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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다시 보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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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돌담길을 따라선 커다란 플라타너스가 잘려나갔다. '제거 예정'이란 종이가 붙은 뒤로 일주일 정도 흘렀을 때, 아침 일찍 업자들은 나무를 베어갔다. 이유는 안전상의 이유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있었던 나무가 사라진 자리는 이가 빠진 것처럼 허전했다. 궁궐 벽 넘어서까지 가지를 뻗어 그늘을 드리운 모습이 참 멋있었는데, 이제는 그 자리에 벽만 보인다.물론 시민 안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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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돌담길을 따라선 커다란 플라타너스가 잘려나갔다. '제거 예정'이란 종이가 붙은 뒤로 일주일 정도 흘렀을 때, 아침 일찍 업자들은 나무를 베어갔다. 이유는 안전상의 이유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있었던 나무가 사라진 자리는 이가 빠진 것처럼 허전했다. 궁궐 벽 넘어서까지 가지를 뻗어 그늘을 드리운 모습이 참 멋있었는데, 이제는 그 자리에 벽만 보인다.


물론 시민 안전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 지경이 되도록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게 문제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로수는 늘 이런식이었다. 필요할 땐 심기고, 냄새난다고, 지저분하다고, 걸어다니다가 낙엽에 미끄러질 수 있다 등의 이유로 천대받고 쉽게 베어진다. 인간에 의해서. 


자연이기도 하지만 자연이 아닌 거 같기도 한, 그 애매한 포지션으로 가로수라는 이름아래 줄 지어 선 나무들을 다시 바라봐야겠다 싶었다. 때마침 서울환경연합 전문 위원이자 조경학 박사인 최진우님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없다>를 읽었다. 부암동 환기미술술관 앞 관계자의 독극물 주입으로 죽게 생긴 은행나무를 비롯해,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무참히 잘려나간 전국 곳곳의 나무들 이야기가 나와있다. 


이렇게 잘려나가는 이유에는 나무를 엄연한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보지 않는 인식에 있다.

인간 편의를 위한 '쓸모'의 도구로서만 전락하고 나무를  평가절하하는 세태가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책에서는 나무와 관계 맺는 방법으로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나무를 다시 보자고 권한다.



"이름이 관계를 만들고 관계가 행동을 만들었다. 

키머러의 책에서 잊히지 않는 구절이 있다. 

원주민들은 나무를 서 있는 사람들이라 부른다고 한다." 

p.185


이름을 붙이는 순간 우리는 나무를 나와 동등한 위치에서의 대상자로 바라볼 수 있고 존중할 수 있다. 실제로 나 역시 그랬다. 커다란 플라타너스를 안아보고, 나무 할아버지라 불러보고, 두 팔로 힘껏 껴안았을 때의 느낌을 잊지 못한다. 나무가 말은 못하더라도 진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연을 지키느니 어째느니 이야기 하지만, 어쩌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내 집 근처에 있는 가로수를 매일 들여다보고 안부를 묻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계절별로 어떻게 옷을 갈아입는지, 다친 곳은 없는지, 뿌리가 부풀어 올라 보도블럭이 들려 있지는 않은지. 그 변화의 모습을 미세하게나마 인지하고 있으면 뭐랄까 일종의 '정'이 드는 것도 같다. 괜히 수호자를 자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학교 내 나무나 학교 근처 나무를 하나 지정해놓고 정기적으로 관찰하고 쓰다듬고 어울리는 시간만 가져도 가로수를 향한 생태감수성이나 한 존재로서 바라보는 연습이 충분히 가능할 것도 같다. 



"호주는 자기 집 정원에 심은 나무를 자를 때도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그곳 사람들은 인간이 나무를 마음대로 벨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백 년도 못 사는 인간이 어떻게 수백 년 사는 나무를 함부로 자르느냐고. (중략) 어쩌면 잘려나간 것은 나뭇가지가 아니라 생명을 감각하는 우리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

p.135


나무도 우리 사회의 일원임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봄날의 벚꽃만 예뻐할 게 아니다. 가을 단풍놀이의 울긋불긋 나무들만 사랑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 함께 살아가는 나무 모두 존중 받아 마땅하다. 나무가 없다면 우리의 추억도 없고, 우리 주변의 풍경도 없다. 결코 그들은 시설물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돌보고 지켜봐야 할 존재임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임을 인식할 수 있으면 좋겠다. 

YES마니아 : 로얄 o****3 2026.09.28. 신고 공감 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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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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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면서 나무를 보긴 봤다. 그런데 봤다고 할 수 있을까.이 책을 읽고 나서 출근길이 달라졌다. 지하철역에서 회사까지 걷는 십 분 동안, 예전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가로수들이 하나씩 말을 걸어왔다. 저 나무는 왜 저렇게 잘렸을까. 저 자리엔 원래 어떤 나무가 있었을까.책은 시종일관 조용하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그런데 다 읽고 나면 마음이 시끄러워진다. 우리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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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면서 나무를 보긴 봤다. 그런데 봤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나서 출근길이 달라졌다. 지하철역에서 회사까지 걷는 십 분 동안, 예전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가로수들이 하나씩 말을 걸어왔다. 저 나무는 왜 저렇게 잘렸을까. 저 자리엔 원래 어떤 나무가 있었을까.


책은 시종일관 조용하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그런데 다 읽고 나면 마음이 시끄러워진다. 우리가 나무를 '관리 대상'으로 보는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놓쳤는지, 조곤조곤 짚어주기 때문이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어도 좋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오늘 지나쳐온 그 나무의 이름이 궁금해질 것이다.


#아낌없이주는나무는없다 #슬로비 #최진우

#인문교양 #도시나무 #가로수 #출근길책읽기 #생각하게하는책

4******k 2026.08.17.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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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나무와 함께 살아가기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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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에 강제적으로 이사와 살고 있는 나무들에 대해 담백하게 잘 풀어낸 책이다. 글도 편하고 쉬이 읽히는 것도 장점이다. 사람을 위해 심어놓은 나무라는 생명을 소중하게 대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저자의 나무에 대한 애정이 책의 여기저기에 잘 표현되어 있고 우리를 그 애정에 참여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다. 아무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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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에 강제적으로 이사와 살고 있는 나무들에 대해 담백하게 잘 풀어낸 책이다. 글도 편하고 쉬이 읽히는 것도 장점이다. 사람을 위해 심어놓은 나무라는 생명을 소중하게 대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저자의 나무에 대한 애정이 책의 여기저기에 잘 표현되어 있고 우리를 그 애정에 참여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다. 아무쪼록 많은 사람들이 나무를 소중하게 대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나무로 생각하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유익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o*****m 2026.09.03.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