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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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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은 만들어지는 것일까? 태어날 때부터 어떤 회로가 내재되어 있는 것일까? 경악할 만한 사건이 벌어질 때 마다 우리는 그 사람의 가정사를 짚어본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일반적인 결론을 내리기도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부모의 사랑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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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은 만들어지는 것일까? 태어날 때부터 어떤 회로가 내재되어 있는 것일까? 경악할 만한 사건이 벌어질 때 마다 우리는 그 사람의 가정사를 짚어본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일반적인 결론을 내리기도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부모의 사랑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도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내가 가진 모성이 우리 엄마와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희생이 당연하다 생각했던 예전의 엄마와 나는 좀 다른 것 같으니까. 그럼에도 모성이나 부성이 꾸준히 회자되는 것은 아이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 아닐까?

 

여기 세 사람이 있다. 엄마의 사랑도 형제의 우애도 없는 시골 아이 유토. 너무 평범했던 유토는 아버지에게 떠밀리 듯 도쿄로 오게 되고 단기 대학에 입학해 디자인을 전공한다. 졸업 후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던 유토에게 유일한 희망은 여자친구. 하지만 어느 날 여자 친구는 매몰차게 이별을 통보한다. 그리고 이어진 가까웠던 할머니의 죽음과 회사의 부도. 이에 우울증 약을 복용하며 죽음을 생각한다. 유토회사의 사장 노노카. 그녀는 궁핍한 집안 때문에 일지감치 생선 통조림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에 다닌다. 그녀에겐 남들에게 없는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졌지만 그녀의 재능을 꽃피울 돈도 뭣도 없다. 이에 담임선생님은 그녀에게 미술학원에 갈 수 있도록 주선해준다. 그곳의 미술 선생과 사랑에 빠진 노노카는 임신을 하고 급하게 그 남자와 결혼하지만 이미 사랑은 없다. 사랑 없는 결혼에 아이를 낳았지만 육아 스트레스로 그 집을 뛰쳐나온다. 디자인 회사 사장으로 열심히 일하지만 어느 날 회사는 부도를 맞는다. 아이를 버렸다는 죄책감과 함께 그녀는 자살을 생각하며 자신의 사무실에 가지만 그곳에서 유토를 만난다. 두 사람은 고래를 보겠다며 떠나게 되고 그 길에서 마사코를 만난다. 큰 아이를 잃은 마사코의 엄마는 마사코 역시 그렇게 잃을까 아이에게 병적으로 집착하고 간섭한다. 이런 엄마 때문에 늘 외롭게 지내던 마사코에게 쌍둥이 오누이가는 친구가 되어 준다.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가지만 쌍둥이의 누이가 죽고 동생마저 도쿄로 떠나버리자 마사코는 다시 혼자가 된다. 이런 딸의 슬픔을 인정하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로 인해 마사코는 자신의 팔목에 칼을 들이댄다. 집을 나온 마사코는 유토와 노노카와 고래를 보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되는데...

 

가족은 아니지만 이들은 고래가 표류하는 바닷가 마을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조금씩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 한 번도 입 밖으로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 하지 못한 사람들. 뭐가 그렇게 외로웠고 뭐가 그렇게 마음 속 응어리가 많았을까?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들어줄 그 누군가가 있었다면 이렇게 상처 받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픔이 전해진다. 엄마라는 이름의 사람이 그들을 낳았고 그들을 키웠다. 한 사람은 형과 여동생으로 인해 사랑받지 못 했다.너무 평범하다는 이유로, 시어머니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모든 미움이 한 사람에게 집중 되었다. 엄마에 대한 그 어떤 추억도 없는 한 사람은 우울할 수밖에 없고 힘들 때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소중한 추억 하나 정도만 있었다면 유토는 자살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한 여자.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그녀가 임신하자 엄마는 어떻게든 결혼 시키려 눈에 불을 킨다. 그 남자가 그 지역의 유지 아들이니까. 여자 팔자 남자 잘 만나면 되는 거라고. 그렇게 믿었던 엄마의 생각에 떠밀려 사랑 없는 결혼을 한 여자는 자신의 아이를 견딜 수 없다. 이유식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은근한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하는 그녀는 자신이 괴물로 변해가는 것이 무서워 집을 나온다. 잘 사는 시댁의 돈 일부를 가지고..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한 결과 사장이 되었지만 그녀 마음속엔 늘 죄책감이 숨어 있다. 자신이 놓고 나온 딸에 대한 미안함으로.. 남자처럼 양장을 입고 거칠게 행동하지만 회사가 부도나자 약해지는 건 노노카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 그리고 또 한 소녀. 사회로부터, 병으로부터 딸을 지키는 게 엄마의 모든 사랑이라 착각하고 병적으로 집착하는 엄마가 견딜 수 없는 마사코는 늘 외롭다. 큰 딸을 잃고 아파하는 엄마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작은 딸에게 그 모든 걸 일반화 시키는 건 슬픈 일이다. 딸의 입장을 이해하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은 삐뚤어진 모성의 또 다른 이름 아닐까?

 

세 명의 인물은 모두 모성 과다 혹은 결핍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이 가짜 가족의 모습으로 시골마을에서 잠시 동안 생활하면서 제대로 된 숨을 쉬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그들의 생활 역시 별반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적어도 죽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엄마의 사랑과 사람의 인격 형성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무섭다. 내 아이들이 나의 나쁜 점을 혹은 아픈 면을 닮아 갈까봐. 어느 순간 내가 싫어했던 우리 엄마의 모습을 내 아이들에 할 때가 있다. 그러곤 깜짝 놀라 입을 다물 때가 있는 것이다. 결국 내가 가진 생각 혹은 내가 가진 습관 혹은 내가 어릴 때부터 받아왔던 교육이 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남겨질 수 있다는 사실. 그게 제일 무서울 뿐이다. 나 역시 완전한 인간이 아니기에 나의 단점을 닮아가는 게 무서우면서도 서글프다. 모성. 태어날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조금씩 쌓여가고 만들어지는 게 모성 아닐까? 모성의 위대함이 세상을 변화시키지만 모성의 집요함이 누군가의 인생을 아플 게 할 수도 있음을 알면 좋겠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3 2016.03.09. 신고 공감 4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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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을 마주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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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나무가 가장 늦게 자라는 법이야. 유토야. 조급하게 굴면 안 돼."- p36 여러 갈래의 길 위에 놓인 적이 있다. 길 위엔 나 혼자만 서 있는 건 아니었다. 사람들은 척척,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나만 그렇게 외로이 길 위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그 때의 외로움을 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길잡이가 될 만한 사람이나 사물은 아무것도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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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나무가 가장 늦게 자라는 법이야. 유토야. 조급하게 굴면 안 돼."

- p36

 

여러 갈래의 길 위에 놓인 적이 있다. 길 위엔 나 혼자만 서 있는 건 아니었다. 사람들은 척척,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나만 그렇게 외로이 길 위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그 때의 외로움을 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길잡이가 될 만한 사람이나 사물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미친 듯 외로웠고 미친 듯 쓸쓸했던, 젊은 날의 기억이다.

 

그렇기에 몸이 아픈 형과 일찍 아기 엄마가 되어버린 여동생 사이에서 엄마의 진득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홀로 컸던 유토와 아직 어른이 채 되지 못한 자신에게 어른의 임무가 주어져 혼란스러워했던 노노카와 알코올 냄새로 가득한 가정 안에 틀어박혀 지내야만 했던 마사코가 길을 잃은 채 부둣가에 멈춰 있던 고래를 만나러 가는 길은 꽤 방향이 있는 길이었다. 적어도 '길 잃은 고래'라는 목적지가 있었으니까.

 

고정된 시간 안에서 불완전한 감정들을 겪으며 살아야만 했던 이들에게 사실 세상은 가정보다 완전하진 않다. 세상 밖으로 나온 순간부터 혼자의 힘으로 먹고 살아가야 했으니 말이다. 허나 세상 밖으로 나온 순간 스스로를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기에 '어른의 힘'으로 '어른이 된 시간'을 지켜내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유토와 노노카 말이다. 형이나 여동생, 조카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은 엄마에게서, 자신을 갑자기 어른으로 둔갑시킨 어린 딸과 자신을 홀로 내버려두는 남편과 시댁으로부터 벗어난 순간 그들은 '어른'이 됨과 동시에 백지 위에 자신만의 길을 그려나가야 했다.

 

더 이상 그려나가지 못할 것 같던 길 끝에서 유토와 노노카는 '길 잃은 고래'를 마지막 목적지로 정한다. 그러다 우연히 언니를 잃은 아픔 속에서 살아가는 가정 안에서 자라온 마사코와 동행하게 된다.

 

자신의 깊은 곳에 잠들었던 기억의 파편이 이제 와 서로 이어지면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 무서웠다.

- p246

 

길 잃은 고래를 마주한 순간부터 세 사람의 구멍 나 있던 기억들이 조금씩 메워진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노노카는 유토와 마사코의 엄마가, 유토는 노노카의 아들 겸 마사코의 오빠가, 마사코는 노노카의 딸 겸 유토의 여동생이 된다. 억지로 채워질 수 없는 기억의 구멍을 불행하게 살아왔다 생각했던 그들이 서로 채우면서 불완전했던 인생의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간다. 그들에게 길 잃은 고래가 있는 그 곳은 각자의 길 끝이 아닌 새로운 길로 가는 중간 지점이 되었다.

 

순간순간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고 날 이해해주길 바라는 일들이 생겨난다. 그 때마다 충분치 않은 위로와 이해가 날 더 속상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을 마주할 수 있게 되기를.  

s*****5 2015.07.2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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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만 있어줘도 위로가 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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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   어머니와 할머니 사이에서 자신이 다툼의 원인이 될까봐 전전긍긍하던 어린 시절. 병약한 형은 집에서 나오지 않는 폐쇄증을 앓고, 여동생은 중학생 때 아이 엄마가 된다. 어머니의 과도한 집착에 희생되는 것을 염려한 아버지의 권유로 유토는 대도시 도쿄로 와서 생활한다. 좋은 대학은 아니지만 성실히 다녀서 졸업을 하고 취직도 했다. 하지만 자신을 받아 준 작은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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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

 

어머니와 할머니 사이에서 자신이 다툼의 원인이 될까봐 전전긍긍하던 어린 시절. 병약한 형은 집에서 나오지 않는 폐쇄증을 앓고, 여동생은 중학생 때 아이 엄마가 된다. 어머니의 과도한 집착에 희생되는 것을 염려한 아버지의 권유로 유토는 대도시 도쿄로 와서 생활한다. 좋은 대학은 아니지만 성실히 다녀서 졸업을 하고 취직도 했다. 하지만 자신을 받아 준 작은 회사는 갈수록 일이 줄어들고 존폐의 위기를 맞는다. 분에 넘쳐 보이는 미카와 사귀지만 늘 일에 치여 사는 유토를 견디지 못한 미카는 그를 떠난다. 유토는 회사가 망할 줄 알면서도 일에 매진한다. 그러다 선배의 권유로 정신과에 가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먹는다. 약에 의존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유토는 자신의 삶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결국 회사가 망하자 유토는 자살을 결심한다.

 

노노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병든 엄마를 대신해 일찍부터 집안일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을 돕는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화가가 될 수 있는 길은 멀기만 하다. 이런 노노카를 안타깝게 여긴 고등학교 담임의 소개로 난생처럼 미술학원엘 나가게 된다. 거기서 만난 원장을 사랑하게 되고 임신까지 한다. 원장의 아버지는 그 지역의 유명한 정치인.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한 뒤 출산을 한다. 하지만 아이 돌보는 일을 감당하지 못해 아이를 버리고 그 집에서 나왔다. 삼십년이 지나 열심히 회사를 꾸려나가지만 그 일도 만만치 않다.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하지 못하게 되자 자살을 결심한다.

 

마사코

 

아기 때 죽은 언니 때문에 엄마의 과도한 관심과 걱정 속에서 자랐다. 하루의 모든 일과가 엄마에게 통제되고 자신의 모든 일이 엄마의 지시 아래 이루어진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야 자신의 생활이 다른 사람들과 다름을 깨닫는다. 이때 다가온 에비와 시노부 남매. 난생 처음으로 우정과 자유를 느껴가던 마사코는 암으로 죽는 시노부를 보며 자신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위의 세 사람은 길 잃은 고래가 작은 어촌으로 흘러들어왔다는 정보를 듣고, 그 고래를 한 번 본 뒤에 자신들의 거처를 결정하기로 한다.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고래는 자신이 원치 않았지만 그 지역의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존재가 되었다. 사람들은 고래가 무사히 바다로 나가기를 바라지만 청각을 상실한 고래가 바다로 나간다고 해서 산다는 보장은 없다.

 

고래박사는 인간의 입장으로 고래를 보지 말고 자연의 입장에서 고래를 보면 안락사가 가장 타당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로 자신들의 입장으로 고래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길 잃은 고래가 부두 안에서 생사의 선택을 두고 싸우는 동안 유타는 자신 역시 자신의 입장만 내세웠음을 깨닫는다. 노노카도 자신이 아이를 버린 것은 자신 역시 아직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해 받기를 원했다. 마사코는 가장 따뜻하게 이해받아야할 사람은 어째든 자신보다 어린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자신의 처지를 이해 받기를 바랐던 세 사람은 고래가 바다를 향해 떠난 후 적어도 자신들은 더 이상 자살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세 사람이 함께 있는 동안 자신 안에 갇혔던 시선을 타인을 향해 돌릴 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한 번도 말하지 못했던 자신들 만의 고통을 서로 말함으로써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치유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주변에 갈 길을 잃고 고통을 호소하는 이가 있다면 무엇을 해주기보다는 그냥 곁에 가만히 있어만 줘도 그 사람은 적어도 죽음 따위는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주는 이 소설이 따뜻하다.

 

 

 

t******e 2015.07.17.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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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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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 죽지 마"  .. "절대로 죽지 마. 살아 있기만 하라고." 그렇구나 하고 유토는 또 생각한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연탄을 피워 죽으려 했던 노노카에게도, 팔목을 그은 마사코에게도, 그리고 약을 먹고 간단히 이 세상에서 사라지려 했던 자신에게도 그저 '죽지 마' 그러면 그만이었겠구나. 그저 그 말이면 됐던 거였구나. -344-345p.   20대 남자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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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 죽지 마" 

..

"절대로 죽지 마. 살아 있기만 하라고."

그렇구나 하고 유토는 또 생각한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연탄을 피워 죽으려 했던 노노카에게도,

팔목을 그은 마사코에게도,

그리고 약을 먹고 간단히 이 세상에서 사라지려 했던 자신에게도

그저 '죽지 마' 그러면 그만이었겠구나.

그저 그 말이면 됐던 거였구나.

-344-345p.

 

20대 남자 유타는 애인으로부터 버림 받았다. 회사는 부도가 났다. 그는 우울증 약을 술과 함께 털어 넣고 죽으려고 한다.

40대 여자 노노카는 학생 시절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가난한 엄마는 그녀의 재능이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았고, 선생님의 도움으로 가게 된 미술 학원에서 학원 선생님의 아이를 갖게 되고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한다. 아이를 버리고 도쿄로 도망쳐 차린 회사가 어려워지자 연탄 가스를 마시고 죽으려고 한다.

10대 여자 마사코는 엄마의 지나친 집착으로 괴로워 한다. 엄마의 족쇄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사귄 친구 시노부가 병으로 죽고, 자신을 로봇처럼 조종하려는 엄마를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마사코는 죽기 위해 집을 떠난다.

저마다의 이유로 죽으려고 했던 세 사람은, 바다에 길을 잃고 떠밀려온 고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래를 보고 죽기로 한다. 외딴 곳으로 떠밀려온 향유고래가 청력을 잃어 어쩌면 죽기 위해 떠밀려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살을 결심한 세 사람이 고래를 말린다. 어서 바다로 돌아가라고, 죽게 되더라도 원래 있던 세상으로 돌아가보라고 응원한다. 그러다가 세 사람은 죽기를 그만두기로 한다. 

작가 구보 미스미는 소설을 읽을 때 행복한 이야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한다. 원래, 잘 풀리지 않는구나 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라고. 

힘이 들어도, 그만 두고 싶어도,

옆에서 '죽지 마' 하고 짧게 말해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다시 살아볼 수 있겠구나.   

그렇게 큰 기대 없이 큰 실망도 없이 잔잔하게 살아내는 것도 대단한 일이 아닌가 싶다. 

YES마니아 : 로얄 t*******l 2023.03.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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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야, 너도 우리도 돌아갈 수 있을까? [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고래야, 너도 우리도 돌아갈 수 있을까? [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내용보기
책 제목을 되뇌다 정처없이 밤거리를 배회했던 얼마 전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 난 길 잃은 고래마냥 어딘지도 모를 곳을 쉼없이 맴돌았다. 어둠은 짙푸른 바다와 같았고 두 다리는 고래의 육중한 지느러미가 되어 거리를 유유히 헤엄쳤다. 스물 넷이나 먹은 고래라면 멀리멀리 제 갈길을 가야하건만 나는 한자리에 머물며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길이란건 애초에 없던
"고래야, 너도 우리도 돌아갈 수 있을까? [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내용보기

 

 

 

책 제목을 되뇌다 정처없이 밤거리를 배회했던 얼마 전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 난 길 잃은 고래마냥 어딘지도 모를 곳을 쉼없이 맴돌았다. 어둠은 짙푸른 바다와 같았고 두 다리는 고래의 육중한 지느러미가 되어 거리를 유유히 헤엄쳤다. 스물 넷이나 먹은 고래라면 멀리멀리 제 갈길을 가야하건만 나는 한자리에 머물며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길이란건 애초에 없던건 아니였을까 하면서. 그래서일까. <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이라는 책제목이 낯설지 않다. 되레 친숙한 기분이다. 내가 이 책을 주저없이 선택한 것도, 단숨에 읽어내려간 것도 '고래'로 푸르게 은유된 얼마 전의 내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만약 그날의 일기를 쓴다면 나는 필시 이 책제목을 그대로 적었을테다.

 

이 책에는 절망과 슬픔이 엮어낸 세 인물이 등장한다. 애인에게 차여 우울증에 걸리고 회사까지 부도 직전을 맞은 직장인 유토, 어린 딸을 버리고 열심히 일했지만 회사가 부도 나는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여사장 노노카, 병적으로 집착하는 어머니 밑에서 숨막히게 자라 자살을 택하는 외동딸 마사코. 이 세 사람을 엮은건 그 어떤 것도 아닌 절망이다. 절망의 벼랑 끝에서 몸을 던지려던 찰나, 세 사람의 인연은 한데 묶여진다. 금방이라도 추락할듯 했던 삶은 서로가 서로를 꼭 붙들어매는 것으로 다시금 생의 땅에 발을 닫는다. 그리곤 남쪽 반도 끝의 바닷가로 향한다. 그곳엔 길 잃은 고래가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죽는 거니까 가서 저, 저기, 저 죽게 생긴 고래를 본 다음에 우리도 죽자고요.

어차피 죽을 거라면 말이죠. 나도, 나도, 죽고 싶다고요.

그러니까 가서 고래 보고, 그러고 나서 현지 해산하면 되겠네요. 그다음에 죽어도 안 늦어요.”  -p175

 

 이 책은 마주선 절망이, '고래'라는 푸르른 희망으로 순연해지며 새로운 생으로 거듭나는 출발점까지를 담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절망을 주인공들의 절망 속에서 엿볼 수도 있으며, 지금의 절망을 슬쩍 껴놓을 수도 있다.그들은 "힘내!"라는 뻔한 위로따윈 하지 않는다. 그저 "고래 보러 갈래?"라고 물을 뿐이다. 이 책은 절망을 위로하는 법을 세 인물을 통해 섬세하게 보여준다. 위로란 슬프지 않은 누군가가 자신을 담아 밀어주는 그네와 같은 것이 아니라 마주보고 앉아 서로의 슬픔을 나누는 시소와 같은 것이란걸 말이다.  

YES마니아 : 로얄 d***s 2015.09.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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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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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구보 미스미 지음 포레  이 책은 제3회 야마다후타로상 수상작이다. 주로 추리소설에만 집중하는 내게는 참으로 낯선 이름이기는 한 작가이다. 절망을 탁월하게 그리는 소설가라고 한다. 『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았다』  로 문단과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았던 구보 미스미의 두번째 장편 연작소설이라고 하니, 이 첫 번째 『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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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구보 미스미 지음

포레


 이 책은 제3회 야마다후타로상 수상작이다. 주로 추리소설에만 집중하는 내게는 참으로 낯선 이름이기는 한 작가이다. 절망을 탁월하게 그리는 소설가라고 한다. 『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았다』 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 로 문단과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았던 구보 미스미의 두번째 장편 연작소설이라고 하니, 이 첫 번째 『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았다』를 먼저 읽어봤으면 더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을 해본다. 문학동네 카페에서 이 달의 이색리뷰대회 도서로 올라왔기에 그 순서를 지킬 처지는 아닐 뿐더러 이번에는 서양작가의 작품을 읽어야 할 순서다. 구보 미스미는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아픔이자 상처의 원천이기도 했던 '어머니에 대한 모성'과 우울한 현대인을 따라다니는 '자살욕망'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연 카페를 시작으로 식당에서 냉채 족발로 점심까지 해결하고 종종거리며 출근길에 오르니 하루가 유독 길게 느껴진다.

애인 미카에게 차여서 우울증까지 앓게 되고 다니던 디자인회사까지 파산 직전에 이른 기타칸토 출신의 청년 다미야 유토와 허울뿐인 남편 요코카와 히데노리와 어린 나이에 출산해서 얻은 딸 하루나를 버리고 정치가 집안인 시댁을 뛰쳐나와 밤낮없이 일했지만 디자인회사가 무너져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여사장 나카지마 노노카는 더이상 살아갈 용기를 잃고 세상과 작별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러한 두 사람이 마지막이 될 뻔했던 순간에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다. 막막한 심정으로 서로를 보듬게 된 두 사람은 길을 잃고 해안으로 들어온 고래를 보기 위해 잠시 죽음을 미루고 남쪽 반도 끝의 바닷가로 간다. 그리고 이 여행길에서 팔목에 자해의 흔적이 가득한 소녀 마사코를 만난다.

「소라낙스 루복스」는 다미야 유토의 이야기이고, 「물고기 그림」은 나카지마 노노카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소다 아이스크림과 여름방학」은 큰 딸을 잃은 슬픔을 마사코에게 풀어내는 엄마와 어렵게 사귀게 된 에비하라 가오루의 쌍둥이인 시노부의 죽음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려 리스트컷증후군을 앓는 마사코의 사연을 담고 있다.

아침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어제 밤 늦은 시간에 세탁기를 돌리고 아침에는 행굼과 탈수를 해서 빨래를 겨우 널고 나와 이 소설을 읽고 있다.

누구에게나 있지만 누구에게나 따스하지만은 않은 '가족', 불완전하게 왜곡된 '모성'으로 인해 받은 상처에 아파하는 세 사람은 둘러싼 우울한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에 몸을 내던지려 했다 무심결에 가짜 가족이 되어 서로를 보듬어 안기에 이른다. 지금 죽지는 말자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고, 잠시 잊고 떠나보자고…. 그렇게 그들은 죽음을 미루고 서로에게 기대어 바다에서 길을 잃고 떠밀려온 고래가 있는 저 먼 바닷가 작은 마을로 마지막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각자 불완전하고 불안하지만, 함께 하면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헤어날 수 없는 처절한 절망에 빠져든 세 사람이 금방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면서 다다른 해질녘의 바다에는 상처 난 몸을 뒤척이며 잿빛 숨을 몰아쉬는 고래가 있었다. 그 바다에서 이들은 도쿄타워에 다시 가보고싶다는 새로운 꿈을 꾼다, “우리도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라고~

2015.7.15.(수)  두뽀사리~

i***2 2015.07.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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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길 잃은 고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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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무엇보다 위로가 필요하지만 위로만으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삶에는 분명 그런 순간이, 그런 날들이 더러 있다. 이 책에는 절망에 가까운 순간들을 지나가는 중인 아픈 인물들이 등장한다. 삶을 살아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종류와 성질은 다르지만 똑같이 아프고 많이 슬픈 날들을 이들 또한 겪고 있고 겪어왔다. 우리는 그 순간에 꼭 필요한 것이 따뜻한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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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 무엇보다 위로가 필요하지만 위로만으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삶에는 분명 그런 순간이, 그런 날들이 더러 있다. 이 책에는 절망에 가까운 순간들을 지나가는 중인 아픈 인물들이 등장한다. 삶을 살아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종류와 성질은 다르지만 똑같이 아프고 많이 슬픈 날들을 이들 또한 겪고 있고 겪어왔다. 우리는 그 순간에 꼭 필요한 것이 따뜻한 위로라는 것을 알지만 사실 현실의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가 주어지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또한 알고 있다. 그 사실을 작가 역시 알고 있었기에, 작가는 함부로 타인의 인생을 위로하지 않고 주인공들의 인생을 동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담담히 감내하며 살아갈 뿐이라. 산다는 것은 그런 것. 참고 견디다보면 오늘은 어제가 되고 내일이 오늘이 되는 과정 속에 상처들이 점점 낡아가는 것. 인생이란 그런 것이기에, 작가는 괴롭고 우울했던 주인공들의 삶을 섬세히 보여주되 그러한 삶을 거치며 얻은 상처들을 가만히 내버려둔다. 상처 많은 길 잃은 고래가 사람들의 낙담과 실망을 딛고 다시 바다로 나아가는 것처럼, 인간의 삶 또한 상처를 딛고 혼자서 지느러미를 파닥이고 몸을 뒤틀며 다시 일어날 준비를 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려줄 뿐. 나는 상처를 직접 건드리지 않고, 쉽게 약을 건네지 않는 작가의 사려 깊은 태도에 몹시 감동했다. 쓸만한 말로 위로받고 다독임 받는다고 해서 당장 내일이 환해질 수 있던가. 아니다. 인생은 그런 것이 아니므로, 나는 이 책만이 간직한 먼 발치에서의 응원을 오래 기억하려 한다.

YES마니아 : 로얄 b******1 2013.04.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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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뒤흔드는 네 절망의 소리, 고독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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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표지에서, 이미 강한 치유의 예감이 들었던 책이다. 아스라한 저녁놀이 처음부터 마음을 흔들었는데, 책 뒤에 나온 문구를 보고, 읽기도 전에 눈물을 쏟을 뻔했다. 내 마음을 뒤흔드는 네 절망의 소리, 고독의 소리... 세 사람의 입장에서 그들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마지막 장에서 이들이 함께 바닷가의 고래가 표류한 마을에 가서 가족처럼 함께 사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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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표지에서, 이미 강한 치유의 예감이 들었던 책이다. 아스라한 저녁놀이 처음부터 마음을 흔들었는데, 책 뒤에 나온 문구를 보고, 읽기도 전에 눈물을 쏟을 뻔했다. 내 마음을 뒤흔드는 네 절망의 소리, 고독의 소리...

세 사람의 입장에서 그들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마지막 장에서 이들이 함께 바닷가의 고래가 표류한 마을에 가서 가족처럼 함께 사흘을 지내고 난 뒤 다시 삶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거대한 사건도 없고, 특별한 이야기도 없는 듯하지만,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는 모두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란 느낌이 들어 울컥울컥한다.

그들이 다시 삶 속으로 돌아가도 달라지는 것도, 기적도, 희망도 없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마지막 유토가 되새기는 한마디, "그래도 죽지는 않을 거다, 아마도"... 그 말이 가슴을 쳤다.

추천한다.

i*****g 2013.02.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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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힐링해주는, 가슴 따뜻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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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가면서 상처를 받는다. 한 번의 상처가 평생을 가기도 하고 그냥 잊혀지기도 한다. 특히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어지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기억이라는 장치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면 그 기억이라는 쓸데 없는 장치가 어김없이 작동하여 상처를 다시 찌른다. 그렇게 평생 상처를 받고 또 받고, 다시 받고 죽을 때까지 받는다.    가슴의 상처를 안고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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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가면서 상처를 받는다. 한 번의 상처가 평생을 가기도 하고 그냥 잊혀지기도 한다. 특히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어지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기억이라는 장치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면 그 기억이라는 쓸데 없는 장치가 어김없이 작동하여 상처를 다시 찌른다. 그렇게 평생 상처를 받고 또 받고, 다시 받고 죽을 때까지 받는다. 

 

가슴의 상처를 안고 사는 세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애인에게 버림받은 유토. 그는 사랑을 주는 방법도, 받는 방법도 모른다. 자신이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애인에게 표현다운 표현을 하지도 못한 채 차여버렸다. 만약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면 그녀와 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떠났고 그에겐 상처라는 깊은 구멍이 생겨버렸다. 

 

그림 그리는 재능을 타고난 노노카. 화가가 되고 싶어하는 그녀에게 치명적인 걸림돌이 있었다. 집이 너무 가난하여 화가는 커녕 연습할 물감도 없었다. 그의 재능을 안타깝게 여긴 학교 선생님은 미술 학원 선생님을 소개해주고 공짜로 배울 수 있었다. 인생이나 소설이나 다 비슷한 걸까? 초반은 모두 다 해피하다. 그러나 그 선생님은 그녀의 몸을 탐냈고 덜컥 임신을 해버렸다. 다행히 남자쪽 집안이 부자이고 고등학생인 노노카를 받아들여 애를 낳는다. 하지만 결혼 뒤 그녀에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오로지 혼자 아이를 키운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인 노노카는 아이를 키우다가 이내 아이에게 증오를 느낀다. 모든 게 다 이 아이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위해 아이를 버리고 집을 뛰처 나간다.

 

마사코는 외동딸이자 둘째딸이다. 마사코의 언니는 아기였을 때 병으로 죽었다. 언니의 죽음으로 혼자 남은 마사코에게 엄마는 트라우마때문에 청결에 병적으로 신경을 쓴다. 마사코 방에는 먼지 하나 없고 가공식품을 먹이지 않고 외출도 거의 시키지 않는다. 이 모든 이유는

'마사코를 위해' 였다. 마사코의 의견은 전부 묵살하고 오로지 그녀의 안전을 위한 것뿐이다. 점점 마사코는 숨막힘을 느끼고 자살을 시도한다.

 

상처를 하나씩 지닌 세 명의 인생 이야기다. 이들이 가진 상처와 내가 가진, 혹은 당신이 가진 상처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읽으면서 가슴이 아려왔다. 나 역시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상처 있는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난 어릴 적부터 엄마의 과잉 보호 아래 자랐다.

물론 난 온실속의 화초이길 거부하여 반항하다가 결국 20살 때부터 내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했다. 그 전까지는 엄마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번은 고등학교 이성 친구에게 전화가 왔었는데 자짜고자 질문이 '인문계 다니니?' 였다. 상고 다닌다고 하면 바로 끊어버리고 인문계 다닌다고 하면 어디 학교인지 무슨 사이인지 꼬치꼬치 조사했다. 엄마가 생각하는 조건에 통과하면 그때 내가 통화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성 친구는 물론 내 친한 친구들에게 조차 학교를 물었고 전화를 필터링 했다. 비디오 가게를 운영했던 엄마는 주위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정보 수집은 물론 내가 어디서 무얼하는지 조차 알고 있었다.(동네 아줌마, 야구르트 아줌마를 통해 소식을 전해들은 듯 했다. 물론 나중에야 알았지만) 어쨌든 나 또한 이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누구보다 공감이 가면서 같이 아파할 수 있었다.

비단 나만 이렇게 공감하는 내용일까?

 

 

<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을 읽으며 소설속 주인공과 같이 아파하고 같이 슬퍼했으며 같이 힘을 얻었다. 요즘, 행복하다는 사람을 주위에서 보지 못했다. 다들 힘들다, 죽고 싶다, 불행하다, 라는 말뿐이다. 나 역시 행복하다 말할 수 없다. 어쩌다 우리내 인생은 이렇게 불행하게 되버린걸까? 우리에겐 행복이란 사치일뿐이란 말인가? 

 

행복이란 열쇠를 언제쯤 풀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번뿐인 인생 후회없이 살아야 하지 않을까?^^ 잠시 길은 잃어도 다시 돌아올 자리가 있으니까....  

d*****1 2013.01.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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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한 고독. 구보 미스미_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공평한 고독. 구보 미스미_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내용보기
잔잔한 바다와 고래. 따뜻한 색감의 책이다. 이 책의 온도와 참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았다>의 저자 구보 미스미의 새로운 소설이 나왔다. <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전작에서 강렬하고 수위 높은 성 묘사로 한번, 그녀가 그려낸 인생의 처연함과 애잔함에 또한번 나를 놀라게 했던 작가 구보 미스미. 그 쓸쓸함의 여파가 너무 커서 한동안 그
"공평한 고독. 구보 미스미_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내용보기
잔잔한 바다와 고래. 따뜻한 색감의 책이다. 이 책의 온도와 참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았다>의 저자 구보 미스미의 새로운 소설이 나왔다. <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전작에서 강렬하고 수위 높은 성 묘사로 한번, 그녀가 그려낸 인생의 처연함과 애잔함에 또한번 나를 놀라게 했던 작가 구보 미스미. 그 쓸쓸함의 여파가 너무 커서 한동안 그 책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참 아팠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런 작가의 책이라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은, 비슷한 듯 다른 듯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그 아픔들이 한데 뭉쳐 더 큰 고독과 위로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았다> 와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주는 치유의 여파가 더 크고 직접적이라고 해야 하나?
 
책의 후반부에 이들이 만나 서로의 아픔을 보고 이해하는 부분도 좋았지만, 나는 왠지 앞부분에, 인물들의 상처받은 모습들이 더 좋더라. 특히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도, 자신감도 없던 유토가 미카를 만남으로서 자신의 의미를 찾는 부분.
 
고향에서 단란하지 못했던 가정의 기억은 아직 어린 유토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기고, 밀리 듯 도망치 듯 도쿄로 오긴 했지만, 혼자 출발하는 도쿄의 첫 생활이 활기찰 리 없다. 그런 유토에게 미카는, 낯선 ‘도쿄의 여기저기에 점을 찍듯 유토의 자리를 만들어준’ 사람이었다. 처음으로 말을 걸어주고 유토의 긴 팔다리를 알아봐준 사람. 정면으로 부딪히는 법을 알려준 사람. 그런 미카와 다니며 유토는 ‘미카가 옆에 있는 유토’로 만들어졌고, ‘미카가 옆에 없는 유토’는 유토가 아니었기에, 유토는 미카를 잃음과 동시에 자신도 잃어버렸다.
  
 
“정말 많이 괴로웠겠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흘러나왔다. 응, 나는 괴로웠던 거구나. 괴롭다는 감정조차 봉쇄하고 있었던 자신이 불쌍해서 계속 눈물이 나왔다.
 
우리는 모두, 내가 ‘나’로 온전하게 살 수 없어 얼마나 불행하고 외롭던가. ‘나’를 ‘나’라고 말하지 못해서, ‘내’가 ‘나’를 알아봐주지 못해서 얼마나 주춤하고, 아프고, 고독했던가. 최소한 나는 그랬다. 내가 나를 바로 세울 자신이 없어, 나를 알아봐준 소중한 이에게 내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부여하고, 내가 사는 이유를 떠넘겼다. 상대는 당연히, 부담스러워했다. 그런데 나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유토를 보니 무한공감이 가는 건 당연할 수밖에.
   
구보 미스미는 “절망을 탁월하게 그리는” 작가로 정평이 났다던데, 이 얼마나 탁월한 수식인가. 그리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절망을 우주처럼 붙잡고 매일매일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인물을 다루는 ‘소설가’에게 얼마나 큰 찬사인가. 정말… 아프고, 두렵고, 따뜻하다.
 
 
“절대로 죽지 마. 살아 있기만 하라고.”
그렇구나 하고 유토는 생각한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연탄을 피워 죽으려 했던 노노카에게도, 팔목을 그은 마사코에게도, 약을 먹고 간단히 이 세상에서 사라지려 했던 자신에게도 그저 ‘죽지 마’ 그러면 그만이었겠구나. 그저 그 말이면 됐던 거였구나.
 
y****a 2013.01.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