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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대 한국 문학을 접해야 하는 이유와 이효석문학상의 의미 범람하는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와 속도전의 서사 속에서 현대인들은 종종 타인의 고통이나 미세한 내면의 감정을 지나치기 쉽다. 명료함과 확실성만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오늘날, 한국 소설은 규정할 수 없이 유동하는 우리의 실제 삶을 환기시키는 훌륭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올해로 27회를 맞이한 이효석문학상은 한 해 동안 발표된 단편소설 중 가장 첨예한 성취를 보여준 작품들을 엮어, 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모순과 소외된 목소리를 정밀하게 포착한다. 텍스트로 압축된 서사 너머에서 육박해 오는 실재의 질감을 마주하는 경험은 우리가 잃어버린 연대의 감각을 일깨우고, 소설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될 타인의 삶을 끈질기게 상상하도록 이끈다. 정주와 이탈 사이, 비규정적 관계의 생생한 실재: 박솔뫼 <사과> 대상 수상작 박솔뫼의 <사과>는 거대한 사건 없이 인물들의 관계가 서서히 마모되는 과정을 그린다. 카페에서 일하는 애리는 출장을 떠난 선호의 식물에 물을 주며 그의 공간에 머문다. 두 사람은 한때 연인에 가까운 친밀함을 나누었으나 선호가 돌아온 후 점차 만남의 빈도가 줄어들며 낯선 타인으로 돌아간다. 김미정 문학평론가는 이를 두고 방금 지나쳐버린, 아주 짧은 '우리'였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평했다. 인상적인 대목은 애리가 아침에 사과를 깎아 먹으며 사과를 감자로 보는 사람에게 굳이 그것이 사과임을 증명하고 싶지 않다고 다짐하는 장면이다. 작가는 억지로 관계를 봉합하거나 오해를 풀려 애쓰지 않는다. 엇갈리는 궤도를 그대로 응시하는 특유의 시선은 찰나의 '우리'가 찰나이기에 더욱 반짝인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여운을 남긴다. 시선의 폭력과 가족의 재구성: 성혜령 <하악> & 임솔아 <나의 빈 묘에> 우수작품상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두 작품은 핏줄이라는 견고한 신화에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성혜령의 <하악>은 임시 공휴일이자 자신의 마흔 번째 생일, 엄마 금옥과 함께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발달장애 동생 태인을 만나는 자인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조해진 소설가의 심사평처럼 엄마가 꺼내든 임신 테스트기의 시약지를 내려다보는 순간 장애인의 성욕은 이질적이고 끔찍한 현상으로 치부된다. 소설은 연애와 생명의 소중함이라는 보편적 믿음 뒤에 숨겨진 차별과 배제의 정당성을 서늘하게 파헤친다. 강동호 문학평론가가 무덤 이후의 우리라 칭한 임솔아의 <나의 빈 묘에>는 죽은 반려견 조아의 유골함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는 두 여성의 여정은 혈통 중심의 가부장적 질서를 해체하며 애도를 넘어 가족의 경계가 어떻게 재구성될 수 있는지 탐구한다. 글쓰기의 윤리와 태연한 상상력: 장희원 <영주>와 정기현 <그거 점 된다> 장희원의 <영주>는 과거 학교 폭력을 당했던 영주가 성인이 된 가해자 무리 중 한 명인 우진을 찾아가며 시작한다. 안보윤 소설가는 검은 얼굴로 눈밭에 서서라는 평을 통해, 영주가 사과를 요구하는 대신 곡기를 끊고 고통받는 자신의 신체를 우진 앞에 집요하게 전시하는 장면에 주목했다.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마지막을 목격하도록 강제하는 기괴한 제안은 타인의 삶을 짓밟은 우진이 현재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설정과 맞물려 문학이 지녀야 할 윤리를 날카롭게 묻는다. 정기현의 <그거 점 된다>는 최가은 문학평론가가 짚었듯 '왜'를 묻지 않는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다. 학원 강사 희정이 집 벽에 박힌 쇠갈고리에 두피를 걸어 허물을 벗는 초현실적 설정은 작가의 태연한 상상력으로 전개된다. 점을 지우기 위해 거죽을 벗을수록 몸집이 줄어드는 희정의 서사는 갈고리라는 내밀한 비밀을 통해 현실을 견뎌내는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을 블랙코미디로 승화한다. 처절한 생존기와 무가치한 노동: 황시운 <일일업무 보고서> 황시운의 <일일업무 보고서>는 비정한 기업 논리에 갇힌 하반신 마비 장애인 세진의 고통을 직시한다. 의무 고용률을 채우기 위해 고용되었을 뿐 아무도 읽지 않는 메일을 매일 전송하는 세진의 하루는 노트북 전원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시작해 15분 간격으로 키워드를 입력하는 무가치한 노동으로 점철된다. 조해진 소설가의 심사평처럼 과장도 엄살도 없지만 그 자체로 처절한 일상이다. 오직 누룽지와 젓갈로 끼니를 때우며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느릿한 늙음에 도달한 노인들을 관찰하는 세진의 사투는 뼈아픈 현실을 고발한다. 2026년 한국 문학의 지형도와 새로운 과제 제2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들은 거대 담론이 사라진 자리에 미세한 개인의 상흔을 채워 넣으며 최근 한국 문학의 뚜렷한 지형도를 대변한다. 작가들은 인공지능이 흉내 낼 수 없는 실재의 감각을 밀도 있게 직조하며 학교 폭력, 장애, 노동 소외 등 외곽으로 밀려난 이들의 목소리를 증폭시킨다. 섣부른 위로나 인위적인 해피엔딩을 강요하지 않는 태도는 이 시대의 문학이 미화된 허구가 아닌 냉철한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두어야 함을 대변한다. 북다 신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은 모순 투성이인 세계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게 만들며, 타인을 향한 연대의 마중물로서 값진 독서 경험을 제안한다. #이효석문학상 #이효석문학상수상작품집2026 #박솔뫼사과 #한국소설추천 #단편소설리뷰 #성혜령하악 #임솔아나의빈묘에 #장희원영주 #정기현그거점된다 #황시운일일업무보고서 #신간도서추천 #현대문학트렌드 #책리뷰블로그 #독서모임발제 #소설읽기 #북다출판사 #베스트셀러소설 #문학상수상작 #요즘읽을만한책 #소외된목소리 #책스타그램 #독서기록장 #서평단 #한국문학의미래 #비규정적실재 #서평단 #도서제공협찬 #신간추천리뷰 #소설추천리뷰 #한국문학추천 #북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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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작품집이라서일까. 무엇보다 작가마다 가진 고유한 글쓰기 방식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문장의 길이와 호흡, 장면을 전환하는 방식, 인물을 바라보는 거리, 이야기를 어디까지 말하고 어디에서 멈출 것인지까지 모두 새로웠다. 처음에는 이질적일 만큼 어색하게 읽히던 문장에 점점 흥미를 느끼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결국 그 방식에 설득당하는 경험이 신선했다. 특히 대상 수상작인 박솔뫼의 「사과」가 인상 깊었다. 문장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듯 긴 호흡으로 이어지고, 충분히 큰 사건이라 할 만한 일조차 전조나 강조 없이 문장 사이에 아무렇지 않게 놓인다. 장면과 사건 역시 예고 없이 툭 전환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흐트러진다는 느낌이 없다. 오히려 그 무심한 듯 이어지는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의 기억과 생각이 실제로 움직이는 방식에 가까운 리듬처럼 느껴진다. 무엇을 중요하다고 미리 표시해 주지 않기에 독자가 스스로 문장 속에 놓인 것들의 무게를 발견하게 되는 점도 좋았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한 여성 화자의 이야기 안에 생각보다 묵직한 것들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방식, 개인의 삶을 둘러싼 사회의 모습까지. 작가는 그것을 쉬이 결론 내리지 않는다. 평범한 삶의 장면들 사이에 그저 조용히 놓아두었고, 그래서 읽고 난 뒤 더 많은 생각이 남았다. 짧은 소설 안에 인간과 관계와 사회를 바라보는 깊은 시선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우수작들에서도 각각의 고유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읽어온 완결되고 매끄러운, 어쩐지 잘 정제된 글들과는 조금 다른 날것의 감각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거칠거나 미완성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쉽게 다듬어 하나의 모양으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보존되는 개성과 생생함에 가까웠다. 어떤 작품은 문장으로, 어떤 작품은 인물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또 어떤 작품은 예상하지 못한 상상의 이야기로 자신의 세계를 드러냈다. 여섯 편 모두 그 안에는 작가마다 분명하고 견고한 세계가 있었다. 실험적인 문장과 리듬을 따라가다가 어느새 이야기의 다음을 궁금해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고, 소설이 끝난 뒤에는 이야기 자체가 지닌 힘에 대해 오래 곱씹게 되었다. 인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삶의 순간에는 무엇이 숨어 있는가. 좋은 소설은 반드시 답을 주지 않아도 이렇게 많은 질문을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특히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꽤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잘 쓰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좋은 문장의 모양을 닮아가는 것만이 글쓰기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바라보는 세계가 분명하다면 문장의 호흡도, 이야기의 구조도, 삶을 포착하는 방식도 얼마든지 새로운 것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형화된 틀 안에서 얼마나 매끄럽게 쓰느냐보다 무엇을 바라보고, 그것을 얼마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느냐인지도 모르겠다. 여섯 명의 작가가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어느 누구의 문장도 다른 누구의 문장과 같지 않은 ‘고유성’을 지니고 있다. 그 차이를 한 권 안에서 연이어 만나는 일은 무척 신선했다. 익숙한 문장 밖으로 독자를 이끌며 이렇게 넓은 세계가 있다는 것. 조금 낯설어도 그 낯섦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하나의 견고한 세계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써 내려간 이야기 역시 결국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사유에 닿을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좋은 글의 모양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수상작들을 읽고 나니 오히려 좋은 글에는 정해진 모양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효석문학상수상작품집2026 #이효석문학상 #단편소설 #서평 #북스타그램 *도서증정 @vook_da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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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2026 #북다 #박솔뫼 #사과 #신간도서 #추천도서 〈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통해 작성한 리뷰 〉 《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 _박솔뫼,성혜령,임솔아,장희원,정기현,황시운(지은이) / 북다(2026-08-18) 2000년도에 제정된 국내 단편 문학상인「이효석문학상」이 올해 27회를 맞이했다. 제27회 대상은 박솔뫼의「사과」가 뽑혔다. 그간 대상을 받은 작가들의 이름들이 낯설지 않다. 1회 대상 수상자인 이순원을 비롯해서 성석제, 이혜경, 윤대녕, 정이현, 구효서, 정지아, 김애란, 편혜영, 윤고은, 권여선, 김멜라 등의 이름들이 떠오른다.「이효석문학상」초기에는 등단 15년 이내 작가와 중, 단편소설이라는 조건이 적용되었었지만, 2015년에는 출간 이내 단행본으로, 2016년에는 다시 중,단편소설 중심의 상으로 돌아갔다. 이 책에는 대상수상작 외에도 우수작품상 수상작 5편이 실려 있다. 대상 수상작인 박솔뫼의「사과」는 몇 군데 직장을 전전하다 역 근처 오래된 카페에서 근무를 하게 된 애리라는 여인이 주인공이다. 아마도 기후 영향이겠지만, 커피 원두의 작황이 어려워지면서 원두 가격이 급등해서 많은 카페가 사라졌다. 그래도 애리가 근무하는 카페는 잠시 문을 닫았지만, 꾸준히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미래 어느 때인 듯하다. 애리는 자신의 급여로는 한 달에 한 번쯤 마음먹어야 마실 수 있는 커피라고 하니 비싸도 엄청 비싼 듯하다. 애리는 그곳에서 선호라는 남자를 만난다. 선호는 세계적으로 커피의 작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자 여러 식품회사에서 원두를 넣지 않거나 줄이면서도 커피 맛과 비슷한 음료를 개발하기 시작한다. 선호는 그런 세계적인 식품 가공회사에서 제품개발을 담당하고 있었다. 어느 결에 애리와 선호는 서로 호감을 갖고 가까워진다. 마치 비즈니스같은 짧은 연애 기간을 갖게 된다. 소설에는 ‘흔들리는 창’이 첫 문장에서 시작해서 여러 번 나온다. 그 흔들리는 창이 애리의 심리적 상태인지, 실제적 상황의 트라우마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자신의 일상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내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흔들리는 창’으로 표현되지 않았을까? 우수작품상 성혜령의 「하악」은 자인이라는 여인의 마흔 번째 생일날이라는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족들 이야기가 중심이다. 자인의 어머니와 발달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동생 태인과 근 20년 만에 연락이 온 사촌동생이 등장한다. 자인이 동생 태인에 대한 복잡한 심리상태가 잘 묘사되었다. 임솔아의「나의 빈 묘에」는 척박한 생활환경에서 용케 버티면서 문중을 휘어잡은 수완 좋은 아버지 덕에 일찌감치 묘 자리를 잡은 지윤의 이야기다. 그래서 소설 제목이「나의 빈 묘에」이다. 지윤은 동성커플 윤미와 함께 생활한다. 반려견이 죽자 반지하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은 장마철이 다가오자 그 유골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한다. 지윤이 묘 자리에 반려견의 유골을 묻으러 시골로 향한다. 장희원의「영주」는 우연히 마주친(아니 영주의 입장에선 의도적인 듯하다) 고딩시절 학폭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만난 이야기다. 원래 가해자는 자신이 행한 일은 강물과 함께 흘려보내고, 피해자는 그 고통과 수치를 돌에 새긴다. 영주는 피해자이다. 가해자였던 우진은 영주를 만나고나서 그녀의 페이스에 그저 끌려갈 뿐이다. 정기현의 「그거 점 된다」는 소재가 독특하다. 어느 소도시에 랜드마크처럼 자리 잡은 학원의 선생 3사람이 우연하게 서로 뭉친 이야기다. 희정이라는 여인이 주동자이다. 어느 날 우연히 새로 이사한 집에서 쇠갈고리 하나를 발견한다. 희정은 어렸을 때부터 시달려온 얼굴과 온 몸에 수시로 생기는 ‘점’ 때문에 몸에 칼을 댄 기억을 떠올리며, 갈고리를 이용해서 두피에서 발끝까지 피부거죽(이라기보다는 ‘허물’이라는 표현이 좋겠다)을 벗겨낸다. 그것도 여러 차례. 그 탓에 키와 체구가 작아졌지만 기분이 그렇게 산뜻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작업에 나중에 나머지 두 선생도 합류한다. 아마 내게도 벗겨내고 싶은 허물이 있는 탓일까?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별 다섯을 준다. 마지막소설 황시운의「일일업무보고서」는 하반신장애를 가진 여인이 주인공이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업무는 그다지 힘들지 않고 단조로운 편이지만, 마비된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것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많지 않은 가족들과의 갈등도 겹쳐진다. 장애를 지닌 한 인물의 철저한 삶의 기록이 숙연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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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가산 이효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0년 제정된 이효석문학상 제27회 수상 작품들을 만나보았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표제작은 대상 박솔뫼 작가의 「사과」이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의 특별함이 읽는 동안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작품집'의 가장 큰 행복은 수록된 이야기를 통해서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느낀 맛이 혼자만의 감정인지 아닌지 깊은 설명을 만나볼 수 있다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그 특별함을 만나보는 시간은 행복 그 자체이다.
대상작 박솔뫼 작가의 「사과」는 쉽게 읽히다가 순간순간 급정지를 하게 만든다. 애리의 삶을 이야기하다가 그 속에 애리와 선호의 사랑 이야기를 집어넣는다.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로맨스가 보일 듯하다가 날선 감정을 마주하게 한다. 그런데 나만 날서고 나만 흥분했다. 둘의 재회 장면은 무언가 빠진 듯 미지근하다. 이들이 연인 관계가 맞았나? 단지 공간을 같이 쓰던 이들인가? 흙 묻은 감자와 사과의 차이를 통해 던지고 있는 작가의 질문을 만나보길 바란다. p.22. 잠과 꿈은 서로 다른 존재로, 잠은 자신에게 주어진 장소이고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공간이었다. 꿈은 애리가 가끔 볼 수 있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애리는 잠을 자지 않을 때도 가끔 꿈을 꿀 수 있었다. 황시운 작가의 「일일업무 보고서」는 늘 가까이에서 접하던 것의 익숙함에 즐겁게 들여다보았다. '노트북의 전원을 눌렀다.(p.215)'는 모든 직장인들의 업무 시작 신호일 것이다. 그런 당연한 시작이 이 소설의 시작이다. 하지만 당연한, 평범한 회사원의 이야기는 아니다. 사고로 너무나 불편한 몸을 가지고 살게 된 세진의 힘겨운 버팀이 주된 흐름이다. 너무나 안타까운 이야기가 만남 자체를 힘들게 한다. 보상금을 투자하라는 언니의 제안을 거절하는 정신적 버팀은 육체적 버팀만큼이나 힘겨워 보인다. 인간의 존엄에 대한 생각을, 장애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한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에는 대상 수상작 1편과 우수작품상 수상작 5편이 수록되어 있다. 대상 수상 작가 박솔뫼 작가의 자선작 「비둘기 옮기기」까지 총 7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7가지 맛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맛은 쉽게 또 편안하게 다가서지만, 어떤 맛은 낯설고 힘들게 머릿속을 맴돈다. 쉽지 않은 낯선 맛이 소설집을 찾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늘 편안하게 맛보던 장편소설들의 친절함은 없지만 단편소설의 함축적인 의미가 가진 맛을 느껴보는 즐거움이 있다. 수상작의 해설을 만날 수 있는 작품집과의 멋진 만남을 가져보길 바란다. #이효석문학상수상작품집2026 #박솔뫼 #성혜령 #임솔아 #장희원 #정기현 #황시운 #북다 #소설추천 #책추천 #도서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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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은 작가 이효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0년 제정된 이효석문학상의 제27회 수상작들을 한데 묶은 작품집이다. 올해는 2025년 5월부터 2026년 4월까지 문예지와 여러 매체에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해 총 여섯 편을 선정했다. 대상에는 박솔뫼의 '사과'가, 우수작품상에는 성혜령의 '하악', 임솔아의 '나의 빈 묘에', 장희원의 '영주', 정기현의 '그거 점 된다', 황시운의 '일일업무 보고서'가 이름을 올렸다. 서로 다른 소재와 방식으로 오늘의 삶을 들여다보는 작품들을 통해 최근 한국소설이 어떤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집의 매력이다.
박솔뫼의 「사과」는 애리와 선호의 만남과 이별의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아주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 소설이 긴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두 사람의 관계를 시작과 끝이 분명한 사랑 이야기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두 사람이 우연히 비슷한 속도로 걷게 되고, 잠시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다 다시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지는 과정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애리와 선호의 관계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서로가 서로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면서도 끝내 상대를 완전히 소유하거나 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애리는 선호의 집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점차 그 공간에 익숙해진다. 선호가 해외 출장을 떠난 뒤에도 그 집에 머물며 사과를 깎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조용히 하루를 보낸다. 처음에는 선호의 공간이었던 집이 어느 순간 애리에게도 잠시 머물 수 있는 장소가 된다. 누군가와 가까워진다는 것이 그 사람을 많이 알아가는 일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과 생활의 리듬까지 조금씩 익숙해지는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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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 함께 있어도 외로운 것이 사람이라고 했다.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문득 소외감을 느끼고,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혼자인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어쩌면 이런 고독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피하기보다 잘 다루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그 감정을 그림으로 그리면 어떤 모습일까. 글과 이야기로 표현한다면 아마 제2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에 담긴 작품들과 닮아 있지 않을까 싶다. 일상적인 이야기, 어디선가 보고 들었던 것 같은 이야기, 나 역시 경험하고 지나쳤던 감정들이 책장을 넘길수록 잊고 있던 마음을 하나씩 끄집어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조용한데도 지독하게 외롭게 했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작품은 대상 수상작 박솔뫼의 「사과」다. 애리와 선호가 만나고 멀어지는 이야기지만, 읽다 보면 두 사람의 관계만큼이나 주변의 풍경과 시간이 흘러가는 방식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잠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어느새 다시 멀어진다. 「사과」를 읽으며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받는 상황보다 자신의 존재가 제대로 닿지 않는 듯한 감각이었다. 외면과 무시,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사람을 얼마나 깊은 곳까지 외롭게 만들 수 있는지 생각했다. 누구나 한 번쯤 소외감을 경험하지만, 같은 감정도 어떤 상황에서 겪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은 장희원의 「영주」를 읽으면서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과거 자신에게 고통을 준 사람을 다시 찾아가는 영주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처음에는 복수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복수의 방법보다 오랫동안 자신의 고통을 혼자 견뎌온 사람의 마음이 더 크게 다가왔다. 누군가의 고통을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도 생각하게 됐다. 「일일업무 보고서」에서는 사고 이후 이전과 같은 삶을 살아가기 어려워진 세진의 하루를 따라간다.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는 모습이 오히려 더 아프게 다가왔다. 「하악」에서는 장애가 있는 동생과 완벽한 외모의 사촌을 바라보는 자인의 시선을 따라가며,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생각했다. 남을 향했던 시선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과정도 인상적이었다. 반면 「나의 빈 묘에」는 이 작품집에서 가장 통쾌하게 읽었다. 반려동물의 죽음과 가족묘라는 소재가 만나면서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전통을 중요하게 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기준이 정말 모두에게 같은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했던 마음이 이 작품에서는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거 점 된다」는 조금 엉뚱하고 기묘해서 오히려 재미있었다. 다른 작품과는 결이 달랐지만, 다 읽고 나니 이 작품의 인물들도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았다. 세상의 기준에서 조금 비껴난 사람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 때문이었을까. 여섯 작품을 읽고 나니 「사과」의 애리와 선호가 가장 오래 떠올랐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혼자 남겨져 있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자주 불편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나 역시 평소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사람들의 표정이나 침묵에도 그들만의 사정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 있다고 해서 마음까지 가까운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아주 잠깐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 책을 덮고 나니 ‘우리’라는 말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애리와 선호처럼 잠시 스쳐 지나간 관계도 어느 순간에는 분명 ‘우리’였을 것이다. 어쩌면 나 역시 그런 짧은 순간들을 여러 번 지나쳤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모르고 지나쳤던 마음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야 하나씩 떠올랐다. 사람 사이의 관계와 외로움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소설을 좋아한다면, 이 책의 여섯 작품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 같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놓치고 지나갔던 감정을 다시 마주하고 싶은 독자에게도 오래 남을 작품집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와 외로움을 다룬 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일상 속 소외와 고독을 담담하게 풀어낸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북다(@vook_da)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효석문학상수상작품집2026 #북다#박솔뫼 #성혜령 #임솔아 #장희원 #정기현 #황시운 #한국문학 #현대문학 #단편소설 #소설추천 #문학추천 #외로움 #소외 #고독 #사람과관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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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은 박솔뫼 작가의 '사과' 이외에 성혜령 작가의 '하악', 임솔아 작가의 '나의 빈 묘에', 장희원 작가의 '영주', 정기현 작가의 '그거 점 된다', 황시운 작가의 '일일업무 보고서'가 수록되어 있다. '사과'는 애리와 선호의 자연스러운 감정들이 그려진다. 드라마틱한 사건 없이 자연스레 가까워지고 또 멀어지는 아주 현실에 가까운 연애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은 그 누구도 명확히 알 수 없으며 시작과 끝은 모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하악'은 장애가 있는 동생 태인을 돌보는 자인의 이야기이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당연시 여겨지는 돌봄이지만, 애정과 피로와 부담감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충돌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타인을 위해 자신을 포기하는 자인의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희생과 자기돌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나의 빈묘에'는 지윤과 윤미의 반려견인 조아를 위한 묫자리에서 시작된다. 묫자리가 죽은이를 위한 자리인지 남겨진 이들을 위한 자리인지에 대해 묻는 '나의 빈묘에'는 나의 삶과 삶 이후에 대해 생각하게 하며, 그런 삶을 누구와 나눌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영주'는 불편함을 담고 있다. 영주의 고통을 지켜본 우진에게 영주는 마지막도 지켜봐달라고 한다. 고통과 복수, 책임감과 불편함을 담은 '영주'는 많은 생각을 남긴다. '그거 점 된다'는 몸에 생긴 점들에 대한 타인의 말들을 들으면서 생겨난 마음의 갈등을 담고 있다. 점이라는 소재로 그려진 '그거 점 된다'는 내 생각과 타인의 시선이 충돌할 때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일일업무 보고서'는 장애를 가진 세진의 일상이 그려진다. 우리가 손쉽게 하는 먹고, 씻고, 일하는 등의 기본적인 것들이 세진에게는 매순간 노동으로 이어진다. 누군가의 도움이 항상 필요한 세진의 일상이 그려진 '일일 업무 보고서'는 담담하게 그려져 오히려 무겁게 느껴졌다. 6편의 단편 속 주인공들은 공통적으로 외로움과 쓸쓸함이 묻어난다. 이해안되는 사랑과, 애정과 애증이 공존하는 가족, 상처와 고통, 그리고 타인의 시선과 도움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하루를 힘겹게 견뎌낸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은 삶이란 혼자만의 것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에서 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하며, 우리로 하여금 이런 복잡한 관계를 다시 점검하며 살아가라고 전하는 듯 하다. 무심코 지나친 것들을 되돌아보는 시간,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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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박솔뫼 #이효석문학상수상작품집 #사과 #북다방1기 함께 있다는 말의 무게 박솔뫼의 <사과>를 읽으며 오래 남은 것은 사건보다 창밖을 바라보는 애리의 자리였다. 차는 어딘가로 향하지만 애리는 그 풍경 속을 직접 걷는 자신을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선호와 가까워지는 동안에도 둘은 같은 것을 같은 모습으로 보지 않는다. 선호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애리의 감각을, 애리가 끝내 설명하거나 증명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잠시 나란히 있을 수 있고, 그 시간이 끝난 뒤에도 함께 있었던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어 실린 <비둘기 옮기기>는 이 책을 읽는 방법까지 돌아보게 한다. 화자는 비둘기를 고양이로 바꾸지 못한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비둘기를 아주 조금 다르게 본다. 여섯 편을 읽고 난 뒤 내게도 그런 변화가 남았다. 익숙한 말로 분류하던 사람과의 관계가 전처럼 보이지 않았다. 성혜령의 <하악>에서 자인은 장애가 있는 동생 태인을 돌본다. 가족이라면 기꺼이 책임져야 한다는 믿음은 너무도 당연시되기에 거절하기도 어렵다. 자인이 느끼는 피로와 분리되고 싶은 마음을 읽으며, 누군가를 돌봐야 한다는 말 앞에서 정작 돌보는 사람의 삶은 얼마나 자주 지워지는지 생각해본다. 자인을 쉽게 비난할 수 없는 것은 그가 타인을 구분하고 배제하는 방식을 알아보면서도 자신 역시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임솔아의 <나의 빈 묘에>에서는 묘가 누구를 위한 자리인지 묻게 된다. 지윤과 윤미는 반려견 조아를 기억하고 다시 찾아갈 수 있는 따뜻한 곳에 묻어주고 싶어 한다. 묘는 죽은 뒤의 자리를 미리 정하는 공간만은 아니다. 살아 있는 동안 누구와 삶을 나누고, 누가 나를 기억하며 찾아올 것인지에 관한 자리이기도 하다. 조아에게도 그런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두 사람의 마음이 전해졌다. 장희원의 <영주>는 훨씬 불편한 방식으로 '곁에 있음'을 요구한다. 영주는 과거 자신의 고통을 지켜봤던 우진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목격해 달라고 한다. 우진이 끝내 말을 잃고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느끼는 결말은 단순한 복수의 성공으로만 읽히지 않았다. 타인의 고통을 보고도 지나쳤던 사람이 뒤늦게 그 고통을 자신의 문장으로 다룰 수 있는가. 이 소설은 목격과 책임 사이에 놓인 긴 시간을 독자가 피할 수 없게 만든다. 정기현의 <그거 점 된다>는 몸에 생긴 점과 허물을 통해 남들이 정한 모습대로 살아야 한다는 압박을 기묘하고도 경쾌하게 뒤집는다. 희정이 점을 없애려 애쓸 때와 그것을 다르게 받아들이게 될 때, 같은 몸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황시운의 <일일업무 보고서>에서는 그 몸의 문제가 다시 일상의 구체적인 시간으로 돌아온다. 세진에게 먹고 일하고 몸을 돌보는 일은 매일의 판단과 노동이다. 도움을 받는 일에도 나중에 치를 값이 있을 수 있다는 세진의 생각은 그의 독립심을 추상적인 미덕이 아니라 살아온 경험으로 이해하게 한다. 아무 마음도 갖지 않겠다는 다짐과 달리, 내일을 생각하게 되는 세진의 마음 또한 오래 남는다. 이 작품집의 인물들은 저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멀어지고, 돌보고, 기억하고, 목격한다. 그러나 어느 관계도 '우리'라는 말 하나로 간단히 묶이지 않는다. 함께 있는 동안에도 서로 다른 풍경을 보고, 사랑과 돌봄 안에서도 각자의 삶은 저마다의 무게를 가진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비둘기가 아주 조금 고양이처럼 보였다는 문장이 다시 떠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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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유년시절에 가장 좋아하던 국내 소설가는 은희경이었습니다. 은희경의 소설에 빠진 이유를 생각해보면 두가지였습니다. 첫번째는 관계속의 단절, 그 냉정한 예의(?)를 보여주는 이야기를 처음 접했기 때문입니다. 지리한 감정이입이나, 흔한 기-승-전-결의 구도 없이 <새의 선물>과 <타인에게 말걸기>를 보며 저는 소설속이 아닌 소설 후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는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관찰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어느정도의 위선이 있고 의도치 않게 자기기만을 하게될때가 있죠. 문제는 이것이 권력을 잡게되거나 사회적 통념과 연결이 될때도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정읠라고 여겨지는 것들 뒤에 벌어지고 있는 것들을 '담담히' 그리고 '날카롭게' 관찰한게 작가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저는 은희경 작가의 익숙함이 있으면서도 새로운 작가의 짧은 단편을 읽고 꽤 오랫동안 여운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박솔뫼의 <사과>입니다. <이효석 문학살 2026>의 대상 수상작입니다. 주인공인 애리는 '부유'하는 듯한 사람입니다. 부유속에서 그녀는 일을 하고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깨어있는 시간이 떠나니는 것 같다면, 오히려 잠을 자는 시간은 고정된 장소입니다. 그래서 <사과>에는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애리는 잠이라는 장소가 자신에게 주어졌다고 여긴다. 어느 곳에서 살든지 나에게 잠이라는 곳이 있고, 나는 잠을 잘때 그곳에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애리에게 잠은 체력을 보충하는 휴식이 아닌 돌아가야할 집과도 같습니다. 역설적으로 잠에서 깨서 활동하는 애리의 일터, 그리고 '관계'는 불완전함에 가깝습니다. 애리는 카페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선호와 연애를 하는 것 같지만. '연인이 되어도 좋을 만한 친밀함'정도로 치부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둘의 대화는 <사과>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선호의 집에서 애리는 사과를 깎아먹으며 풀리지 않는 둘의 관계, 그리고 지속할 수 없는 둘 사이의 간극을 이해하려 합니다. <사과>는 은희경의 그것처럼 누군가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야기가 차갑거나 따뜻하거나, 어느 감정선의 변동이 느껴지는 것보다, 마치 평범한 일상을 관찰하는 것처럼 보여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과>가 광각렌즈가 아닌 망원렌즈로 바라본 누군가의 삶을 관찰하는 새로운 시점을 만들어간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사과를 먹던 애리는 더이상 예전같지 않을(것 같은) 선호와의 다음 만남에서도 사과를 먹는 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독자들은 둘 사이의 치열한 감정선이 있었을거라 상상하게 됩니다. 저는 마치 고속열차를 타면서 보는 광경을 떠올리게 됩니다. 도심 한가운데 두 남녀는 치열한 말싸움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열차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그 둘의 모습을 빠르게 지나갑니다. 가까이서 보이는 비극을 멀리서 담담하게 담아내는 관점, 제게 <사과>가 익숙함속의 새로운 소설인 이유입니다. '관점' |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