 저서에서 자세한 논의를 전개한 바 있다.
노동 시간은 예전부터 노동운동 진영의 핵심 의제 중 하나였다. 그래서 총노동시간 규제에 대해 자칫 말 한 마디를 잘못하면 그 정치진영은 반 노동 세력으로 낙인찍혀 정치적 운신이 힘든 지경까지 몰리기도 하는 것이다. 쇼 박사는 이 책에서 노동시간 개념에 대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담대한 제언을 시도 준인데, 그 핵심 구조에는 요즘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이른바 워라밸 컨셉도 포함된다. 쇼 박사는 교조적인 스탠스라기보다 21세기 시대 트렌드에 부합하는 여러 신선한 어젠다를 자신의 신조에 편입하는 데 별로 주저함이 없는 편이다.  

세계무역체제는 20세기 후반 미국 일극(一極) 체제의 등장에 따라 세계화, 무관세, 단일 시장의 흐름이 거의 불가역적 대세로 받아들여졌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미 21세기 초에 개별 국가 사이의 FTA가 확산하면서 WTO 같은 범세계 무역 규제가 실효 작동이 늦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대두하더니, 이제는 오히려 자유무역이 퇴조하고 서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중국산의 값싼 상품을 배척하고 공급망 재편까지 논의되는 실정이다. 세계화, 자유무역은 주장이 대두된 지 불과 10년도 안 되어 좌초되어 가는 분위기인데, 쇼 박사는 이를 불평등 증대, 복지의 퇴조와 함께 엮어 거대 체제 관점에서 새로운 분석을 시도한다.

이 책은 본디 별개의 두 책이 한 권 안에 묶인 체제인데, 제2부부터 데이비드 C 코튼의 논의가 시작한다. 세상은 금전 추구의 경쟁이 펼쳐지는 하나의 영역과, 그저 생존 자체가 걱정되는 다른 영역으로 나뉘는데, 어느 쪽이든 인간 본연의 가치가 퇴조하고 생지옥이 펼쳐진다는 점에서는 서로 닮았다는 게 코튼의 일관된 주장이다. 자본주의에는 이제 타당한 룰도 없고, 모두가 합의해서 지켜나가야 할 최소한의 경쟁 규칙도 암암리에 깨져나가는 약탈의 정글이 되어간다는 게 코튼의 관점이다. 생태 지표, 공평하고 지속적인 공유 등이, 코튼이 제시하는 새 시대의 좌표에 가깝다.  
아담 스미스는 애초부터 무한경쟁, 약탈적인 생산 구조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경제사상가였다. 심지어 그의 사상 중에는 노동가치설에 가까운 것들도 있는데, 잘 알다시피 이 지점은 칼 마르크스의 사상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의미심장한 소스이다. 그래서 아담 스미스로부터는 공산주의 혁명, 반대로 테일러리즘도 포태되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모순 가득한, 또 시대 발전에 걸맞지 못한 제도를 혁파하고 사람 중심의 가치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코튼의 제언대로 시민, 시민이 체제 의사 결정 그 핵심에 참여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래 국가 기구인 3권(입법, 행정, 사법) 중심이 아니라, 시민 단체가 그 어젠다를 이끌고 일반 대중의 의사를 수렴하여 정책 결정과 집행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게 코튼의 목소리 한복판에서 울리는 요지이다.
s****o 2024.04.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