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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2일은 문학과지성사 창립 4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문학과지성사가 이제 마흔살의 장년이 된 것이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문학과지성사하면 제일 먼저 김현이 떠오른다. 정과리 선생의 이 책을 읽고 나서 김현 전집의 열여섯 번째 권인 『자료집』을 꺼내 김현 선생이 떠난 후 여러 동료들과 문인들이 쓴 추모시와 추모글들을 읽어보았다. 문학과지성사를 만든 1세대 동인들도 그렇지만, 40주년을 맞아 가장 많이 생각나는 건 김현 선생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총 4부로 되어 있는데, 비평서들에 관한 글들을 모은 2부에 김현에 대한 글이 총 네 편 실렸다. 한국문학이나 한국비평에서 김현이 차지하는 위치를 감안해볼 때, 문지 40주년을 맞아 이 네 편의 글을 읽어보는 것도 유의미할 것 같다. 특히 네 편 중 가장 마지막에 수록된 「추억의 집 – 사람 김현의 존재론」(1996)의 경우는 선생의 제자였던 정과리 씨와 동료들의 사적 추억까지 곁들여져 인간 김현의 결을 살갑게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1988년에서 2005년 사이에 저자가 쓴 글을 모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글들은 90년대 초반에 쓴 것들이고, 그 중에서도 1993년도에 쓴 글이 가장 많다. 1993년은 내가 대학에 들어갔던 해이자 문민정부가 시작던 해라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특별한 해인데, 뭐랄까. 이 책에 수록된 글들에서 접하게 되는 1993년은 그 당시 나를 둘러싼 ‘움벨트’와는 꽤 거리가 있는지라 (나는 서른이 넘어서 한국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살아왔던 동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어떤 부분들은 무척 생소하기도 했다. 내가 살지 못했던, 혹은 내가 가보지 못한 어떤 ‘움벨트’를 뒤늦게 경험하는 기분. 그리고 그로 인해 미완으로 남아 있던 나의 어떤 부분이 비로소 채워진 것 같다. 특히, 소설을 대상으로 한 1부에 있는 이인성에 관한 글들이 다 좋다*. 내 취향으로 보면 분명히 좋아할 법한 작가인데, 왜 이제껏 한 작품도 안 읽었는지 신기할 정도다. 기회될 때마다 이전 작품들도 거슬러 올라가 읽으려고 많이 노력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구멍이 있었다니 신기할 정도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인성의 작품은 한 권만 빼고는 모두 절판이다. 90년대 이후 왜 작품활동을 안 하는지도 궁금하다. 비슷하게 활동한 정찬이나 최수철이 아직까지도 작품활동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궁금증은 더욱 증폭된다(이 두 작가도 내가 참 좋아한다). 기회가 되면 꼭 전작 읽기를 해봐야겠다. 비평서들에 대한 글들을 담은 2부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았는데, 송상일의 『국가와 황홀』(2001)과 채광석의 『민족문학의 흐름』(1988)이라는 책을 발견하게 된 게 무척 기뻤다이 두 책은 언제고 꼭 챙겨 읽어볼 생각이다(송상일의 책은 바로 주문했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이냐에 대한 기준이나 잣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그 책을 읽고 나서 파생되는 독서들이 많아지는 책을 좋아한다. 가지에 가지를 치고 거듭 거듭 책을 읽게 만드는 독서.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좋은 책이다. 한국문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와 관련하여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게 문학과지성사일텐데, 한국문학이나 문학비평에 대한 반성과 전망을 위해서도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기도 하다. * 이인성에 관한 글은 총 네 편이 실렸다. 「상처를 산다는 것의 의미: 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 (1995), 「욕망을 비껴 가기: 이인성의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 (1995), 「인간 욕망이라는 괴물을 쫓아 스스로 욕망이 되어 버린 소설: 이인성의 『강어귀에 섬 하나』」(2000), 「혼돈의 열림: 이인성의 소설 세계」(2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