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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오디세이> 개봉 소식을 듣고, 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먼저 호메로스의 원작부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원작이 1만 행이 넘는 장편 서사시라 영화 개봉 전까지 완역본을 읽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더라고요. 그렇다고 청소년용 축약본은 너무 많은 내용이 생략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됐고요 😂 그러던 중 더숲에서 <일리아스·오디세이아> 세트가 출간된다는 소식을 알게 되어 SNS 체험단을 신청했습니다. 이번 영화의 원작인 <오디세이아>가 더 궁금했지만, 오디세우스의 귀향이 시작되기 전 트로이아 전쟁부터 알아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일리아스>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모두 트로이아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데요. 이 전쟁은 미케네 문명 시대인 기원전 13세기 무렵 실제로 벌어졌던 전쟁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아카이오이(고대 그리스인) 연합군은 약 1,200척의 함대를 이끌고 일리온(트로이아)을 침공했고, 전쟁은 무려 10년에 걸친 끝에 그리스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그리스는 한동안 문자가 사라진 시대를 맞이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쟁의 영웅담과 사건들을 긴 노래 형태의 서사시로 만들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왔고, 이러한 구전 전통이 훗날 호메로스의 서사시로 정리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제목인 <일리아스>는 그리스어로 ‘일리온(트로이아)의 이야기’를,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의미합니다. <일리아스>는 트로이아 전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오디세이아>는 트로이아 전쟁을 종결시킨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기까지의 기나긴 귀향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두 작품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만큼, 처음 읽는다면 <일리아스>를 먼저 읽고 <오디세이아>를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사실 책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감탄한 건 내용보다 그림이었습니다. 책의 삽화를 그린 닐 패커는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은 일러스트레이터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고전 클래식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의 삽화를 맡았던 분이라고 합니다 S2 시대적 배경과 당시의 예술 양식을 철저하게 고증해서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유명한데, 이 책 역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작은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진짜 일러스트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에요!! 😇
저는 <일리아스>가 트로이아 전쟁 10년의 전 과정을 담은 작품인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오직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라는 점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일리아스>는 전쟁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그린 작품이 아닙니다. 파리스의 심판과 헬레네의 납치로 전쟁이 시작되는 과정도, 트로이 목마 작전으로 트로이아가 함락되는 마지막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전쟁이 시작된 지 10년째, 총사령관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가 전리품 문제로 갈등을 빚고, 분노한 아킬레우스가 전투를 거부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놀랍게도 책에서 실제로 다루는 시간은 약 50일 정도이며,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기간은 나흘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만으로도 독자는 10년에 걸친 전쟁의 무게와 비극을 생생하게 느끼게 됩니다.
그리스로마신화로 트로이 전쟁을 읽었을 때에는 아킬레우스가 명예를 모욕당하고 분노해서 전장을 떠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전쟁사로 읽다보니 아킬레우스의 분노 때문에 수많은 전우들이 목숨을 잃고,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던 친구 파트로클로스마저 죽게 되었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한 사람의 이기적인 감정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뒤흔들 수 있는지를 더 오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갔던 인물은 아킬레우스보다 헥토르였습니다. 우리는 보통 가장 강한 영웅인 아킬레우스를 기억하지만, 헥토르는 자신의 죽음이 곧 트로이아의 멸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무모하게 싸우지 않습니다. 위험하면 물러설 줄도 알고, 가족과 도시를 끝까지 책임지려 하지요. 아킬레우스가 두려움을 모르는 용기로 영웅이 된다면, 헥토르는 책임감과 절제로 영웅이 되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결말을 알면서도 매번 헥토르를 더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ㅠ
책 말미에 일리아스를 처음 만나는 한국 독자들을 위한 해설 정말 좋았습니다 👍 아무래도 우리와 시대와 문화가 맞지 않은 이야기라 가이드가 있으니 좀더 보이는게 많아지더라고요. 고대 그리스 영웅들이 생각했던 ‘명예’에 대한 설명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현대의 우리는 명예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라고 생각하지만, 당시 영웅들에게 명예는 전리품의 개수나 잔치에서 받는 고기의 부위처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책에서는 영웅의 삶을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전장에서 이름을 떨치는 ‘명성(kleos)’과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오는 ‘귀향(nostos)’. <일리아스>의 아킬레우스는 명성의 영웅이고, <오디세이아>의 오디세우스는 귀향의 영웅입니다. 이 설명을 듣고 나니 왜 두 작품이 서양에서 한 쌍의 고전으로 읽혀왔는지 단번에 이해가 책 말미에 일리아스를 처음 만나는 한국 독자들을 위한 해설 정말 좋았습니다 👍 아무래도 우리와 시대와 문화가 맞지 않은 이야기라 가이드가 있으니 좀더 보이는게 많아지더라고요. 고대 그리스 영웅들이 생각했던 ‘명예’에 대한 설명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현대의 우리는 명예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라고 생각하지만, 당시 영웅들에게 명예는 전리품의 개수나 잔치에서 받는 고기의 부위처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책에서는 영웅의 삶을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전장에서 이름을 떨치는 ‘명성(kleos)’과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오는 ‘귀향(nostos)’. <일리아스>의 아킬레우스는 명성의 영웅이고, <오디세이아>의 오디세우스는 귀향의 영웅입니다. 이 설명을 듣고 나니 왜 두 작품이 서양에서 한 쌍의 고전으로 읽혀왔는지 단번에 이해가 됐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가볍게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책이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만족스러웠습니다. 완역본을 읽기 전에 큰 흐름을 익히기에도 좋고, 중간중간 실린 해설 덕분에 왜 호메로스의 작품이 지금까지도 서양 문명의 출발점이라 불리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 전에는 더숲 <오디세이아>도 꼭 읽어보려고 합니다. 과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오디세우스의 기나긴 귀향 여정을 어떻게 영화로 풀어냈을지 벌써부터 너무 궁금하네요! 영화 보기 전까지 얼른 완독해야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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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만난 《일리아스》는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 뿐 아니라 삽화를 감상하는 재미도 큰 책이었다. 장면마다 실린 그림은 조금 투박한 선으로 그려져 있지만, 오히려 그 투박함이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을 더욱 진솔하게 보여주는 듯했다. 반면, 그림을 가득 채우는 강렬하고 화려한 색감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그 색감 속에서 인간들의 세계에 수시로 개입하는 신들의 욕망과 절대적인 권력을 떠올렸다. 거친 인간의 삶과 찬란한 신들의 존재가 한 장의 그림 안에서 대비되며, 《일리아스》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과 신의 관계를 더욱 선명하게 전달해 주는 듯 했다. 우리는 흔히 《일리아스》를 영웅들의 전쟁 이야기로 기억하지만, 이 책은 인간의 분노와 명예, 슬픔과 운명을 깊이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그 이야기에 어울리는 삽화가 더해져, 글만으로는 느끼기 어려운 감정까지 자연스럽게 전해졌다. 고전을 어렵게만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좋은 시작이 되어 줄 것 같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인간과 신, 그리고 운명에 대해 함께 생각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