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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인상깊게 읽었던 '눈먼 자들의 도시'의 저자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이다. 이 사람이 노벨상을 탔었다라는 사실을 여태 모르고 있었더군. 포르투갈 작가라는 건 기억했었는데 말이다.
앞의 소설의 책날개인가에서 봤던 이 소설의 소개, 이베리아반도가 떠돌아다닌다... 어쩌구 하는 설명이 약간의 관심을 끌면서 계속 남아있었다. 에밀 쿠스트리챠의 '언더그라운드' 마지막 장면과 묘하게 겹치는 인상이랄까?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처럼, 아주 극단적인 비현실적 가정을 한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그런 가정 자체에서 기반한 소재로 그럴법한 사건들을 전개하는 SF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건은 전개되는 이야기 전체의 메타포이자 직접적인 단초정도로 활용된다. 물론, 이야기 전반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는 SF와 같은 소위 장르소설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주 사소한 사건들의 연속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러한 우연들의 집합인 세계의 움직임 속에서 동요하지만, 그래도 변함은 없는, 오히려 좀 더 원형으로 회귀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그린다고 말할 수 있을까? 좀 난해하긴 하다. 말로 설명하긴 좀 더 어려워보인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려는지, 소설의 화자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가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사실적으로 정확하게 말을 하지 못한다고 할 때, 그것은 그 사람이 그러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럴 수 없기 때문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렇다면 사람들이 왜 말을 그렇게 많이 하는 걸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라서 그렇지. 말하는 거. 어쩌면 말도 아닌지 몰라. 그냥 모든 것이 시행착오의 문제들일지도 몰라.."
사라마구란 사람은, 나름 쌈빡한 가정을 하나 상상했고, 그 일이 있을때 스페인과 포르투갈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를 예상했다고 할까? 하지만, 가정이 너무나 터무니 없었기에, 그리고 확실히 의도된 가정이었기에, 그로부터 갈래쳐서 나올 수 있을 이야기들은 너무 많았을 것이다. 그 민족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세상에 대한 아쉬움과 향수란 것들. 그러다 보니 이런 소설로 이루어진 많은 말들을 하고 싶었을 것이고... 그래도 부족할 것이다. 그게 작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들일테니깐.
작가의 상상은, 억지로 이야기하자면 우연들의 집합이었다. 무지막지한 가정은 빼더라도 말이다. 우연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다음처럼 소개된다.
"세상은 우연으로 가득하다. 어떤 것이 그것과 비슷한 다른 것과 우연히 일치하지 않는다 해도, 우연의 일치를 부정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그것은 다만 우연히 일치하는 것이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뜻일 뿐이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의 우연성 혹은 역설적 필연성이 생각나기도 하고.... 일어날 가능성이 1% 밖에 안되는 일이라는 것도, 확률 50% 짜리 일이 7개 정도만 연속적으로 일어나면 성사되는 것이란 단순통계가 떠오르기도 하고.... 지금 내가 이러고 있는 것도, 어떠한 필연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우연의 결과일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결국 민족적/지리적 특성을 소재로 하여, 우리가 터하고 있는 세상이 표류하고 있음을 환기시켜주는, 매우 난해한 주제를 담고 있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문체나 내용은 난해하지 않은게 아주 좋았다. |
| 돌뗏목. the stone raft. 돌로 된 뗏목이라. 돌로 어떻게 뗏목을 만드나, 그게 물위에 뜨나... 주제 사라마구 아저씨, 아니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하나, 어쨌든 그 할아버지의 책이 간만에 출간되었다. 10년쯤 전에 노벨상 수상 이후 한두편씩 번역되어 나오다 한동안 뜸했는데, 이번에 드디어 돌뗏목이 나왔다. 그의 저서 소개을 볼때마다 흥미롭게 눈여겨 봤던 소설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위치한 이베리아 반도가 어느날 갑자기 유럽 대륙에서 떨어져 나가 대서양으로 향한다. 그러나 왜 이러한 지질학적 대재난이 초래되었는지 그 원인을 찾지 못한다. 다만 그 순간, 즉 유럽과 반도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에, 한 여성은 느릅나무 가지로 땅에 금을 그었는데 어떤 수를 써도 그 금이 지워지지 않았고, 한 남성은 해변에서 제법 무거운 돌을 바다로 던졌는데 몇백미터나 훌쩍 날아가 떨어졌고, 또 숲을 거닐던 한 남성 주변엔 수천마리의 찌르레기떼가 항상 맴돌고, 다른 늙은 남성은 지진계도 측정하지 못하는 땅의 진동-울림을 자신의 발 밑에서 항상 느끼게 되고, 한 여성은 그저 심심풀이로 풀어내기 시작한 양말에서 끝도 없이 많은 실이 풀려나와 쌓이는, 정말이지 이상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이들의 이상한 경험들이 반도가 떨어져 나간 것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참으로 독특한 이야기다. 이야기는 다섯명의 사람들이 우연히 만나 이젠 섬이 되어 버린 이베리아 반도를 여행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반도에서 떨어져 나간 지브롤터를 구경하기 위해 남부 해안가로 향하기도 하고, 느릅나무 가지로 그어진 금이 정말로 지워지지 않는지 확인하러 가기도 하며, 반도와 대륙의 경계였던 피레네 산맥으로 가 실제로 반도가 떨어져 나간 것을 보러가는 등의 이야기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듯한 이야기 속에, 정부의 무능과 언론, 대중, 권력 등에 대한 조롱과 풍자가 가득하다. 또한 유럽의 강대국들 및 미국과 스페인 및 포르투갈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베리아 반도가 유럽에서 떨어져 나온다는 설정은 그러한 정치 역학적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사라마구 할아버지는 나름의 독뜩한 글쓰기 방식이 있다. 문장부호는 오로지 쉼표와 마침표. 따라서 주의깊게 읽지 않으면 어디가 대화인지, 그리고 누가 하는 말인지 놓치기 쉽다. 작가가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다가 등장인물들이 대화가 갑자기 끼어들기도 하고, 또 작가가 직접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건네기도 하며, 난데없이 자기가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꺼내게 된 이유도 불쑥 설명하기도 한다. 또 어느 순간 미지의 누군가가 끼어들어 한마니 툭 내뱉고 가기도 한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소설들이다. 수도원의 비망록, 예수의 제2복음 같은 책들은, 솔직히 예전에 읽어서도 그렇긴 하겠지만 꽤 이해가 버거운 소설들이었다. 그에 비해 최근에 새로 개정판이 나왔던 눈먼자들의 도시는 역시나 그 독특한 상황 설정으로 인해 쉽게 읽혀나갔던 기억이다. 눈먼자들의 도시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 소설 역시 권해볼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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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만들어진 뗏목. 그것일 것이라 상상은 했지만 이건 너무 거대했다. 너무 거대한 돌뗏목이라 뗏목위의 사람들은 그것이 바다위에 둥둥 떠다니는 것도, 사실은 느낄 수 없다. 단, 한 사람, 페드로 오르세를 제외하고...
유럽의 한 귀퉁이에서 이베리아 반도가 피레네 산맥이 갈라지면서 떨어져 나온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를 감지한 것은 다섯 사람.
조아나 카르다는 숲에서 주은 느릅나무 가지로 땅바닥에 금을 긋자, 피레네 산맥 동부 세르베르 지방에서 늘 입을 다물고 있던 개들이 짖기 시작하고, 그 금은 지워지지 않는다. 조아킴 사사는 들어올리기에도 버거운 돌을 해안가를 산책하다 바다로 내 던지고, 이천 마리의 찌르레기 떼는 주제 아나이수를 따라다닌다. 스페인의 페드로 오르세는 이베리아 반도의 분리의 진동을 느낀다. 마지막, 마리아 과바이라는 심심풀이로 풀기 시작한 양말의 실은 끝없이 풀려 산을 이룬다.
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만나게되어 이베리아 반도가 떨어져 나온 곳. 피레네 산맥, 갈라진 그 곳을 힘든 여정을 통하여 도착하게 된다.
이렇게 정리해 본 줄거리는 사뭇 간단하지만, 유럽에서 떨어져 나간 이베리아 반도 사람들의 공황상태, 그 상황에서 벌어지는 혼란은 간단하지 않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지진. 이런 자연재해는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에서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지만 이 책은 사라마구의 1986년작으로 유럽통합을 앞두고 갈등하는 유럽의 변방 포르투갈의 고민에서 시작된 작품이라고 한다. 이베리아 반도의 분리라는 이 환상적 장치는 포르투갈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초유의 사건 앞에서 포르투갈 정부당국이 보여준 무능함이나 유럽과 미국이 자신들의 이해득실 앞에서 국제적 연대와 원조에 대한 입장을 바꾸어가는 모습은 지금 우리를 둘러싼 현실에 대한 우화이다.
일본의 어떤 영화도 이런 것이 있다. 해저의 지층이 엇갈리면서 일본은 곧 가라앉게 된다. 그 전에 모든 일본국민은 어디론가 탈출해야 한다. 섬으로 이루어진 일본은 세계 제2의 경제대국답게 세계 곳곳에 땅을 사두었다. 하지만 그것이 해결책의 전부는 아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야 하고 모든 사람이 그 곳에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계의 각국은 이런 일본의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까? 한 마디로 망하게 되는 일본인을 냉큼 이민자로 안주시킬 나라는 없다.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것이다.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유럽통합에 있어 나에게 좋은 점은 단 하나, 배낭여행하기 편리해졌다는 것.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는 것. 하지만 당사자에게 있어서는 이 소설 외에도 숱한 고민과 어려움. 불협화음 등이 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유럽의 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절대로 모르는 일들이다. (아시아 통합은 없을 것 같다.)
포르투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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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작가 주제 사라마구는 이 소설에서도 어김없이 '있을 수 없는' 상황을 가정해서 인간에 대한 통찰과 유럽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꼼을 맛보여줬다.
이베리아 반도가 유럽대륙에서 떨어져나가 거대한 돌뗏목처럼 표류하는 상황. 그리고 다섯명의 주인공이 겪게 되는 이상한 현상. 그들 사이의 우정, 사랑, 배신,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서로에 대한 갈망과 믿음. 그리고 유럽대륙과 이베리아 반도, 이베리아 반도 내의 포르투갈과 스페인 사이의 미묘한 갈등.
그 동안 읽었던 이 작가의 소설이 인간의 어둡고, 약간은 추잡하다고 까지 할 수 있는 내면을 보여줬다면, 이 돌뗏목에서는 그나마 밝고 희망적인 부분을 노출시켰다고 느껴진다. 또한, 기본적인 작가의 말투 자체가 풍자적이다.
거대한 이베리아 반도 자체가 엄마같은 유럽대륙에서 떨어져나왔다는 설정은 무척 독특하고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그 동안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에서 얼토당토않은 상황은 많이 봐왔다. 노벨상을 받은 이 사람 소설들의 특징은 (다 읽어본 건 아니지만) 말도 안되는 상황을 무대로 설정해놓고 그 무대위에 올라간 주인공들의 내면을 치밀하게, 불편해서 '에헴' 하고 헛기침을 하게 만들 정도로 신랄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돌뗏목에도 개가 등장한다. '눈 먼 자들의 도시', '눈 뜬 자들의 도시'에서처럼 지옥에서 온 것 같은 이 개의 이름도 '콘스탄테'. 이 사람의 굵직굵직한 소설을 관통하는 유일한 공통분모로 사람은 아니지만 그 역할이 결코 미미하지 않은 개를 내세워 그 개의 이름처럼 '콘스탄테(일정함, 한결같음)'를 보여주는 듯한 작가의 고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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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 환상적리얼리즘. 개인과 역사, 현실과 허구가 섞여있다. 대서양을 떠도는 이베리아 반도. 그일과 관련있어 보이는 다섯 명. 스페인이 포루투갈보다 형편이 나을 것으로 보이긴 하는데, 포루투갈 쪽이 아조레스 제도와 부딪힐 것이므로. 미래야 말로 잘못을 교정할 수 있는 유일한 곳. <옮긴이의 말> 쉼표와 마침표만 사용한 주제 사라마구의 글은 판소리 같은 이야기 형식을 연상하며 읽는다면 더 즐길 수 있을 거라고 권유한다. 이상한 일에 이상한 사람들, 이상한 여행. 마지막이 있긴 한 걸까... 조아나 카르다- 느릅나무 가지로 땅을 긁었더니 성대가 없는 개들이 모두 짖었다. 조아킴 사사- 물수제비. 돌, 바다 페드로 오르세- 발을 굴렀더니 땅이 흔들렸다. 주제 아나이수- 찌르레기가 따라다니는 남자 마리아 과바이라- 계속 풀려나오는 파란 실 첫번째 금이 간 걸 발견한 아르당이라는 개. 오르바이세타 강이 사라짐. 프랑스, 스페인 양국. 틈이 생겼고 그 틈을 메워보려고 했지만 소용 없다. 채워지지 않는 파열구. 피레네 산맥이 둘로 쪼개지고 이베리아 반도가 떨어져 나간 상황 반도에서 떠나기 위한 혼란 공항, 항구. 사상자까지 발생하는 이베리아 반도가 유럽에서 떨어져 나와 떠돌기 시작한 것. 각국 정부는 별 뾰족한 수가 없고. - 코르도빌, 코르도베사, 코르도비아라고 불리는 올리브 나무 아래에 페드로 오르세, 조아킴 사사, 쥊 아나이수. 당국에서 바다에 돌을 던진 조아킴 사사를 찾고 있다. 조아킴 사사의 사사는 돌이라는 뜻. 조아킴 사사가 주제 아나이수를 찾아가 둘이 같이 떠남 찌르레기 덕에 국경도 넘고. 조아킴 사사의 차, 되세보를 타고 찾으러 간다. 페드로 오르셰를...스페인으로. 이베리아 반도가 돌뗏목이다. 지브롤터를 보러가다가. 혼란, 인간, 정부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일들. 하늘빛 눈을 가진 조아나 카르다가 찾아왔다. 주제 아나이수를 다라다니던 찌르레기 떼가 사라졌다. 반도가 아조레스 제도와 충돌할거래. 파란 털실을 문 개, 길잡이개, 필로투. 우리도 이베리아인이라는 유럽인들도 생기고, 반도는 이백킬로 떨어져 나왔고, 반도지지자들 있다. 이름, 말들의 이름, 개의 이름 정하고, 자신들의 이름 얘기하고 미국과 캐나다 정부의 반도에 대한 생각, 반도의 스페인, 포루투갈의 정치적 입장, 갑자기 커플들이 흔들리나. 다섯이 피레네 산맥의 갈라진 곳 끝에 갔을 때 반도가 멈추었다. 모든 것은 우연? 유럽, 미국, 러시아, 포루투갈, 스페인 정부들의 정치적 입장들, 반도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 태양과 반대 방향으로 스스로 도는 반도. 해가 매일 다른 곳에서 뜨고 계절은 의미 없고. 다섯도 문제에 여자들은 임신을 했는데, 누구의 아이인지... 전에 만났던 나귀 그는 로케로사노 만나 함게 하게 되나? 나귀 폴라테로와 함게 유럽으로 가던 남자. 집단 임신. 페드로 오르세가 죽고 반도는 멈춘다. 개도 로케로사노도 남자들 여자들도 이제 제각각 돌아갈 것이다. 정치도...생각해보게 되는 골 때리는 소설. 읽어볼 만하다. 음...다시 읽어볼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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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어느 날 한 여자가 나뭇가지로 땅에 금을 그었다. 또 다른 남자는 엄청나게 무거운 돌을 들어 바다를 향해 던졌고, 또 다른 여자는 파란 양말의 털실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또 한 명의 남자의 주변에는 갑자기 수 천 마리의 찌르레기 떼가 따라다니기 시작했고, 마지막 남자는 홀로 땅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모든 관련 없어 보이는 사건들 이후, 이베리아 반도와 유럽 사이를 가로지르던 피레네 산맥이 마치 칼로 자른 듯 잘라져버렸다. 그리고 얼마 뒤 이베리아 반도는 말 그대로 거대한 돌뗏목이 되어 대서양을 가로지르며 이동하기 시작한다.
혼란에 빠진 포르투갈과 스페인 정부와 국민들, 유럽과 아메리카의 정치인들의 모습이, 유럽의 일부분이면서도 이질적이고 독특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이베리아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결합되면서 특별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 와중에 앞서 언급한 다섯 명의 남녀는 함께 어디론가 여행을 시작하고, 다시금 주제 사라마구만의 말의 향연이 펼쳐진다.
2. 감상평 。。。。。。。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뭐라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일단 여행을 떠난 다섯 명의 사람들이 서로 모이게 하는 이유도 불분명하고, 사실 그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어느 것 하나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일들도 없다. 더구나 반도가 통째로 떨어져 나와 대양을 건너다니.. 여기에 이야기 속 정치인들의 과장된 헛소리들은 또 어떻고. 그냥 보면 책 전체가 부조리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는 것만 같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은 인간성의 바닥을 드러내는 이유가 되곤 한다. 조금 더 무거웠던 작가의 전작들(‘눈먼 자들의 도시’와 그 후속작인 ‘눈뜬 자들의 도시’ 같은)에서 이런 혼란들은 늘 인간들의 잔혹함과 비열함을 드러내는 장치였다. 하지만 이 작품은 조금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다섯 명의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어딘가로 향할 목적지를 설정하고, 행동의 이유들을 만들고, 그 안에서 관계를 설정하고 삶을 지속해 나가는데, 이는 혼란 속에서 길을 잃고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나머지 사람들과 대조를 이룬다. 저자의 눈이 조금 순해졌다고 할까.
갑자기 엄청난 크기의 땅이 떨어져 나와 마치 배처럼 바다 위를 떠다니고, 빙빙 돌다가 방향을 바꿔 이동하는 엄청난 격변 속에서도, 이야기 말미 이베리아 반도(이제 반도가 아닌 섬이라 불러야 하는)에 사는 거의 모든 여자들은 일제히 임신으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 그래도 삶은 계속될 것이라는 메시지. 그렇지, 무슨 천지격변이 발생하고,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당장에 나라가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는 건지도.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암시들과 인용들, 역사적 사건들을 그 자체로 이해할 수 있는 독자라면 조금 더 와 닿는 면이 많았을까.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지만, 확실히 문화적 장벽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그래도 전작들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한 번 볼만한 소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