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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경의 『장만옥 말고 엄마가』에는 자주 누군가 떠난 자리가 등장한다. 엄마가 떠나고, 친구가 멀어지고, 사랑이 지나가고, 익숙했던 장소도 어느 순간 낯설어진다. 그런데 시인은 그 빈자리를 오래 슬퍼하는 대신 그 주변을 천천히 걸어간다. 전주에 가고, 지하철을 타고, 퇴근해 강아지 곁에 눕고, 과일을 바라보고, 혼자 드라이빙을 한다. 그렇게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면서 시인은 문득 사라진 사람을 생각한다. 「전주」에서 “만질 수 없는 것이 자꾸 늘어난다”고 말하는 순간처럼, 부재는 어느 날 갑자기 삶 전체에 스며든다. 하지만 이 시집의 슬픔은 어둡기만 하지 않다. 꽃이 지는 자리에서 골목은 오히려 환해지고, 소나기가 내린 뒤 지상은 한 뼘쯤 자란다. 이별을 마친 날에도 아침은 온다. 조혜경은 슬픔과 기쁨을 서로 반대편에 세워놓지 않는다. 둘은 한 상자 안에 함께 접혀 있다. 그래서 「장만옥 말고 엄마가」라는 제목도 오래 남는다. 영화 속 아름다운 배우를 떠올리다가 결국 돌아보게 되는 사람은 엄마다. 화려한 이미지보다 오래 함께 살아온 사람, 특별한 장면보다 사라지고 나서야 더욱 선명해지는 사람. 이 시집에는 웃음과 눈물이 함께 있다. 무력감과 다정함도 함께 있고, 떠남과 남음도 함께 있다. 조혜경의 시는 삶을 아름답게 포장하기보다 그 복잡한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말한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해도 풀은 피어나고, 불탄 자리에도 고사리는 난다고. 사라진 것들 곁에서도 삶은 계속된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