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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희망, 기후위기를 해결할 기술이 등장할 것이라는 희망, 사회가 결국에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까지. 우리는 수많은 희망을 공급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현실이 그 기대를 계속 배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토미 비링하가 이 까다로운 질문을 붙잡았습니다. 막연한 긍정이라는 환상을 깨뜨리고, 오늘을 바로 세우는 단단한 실천의 철학 『희망 없는 낙관주의』. 네덜란드 철학의 달 기념 재단이 선정한 2025 올해의 철학 에세이입니다. “희망이 있습니까?” 대신 “왜 희망을 묻습니까?”라며 질문을 뒤집습니다. 우리는 미래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야 오늘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미래에 대한 보장이 사라졌을 때도 행동할 수 있는 인간을 이야기합니다. 희망은 미래에 대한 기대에 가깝지만, 낙관은 현재를 움직이게 하는 행동이라는 분석입니다. 희망을 품는 순간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세상이 좋아지겠지?'라는 보상 심리에 사로잡히고, 그 기대가 배신당했을 때 깊은 절망과 무력감에 빠지게 됩니다. 희망을 없애자는 말은 결국,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도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계속하는 태도입니다.
저자는 제방 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일상적인 행위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결과를 바라는 근시안적 기대를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타인의 몰상식함에 분노하지 않고, 그저 현재에 충실한 플라스틱을 줍는 기계처럼 담담하게 옮길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미래의 보상에 연연하지 않는 자율적 정신이야말로, 거창한 구원론 없이도 우리가 오늘을 포기하지 않고 지탱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해결될 것 같으니 한다”가 아니라 “옳기 때문에 한다”는 태도입니다.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는 현실의 비극입니다. 『희망 없는 낙관주의』는 인간이 자연과 맺어온 관계가 어떻게 기괴하게 비틀어졌는지 조명합니다. 아체 부족의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그들은 불 피우는 기술을 단 한 세대 만에 잃어버렸습니다. 부모 세대는 여전히 불을 만들 수 있었으나 그들 자신은 어떻게 불을 피우는지 잊어버린 겁니다. 다시 배우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그들은 이제 숲 가장자리의 농부들에게 “불 좀 있나요?”라고 묻습니다. 이렇게 사람은 기술을 잃어버리고, 잊힌다는 걸 짚어줍니다. 기술의 발전이 거대해질수록 정작 생존에 필요한 본질적인 감각과 유산은 손쉽게 마모됩니다. 상실은 한 세대 안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문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자원을 무한히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그 자원의 희소성을 잊습니다. 민주주의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지키는 능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사실을 확인하는 습관도 누군가가 대신 검증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약해집니다. 잊는 일은 갑자기 일어나지 않습니다. 조금씩 하지 않다가, 조금씩 의존하다가, 어느 순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됩니다. 이 책은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를 점검하게 만듭니다. 진실의 종말에 관한 논의도 흥미롭습니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어 안달하기에, 거짓말이 자라기에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 되었다는 걸 짚어줍니다. 나는 내 알고리즘에서 본 세상을 믿고, 다른 사람은 다른 알고리즘에서 본 세상을 믿습니다. 같은 사건을 보고도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공동의 사실이 무너지면 대화도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대화가 어려워지면 공동체가 무엇을 해야 할지 합의하기도 어려워집니다. 결국 진실은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생활의 조건이 됩니다.
이 책을 단지 위기 진단서로 읽는다면 절반만 읽은 셈입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와 니체, 에른스트 블로흐, W. G. 제발트뿐 아니라 미하엘 엔데 등 문학적 세계까지 연결하면서 하나의 질문을 여러 각도에서 비춥니다. 철학자 톤 르메르를 인용한 '정오'의 이미지는 이 책에서 가장 문학적인 순간입니다. "태양이 가장 무자비할 때 아무것도 숨을 수 없다. 그것은 진리와 죽음의 순간이며 우리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순간이자 고통스러운 명료성의 시간이다."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보통 희망을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빛은 조금 다르게 등장합니다. 너무 밝은 빛은 오히려 보고 싶지 않은 것까지 보여줍니다. 정오의 태양 아래에서는 그늘에 숨기 어렵습니다. 정오의 빛은 우리에게 괜찮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현실을 제대로 본다고 해서 반드시 절망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을 정확히 볼수록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도 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저자는 볼테르의 소설 《캉디드》의 유명한 구절 "우리의 정원을 가꾸어야 합니다."를 끌어옵니다. 희망하기를 행동하기로 바꾸라는 뜻입니다. 그가 자신의 딸들에게, 그리고 이 시대를 견디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기후위기처럼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희망은 오히려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셈입니다. 희망이라는 미끼에 낚여 실망하기를 반복하기보다, 구원에 대한 맹목적 기대를 버리고 당장 땅에 묘목을 심는 일. 생명 점화 공간을 만드는 실천이자, 묵묵히 흙을 만지는 행동입니다. 『희망 없는 낙관주의』는 먼저 우리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살펴봅니다.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왜 사람들은 거짓말에 기대는지 들여다봅니다. 왜 권위주의가 불안한 사회에서 힘을 얻는지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야 묻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희망과 낙관을 분리해 사고하는 지점부터 독특한 책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희망이 있어야 행동하는 사람은 결과가 나빠졌을 때 행동을 멈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희망이 없어도 행동하는 사람은 결과와 자신의 행동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는 상당히 큽니다. 기대는 결과를 바라봅니다. 행동은 과정에 참여합니다.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어도 내가 옳다고 판단한 행동을 하겠다는 단단한 태도를 일깨웁니다. 섣부른 위로나 희망 고문 대신, 기대를 내려놓고도 무너지지 않는 실천적 태도를 제시하는 『희망 없는 낙관주의』. 위로를 건네지 않으면서도 무기력하게 만들지 않는 책입니다. #희망없는낙관주의 #토미비링하 #어크로스 #OptimismeZonderHoop #2025올해의철학에세이 #철학에세이 #기후위기 #탈진실 #한나아렌트 #볼테르 #캉디드 #실천철학 #인디캣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