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죔레는 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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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도서제공  아흔 두살의 노인에게 어느 날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찾아와 왕이 되주십사 청한다.🤔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이 이야기는 놀랍게도 꽤 진지하다. 칭기즈 칸과 벨러4세의 피를 이어받은 자로서, 헝가리 아르파드 왕가의 후손인 요제프 카다는 수십년 동안 이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왔다. 죔레라는 개를 돌보고 벤치에 앉아 저물어 가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한적한 노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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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도서제공




  아흔 두살의 노인에게 어느 날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찾아와 왕이 되주십사 청한다.🤔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이 이야기는 놀랍게도 꽤 진지하다. 칭기즈 칸과 벨러4세의 피를 이어받은 자로서, 헝가리 아르파드 왕가의 후손인 요제프 카다는 수십년 동안 이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왔다. 죔레라는 개를 돌보고 벤치에 앉아 저물어 가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한적한 노년을 보낼 때, 왕정복고라는 무거운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그들은 쇠퇴해가는 헝가리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왕정을 다시 세우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 중 일부는 지하에 엄청난 무기를 보유하며, 무력으로 정권을 뒤집으려고 준비하고 있다. 요제프 카다, 속칭 요지 아저씨는 오직 평화로만 목표를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곁에 7인의 온건파만 남겨둔다. 그 중 버디지란 자는 요지 아저씨의 진위를 의심했으나 결국 모든 문서를 뒤져본 결과 그가 아르파드 왕가의 후손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발각되고, 요지 아저씨는 자신이 아르파드 왕가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정신이상자로 판명되어😲 정신병원에 갇힌다.


  이 흐름을 보다 보면, 극단적인 정치 생각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이해가 된다. 요지 아저씨는 자신이 왕가의 후손이란걸 알고 있었지만 이 사람들이 찾아오기 전까진 자신이 세상을 바꾸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자신은 중요한 사람이고, 이 세상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이를 바로 잡으려면 자신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요지 아저씨는 연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고, 여러 곳에 메일을 보내도 회신조차 없다. 맞은편 이웃도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단순히 왕가의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요지 아저씨를  왕으로 옹립하려는 자들이 정말 기이하게 느껴졌다. 헝가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과 별개로, 극우주의 또한 요상하게 발현되는데,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크다.


  요지 아저씨에 대한 나의 감상은 처음엔 이상함, 그 다음엔 불편함, 그리고 마지막엔 연민만이 남았다. 왕정복고주의자들의 말을 들으며 환상을 키워가는 것이 이상했고, 에텔커에게 왕비가 되어달라 청하는 부분은 괴이하기까지 했다. 누가 아흔 두살이나 먹은 할아버지의 왕비가 되어 주겠는가? 그 선민의식이 불편하다가도, 죔레를 찾으며 커피 한잔 못 마시는 신세가 불쌍하기도 했다.


  소설엔 의미가 궁금한 부분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죔레’라는 개이다. ‘죔레’는 요지 아저씨가 자신이 키우는 개에게 붙여주는 이름인데, 죔레가 죽고 나면 새로운 개에게 죔레라는 이름을 다시 붙인다. 요지 아저씨는 그렇게 수십년간 죔레라는 개를 키워왔다. 나는 이게 왕정복고주의자들이 어느 왕가의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왕으로 세우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개개인이 가진 능력, 인품, 개별성, 고유함과는 상관 없이 아르파드 왕가라는 이유만으로 왕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들은 그 틀 안에 요지 아저씨를

가둬놓고, 요지 아저씨 또한 죔레라는 이름 안에 서사를 부여하고 모든 특이성은 무시한다. 군주정이라는 게 얼마나 무의미하고 무익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작가와 동명이인인 음유시인! 그는 젊은 청년으로 헝가리 민족음악을 사랑하고, 요지 아저씨에게 아들이라 불릴 정도로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이 인물은 현실의 작가와 동일인물은 아니다. 요지 아저씨는 호르티, 독일 대통령, 지미 카터 등 현실에서 유명한 인물들을 만났다고 주장한다. 작가와 동일한 이름의 청년이 사실은 허구의 인물이라는 걸 생각하면 요지 아저씨의 주장이 진실보단 허구에 가깝다는 걸 드러내는 장치가 아닐까 싶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작가이지만, 그래도 노벨상 수상작가이니 한 번쯤은 읽어보고 싶었다. 번역이 잘 되어 있어 그런지 생각보단 읽기가 수월했다. 왜 “가장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말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다음엔 사탄탱고를 도전해 보는 것으로🤭!


🔖그들은 이리저리 뒤엉켜 움직이며, 마치 아무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방향으로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그 의지가 그들의 주의를 너무 붙잡아 움직임은 혼란스럽고 무의미하기까지 했다. 결국 모두가 같은 곳, 즉 거대한 아무 데 도 아닌 곳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그는 폭스바겐 뒷좌석에서 생각하고 있었다,(p.112)


#은행잎3기#은행잎서재#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노벨문학상#죔레는거기에

k***2 2026.03.1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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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죔레는 거기에》 크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김보국 옮김,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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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죔레는 거기에》 크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김보국 옮김, 은행나무 원제 : Zsömle odavan (2024년)🐕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소설을 읽을 때는 약간의 설렘과 함께 비장한 각오가 필요한 것 같다.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라서 알게된 헝가리의 작가 크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그의 작품 《사탄 탱고》를 읽었을 때와 유사하게, 이번 《죔레는 거기에》 역시 친절하게 길을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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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죔레는 거기에》 크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김보국 옮김, 은행나무 

원제 : Zsömle odavan (2024년)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소설을 읽을 때는 약간의 설렘과 함께 비장한 각오가 필요한 것 같다.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라서 알게된 헝가리의 작가 크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그의 작품 《사탄 탱고》를 읽었을 때와 유사하게, 이번 《죔레는 거기에》 역시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는 소설은 아니다. 문장은 만연체로 길게 늘어지고, 인물들의 말들은 알쏭달쏭한 부분이 많으며, 헝가리 역사와 정치적 맥락은 아주아주 낯설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도대체 이 사람들이 왜 갑자기 한 노인을 찾아와 “폐하”라고 부르는지, 기사단이니 왕위 계승이니 하는 말들이 어디까지 진심이고 어디부터 망상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이 책을 읽기 위해 헝가리 역사를 좀 찾아봤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합스부르크 왕가, 트리아농 조약, 성 이슈트반 1세, 그리고 빅토르 오르반까지. 낯설긴 하지만 나름 헝가리의 역사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고, 오늘날 헝가리의 상황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들과 연결되어 있는 지점들이 많아서 아주 흥미로웠다. 


🐕

91세의 요지 아저씨는 “더 이상은 불을 때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 말에는 자신의 인생을 놓아버린 한 노인의 푸념이 들어있었다. 그런 그에게 낯선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들은 요지 아저씨가 헝가리 왕가의 정통 후손이며, 이제 무너진 헝가리를 다시 일으킬 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요지 아저씨는 처음에는 그 호칭을 거부하지만, 내용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그 호칭이 점점 그를 삼켜간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노인은 어느 순간 “역사적 인물”이 되고, 한 인간의 늙음과 고독은 거대한 민족주의적 서사의 재료가 된다.


🐕

요지 아저씨를 찾아온 사람들은 교사이고, 기술자이고, 경찰이고, 음악가이고, 평범한 이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 상처와 향수, 민족주의와 음모론을 뒤섞어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원래 위대했다”

“누군가 우리의 것을 빼앗았다”

“이제 다시 되찾아야 한다” 

어느 순간 미국의 MAGA 세력, 일본과 한국의 우익 담론, 전 세계적으로 반복되는 극우 포퓰리즘의 언어가 겹쳐 보인다. 이 소설이 오래된 왕국 이야기가 아니라 철저히 동시대의 이야기로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런 극우 포퓰리즘에 포섭된 사람들이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이라는 점이 소름끼치도록 현실을 닮아있다는 생각도 든다.


🐕

중반부에 AI, 유튜브, 스마트폰 같은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이 이야기가 과거의 우스꽝스러운 왕정복고극이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망은 현재의 기술 환경 속에서 더 빠르고 더 쉽게 퍼진다. 문제는 사람들이 실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믿고 싶은 방식으로 편집한 과거를 붙잡는다는 데 있다. 


🐕

그렇다고 이 소설이 단순히 “극우는 나쁘다”는 식의 풍자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요지 아저씨는 어리석고,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자기에게 주어진 왕의 역할에 흔들린다. 하지만 그를 마냥 비웃기는 어렵다. 그는 이미 가족에게서도, 사회에서부터도, 자기 자신에게서도 조금씩 밀려난 노인이다. 아무도 자신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어느 날 누군가 와서 “당신은 특별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한다. 그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면서도, 동시에 얼마나 유혹적인지 생각하게 된다. 요지 아저씨는 극우적 망상의 중심에 세워진 인물이지만, 동시에 그 망상이 어떻게 고독한 사람을 붙잡는지를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

《죔레는 거기에》는 읽기 쉬운 소설은 아니다. 웃긴 장면도 있지만 마냥 웃을 수 없고, 정치적 풍자처럼 보이다가도 어느새 노년의 쓸쓸함이 밀려온다. 결국 이 소설은 가짜 역사와 민족주의적 환상에 휩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한 노인이 끝내 붙잡고 싶었던 작은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왕국은 돌아오지 않고, 왕은 탄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죔레는 거기에 있었다. 어쩌면 이 소설이 마지막까지 붙잡는 것도 바로 그 작고 사적인 ‘있음’인지 모른다.


* 위 도서는 은행나무(@ehbook_ )의 독서모임 지원 이벤트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독서모임 진행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죔레는거기에 #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 #은행나무 #독서모임 #소설추천

YES마니아 : 골드 l******7 2026.04.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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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어 원전 번역본 [ 죔레는 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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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 나오는 마침표는 단 12개 제일 처음 시작하는 문장에 하나,그리고 각 장이 끝날 때만 마침표를 만날 수 있다. 한 마디로 각 장이 한 문장으로 끝난다는 사실 셀 수 없이 많은 쉼표로 이어지는 만연체에 초반에는 눈이 뱅글뱅글... 하지만 그것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읽어내려 갈수록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고이 독특함이 소설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신기한 일이다.  #죔레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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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 나오는 마침표는 단 12개 

제일 처음 시작하는 문장에 하나,

그리고 각 장이 끝날 때만 마침표를 만날 수 있다. 


한 마디로 각 장이 한 문장으로 끝난다는 사실 

셀 수 없이 많은 쉼표로 이어지는 만연체에 

초반에는 눈이 뱅글뱅글... 


하지만 그것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읽어내려 갈수록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이 독특함이 소설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신기한 일이다.  



#죔레는거기에 

#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 

#은행나무 #독서모임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소설추천

 

 

 📚📖


소설은 처음부터 흥미로운 소재를 던져준다. 


91살의 노인 '요제프' 

그리고 그를 찾아온 사람들... 

그 사람들은 왕가의 혈통을 추적하다가 

요제프 (자칭 요지 아저씨)가 왕족인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를 왕으로 추대하며, 왕정 복고를 부탁한다. 


🔯 이 작품, 

꼭 독서모임에 추천하고 싶다. 

토론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은 작품이다. 



✅그는 과연 정말 왕족일까? 

이 질문은 사실 마지막까지 의문으로 남는다. 


✅그리고 왕족인 것이... 

그의 삶에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을까? 



✅죔레는 요지 아저씨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죔레는 요지 아저씨가 키우는 개의 이름이다. 

원래 키우던 죔레가 죽자, 그는 새로운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또다시 죔레라고 이름짓는다. 

늘 자신이 키우던 개는 죔레였고, 앞으로도 죔레일 것이라고... 


➡️죔레는 그에게 유일한 가족, 유일한 동반자, 

유일하게 정을 나누고, 위로가 되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작가는 왜 쉼표로 무한이 이어지는 문장으로 이 작품을 썼을까? 



✅이 소설에서 "불"의 의미는 무엇일까? 

'더 이상은 불을 때지 않겠다."라고 시작하는 이 소설... 

하지만 그 꺼진 불을 다시 피우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소설을 읽으며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는 

바로 극단적인 정치 성향이다. 

그들은 왜 극단으로 치닿는 것일까? 



이 소설은 우리 나라에도 (세계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이 정치적 극단주의를 비판하고 풍자한다. 

 


그래서 읽으면서 중간 중간 

웃을 수밖에 없는 포인트가 있다. 

황당하고 실소를 터뜨리게 되는 포인트들.. 

그래서 이 소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허황된 꿈과 한쪽으로만 매몰된 집착과 광기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을 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요지 아저씨의 삶이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고, 

외로운 그 삶에, 마지막으로 찾아온 사람들이 

극우집단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를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까지 의문을 던지게 되고,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재독하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일 거라고 확신한다. 


(언젠가 다시 재독을 하겠다!) 


  

  

이 작가의 초기 걸작인 <#사탄탱고>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작품을 접하고, 나에게 충분히 흥미로운 작가로 자리 잡게 된다. 



 

❤️ 그리고 극찬하고 싶은 한가지! 

헝가리를 사랑하는 번역가님이 없었다면 

내가 이 소설을 과연 읽어낼 수 있었을까? 


첫 1-2장에 나오는 수많은 명칭들... 

그 어려움을 번역가님이 해결해주신다. 


덕분에 헝가리어 원전 번역본을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출판사에서 주관한 독서모임 지원 이벤트에 <문장들>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d*******l 2026.04.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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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독서의 경험 속으로 빠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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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 없는 문장의 파도 속에서 숨을 참으며 읽어 내려간 강렬한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노벨문학상의 묵직함에 위축되기도 하고,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까 봐 불안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문장을 되씹고 앞뒤를 오가며 애쓰는 과정 그 자체가 제 독서력을 한 뼘 성장시켜 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특히 헝가리의 역사, 문화, 정치를 아우르는 방대한 정보는 마치 헝가리를 직접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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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 없는 문장의 파도 속에서 숨을 참으며 읽어 내려간 강렬한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노벨문학상의 묵직함에 위축되기도 하고,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까 봐 불안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문장을 되씹고 앞뒤를 오가며 애쓰는 과정 그 자체가 제 독서력을 한 뼘 성장시켜 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헝가리의 역사, 문화, 정치를 아우르는 방대한 정보는 마치 헝가리를 직접 여행하고 온 듯한 몰입감을 주었습니다. 완벽히 소화하지 못했더라도 깊은 물 속에서 스스로 수영법을 깨치듯, 독서의 지평을 넓히고 싶은 분들께 이 '기분 좋은 도전'을 강력히 추천드려요.

b*****6 2026.04.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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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죔레는 거기에》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김보국 번역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사탄 탱고》를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있어, 《죔레는 거기에》의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기대가 생겼다. 감사하게도 출판사 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친구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더 이상은 불을 때지 않겠다.91세의 요지 아저씨는 삶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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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죔레는 거기에》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김보국 번역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사탄 탱고》를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있어, 《죔레는 거기에》의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기대가 생겼다. 감사하게도 출판사 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친구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더 이상은 불을 때지 않겠다.


91세의 요지 아저씨는 삶에 대한 의욕을 거의 잃은 상태로 등장한다. 그런 그의 앞에 어느 날 사람들이 나타나 그의 혈통에 대해 알고 있다며, 왕이 되어달라고 요구한다. 그들이 붙여준 호칭 ‘폐하’를 끝내 거부하고 ‘요지 아저씨’로 불러달라고 한다.


나는 소설의 초반에서 왕정 복고라는 설정 때문에 이 소설의 배경이 과거일 것이라 짐작했다. 그러나 중반에서 AI, 유튜브, 스마트폰 같은 단어들이 등장하는 순간, 이 이야기가 철저히 동시대의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인물들이 외치는 “Make Hungary Great Again!”이라는 구호는 낯설기보다 기시감에 가깝다. “하나의 유령 — 민족주의라는 유령이 전세계를 배회하고 있다”라는 마르크스의 문장을 빌려 이 소설을 표현해본다. 친구들과 한국, 일본, 그리고 미국의 현실까지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며, 완전히 독립된 다른 나라들이 유사한 균열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외부의 개입은 점차 요지 아저씨를 불쏘시개로 들쑤신다. 더 이상 불을 때지 않겠다던 그는 다시 타오르기 시작한다. 이 변화의 과정은 최근에 친구들과 함께 읽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떠오르게 한다. 개인이 사고를 멈추는 순간, 얼마나 쉽게 잘못된 흐름에 편입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이 소설의 또 다른 인상적인 지점은 번역이다. 김보국 번역가는 헝가리어 원문을 직접 옮기며, 방대한 주석을 통해 독자가 작품의 맥락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헝가리의 역사와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 이 주석들은 단순한 해설을 넘어 하나의 길잡이처럼 기능한다. 한국어로 된 세계만 읽을 수 없는 사람으로서 내가 다른 세계와 닿을 수 있도록 튼튼하고 친절한 다리를 놓아주신 덕분에 완주할 수 있었다.


작품은 인종, 세대, 이념 등 다양한 경계를 따라 형성되는 혐오의 작동 방식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블랙코미디처럼 읽히는 장면들 사이로, 92세 노인의 고독한 말년이 겹쳐지며 묘한 잔향을 남긴다.


🔖 이 아름다운 인생의 끝은 결국 엿 같은 거요, 막혀버리는 것, 말하자면 꼼짝없이 조여드는 것이오, 결국 우리는 그 끝에서 막다른 데로 몰리게 되니 빠져나갈 길은 없소


요지 아저씨의 추종자들은 과거의 헝가리의 영광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그 환상은 한 개인을 넘어 요지 아저씨를, 사회 전체를 잠식해간다. 그 과정 속에서, 요지 아저씨의 심장을 쥐고 있는 존재—늘 요지 아저씨의 곁을 지키던 강아지 ‘죔레’의 이미지는 오래도록 잔상처럼 남는다.


*위 도서는 은행나무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죔레는거기에 #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 #은행나무 #독서모임 #소설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YES마니아 : 로얄 k******4 2026.04.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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죔레는 거기에. 당신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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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죔레는거기에 #크리스너호르커이라슬로 #문장들서평단 #노벨문학상 #독서모임지원 #은행나무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모임📚죔레는 거기에 / 크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 김보국 옮김 / 은행나무제목을 처음 봤을때죔레가 누구지? 라는 호기심으로 시작했고, 죔레의 정체에 당황했고,그러다가 죔레가 얼마나 요지 아저씨에게 중요한지를 깨달았다.사탄탱고에 이어 두번째, 크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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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죔레는거기에 #크리스너호르커이라슬로 #문장들서평단 #노벨문학상 #독서모임지원 #은행나무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모임


📚죔레는 거기에 / 크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 김보국 옮김 / 은행

나무


제목을 처음 봤을때

죔레가 누구지? 라는 호기심으로 시작했고, 

죔레의 정체에 당황했고,

그러다가 죔레가 얼마나 요지 아저씨에게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사탄탱고에 이어 두번째,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와의 만남.

사탄탱고를 그래도 한 번 겪어서 그런지 덜 낯설게 느껴진다, 

온점 대신 반점만 난무하는 문장이.

게다가 조금은 더 블랙코메디 같이 느껴지기도 하는 이야기.


첫 작품보단 덜 날 것 같기도 하고 대신 더 깊어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헝가리 역사를 잘 몰라서 이 이야기가 가지는 무게감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미술 작품, 음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책에도 적용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가의 마음 속 헝가리는 어떤 곳일까.

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많이 들었다.


아흔 두 살의 요지 아저씨.

자식들과 소원하고 죔레랑만 살고 있고 비밀을 간직하고 있으나 

헝가리를 사랑하는 

나름의 소박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


쉼표로만 이어지는, 때로는 숨이 답답하기도 한 이야기 속.

당신에겐 어떤 이야기가 남았나요?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요지 아저씨.

때론 우스꽝스럽고 때론 진지한 그의 이야기.


은행나무 (@ehbook_) 출판사에서 진행한 독서모임 지원이벤트에 문장들이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YES마니아 : 골드 a******y 2026.04.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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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죔레는 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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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읽기 정말 어렵다”는 것이었다. 문장은 길고, 사건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으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흐릿하게 섞여 있어 독자로서 끊임없이 길을 잃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붙잡고 읽게 되는 이유는, 이 작품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작품은 9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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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읽기 정말 어렵다”는 것이었다. 문장은 길고, 사건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으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흐릿하게 섞여 있어 독자로서 끊임없이 길을 잃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붙잡고 읽게 되는 이유는, 이 작품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은 92세 노인 요제프가 ‘왕의 후손’이라는 터무니없는 믿음에 휩싸이면서 시작된다. 흥미로운 점은 그 어떤 명확한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점점 더 그를 상징적인 존재로 만들어가고, 개인이었던 요제프는 어느 순간 집단이 만들어낸 ‘의미’로 대체된다. 이 과정은 납득이 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 사회의 모습과 닮아 있어 불편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믿음’이 어떻게 사실을 압도하는가에 대한 묘사였다. 사람들은 진실을 확인하기보다는 자신이 믿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하고, 그 선택이 모여 하나의 현실처럼 작동한다. 결국 이 작품은 사건의 결말보다, 그러한 집단적 광신이 형성되고 확장되는 과정 자체를 보여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느껴졌다.


이 책은 친절하지 않다. 쉽게 읽히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만큼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 읽고 난 뒤에도 오래 남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명확한 해답이나 희망을 기대하기보다는,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하나의 불편한 시선으로 받아들인다면 더 의미 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m*****8 2026.04.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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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재밌고, 함께면 유익한 《죔레는 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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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책으로 독서모임《지독해》에서 독서토론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현존하는 묵시록 소설의 거장이라는 타이틀에 알맞게 정말 흡입력있는데다가 암담한 현실에서 돋보이는 인간의 본능까지 파헤쳐볼 수 있었어요. 또 기회가 되다면 이 작가의 책을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신간은 헝가리어에서 바로 한국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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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책으로 독서모임《지독해》에서 독서토론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현존하는 묵시록 소설의 거장이라는 타이틀에 알맞게 정말 흡입력있는데다가 암담한 현실에서 돋보이는 인간의 본능까지 파헤쳐볼 수 있었어요. 또 기회가 되다면 이 작가의 책을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신간은 헝가리어에서 바로 한국어로 직역한다는 소식을 듣고 출간일만을 기다렸어요. 출간하고 독서모임 도서지원 이벤트 소식을 듣고 냉큼 신청했답니다. 좋은 기회로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죔레는 거기에》를 지원받아 《지독해》ㅎ회원분들과 함께 읽고 모여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확실히 직역본인 만큼 조금 더 어려운 느낌은 있었으나,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작가의 변함없는 유쾌함이 담겨있었어요. 읽는 내내 몇 장면에서 웃었었는데, 얘기를 나눠보니 다들 비슷한 장면에서 엄청 웃었더라고요. 수상작가의 글이 난해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게 하는 작가예요.


 함께 얘기를 나누며 요지 아저씨라는 주인공의 성향과 심경의 변화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중 작가와 같은 이름의 라슬로는 어쩌면 작가의 젊은 시절이자 헝가리 정신을 글로 쓰는 작가의 모습을 노래로 표현하는 인물이 아닐까하는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했답니다.


 헝가리 역사를 잘 모르지만, 헝가리의 정신을 이어가고싶은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어요. 기다림에 대한 작가의 표현이나, 또 중요한 건 힘을 갖게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에서도 장면과는 다르게 나라정세를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무엇보다도 제목의 의미를 찾아갈 때 가장 소오오오름이 돋았는데요...! 힌트는 책 속에 모두 담겨있더라고요. 결국 이건 단순이 죔레가 요지아저씨 곁에 변함없이 머문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있는 제목이었어요. 딱 이해하고 나니 다같이 '아아~~~!' 를 외치며 고개를 끄덕었답니다. 여러분도 한 번 찾아보세요! 

m*****m 2026.04.2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죔레는 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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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죔레는 거기에』는 평범하게 여생을 보내던 90대 노인 요지 아저씨가 자신을 아르파드 왕가의 후손이라 주장하며 벌어지는 기묘한 소동을 다룬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인간의 맹신과 광기가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날카롭게 조명한다.작품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군중의 광기다. 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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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죔레는 거기에』는 평범하게 여생을 보내던 90대 노인 요지 아저씨가 자신을 아르파드 왕가의 후손이라 주장하며 벌어지는 기묘한 소동을 다룬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인간의 맹신과 광기가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날카롭게 조명한다.

작품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군중의 광기다. 현 정부의 무능과 문제들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은 90세 노인에게 자신들의 욕망을 투영한다. 이들은 정부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시대착오적인 '왕정복고'를 부르짖고, 심지어 뒤에서 무기까지 모아두는 촌극을 벌인다. 노인의 주장이 진짜인지, 아니면 그저 군중의 집단 망상인지 모호한 경계 속에서, 진실은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나고 사람들이 ‘무엇을 믿고 싶어 하는가’만이 맹목적으로 남게 된다.

이러한 광기에 대응하는 국가 권력의 태도 역시 서늘하기 짝이 없다. 90세라는 나이는 현실적으로 체제를 전복하거나 물리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물리적 한계를 훌쩍 넘긴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이 힘없는 노인을 너무나도 가혹하게 대한다. 90살까지 자신의 작은 세계에서 평온하게 잘 살던 할아버지를 억지로 끌어내어 결국 정신병원에 가두어버리는 현실은, 거대한 체제 폭력 앞에서 무력해지는 개인의 씁쓸한 말로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차가운 촌극 속에서도 작가는 순수한 믿음의 불씨를 남겨둔다. 모두가 각자의 정치적 목적과 광기로 노인을 이용하려 들 때, 오직 크러스너호르커이라는 이름의 청년만이 끝까지 요지 아저씨 곁에 남아 그를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 이 장면은 맹목적인 이데올로기보다, 한 사람의 곁을 온전히 지켜주는 순수한 믿음과 연대가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를 뭉클하게 보여준다.

결국 이 소설의 가장 상징적인 메타포는 노인의 곁을 지키는 반려견 ‘죔레’의 존재에 있다. 개가 죽어도 다음 개에게 계속해서 ‘죔레’라는 이름을 붙여주듯, 요지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그 빈자리를 메꿀 ‘왕이 될 자’는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불안을 기탁할 죔레 같은 우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 장(章)에 마침표가 단 하나만 존재하는 작가 특유의 숨 가쁜 문체 속에서, 우리는 이 기묘하고도 슬픈 우화에 완벽하게 몰입하게 된다. 심각한 진실이 밝혀질 것 같을 때도 커피나 한잔 하자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노인의 능청스러움이 정겹다. 소설 곳곳에 있는 유머코드도 재밌는 소설을 만드는데 한 몫 한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우리의 현실을 향한 무거운 질문표를 쥐게 된다. 광기 어린 세상의 바람에 휩쓸려 갇혀버린 노인의 뒷모습은, 우리가 딛고 선 이 현실의 씁쓸한 자화상과 묘하게 겹쳐 보이니까. 헝가리 역사를 알면 더 집요하게 파해칠 수 있겠지만 몰라도 작가의 능청스러움과 능숙함에 이끌려 정말 재밌게 본 책이다.
1*******1 2026.03.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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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노벨문학상 수상자 크로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신작, <죔레는 거기에> 후기
"2025 노벨문학상 수상자 크로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신작, <죔레는 거기에> 후기" 내용보기
그러니까 왕국을 복원하자는 것인데, 우리 생각에 왕국은 사라진 적이 없고, 지금도 법적 연속성이 존재하며, 당신이 바로 그 살아 있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24쪽, 죔레는 거기에. 드디어 이 책이 출간됐다. 작년 노벨 문학상을 라슬로 크로스너호르커이가 수상한 이래로 그의 작품을 읽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기다림 끝에 만난 그의 신작은 <죔레는 거기에>. 산등성이에 홀로 거주하
"2025 노벨문학상 수상자 크로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신작, <죔레는 거기에> 후기" 내용보기
그러니까 왕국을 복원하자는 것인데, 우리 생각에 왕국은 사라진 적이 없고, 지금도 법적 연속성이 존재하며, 당신이 바로 그 살아 있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24쪽, 죔레는 거기에.
 드디어 이 책이 출간됐다. 작년 노벨 문학상을 라슬로 크로스너호르커이가 수상한 이래로 그의 작품을 읽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기다림 끝에 만난 그의 신작은 <죔레는 거기에>. 산등성이에 홀로 거주하는 노인에게 별안간 손님이 찾아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노인의 이름은 카다 요제프, 올해로 아흔한 살이다. 소박하다 못해 궁핍해 보이는 노인을 찾은 손님들은 그를 ‘폐하’라 칭한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손님들의 칭송에 놀란 노인은 호칭은 받아들이지 못할지언정, 폐하라는 존재감만큼은 수긍하고 만다. 자신은 헝가리 왕족의 계통을 이어받은 유일무이한 국왕이었으니 말이다. 삶의 종말을 기다리고 있던 노인은 자신을 숭배하는 이들과 함께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헝가리의 왕정복고에 있다. 이미 헝가리의 왕정은 사라진지 오래되었기에 이를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그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하지만 이토록 깊이 자멸의 지옥 속으로 빠져든 적이 없었던 이 성스러운 조국 헝가리는 이 단 하나의 꿈과 함께 얼마나 찬란하고 얼마나 아름답겠소, 다시 헝가리 왕국이 서는 모습 말이오,
189쪽, 죔레는 거기에.
 작품은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1쪽부터 46쪽까지의 1장은 단 두 문장이고 2장부터 11장은 한 문장으로만 이루어진다. 모든 표현은 쉼표로 구분되어 있기에 장이 갈라놓기 전까지 서사가 끊임없이 흐른다. 이러한 특징은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던 욘 포세를 떠올리게끔 한다. 동일한 형식에 의한 효과가 유사하게 느껴지지만 그와는 확연히 다른, 조금 더 얕은 분위기의 유쾌함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매일의 단조로움은 이제 사실상 느끼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표현을 따르자면, 시간의 복도 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 같다고 했다, 
289쪽, 죔레는 거기에.
 언덕 너머로 해가 지는 장관을 바라보며 평화로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듯하다가도, 헬리콥터와 병력들이 들이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부닥치기도 한다. 노인은 연행되는 상황 속에서 노루가 죽게 될까 염려했다. 분명 노루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는데 말이다. 집에 돌아온 노인이 또다시 연행되려고 하던 그때, 노루가 등장한다. 마치 처음 등장한다는 듯이. 이야기의 흐름뿐만 아니라 사건의 선후 관계마저도 뒤흔들린다. 독자를 향한 장난은 다른 요소에서도 계속된다. 노인을 찾아온 이들은 순차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는데 그중 음유시인이라 칭해지는 이의 이름은 크로스너호르커이 라슬로로, 저자와 같은 이름을 가졌다. 그는 자신의 형상을 잠깐 등장하게 만든 것에 그치지 않았다. 크로스너호르커이 라슬로는 노인에게 노래를 헌정하며 위안을 선사함으로써 활약을 보인다. 자못 엄숙하게 다뤄질 수 있는 주제가 유쾌하게 비춰지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성정과 갖가지 장치 때문일 것이다.



자, 이제 다시 죔레가 생겼다,
108쪽, 죔레는 거기에.
그래, 마음껏 뛰어라, 내 사랑, 실컷 뛰어라, 아직 젊으니 움직여야 한다, 네가 건강하게 지내길 바라는 바다, 그리고 너는 나에게 유일한 살아 있는 사랑이고, 나에게는 너 하나뿐이야, 죔레야,
195쪽, 죔레는 거기에.
 한국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죔레’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호기심을 자아냈다. 이 서사의 가장 중대하고도 심오한 상징성을 담아내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죔레의 정체는 바로 노인이 키우던 개였다. 그는 집을 지킬 개가 늘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키운 개의 이름은 모두 죔레. 죔레가 죽고나면 새로운 죔레가 그의 집을 지켰다. 노인의 모든 애정을 받고 있는 죔레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걸까. 그가 헝가리의 왕계를 이어받을 수 있을지, 죔레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지켜보도록 하자.










#죔레는거기에 #크로스너호르커이라슬로

i********0 2026.03.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