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의 손자로 태어나 열한 살에 일본으로 끌려가고, 일본 육사를 나와 일본군 장교가 되었지만 끝내 조선 사람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 결말을 알고 읽는데도 마지막 장이....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왕족'이라는 화려한 껍데기 안이 사실은 얼마나 옴짝달싹할 수 없는 감옥이었는가 하는 점이었어요. 저항하자니 볼모 잡힌 가족이 있고, 순응하자니 자기 자신이 무너지고. 그 사이에서 버틴 시간 자체가 하나의 싸움이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시대의 무게를 개인의 선택으로 풀어내는 방식이라, 일제강점기를 사건이 아니라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은 분들께 권합니다. 읽고 나면 한동안 마음이 무겁지만, 그 무거움이 이 책의 마력입니다. |
|
#조선의 왕자, 이우 #은미희장편소설 #잉걸북스
대한제국의 불운의 왕자 이우에 대한 소설이 나왔다. 이우는 의친왕의 둘째 아들로, 일본에 끌려 가 군인으로 살다 히로시마에서 핵 폭탄에 맞아 죽은 불운의 왕자다. 소설은 이우가 박영효의 손녀 박찬주와 결혼하는 이야기를 시작점으로 삼고 있다. 일본에서 내정해 준 여성과의 결혼을 거부하고 자신이 택한 여인과 결혼을 택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유정순이라는 여성과의 관계가 나오면서, 소설의 극적 절정을 기대하게 된다. 유정순은 유명렬 장군이 혼외자로 낳은 아이다. 이우와 운현궁 시절부터 알게 된 인연이 비운의 사랑이 되고, 독립 운동의 동지로 이어진다. 이 소설에서 새로 창출된 인물이 ‘유정순’이 아닐까. 정순의 절개와 사랑은 절절하면서 아프다. 사랑하지만, 함께할 수 없는 이우 왕자를 향한 마음을 독립 운동에 목숨까지 걸기로 마음 먹는 장면. 특히 일본의 앞잡이 유길명에게 모멸감을 당하면서도 그를 죽이기 위해 불같이 뛰어드는 정순의 모습은, 가히 눈물겹다. 정순이라는 인물은 ‘덕혜옹주’ 보다 더 가열찬 조선의 여성을 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우는 나라를 빼앗긴 조선의 왕자로 산다는 것의 슬픔을 딛고, 독립군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의친왕이 독립운동을 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우 왕자가 이렇게 나선 줄은 몰랐다. 아무튼 이 소설은 대한제국 황족 이우를 중심에 놓고,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시대 속의 인물들을 잘 그려 낸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문학적 완성도가 깊은 작품이다. 잊혀진 단어나 어휘를 적절하게 써서 색다른 맛을 내는 문장 또한 압권이다.
은미희 작가님의 높은 역사적 안목과 지식에 상상력 등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읽었다. 무엇보다 읽는 재미가 크다. 강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