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전일의 명성 따라 어찌어찌 기대를 갖고 보다보니 1권이 2권되고, 5권되고, 10권 넘어가면서부터는 오기가 생겨서 모으고 있는 책. 그러나 역시 김전일에 못 미쳐서 매번 살 때 마다 나를 고민에 빠뜨리고, 읽고 나서는 잠깐의 회한을 던져 주는 책이다. (물론 읽는 도중에는 무척 재미있게 본다. 만화에다 탐정물이라면 닥치는대로 보는 게 바로 내 책읽기 아니던가!) 캐릭터에 몰입이 안 된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뛰는 탁월한 능력의 얼빵 탐정까지는 이해하지만 순간 기억 능력자, 직감의 달인, 꼬마 컴퓨터 천재, 날카로운 카리스마의 미소년, 타고난 탐정 소년의 집합체에는 정말 할 말이 없다. (그러면서도 애시당초 말도 안되는 코난에는 열광하는 이 심리는 뭔지 모르겠다.) 등장 인물이 각자 자기 이야기를 들려 주기는 하지만 어쩐지 애정이 안 가고 작가가 강력하게 힘을 실어 주는 것 같은 캐릭터가 매력이 좀 덜 하다. 길게 가는 탐정 만화라면 탐정과 주변 인물들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 주어야 더 공감을 이끌어 내고 빠져 들 수 있다는게 내가 탐정 만화를 고르는 기준이다. . 이 작품에서는 그 개인적인 이야기가 주로 과거에 촛점을 두며 진행된다. 현재의 류, 현재의 큐의 모습과 고민은 그리 강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하데스의 손자로 명왕성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류는 태생의 문제로 작품 전체를 끌어 오고 있으며, 큐는 잊지 못할 탐정 아저씨의 인연과 기억에 의지한다. 거기에다 신비의 인물 쿠즈류 다쿠미가 현재의 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현재 고민은? 좋은 탐정이 되어야 한다, 탐정 학원의 미래가 달려 있다 정도로 나올 뿐 이들이 더 훌륭한 탐정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외에 어떤 면을 갖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다. 모든 어둠과 고민은 총체적으로 류 혼자서 짊어지고 있다. 그것도 아주아주 버거울 정도로. 김전일에게 집중되던 것과 달리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모든 문제와 고민은 한 인물에게, 그리고 화려한 조명은 두 인물에게 집중된다. 그러면서도 사건의 재미와 긴장은 김전일의 것에 못 미치고, 구성은 다소 산만하다. 시종일관 탐정들은 쿠즈류 다쿠미에게 짓눌려 있다. 20권에서는 찔끔찔끔 흘리던 바로 그 과거의 이야기가 비교적 제대로 펼쳐진다. 그리고 기억이 안 나... 로만 일관하던 류의 문제가 구체적으로 현실화된다. 그래서 다른 편에 비해 긴장감이 더 하다. 이제 펼쳐 놓았던 이야기들이 서서히 마무리 단계로 가고 있는 듯하다. 별은 세 개를 주었지만, 잊지 않고 꼬박꼬박 사서 모으고 있는 만화이고, 취향이 맞는 사람에게는 퍽 재미있을 작품이다. 전작 김전일을 잊을 수만 있었다면 아마 별점은 더욱 후해졌을 것이다. 덧붙임 : 작가가 애정을 갖고 있는 듯한 케르베로스의 과거 사건 이야기가 이번 20권에서 특별 편으로 나오기는 하는데... 나는 이 녀석에게 당최 정이 안 간다. 그러고보니 김전일에서도 마술사에게 도통 애정을 가질 수 없긴 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