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옆에서 튀어나온 주현이 때문에 기절할 듯 놀란 기러기 떼는 날개가 찢어져라 퍼덕이며 소리소리 질렀다. 바동바동 도망치던 기러기 떼는 순식간에 바람을 일으키며 날아올랐다. 기러기 바람 속에서 굳은 팔을 펴려고 바둥거리던 주현이는 짚단 밖으로 굴러 떨어졌다. 꽁꽁 언 논바닥에 떨어졌지만 껴입은 옷 때문에 아프지는 않았다. 주현이는 멍한 얼굴로 하늘 멀리 사라지는 기러기 떼를 지켜보았다. ‘한 놈은 내 기러기였는데.’ 아쉬워도 벌써 날아가 버린 새들이었다. 주현이는 두둑한 세뱃돈을 어머니에게 빼앗겼을 때처럼 마음이 허전했다. 몸이 조금 풀리자 섭섭한 마음에 기러기가 잠자던 자리를 기웃거렸다. 바람이 불자 깃털 몇 개가 바람에 쓸려 날아다녔다. 주현이는 손을 내밀어 날개깃 하나를 주웠다. (「달빛 아래 꿈처럼」, 145 - 146쪽) 기러기를 잡으려고 논에 세워진 짚단 더미 속에서 밤을 새운 주현이가 허탕을 치고 마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허탕이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기러기를 잡기 위해 밤을 지샌 뒤 ‘달빛 아래 잠든 기러기들을 방해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으니 말입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잡고 싶었던 기러기가 생명 가진 존재로 다가온 것입니다. 이와 같이 『자존심』에는 적대적이기까지 하던 동물들이 살아 있는 존재로, 동무로 바뀌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중풍 걸린 진돗개의 눈빛을 이해하게 되는 「나를 싫어한 진돗개」, 백한의 죽음으로 죄책감을 느끼는 「백한 탈출 사건 - 새 키우는 집 1」, 굶주려 죽는 것으로 항거한 딱따구리를 다룬 「자존심」, 고기를 잡았다가 풀어주는「고기를 잡으러」, 멧새 사냥을 한 뒤 ‘이번 사냥이 마지막 사냥’이 될 것임을 짐작하는 「겨울 숲 속에서」들이 그렇습니다. 그러한 과정이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울 뿐더러 사내아이들의 모험이 실감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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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역할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고 이 책을 읽으면 '감정이입'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 그러면서 나의 내면이 커가는 것. 그것이 문학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이 책에서의 타인은 동물이 주를 이루고, 동물과 교감하는 인간도 간간히 나온다. 동물과 그 동물을 키우는 아이, 혹은 그 동물을 잡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인지라 도시가 아닌 농촌, 산골이 무대가 된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존재 둘이 이런 저런 사연을 겪으면서 친해진다는,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가 이렇게 남달라 보이는 건, 눈에 보일 듯이 생생한 묘사와 존재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아닐까. 책 제목이 말해주듯이 모든 존재는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는 인정의 눈길이 그것이다. 모든 이야기가 좋았지만, 지글지글한 일러스트가 무척 어울린 '고기를 잡으러'가 특히 좋았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도 그런 아이가 되는 것 같고, 나도 그 아이의 깊은 마음을 가지게 될 것만 같다. 이것이 바로 문학의 힘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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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집에서 키우던 애완동물을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 덩그러니 내어 놓아 누군가 가져가 키우길 바라는 이들도 있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풀어 놓아 뭇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전락하다 버려지는 경우를 보게 될때면 무척이나 안타깝고 씁쓸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살아 있는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존재감 없는 소모품처럼 여기는 무감각한 아이들이 그것들이 지닌 자존심을 이해해 소중히 여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책 내용안에 고스란히 전해져 있어 다시금 그러한 가벼운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란 결론을 얻게 된다.
부푼 기대를 품고 맞이한 진돗개 도리도리로부터 시작되는 동물들과의 교감 이야기는 그저 흔히 볼 수 있고 쉽사리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기에 그것들에 대한 존재성이나 가치에 대한 의미를 크게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선적으로 인간과 동물이라는 구분이 있고 나로 인해 보호를 받아야 하는 종속적인 관계로만 생각하고 함부로 구박하고 무시하는 우리들의 경솔함을 반성케 한다.
마냥 귀여워하고 따르는 애완동물의 모습 보다는 귀찮고 힘든 존재로서 다가 오기에 마음과 달리 행동하게 되었음을 도리도리가 죽은 뒤에야 안타깝게 마지막 눈빛을 떠올리며 반성하게 되는 민호의 모습이나 숫백한을 잃어야 하는 암백한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게 되는 남식이의 새 키우는 이야기는 아이의 가슴에 충격과 슬픔을 안겨 주지만 따스함을 전하는 데는 시간과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함을 알게 한다.
흔히들 쉽게 건드리고 행하게 되는 가벼움으로 인해 상처받고 죽게 되는 소중한 생명들에 대한 존중과 책임을 느끼게 하는 의미가 있기에 아이들 모두가 성장해 가며 그만큼의 조심을 해가는 성숙된 시간을 맞이할 듯 하다. ' 나와 다른 이들도 자존심을 지키도록 도와주는 것, 그런 마음과 행동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첫 시작입니다.'라는 말처럼 모두가 따스하게 살아가길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