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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처서가 지났다. 그제야 도착한 여름 책을 들고 이 책을 왜 신청했더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제목을 보고 여름은 안부를 묻기 좋은 계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이유가 생각났다. 백가희 작가는 <당신이 빛이라면>, <간격의 미>, <너의 계절>, <누군가는 사랑을 말해야 하지 않을까>, <이토록 사랑스러운 삶과 연애하기>까지, 데뷔 이후 사랑과 이별, 관계라는 주제로 꾸준히 글을 써오고 있으며, 케이팝부터 수영, 야구까지 좋아하는 것에서 얻은 인생의 통찰, 완주를 풀어내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뜨거웠던 모든 시절 혹은 모든 것들이 여름이었다"라는 그의 말에 괜히 내게도 뜨거웠던 것들이 있었나, 하며 기억을 헤집어 보기 시작했다. 까무잡잡하게 변색된 두툼한 어깨를 다 드러내는 민소매를 입고 시종일관 뛰어다니길 좋아했던 여름, 송골송골 맺히는 것보다 흘러내릴 정도의 땀을 좋아했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뜨겁게 달궈진 여름을 좋아하고 사랑을 예찬하는 이의 글치고는 꽤 침잠하게 한다. 뭐, 사랑이 애틋이나 달달 그런 감각만 존재하는 건 이닐지 몰라도 그의 사랑은 반음 내린 것 같으면서도 마구 서글프지도 않아서 애매하달까. 개인적으로 세상을 시크하게 바라보는 시선, 과하지 않게 슬픔이 묻어나거나 반음 정도 내려선 감각을 가진 문장을 좋아하는데 이 작가의 문장도 그랬다. 이 책은 어쩌면 감정이 쉽게 도드라지는 계절, '여름'을 관통하는 44편의 산문이 담겼다. 무언가를 오래 미워하다 보면, 정작 왜 미워했는지조차 잊게 된다는 고백을 시작으로 그에게 여름은 오랫동안 그런 대상이었다. '미움', '나', '당신', '안부'를 주제로 감정,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계절을 관통한다. 작가는 영화 <소공녀>의 미소를 보면서 "저렇게 살면 좋을까 싶다가도 이내 알게 된다. 저렇게 살고 싶어 하는 나를."이라며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데 또 그런 작가를 보며 나는 작가를 투영한다. 저렇게,라는 삶의 태도에 대해 작가가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보통 한심하게 바라보는 게 아니라는 건 느낄 수수 있어서 조금은 괜찮은 사람이겠다고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생각한다. 나 역시 '저렇게' 사는 미소가 자유롭고 뭔가 자기를 위할 줄 아는 사람 같달까. 대부분이 결핍으로 채워진 삶에서 위스키 대신 집을 포기할 수 있는 깡다구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건 아닐 테니.
작가가 사람 간에 배려는 자신의 환상 속에나 존재하는 것이라며, 단정적으로 희망을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며 타인 삶에 관심이 없어진 시대를 아파한다. 나아가 누군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비관에는 염세를 토핑 하듯 뿌리는데, 그런 작가의 심정을 확인하는 사회조사 지표가 있다. <대인 신뢰도>라는 것인데 관계에서 타인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지표다. 예를 들면, 길에서 위험에 빠진 자신을 타인이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과연 결과는 어떨까? 조사 결과는 열 명 중 네 명은 못 믿고 산다. 심지어 코로나 시기에는 절반 이상은 사람을 못 믿고 살았다. 그래서 <당신을 믿는다>는 감정이 좀 다르게 읽혔다.
184쪽 요즘 유명 장애인 유튜버의 행동을 두고 갑론을박 시끄럽다. 한 마디 보태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는데 작가가 "자유가 아무런 말이나 내뱉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길래, 참기로 했다. 개인 사이의 문제에서 장애가 있다는 것이 무조건 약자의 조건이 아니라는 생각이어서, 이번처럼 개인의 이익을 공공의 이익인 것처럼 포장되는 게 참 불편하다.
200쪽 이 책은 '여름' 자체보다, 그 계절을 통해 작가는 '사랑'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그저 따뜻하고 좋은 감정만으로 그리지 않으면서, 오히려 사랑은 불편하고 수고스럽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기꺼이 시간을 들이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작가의 '안부'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관계가 끝나거나 멀어진 뒤에도 그 사람의 시간을 계속 궁금해하는 마음이나 미움보다 끝내 사랑을 선택하려는 태도다. 일상의 느슨함과 한없이 따뜻한 시선 그리고 살짝 내려앉은 톤의 문체가 어우러져 읽는 내내 느긋한 심박수가 됐다. 마치 그의 말랑이들의 배를 연신 긁어대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여름안부 #백가희 #클랩북스 #서평 #책리뷰 #북플루언서 #에세이 #계절에세이 #감성에세이 #사랑과미움 #추천도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하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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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안부 > 쉽게 미워하고 오래 사랑하는 계절에게 백가희 지음 / 클랩북스 "당신의 여름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나요?" 뜨거웠던 모든 시절을 여름이라 부르고 싶었습니다. 어떤 날은 꼭 붙잡아 두고 싶었고, 어떤날은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랐습니다. 이 모든 날이 모여 조금 흔들리고, 많이 웃고 뜨겁게 사랑하는 계절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면, 어떤 여름을 만났는지 들려주세요. "모든 게 쉽게 미워지던 날들, 그럼에도 다시 이 계절을 껴안아 보기로 했다."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를 지나,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까지 지났지만, 여름 열기와 더위는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은 <여름, 안부>를 물어야 할 때인가 보다. <여름, 안부>를 읽으면서 나에게 떠오른 키워드는 '열정'이다. 작가가 뜨거웠던 모든 순간을 '여름'이라 부르고 싶었다고 했듯이, 나 역시 우리의 모든 열정을 '여름'이라 부르겠다. 수능 준비를 위해 이 여름을 불태운 작은딸, 무더위에 방학임에도 동아리 활동에 한 몸 불사른 큰딸, 워킹맘 으로 고군분투한 아이들의 엄마, 그리고 이들을 곁에서 부지런히 서포트하느라 비지땀을 흘린 나... 우리의 이 모든 열정의 순간은 '여름' 그 자체였다. 쉽게 미워하고 오래 사랑하는 계절, 이 여름에게 마지막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래도 무언가 아쉽다면 <여름, 안부>와 함께 이 여름을 한 번 붙잡아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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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여름에 관한 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결국 사람을 사랑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마음에 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름처럼 감정이 쉽게 드러나는 순간들 속에서 작가는 미움에 오래 머물기보다 내가 사랑했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자고 이야기합니다 그 과정이 억지로 미움을 사랑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흔들리고 지나온 뒤 남아 있는 마음을 살펴보는 방식이라 좋았어요.
특히 30대인 저에게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의 인간관계를 돌아보며 내가 너무 얽매여 있었던 건 아닌지 혹은 소중한 관계에 너무 무심했던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됐어요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과 생각이 다른 만큼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모든 관계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메시지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이번 여름에는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궁금해졌어요. 어쩌면 계절 자체보다 그 계절을 함께 보낸 사람 나에게 건넨 말 한마디 문득 떠오르는 풍경이 더 오래 남을지도 모르겠어요 마음이 조금 지쳐 있거나 관계를 한 번쯤 돌아보고 싶은 분들에게 조용히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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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여름에 관한 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결국 사람을 사랑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마음에 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름처럼 감정이 쉽게 드러나는 순간들 속에서 작가는 미움에 오래 머물기보다 내가 사랑했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자고 이야기합니다.. 그 과정이 억지로 미움을 사랑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흔들리고 지나온 뒤 남아 있는 마음을 살펴보는 방식이라 좋았고 특히 30대인 저에게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의 인간관계를 돌아보며 내가 너무 얽매여 있었던 건 아닌지 혹은 소중한 관계에 너무 무심했던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됐어요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과 생각이 다른 만큼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모든 관계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메시지가 기억에 남았습던거같아요 책을 덮고 나니 이번 여름에는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궁금해졌어요 어쩌면 계절 자체보다 그 계절을 함께 보낸 사람 나에게 건넨 말 한마디 문득 떠오르는 풍경이 더 오래 남을지도 모르겠어요. 마음이 조금 지쳐 있거나 관계를 한 번쯤 돌아보고 싶은 분들에게 조용히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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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좋아하지만 너무 감정적 단어의 나열을 좋아하지 않는다 왜 이제야 백가희 작가님을 알았을 까_ 아쉬울만큼 담담하게 일상 속 마주하는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좋았다. 특히나 여름을 한 계절에 국한하지 않고 뜨거운 마음을 느끼는 모든 것을 여름으로 정의한 작가님의 시선부터가 매력적이다. 유독 뜨거웠던 여름이다. 선풍기 바람 옆에서 참외 하나 수박한조각 베어무는 그 시원한 여유를 책속에서 만나볼 수 있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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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냥 평범한 에세이라고 하긴 조금 어렵다 내가 읽은 에세이 중에서 가장 특별했고,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다 사람들은 다 각자의 가장 애정하는, 가장 그리워하는 계절이 있다. 그러나 여름이라는 계절은 모두에게나 그리운 계절인 것 같다 책에서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름'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나 역시 여름은 덥고, 땀이 나고, 매미가 우는 이유로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몇 년 전부터 여름이 좋아지기 시작했고, 지금도 여름을 좋아한다. 여름이라는 계절에만 보고 느낄 수 있는 푸른 나뭇잎, 해가 뜨겁지만 선선하게 부는 날씨는 나를 계속 여름에만 살게 한다 곧 여름이 끝나가서 여름 끝자락에 읽기 좋은 에세이이다 아직도 그 여름을 보내주지 못한 사람은 여름에게 작별인사를 건네는건 어떨까 여름이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안부를 전하는 건 어떨까 •• @na.ibrary @clabbooks
#서평단 #여름안부 #백가희 #클랩북스 #나경서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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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안부 #백가희 #클랩북스 #나경서재 #추천도서 백가희 [여름, 안부] 유난히도 덥다는 말론 부족한 뜨거웠던 여름의 끝자락 이 책을 만났다 제목도 표지도 참 찰떡이네 라고 느껴질 만큼 신경써서 잘만든 책인거 같았다 45편 각각의 내용들이 담담하면서 일상의 얘기들을 공감가도록 잘 담아냈다 우리 사는 이야기와 그속에 빼놓을수 없는 사랑이야기까지 이계절이 끝나기전에 내가 먼저 잊고 지냈던 지나간 사람과 곁에 있지만 여러 핑계로 찾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고 전할수 있길 바래봅니다 - 이책은 @clabbooks <클랩북스>출판사와 @na.ibrary 나경서재님 을통해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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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사실 여름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덥고, 습하고, 조금만 걸어도 지치고. 생각해 보면 좋아할 이유보다 싫어할 이유를 찾는 게 훨씬 쉬운 계절이잖아요. 그런데 [여름, 안부]를 읽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도 어쩌면 비슷한 게 아닐까?? 누군가의 좋은 점을 오래 들여다보는 것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발견하는 게 더 쉬울 때가 있습니다. 한 번 서운해지면 좋았던 기억보다 서운했던 순간이 먼저 떠오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미워하는 편이오히려 편할 때도 있고요. 이 책은 그런 마음을 억지로 예쁘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할 수 있고,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받기도 하고, 때로는 나 자신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순간이 있다는 걸 꽤 솔직하게 이야기해요. 그래서인지 읽는 동안 ‘사랑한다는 건 대체 뭘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마음을 오래 지키는 건 어쩌면 노력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르겠어요. 상대의 마음을 전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견디고, 내 기준으로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조금 서운하더라도 한 번 더이해해보려고 하는 것. 생각보다 사랑에는 꽤 많은 마음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이 이야기가 꼭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었어요.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정작 나 자신에게는 참 엄격하잖아요. 조금 쉬면 게으른 것 같고, 계획대로 하지 못하면 괜히 하루를 망친 것 같고, 잘한 일보다 부족했던 것부터 찾아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스스로를 꽤 몰아붙이는 편이라 그런지 이런 이야기들이 유독 마음에 남았어요.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오히려 지금의 나를 못마땅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조금 부족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까지도 나인데 말이에요. 그래서 [여름, 안부]가 말하는 사랑은 생각보다 넓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뿐만 아니라 사람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는 것, 나 자신을 조금 덜 미워하는 것, 완벽하지않은 하루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까지. 어쩌면 그것들도 모두 사랑하는 방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목에 왜 ‘안부’라는 말이 들어갔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꼭 곁에 있어야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아니잖아요. 멀어진 사람도 잘 지냈으면 좋겠고,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의 삶이 너무 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음. 어쩌면 안부를 궁금해한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을 아직 내 마음 어딘가에 두고 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름, 안부]는 여름을 찬란하고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막 좋다 좋다!!라고 하는 책이라기보다, 미워하기 쉬운 것들 사이에서도 사랑할 만한 것을 찾아보게 만드는 책이었어요. 사람도, 관계도, 나 자신도, 그리고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 계절도요. 올여름이 완벽하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조금 지쳤고, 조금 미웠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도 많았겠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 좋아했던 순간 하나쯤은 있었을 테니까요. 여름이 거의 끝나가는 지금, 문득 묻고 싶어집니다. 이번 여름에는 무엇을 사랑했나요?? 그리고 지금, 누구의 안부가 궁금한가요? :) <해당 서평은 [클랩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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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캣책곳간을 통하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백가희 작가가 쓴 《여름, 안부》(클랩북스)를 읽었다. 작가는 인간 삶의 핵심적 요소인 사랑을 '다정한 언어'로 펼쳐내어 온 작가로 소문이 나 있다. 신작 《여름, 안부》는 하나도 벗어나지 않는다. 올 여름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참으로 긴 열대야를 겪었고, 아직도 불볕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더 긴 여름을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경고한다. 제가 기억하기론 '여름'에 대하여 '미움'을 이야기한 작가로는 신영복 교수(1941~2016)를 들 수 있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후, 20년 20일 동안 수감 생활을 하셨는데, 감옥살이에 대해 쓴 책이 바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그 속에 쓴 글이 기억나서 찾아보니 맞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백작가도 여름과 미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미움은 작가의 '사랑' 그물에 걸릴 수밖에 없다. 결론은 여름에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움만큼 여름과 잘 어울리는 감정이 있을까요? 무엇이든 쉽게 미워지는 계절입니다. (중략) 미움은 게으른 감정이지요. 게으르기에 조금 편합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지금 차오르는 감정의 원인을 내가 아닌 타인에게 돌릴 수 있으니까요. 어떤 사람의 역사, 그 선택을 하게 된 경위, 둘러싼 언어체계와 생활양식. 그런 것들은 하나도 몰라도 되기 때문입니다. (중략) 사랑은 불편하고 어렵고 난해하지만 미움은 간단하고 쉽고 편리합니다. 그러니 미움이 더 흔한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지런히 사랑하자는 말은 사랑하기에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다는 말과 일치합니다. 이번 여름은 부쩍 부지런해 보아야겠습니다." (p.11~14.) 그렇게 작가는 사랑을 읊는 작가로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이 가희 작가님인데, 그 이유를 아시나요? 사랑을 꾸준히 말하는 작가님이라서, 그래서 제일 좋아한답니다." 이 문장을 보고 저는 불안마저 다시 생각하기로 하였습니다. 라일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2>의 주인공)의 감정들처럼, 이 감정들은 나를 너무 사랑해서 내게 따라온 것이라고 말이죠. 나를 너무 사랑하는 기쁨이, 나를 너무 사랑하는 불안이, 나를 너무 사랑하는 슬픔이, 나를 너무 사랑하는 버럭이와 소심이와 까칠이, 또 나를 너무 사랑하는 부럽이와 당황이, 따분이까지. 나를 사랑해서 나를 지키는 것들에 대해서요. 당신의 불안이 당신을 너무 사랑해 여기까지 도착했나봅니다. 다행입니다. 잘 이겨내어 건강해진 몸과 마음으로 우리 언젠가 한 번 만나면 좋겠습니다." (p.26~27.) <울고 싶을 땐 미생을 본다>는 저도 좋아하는 드라마로 맘으로 공감하며, 한참을 글을 앞뒤로 다시 굴리며 보았다. "나는 엉엉 울다 다시 눈물을 닦는다. 더위와 습도에 버겁고 힘든 여름이 끝내 도착할 곳을 떠올린다. 폭죽을 터뜨리며 다시금 맞이하는 다음 해와 그다음 해를 맞기 전 수없이 걸어야 할 미생의 순간들을. 내가 차곡차곡 쌓아온 실패들과 어디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는 실수에 가까운 선택들을." (p.95) 시와 여름을 엮은 <오랫동안 이 시는 살지, 살아서 당신을 살게 하지>도 맘에 쏙 들어왔다. 아무래도 최근에 제가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사랑 시집을 한 권 발간해서 더욱 그런지 모르겠다. 여름 석 달을 고생했는데, 사랑은 어쨌든 뭔가 힘든 것들을 잊게 만드는 마술이 있는 것 같다. "시를 쓰지 못하면서도 시를 찾아 헤매는 이유는 아마 이런 순간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그들에게 지나간 시간을 영원히 읽을 수 없다는 것. 한 편의 시에 살았던 어떤 사랑을 두고두고 볼 수 있다는 것. 그 사랑이 너무 뜨거워 어떤 더위도, 열대야도 잊게 만다는 것. 더위에 지쳐 여름이 지겹다 토로한 것이 고작 몇 시간 전이었는데, 저는 이 소네트(*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소네트 18>)를 읽고 다시 여름이 좋아졌습니다."(p.123) 여름이라는 계절로 글들을 꿰어 놓으니 작가가 쓴 글들은 전체적으로 작품으로 구색을 갖추고 있다. 결국 여름에 대한 사랑을 털어 놓고야 만다. 작가에게 있어서 감각과 감정은 결국 일종의 '선글라스' 같구나 생각했다. 사랑으로 재단하고 판단하고 읽고 칠하는, 때론 가리워지고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약간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는 그런 것. 오랜만에 '투명하다'는 느낌의 에세이를 하나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이미 나온 책들도 관심을 베풀어봐야겠다. 여름을 미워했던 독자들에게 건네는 작가의 사랑 메시지, 일독을 권해 본다. 꼭 여름이 아니어도 좋지 않을까 한다. 가을은 무엇보다 '독서'과 연결되는 계절이니까. "이래서 결국 여름을 좋아하나봅니다. 계절과는 상관없이 힘껏 일어나는 사람을 볼 수 있어서요. 한때는 여름의 사랑이 점성이 높다고 표현하기도 했었어요. 끈적끈적하고 밀도 높은 사랑. 소분 씨와 오토(* 강아지)와 걸을 때도, 콘서트장에서 좋아하는 가수를 기다리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저는 그런 사랑을 보았습니다. 사랑의 결을 읽기 좋은 계절입니다. 누군가를 어떤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여름에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조금 더 쉽게 다음 계절로 흘러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름답고 충만한 사랑의 틈에서, 여름의 곁에서 잘 머무시길 바랍니다. 쉽지 않을지라도 그럼에도 미워하는 마음 없이 여름과 사랑을 택한 당신을 응원합니다. (p.179~1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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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여름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무더위와 장마 땀과 끈적함 같은 여름의 풍경 속에서 저자는 사랑과 미움 관계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 쉽게 미워하는 마음보다 부지런히 사랑하는 마음을 선택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래 남았다.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발견하는 글들이라 더 공감하며 읽었다. 책을 덮고 나니 여름이라는 계절뿐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