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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정확히는 국민학교) 1학년 여름방학, 할머니 제사를 지내기 위해 대전에 있는 큰아버지 댁에 갔을 때의 일이다. 동생과 사촌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한참을 뛰어놀다 돌아왔는데, 갑자기 오른쪽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넘어졌는데 노느라 알아차리지 못한 줄 알았다. 당시에는 의료보험이 전산화되기 전이라 보험증이 없으면 병원에 가기 어려웠다. 가족들은 큰집 이웃에 사는 내 또래 남자아이의 보험증을 빌렸고, 나는 사촌 형 등에 업혀 병원으로 향했다. 검사 도중 의사가 이름을 묻자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내 이름을 또박또박 말해 빌린 보험증의 정체를 들켰던 기억도 떠오른다. 한동안 이어진 검사 끝에 의사가 가족들에게 말했다. “소아마비입니다.” 의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머니가 큰어머니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삼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 있다. 정작 당시의 나는 소아마비가 무엇인지 몰랐다. 점심을 너무 많이 먹어 소화가 되지 않는다는 뜻인가 싶어, 앞으로는 밥을 천천히 먹어야겠다는 엉뚱한 생각만 했다. 그러나 처음 본 어머니의 눈물과 걱정으로 굳어 있던 부모님의 얼굴만은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빨리 나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회복이 부모님을 다시 웃게 하는 일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오수진 작가(이자 전 기상캐스터이자 라디오 DJ)의 에세이 『내 심장을 줄게』를 읽으며 오래전 내가 경험했던 병원의 풍경이 떠올랐다. 이 책에는 아픈 사람만큼이나 그 곁을 지킨 사람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서른 살에 암을 진단받고, 서른세 살에는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심장이식을 받는다. 어렵게 되찾은 일상에 다시 림프종이 찾아온다. 몇 줄로 옮기면 한 사람의 놀라운 투병기가 되지만, 책 속에 담긴 시간은 ‘기적’이라는 말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다.
중환자실에서 희망을 놓아버린 순간 몸마저 빠르게 무너졌던 일,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심장을 받고 무균실에서 다시 눈을 뜬 일, 손가락조차 움직이기 어려운 딸의 따뜻한 손을 잡고 아버지가 웃었던 일이 차례로 이어진다. 한 사람이 병들면 그 곁의 사람들도 함께 병원 복도를 걷고, 함께 잠들지 못하며,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간다. 그리고 한 사람이 다시 살아가기 위해서는 때로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마지막 선택까지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은 마냥 기뻐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니다. 새로운 심장이 뛰기 시작한 자리에는 자신의 생존이 누군가의 죽음에서 비롯되었다는 부채감이 남는다. 그렇다고 그 마음을 평생 죄책감으로만 품고 살아가는 것도 심장을 내어준 이가 바랐던 삶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받은 생명을 감추거나 움켜쥐는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건네고, 생명나눔을 말하는 길을 택한다. 그리고 그 길을 성실히, 뚜벅뚜벅 걸어 나가고 있다. 어린 시절의 나는 내가 빨리 나아야 부모님이 더는 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돌아보면 그 시간을 견디게 한 것은 어린아이의 의지보다 먼저 울어주고, 업어주고, 병원에 데려가고, 먹기 싫다는 약을 달래가며 먹여준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내가 회복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나를 회복시켜 주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 덕분에 나는 일 년여 만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되었다. 책을 덮은 뒤에도 책의 제목이 여운처럼 오래 남았다. ‘내 심장을 줄게.’ 그것은 생의 마지막에 자신의 심장을 내어준 누군가의 이야기인 동시에, 그렇게 받은 삶을 다시 세상에 건네겠다는 저자의 대답처럼 들린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가 내어준 마음에 기대어 살아간다. 실제로 가슴속에서 뛰는 심장일 수도 있고, 오래전 나를 위해 흘렸던 어머니의 눈물일 수도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은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언젠가 다른 이를 살리는 마음으로 돌려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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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책 한 권을 집중해서 온전히 다 읽었습니다. 방송인 오수진이 아닌 오수진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고, 멀게만 느껴졌던 장기 이식에 대해서도 새로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가끔씩 다시 꺼내어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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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경계를 몇 차례나 지나고 다시 사는 하루하루를 오수진 작가만의 따뜻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담아낸 책. 고통을 삶의 에너지로 바꾸어 낸 사람의 용기와 멋짐이 부럽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 뿌듯했다. 오래오래 박수 쳐주고 싶은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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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님께서 쓰신 책 잘 받았습니다. 이런 책 한번 원했었는데 나오니까 기쁘다 마다 합니다. 삶과 꿈 그리고 소원이 무엇인가를 궁금하기도 했고, 인생 또한 바꾸고 싶은 느낌도 들기도 합니다. 생각나면 정독해 보겠습니다. 이참에 사인회 고고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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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이야기가 많은데도 이상하게 무겁지 않고 술술 읽힌다. 대단한 위로나 정답을 말하기보다 자신의 시간을 담담하게 들려줘서 더 마음에 남았다. 읽고 나니 별것 없이 지나가는 것 같던 하루도 사실은 꽤 소중한 시간이구나 싶었다. 가끔 마음이 지칠 때 다시 펼쳐보고 싶은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