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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 책은 백만 원에 팔아도 팔리겠다!” 책을 다 읽은 아이가 툭 던진 한마디. 얼마나 재미있었으면 책 한 권에 백만 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였을까! 대체 어떤 이야기길래 아이의 마음을 이토록 사로잡았나 싶었는데, 설정부터 기발하다.
주인공 준우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바로 새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 짹짹, 삐삐삐, 구구구. 우리 귀에는 그저 새소리로 들리지만 준우에게는 말이 된다. 새가 말을 건네고, 서로 비밀을 나누고, 심지어 의기투합해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 아이는 “나도 새랑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부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하긴, 얼마나 신나는 일일까. 창밖에서 짹짹거리는 참새에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길에서 만난 까치에게 동네 소식을 전해 듣는다면! 평범했던 하루가 순식간에 마법 같은 모험으로 바뀔 것만 같다. 그런데 이 특별한 능력이 뜻밖의 순간에 빛을 발한다.
친구 로아의 머리핀을 찾아주려다 오히려 도둑으로 몰릴 상황에 놓인 준우. 좋은 마음으로 한 일이 엉뚱한 오해를 불러오다니! 혹시라도 정말 도둑으로 몰릴까 봐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이때, 새들이 기량을 뽐내며 위기 탈출에 나선다! 이들의 기막힌 활약에 긴장은 어느새 웃음으로 바뀌고, 새삼스럽게 이 작은 친구들이 얼마나 든든하게 느껴지던지! 『슬기로운 외국어 생활』은 웃음과 긴장을 번갈아 톡톡 튀겨 낸다. 어느 순간에는 준우 편이 되어 속으로 응원하고, 또 어느 순간에는 새들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운다. 영어 공부는 어렵기만 했던 준우가 새들의 언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말 한마디 알아듣는 순간, 평범했던 세상이 얼마나 넓어질 수 있는지! 영어 단어 하나 외우기도 버거웠던 준우에게 새들의 언어는 세상을 향해 열린 또 하나의 창문이었다. 하지만 말을 안다는 것과 마음이 통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 상대를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다름을 이해할 때 비로소 진짜 대화가 시작되는 게 아닐까. 외국어는 낯선 말을 배우는 일이지만, 소통은 낯선 마음에 다가가는 일. 어쩌면 작가님이 들려주고 싶었던 슬기로운 외국어 생활은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비법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상을 잇는 마음의 언어였는지도 모르겠다. 『슬기로운 외국어 생활』은 낯선 언어에 귀를 열고, 낯선 존재에게 마음을 열며, 서로 다른 세상 사이에 다정한 다리를 놓아 주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