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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인들 꽃이 아닌 적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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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필 때 지나온 어느 순간인들 꽃이 아닌 적이 있으랴. 어리석도다 내 눈이여. 삶의 굽이굽이, 오지게 흐드러진 꽃들을 단 한번도 보지 못하고 지나쳤으니. 꽃이 사람의 눈을 확 잡아당기는 이유는 도저한 색깔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검은색 일색의 겨울을 관통하다 어느 날 눈에 띈 붉디붉거나 노란 꽃 한 송이, 그것은 죽음과도 같은 겨울을 관통하여 이제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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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필 때 지나온 어느 순간인들 꽃이 아닌 적이 있으랴. 어리석도다 내 눈이여. 삶의 굽이굽이, 오지게 흐드러진 꽃들을 단 한번도 보지 못하고 지나쳤으니. 꽃이 사람의 눈을 확 잡아당기는 이유는 도저한 색깔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검은색 일색의 겨울을 관통하다 어느 날 눈에 띈 붉디붉거나 노란 꽃 한 송이, 그것은 죽음과도 같은 겨울을 관통하여 이제 비로소 새 생명이 도약하는 봄이 올 것이라는 신호탄입니다. 꽃 한 송이의 색깔이 세상을 바꿉니다. 꽃이 아름다운 두 번째 이유는 시간의 엄혹함 때문일 것입니다. 생의 절정이라고 할 만한 꽃이 한순간 피었다 지기에 더 애처롭고 아름다울 것입니다. 물론 백일이나 그 이상 동안 피는 꽃도 있지만 대부분의 꽃은 채 한 철을 넘기지 못합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꽃은 활짝 피었을 때만 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죽음과도 같은 겨울조차 다가올 봄을 대비하여 나무는 꽃을 준비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여 ''삶의 굽이굽이, 오지게 / 흐드러진 꽃들을 // 단 한번도 보지 못하고 / 지나쳤''다는 회한은, 역설적이게도 이제야 비로소 삶의 굴곡조차 다 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선언입니다. 생의 고된 순간마저 꽃의 시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시인에게 세상은 꽃 세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가 가진 어두운 에너지가 퇴폐나 탐미 혹은 잘못된 연애 따위로 이어졌고 자신을 혐오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자기혐오마저 언제부터인가 아름답게 꽃처럼 보이게'' 되었다는 시인의 언급은 그러한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하여 시집은 풍성한 꽃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방 가득 어지러운 목숨들이 / 밤새워 노랗게 터쳐나는''(「개나리」) 가 하면, ''삼년 넘어 굳게 닫힌'' 젊은 과수댁의 ''자궁 안에 난만''(「배꽃」)하게 피어나도 합니다. 또한 ''갓난애에게 젖을 물리다 말고 / 사립문을 뛰쳐나온 갓 스물 새댁''의 ''첫정''(「복사꽃」)이기도 하고, ''한 사내가 빠져나가고, 그 빈 자리에 아직도 울음이 에코로 / 울릴 때, 한 여자에게''(「밤꽃」)에게서 풍겨나오는 ''향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능의 화려한 꽃보다 더 찬란하게 피는 꽃은 ''눈꽃'' 같은 꽃이 아닌가 합니다. 눈꽃 3 무너진 둑을 수리하느라, 물을 빼버려 뻘을 드러낸 천흥저수지에도 밑바닥 가득히 눈이 쌓였다 겨울 내내 저수지를 지날 대마다 내 밑바닥 또한, 모든 것이 비워지면 저렇듯 흉물스러운 것이라고만 여겼거니. 결코 지워질 수 없는 삶의 몇 조각 남루만이 뻘에 처박힌 쓰레기들처럼 아프게 눈을 찌르리라 여겼거니. 퍼붓는 눈 속에 스스로마저 지워져버린 오늘, 천흥저수지와 더불어 밑바닥에 쌓이는 비워짐의 무게, 그 눈부심!
YES마니아 : 골드 g*******g 2006.05.2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