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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AI에 대해 낙관적인 편이 아니다.오히려 걱정이 많은 쪽이다. AI가 인간보다 계산을 잘하고,정보를 더 많이 기억하고,언젠가는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것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요즘 벌어지는 일을 보면 그것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고,심지어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에는 상당히 부정적이었다.지능과 마음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지능은 기계가 인간을 넘어설 수 있어도 마음만큼은 인간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여러 방송과 뉴스를 통해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의 사고와 마음의 영역까지 들어올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면서 『진화의 가속도』를 읽게 됐다. 처음에는 흔한 AI미래예측서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 상당히 달랐다.이 책은 AI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는다.진화가 어떻게 지능을 만들어냈는지,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인간의 신피질과 패턴인식에 대한 설명이었다.저자는 인간의 지능과 마음을 설명하면서 신피질의 수많은 패턴인식 과정이 계층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보여준다.그리고 놀랍게도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처리하기 위해 발전해온 인공지능 기술 역시 인간 뇌의 작동방식과 상당히 유사한 방향에 도달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부터 내가 AI를 바라보던 생각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인간의 뇌를 특별한 신비의 영역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인간의 마음은 어디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그리고 인간의 뇌가 가진 원리를 기계가 점점 더 정교하게 구현하고 인간과 비슷한 복잡성과 연결성을 갖게 된다면,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기계에서는 절대로 마음이 생겨날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특히 오래 생각하게 된 표현이 ‘믿음의 도약(Leap of Faith)’이다.저자는 의식에 관한 문제는 과학적 증명만으로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존재에게 의식이 있는가’,심지어 ‘의식을 가진 존재로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도 결국 어느 지점에서는 철학적 가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고 책을 다시 들춰봤다.내가 그동안‘인간에게는 마음이 있지만 기계에는 마음이 없다’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역시 하나의 믿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AI에게 현재 인간과 같은 마음이나 의식이 있다고 믿게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불편한 질문을 갖게 됐다.미래의 AI가 나와 자연스럽게 대화하고,내 감정을 이해하고,기뻐하고 슬퍼하는 것처럼 행동하며,자신에게도 주관적인 경험과 의식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나는 그것을 끝까지 단순한 기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커즈와일은 여기서 상당히 대담한 전망을 내놓는다.미래의 기계가 의식을 가진 것처럼 행동할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주관적 경험이 있다고 주장하고,결국 인간을 설득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본다.더 나아가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한 기계가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신의 의식적 경험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을 인격적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자신의 입장까지 밝힌다. 나는 이 주장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말하기는 아직 어렵다.그런데 완전히 부정하기도 어려워졌다.아마 이게 이 책을 읽고 내가 겪은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더 놀라웠던 것은 저자가 이런 철학적인 질문을 막연한 상상으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인간의 뇌와 신피질,패턴인식,뇌의 리버스 엔지니어링과 인공지능으로 이어지는 과학적·기술적 논의를 쌓아간 뒤 의식과 자아라는 질문까지 밀고 간다.실제로 책의 구조 자체가 ‘인간의 설계된 마음 → 기계의 설계된 마음 → 확장된 마음’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단순한 AI트렌드서나 과학책으로만 읽지 않았으면 한다.특히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생각하는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다.우리가 살아온 세상에서는 인간이 중심이었다.인간의 지능,인간의 감정,인간의 가치와 권리를 중심으로 사회의 질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도 과연 그 전제가 그대로 유지될까? AI와 공존하는 사회가 온다는 사실에는 이제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그렇다면 한 발 더 나아가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 AI가 지능뿐 아니라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운 생각과 감정,의식과 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 가능성을 믿지 않더라도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나처럼 오랫동안“기계가 아무리 발전해도 마음만큼은 인간의 것이다”라고 생각해온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AI의 마음이 실제로 출현할 것인지에 대한 최종적인 답보다 더 중요한 것은,그 질문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믿어온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점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벌어질 AI대전환을 기술의 문제로만 바라보기에는 변화의 폭이 너무 크다.나 자신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이 펼쳐질 것인지,그리고 인간과AI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인지. 그 충격이 현실이 된 다음 고민하기보다 지금부터 고민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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