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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시집을 시작으로 인문학, 소설, 산문까지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며 문학성을 세상에 펼치신 천세진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인 “양철 우산”은 무언가를 억지로 완성해야 한다거나 굳이 해명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담담한 위로의 전합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야외 활동 보다는 실내에서 비 내리는 걸 가만히 내다보거나 비 떨어지는 소리를 감상하곤 합니다. 겉표지의 양철 지붕 모양의 투박한 우산 그림처럼, 그리고 표제작인 “양철우산” 시처럼 빗방울 소리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양철 우산에 대하여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기도 했습니다. 이 시집은 요란하지 않게 곁을 내어주는 시인의 관조적인 시선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잊힐 것을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 붙잡고 있는 기억과 풍경의 경계를 나지막한 언어로 서술하며, 남들이 보지 못하는 현상의 이면을 수집하려는 깊은 침잠으로 이어집니다. 시를 쓰는 행위 자체에 대한 성찰이 더욱 깊어지며, 일상적인 부분이나 작은 변화 속에서도 관찰을 통해 작품으로 연결 짓습니다. 완성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가는 세상 속에서 무언가를 완성하려 하지 않고, 그저 흘러가고 돌아오는 것들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내는 시인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니다. 소란한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나만의 속도로 귀를 기울이고 싶을 때, 가만히 펼쳐 들고 온몸으로 빗소리를 받아 들이기 좋은 시집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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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참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다르다 깊다고 할까? 아니면 좀 시선이 평이해 보통사람의 공감력을 자극한다고 할까? 양면을 가지고 있는 시집이다 아마도 그래서 제목이 양철우선인가보다 싶기도 했다 작은 일 일상적인 것애서 작가의 남다른 시선을 같이 따라가고 나니 안개낀 새벽녘을 걷는 기분이 든다. 릴렉스 되는 기분을 느끼고 싶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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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에 새겨진 상처의 깊이가 달라서일까요? 사색하고 음미하기를 반복할수록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느껴졌어요. 하지만 하나는 알것 같아요. 그저 삶을 흐르는대로 바라보며, 일상에서 놓칠 수 있는 현상의 이면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다는 것의 소중함 말이에요. 유난히 마음이 닿았던 시 몇 편의 일부를 남길게요. 🖌️ 고민을 그만두고 ------------------------------------------------ 아름다움이 항아리 속에 살고 있을 것 같아 어느 봄날 작은 항아리를 사서 속을 깨끗이 닦아 볕 잘 드는 곳에 두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바꾸거나 항아리를 씻어 두고 기다리는 일 🎙️'아름다움'을 찾고 싶어 고민하던 시인은 '작은 항아리'를 사요.속을 깨끗이 닦아 햇볕 잘 드는 곳 에 두고 탐색하지요. '어떤 아름다움이 담길까' 오랜 시간 설레며 바라보지만 기대는 무너져요. 항아리 바닥에 '지저분하고 거뭇한 줄'만 남게 되어서요. 항아리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고민은 그만 접아둘 수 밖에요. 🖌️은빛 머리카락 ------------------------------------------------ 당신 머리카락이 은빛이 되었네, 뒤따라오던 아내가 말했다 검은 머리도 흰머리도 아니게 된 것이 시간의 어느 사이가 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호랑나비가 앉은 무게를 견디느라 풀잎이 조금 내려앉을 때가 어느 사이는 아닌 것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늙어 은빛이 된 것은 아니다 은빛 머리카락은 요즘 태어난 것들이고 검은 머리카락보다 나이를 먹지도 않았다 흰 머리카락들이 생겨난다면 가장 앳된 것들이 될 것이다 앳된 것들이 오래된 일을 증명하는 것은 이상하다 이상한 것들이 멀찍이 떨어져 사이를 만들어도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검은색이던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변해가는 건 우리 모두가 받이들여야 하는 세월의 흐름이죠. 한 두개씩 머리카락이 은빛을 띌 때마다 '늙어가는구나'하며 한탄할 필요가 없다고 시인은 말해요. 머리카락의 색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머리카락이 계속 '태어난 것'이라고 하지요. 시인에게 '흰 머리카락'은 그저 '앳된 것들이 계속 태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거든요. 🖌️달이 작아지는 길 ------------------------------------------------ 카페 문에 달린 종 우는 소리, 당신이 왔다고 생각한다 한동안 자귀나무 울음 때문에 힘들었다고 하니,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당신이 대답했다고 생각한다 먹구름이 오래 머물렀다는 말을 덧붙였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온 적 없는 자리를 떠나 개와 박새의 울음을 지나서 한참을 걷는다 달이 조금씩 작아지는 길 같다 🎙️달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지요. 이 시에서 '반달'은 시간의 어떤 경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상태와 맞닿아 온전한 서로를 꿈꾸는 것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상징 같아요. 미완성이 만나야 완성이 되는듯한 느낌이랄까요. "논 피니토(non-finito)" 오래 전 미술사에서 미켈란젤로의 조각과 작품에 관해 읽었던 내용이 떠올랐어요. '논 피니토(non-finito)'는 이탈리아어로 '끝나지 않은 것', '미완성'이라는 뜻인데요. 조각이나 회화에서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처럼 남겨진 표현을 가리킬 때 사용되는 단어에요. 하지만 단순히 작업을 끝내지 못한 미완성과는 그 의미가 달라요. 거친 흔적, 덜 깎아 덜 다듬어진 형상 자체를 긴장감과 생명을 불어넣은 표현 방식으로 이해하거든요. 미완성 자체가 완성된 작품인 것이지요. 💐 시를 읽으며 제게 말해요. 세상은 불완전하고 우연 투성이지만, 미완성이나 부족함으로 바라 볼 것만은 아니지 않느냐고. 그리고 나만의 통찰로 정리하죠. 언제나 미완성일 수밖에 없는 우리 삶 자체를 아름답에 바라보는 시선을 갖는 일, 일상곁에 가만히 함께 머무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라는 것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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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머리카락> - 천세진 당신 머리카락이 은빛이 되었네, 뒤따라오던 아내가 말했다 검은 머리도 흰머리도 아니게 된 것이 시간의 어느 사이가 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호랑나비가 앉은 무게를 견디느라 풀잎이 조금 내려앉았을 때가 어느 사이는 아닌 것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늙어 은빛이 된 것은 아니다 은빛 머리카락은 요즘 태어난 것들이고 검은 머리카락보다 나이를 먹지도 않았다 흰 머리카락들이 생겨난다면 가장 앳된 것들이 될 것이다 앳된 것들이 오래된 일을 증명하는 것은 이상하다 이상한 것들이 멀찍이 떨어져 사이를 만들어도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검은 것 은빛인 것 흰 것, 한 몸에 자라는 서로 다른 기후대의 식물일 수도 있다 시인은 엉뚱하거나 이상한 생각을 하는 존재가 아니다. 새로움에 대한 강박증에 사로잡힌 존재도 아니다. 시인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시인은 뒤따라오던 아내가 “당신 머리카락이 은빛이 되었네”라고 한 말에 대하여 “검은 머리도 흰머리도 아니게 된 것이 시간의 어느 사이가 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생각을 스치듯이 해보는 존재랄까. 이 시의 미덕은 그런 조금은 엉뚱한(?) 생각조차 “호랑나비가 앉은 무게를 견디느라 풀잎이 조금 내려앉았을 때가 어느 사이는 아닌 것처럼”이라는 멋지고 적절한 시구로 시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준 데 있다. 일종의 문학적 친절함이랄까. 시에서 친절함은 미덕이기는커녕 흠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식의 우아한 친절함은 독자로서 대환영이다. 이 시의 미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가령, “검은 머리카락이 늙어 은빛이 된 것이 아니다”라니? 처음에는 수긍하기가 어려웠다. 검은 머리가 흰머리가 되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 아닌가. 하지만 시를 더 읽어가다 보면 화자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흰 머리카락들이 생겨난다면 가장 앳된 것들이 될 것이다”라는 구절에 와서는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너무도 당연한 현상인데 그것을 밝혀낸 관찰력이 놀랍다. 맞다. 시인은 그런 존재다. 당연한 일로 무릎을 치게 하는. 즐거운 발견이랄까. 새로움에 대한 강박증이 아닌 생에 대한 다정함과 차분한 관찰력으로 얻어낸 것들이다. 이 시의 마지막 연은 화룡점정이 되겠다. “한 몸에서 자라는 서로 다른 기후대의 식물”이라니! - 안준철 시인 / 웹진 《초록의자》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