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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만화가 백해무익하다고 처음 퍼트린 사은 누굴까? 나는 지금, 사토 씨에게 위로받았다. 친구가 없다는 이유로 관계에 미온적이 되고 덩달아 자존감이 낮아지는 게 그다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친구고 뭐고 모든 관계가 피로하다. 마스다 미리는 2001년,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로 만화가로 데뷔했다. 특별한 사건 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 감정을 담백하게 짚어내는 화법이 특징인데, 2006년부터 시작한 〈수짱〉 시리즈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가족을 소재로 한 <사와무라 씨 댁> 시리즈, <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 <영원한 외출> 같은 에세이로 세대를 아우르는 독자층을 확보했다. <중년에 지친 밤에는>에서는 50대로 접어들며 달라지는 마음의 방향과 삶의 태도를 담담하게 그려내면서 생애 주기를 따라가며 그려왔다. 전작 <미우라 씨의 친구>는 소원해진 친구와의 관계에 상처받으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사토 씨의 친구>는 가상의 공간을 매개로 친구를 새로 만드는 이야기다.
몇 년 전, 아이들이 하도 졸라 〈모여봐요 동물의 숲〉 한 번 하겠다고 닌텐도 스위치를 샀다. 라이트가 아니라 진동 빵빵한 낚시질 손맛이 느껴진다. 게다가 TV와 연결되는 거치형이다. 돈 좀 썼다. 그런데 잠시 잠깐 반짝하더니 방 세 칸짜리 이층 집에 바퀴벌레가 득실 해져도 하는 꼴을 못 봤다. 결국 내가 틈틈이 한 두 번 시작하다가 언덕 꼭대기에 집을 마련하고 낚시와 해루질을 일삼으면서 하루를 보냈다. 섬 속에 사는 내가 너무 행복해 보였다. 그런 공감을 사토 씨가 알아줬다. 가능하다면 그의 섬으로 놀러 가고 싶다.
책은 두 명의 '사토 씨'를 등장시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릿짱, 아오린이라는 애칭으로 구분하면서, 릿짱은 마흔 살의 미혼 회사원으로 엄마와 둘이 살고 있고 동료 관계에 은근히 불편함을 보인다. 아오린은 '얌전하다'는 꼬리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며 역시 인간관계에 서툰 모습을 보인다. 뜬금없이 넘겨받은 닌텐도 스위치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시작하면서, 릿짱은 게임 속 세계가 마치 또 하나의 평행세계처럼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일상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우연히 만난 아오린과 <모동숲>을 매개로 친구가 된다. 두 사토 씨는 서로 지나치게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그러면서도 마음이 편안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간다. 어쩌면 현실 세계에서 릿짱처럼 관계 맺기 타이밍에 서툴거나, 널리고 널린 무례한 사람들로 관계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뭐지? 이 갑작스러운 전개는? 22년 전 바람피우고 이혼한 아빠를 만나 이렇게 쿨하게 유산을 요구한다고? 갑자기 일본 이란 나라가 희한해졌다. 역시 가깝지만 먼 나라인가. 정말 그러고 싶진 않지만 생각이 스치니 지워지지 않는다. 릿짱이 아빠를 만나고 여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아오린이 동생이구나!라는 심증이 화산 터지듯 팡 터졌는데… 아니네? 뭐냐, 이 수준 낮은 내 상상력에 웃고 말았다. <모동숲>은 섬 안에 주민으로 관계를 맺고 있지만 누구도 서로에게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는다. 매일 만나지 않아도 되고, 연락이 뜸해도 서운해할 필요가 없고, 적당히 다가왔다가 적당히 멀어져도 괜찮은 관계다. '미움받지 않기 위해' 말을 고르고 눈치 보며 관계를 이어가는 현대인들은 이런 세계가 충분히 위안이 되지 않을까? '친구'와 '우정'에 대해 작가의 담백한 화법은 최고다. 특히 부모님의 건강이 염려되는 돌봄 시기의 독자라면, 이 책이 건네는 '적당한 거리감'이라는 위로가 꽤 크다.
결국 참지 못하고 <모동숲>으로 들어가 바퀴벌레를 잡고, 생겼는지도 몰랐던 갑돌이와 갑순이가 주인인 호텔을 둘러보고 주민들이랑 수다 떠느라 시간이 훅 가버렸다. 내일 출근은 어쩐다? #북플루언서 #사토씨의친구 #마스다미리 #박정임 #이봄 #서평 #책리뷰 #만화 #공감 #모여봐요동물의숲 #인간관계 #위로 #돌봄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하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