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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역사든 한 나라의 역사든 혹은 세계 전체의 인류사든 간에 각자가 보는 방식이 있다. 그리고 그 프레임에 따라 다르게 보이곤 한다. 그러니 역사가 모두에게 똑같은 사건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왕’이라는 단어도, ‘술’이라는 단어도 내게는 너무도 낯설다. 알코올이란 게 들어가는 순간 이상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나를 저 생경한 단어들이 과연 어떤 세계로 이끌 것인가. 공기 중에 떠다니는 효모들이 많았던 탓일까. 책을 읽으면서 발효되는 걸 느끼다가 책을 덮는 순간 나 자신이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포도주가 되어버린 듯했다. 그동안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너무 단순하게만 보았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욕망이 빚어낸 수많은 서사를 그저 단순한 원리로만 이해했던 것은 아닐까. 인류사에 있었던 일들이 모두 거미줄처럼 엉켜있고 인드라망의 그물처럼 이어져 있다. 키루스 대왕에서 지금 이란 전쟁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서사가 숨어 있었고 십자군 전쟁, 백년 전쟁이나 프랑스 혁명 같은 커다란 사건이 결국은 서민들의 일상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알아가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아이폰이나 갤럭시 등 최신 전자제품은 구형이 되는 순간 가격이 급락하지만 와인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와인은 오직 그 해에만 허락된 단 한 번의 기록이며 절대로 그 시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서사를 완성했다.’ 이건 와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삶의 모습이지 않은가. 역사는 이런 관점에서 보아야 하고 또 이런 것이 역사의 참모습이 아닐까. 1억이든 10억이든 와인의 가격이 뭐 중요하겠는가. 그건 남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물건의 가치라는 것은 상대적이다. 나처럼 술을 못 마시는 사람에게 그건 맹물과 아무것도 다를 바 없다. 내게 가치가 있는 것은 저 술이 이끌어 온 삶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고, 그것을 발판 삼아 앞으로 살아나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포도를 발효시키듯 내 삶을 숙성시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힘이다. 어쩌면 그것이 책을 읽으며 얻는 기쁨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충분히 제 역할을 다 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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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키워드로 한 권력사에 대한 책이다. 흔히 패권을 확장하고 이를 위시하는 수단으로서, 광범위한 영토와 금은 보화, 노예 등등 전리품에 관한 역사 이야기는 많았으나 술은 신선하게 느껴진다. 서양권만 아니라, 고대 이집트부터 근현대인 나폴레옹까지 광범위하게 이권 다툼의 관점을 술로써 바라본다. 부르고뉴, 보르도처럼 유명한 와인 생산지에 둘러싼 권력자들의 냉전과 혈전을 보는 것만으로 흥미진진하다. 그간 술 관련 책 하면 레시피, 예술 분야가 주됐는데 또 다른 양질의 인문서를 본 것 같아 반갑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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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어떤 책인지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데는 '왕과 술의 세계사'라는 제목보다 영문 제목인 'Wine, Power, and Kings'가 더 정확한 듯하다. 와인이 가진 상징의 힘을 통해 왕들이 어떻게 권력을 장악해 나갔는지를 다루기 때문이다. 와인이 단순히 '성혈'로 취급되기 이전, 이미 다른 시대부터 종교적 상징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 책은 단순한 와인의 역사라기보다, 와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류의 발자취에 가깝다. 와인 자체를 치켜세우기보다는 인간의 권력욕과 심리, 그리고 이를 이용한 상징의 힘을 '와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예리하게 풀어낸다. 이러한 역사가 결국 12억 원짜리 와인을 만들어 냈는데, 그 가치가 정말 존재하는가에 대해 저자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보다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듯하다. 그래서 완독 후에도 끝없는 여운이 남는다. 과연 그 가치는 허상일까, 진짜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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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왕과 와인에 대해 나열된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권력이 어디에 집착을 하고,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와인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알 수 있는 사회, 역사, 심리를 아우르는 책이다. 12억 원짜리 와인에 대한 스토리역시 단순히 마케팅적인 측면이 아닌, 1000년 전의 독립성을 추구한 프랑스 수도원의 배경 속에서 탄생했으며, 그러한 수도원의 성장 속에 십자군을 일으킨 교황도 수도원 출신이라는 것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결국 좋은 술은 권력이 만들어 낸다는 것. 와인이든, 명품이든, 인간의 욕망을 꽤뚫는 내용, 그리고 그 주인공은 와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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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제목 보고는 가볍게 읽는 와인 교양서 정도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묵직하고 밀도 있는 책이었다. 와인을 단순한 술이 아니라 ‘권력을 연출하는 도구’로 해석하는 시선이 인상적이다. 왕이 왜 와인을 통해 신성을 증명하려 했는지, 왜 교황과 귀족들이 와인 의례에 집착했는지 읽다 보면 결국 인간은 이야기와 상징에 움직인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읽고 나면 와인 한 잔 마실 때도 괜히 역사 생각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