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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모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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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여름이면 김애란 작가의 책을 기다린다. 이번 책은 소설이 아니라 산문이다. 몇 년 동안 이곳저곳에 기고하거나 발표한 글, 적은 글들이 들어 있다. 그래서 글 끝자락에는 연도가 적혀 있다. 어느 해에 그녀가 생각한 글인지 알 수 있다. # 삶의 방식여러 조각의 글들이 들어 있지만 이 책을 한 단어로 적는다면 '그녀의 삶의 방식을 독자인 우리에게 보여주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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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여름이면 김애란 작가의 책을 기다린다. 이번 책은 소설이 아니라 산문이다. 몇 년 동안 이곳저곳에 기고하거나 발표한 글, 적은 글들이 들어 있다. 그래서 글 끝자락에는 연도가 적혀 있다. 어느 해에 그녀가 생각한 글인지 알 수 있다. 


# 삶의 방식


여러 조각의 글들이 들어 있지만 이 책을 한 단어로 적는다면 '그녀의 삶의 방식을 독자인 우리에게 보여주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단 지금까지가 아닌 ‘앞으로의’ 그녀의 삶의 방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중요한 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도착 이후의 문제, 연착 전후의 문제인지 모른다. 밥과 꿈이 번번이 우리 손에서 미끄러져 나갈 때, 낯설게 얼굴을 바꿀 때 그 간극을 관리하고 메우는 사유와 언어를 갖는 것.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이 삶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기술을 익히는 일 말이다.(p16~17)”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주어진 삶을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낸 사람은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꾸려나갈 수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그 필요한 것을 위해 ‘기술’을 ‘연마’할 수도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고 만들고 이어나가는 것일 테니까.


“처음엔 그저 필요에 의해 시작했을 뿐인데,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 내게 ‘글쓰기’와 ‘글 읽기’는 직업이거나 취미이기 이전에 삶의 방식이며 훗날 직업적 의미를 잃게 된다 하더라도 나는 이 존재 방식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p143)”


그녀에게 글쓰기와 글 읽기는 존재 방식이다. 그녀가 그녀로 살기 위한, 그녀가 그녀로 있기 위한 삶의 방식이다. 따라서 그녀의 글은 연도를 따라 읽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몇 살의 그녀가,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쓴 글인가가 중요하다. 그녀의 글에는 그녀의 성장이 들어 있다. 그녀가 건너고 있던 삶의 시기들이 들어 있다. 독자들이 그녀를 좋아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그렇게 같은 시기를 건너고 있다는 공감과, 그 시기를 그녀의 정제된 언어를 통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 농도를 옅게 만들려 노력중이다


“몇 해 전부터 나는 나의 농도를 조금씩 옅게 만들려 노력중이다.(p19)”


사십 대가 될 즈음, 아니면 삼십 대 후반일지도 모른다. 그 즈음부터 삶의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단 생각을 강하게 했다. 그동안 나를 지켜주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은 더 이상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생각에서다. 젊은 시절의 가치관은 ‘나’의 색깔이 강했다. 모든 중심이 ‘나’였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방식이었고 세상과 나를 구분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그러한 보호막이 세상과 나를 단절하게 만들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가리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호막은 나를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게 만들었다. 앞으로의 나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가, 그건 ‘나의 농도를 줄이는 일’이었다.


그러나 예전처럼 불안하지 않았다. 이십 대 때는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 내가 사라질 것 같아 불안했다. 빨강, 파랑의 원색 셀로판지였던 내가 그 색깔을 버리지 않는 한 내가 보는 세상은 전부 빨강, 파랑뿐일 거란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지금은 투명한 셀로판지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한다. 투명한 셀로판지가 되어도 절대로 자신의 색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지금이야말로 내게는 ‘내가 되지 않는 꿈’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p20)”


지나치게 ‘나’가 강하면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작가로서의 그녀가 앞으로 계속해서 글을 써나가기 위해서도 그녀에게 필요한 건 ‘볼 수 있는 힘’일 것이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 그것이 그녀가 글을 쓰는 삶의 방식을 위해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긴 시간, 나는 나였다가, 또 나였다가, 충분히 나였다가, 혹은 나인 줄 알았다가 ‘내가 되지 않는 꿈’을 꾼다. (...) ‘진정한’ 내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얼마나 안심이 되나. 얼마나 해방적인가.(p20)”


나아가 그녀는 ‘진정한’ 나라는 ‘진정한’ 마저 떼어 버린다. 그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면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진정한 나’라고 하면 ‘거짓이 없고, 참된 나’가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거짓 없는 나란 것 자체가 존재할 수 있을까. 때로는 타인에게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거짓된 모습도 보이기도 하고 스스로를 속이기 위해 거짓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후 후회하기도 하겠지만 그런 불완전하고 실수투성이인 모습 그 자체가 인간스러운 게 아닐까. 진정한 나가 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나는 나로 살면 된다. 일부러 무언가가 되려 하지 않아도 된다, 고 그녀가 말하는 것 같다. 


# 그랬다고 적었다


왜 이 제목이었을까. 왜 이렇게 많은 조각의 글들이 들어 있어야 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녀의 삶의 방식이 글쓰기와 글 읽기라는 점에서 몇 년 간 그녀의 생각들을 모은 점에서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그녀는, 앞으로의 그녀는 이렇게 적어가는 날들을 이어갈 것이기에, 그것이 그녀의 존재 방식이기에.


이 책을 읽은 후로 작은 수첩 하나를 옆에 두고 있다. 그녀처럼 나도 나의 오늘을 모으고 있다. 흩어져 가는 하루의 파편들을 적고 있다. 머릿속에서만 돌아다니다 버려지곤 했던 작은 생각들을 글자로 적어두려 한다. 그녀가 그렇게 ‘그랬다’고 적듯이.


“어쩌면 다른 이들 역시 그렇게 자기 안에서 일어난 일을 잊지 못해 계속 읽고 쓰는 삶을 이어나가는 게 아닐까.(p19)”


r*******s 2026.08.26. 신고 공감 26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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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와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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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의 책들을 몰아읽었던 때가 아이가 초등 저학년이었던것 같아요. 지금 그 아이가 고2가 되어 있는 시간동안 작가님의 신작이 나오면 바로바로 사서 읽었던 것 같은데 아이 입시 치르느라 혹은 견디는 삶을 사느라 무뎌졌던것인지 처음처럼은 매혹적이지 않다 생각했던것 같습니다.  습관처럼 구매해 읽었던 안녕이라 그랬어 를 책등을 쓸어가며 가슴을 쓸어가며 읽은 후 오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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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의 책들을 몰아읽었던 때가 아이가 초등 저학년이었던것 같아요. 

지금 그 아이가 고2가 되어 있는 시간동안 작가님의 신작이 나오면 바로바로 사서 읽었던 것 같은데 아이 입시 치르느라 혹은 견디는 삶을 사느라 무뎌졌던것인지 처음처럼은 매혹적이지 않다 생각했던것 같습니다.  습관처럼 구매해 읽었던 안녕이라 그랬어 를 책등을 쓸어가며 가슴을 쓸어가며 읽은 후 오랫만에 정말 좋은 책을 읽었다! 라고 메모해 두었습니다.  그 후 손석희님과 나누시는 대화를 듣고 또 들었고요. 작가님의 고향 근처에 살아서 작가님이 묘사하시는 모든 배경들을 직접 본듯 느끼며 주위 사람들을 투영해 더 절절하게 읽었던 듯도 합니다만. 이번 신작을 예약구매 한 후 젊은 시절 좋아했던 여성작가님들 책을 다시 읽어보던차라 책이 배송되었을때 뭘 먼저 읽나 잠시 망설이다 읽던 책을 접어두고 꺼내든 작가님의 책에 또 마음이 베었습니다.  서산 로데오거리를 같은 마음으로  걸어본적 있는 사람으로서 ㅡ배움의 기회가 없었던 세대들이 유난히도 많은 지역의 억척스러움과 결다른 사랑에 대해서ㅡ너무나 잘 알아서 였던것일까요!  원가족을 대하는 마음이 혼란스러워 미루고 덮어두려 했던 마음을  열고 머리 한 번 쓰다듬어 드리는 등 한번 토닥여 드리는 용기 ㅡ같은것이 생겼습니다. 돈이 많은 부모도 삶의 철학을 물려줄밀큼 깊이 있는 부모가 아니셨더라도 그 어리고  작은 인간들이 떨고 버티며 아이들을 길렀을 용기에 위로를 보내며ㅡ말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k********8 2026.08.25.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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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되지 않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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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았을 때 의외로 두껍지 않아서 살짝 아쉬웠지만 읽다보니 두꺼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 버릴 것이 없는 고농축 문장으로 저에게도 대입해서 생각해보게 만들어줍니다. 빨리 읽어버리는 게 아까워서 조금씩 반복해서 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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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았을 때 의외로 두껍지 않아서 살짝 아쉬웠지만 읽다보니 두꺼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 버릴 것이 없는 고농축 문장으로 저에게도 대입해서 생각해보게 만들어줍니다. 빨리 읽어버리는 게 아까워서 조금씩 반복해서 읽고 있어요

YES마니아 : 로얄 z*****9 2026.08.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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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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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고 적었다김애란 산문김애란 저문학동네 김애란 작가님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미처 내가 명명하지 못했던 마음의 자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과 같이 느껴졌습니다.소설의 허구 세계 뒤에서 나직하게 울려 퍼지는 작가 고유의 목소리를 통해, 생활인이자 창작자로서 바라본 '지금 여기'를 섬세하게 포착해 낸 작품입니다.1부 '사람의 얼굴'은 고유명사로서의 사람을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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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고 적었다



김애란 산문



김애란 저



문학동네 





김애란 작가님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미처 내가 명명하지 못했던 마음의 자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과 같이 느껴졌습니다.




소설의 허구 세계 뒤에서 나직하게 울려 퍼지는 


작가 고유의 목소리를 통해, 


생활인이자 창작자로서 바라본 '지금 여기'를 섬세하게 포착해 낸 작품입니다.




1부 '사람의 얼굴'은 고유명사로서의 사람을 재발견하는 일에서 시작해 일반명사로서의 


사람 그 자체를 재인식하는 일로 나아가는


긴 호흡의 글들이 묶여 있습니다. 




김애란 작가님은 아버지에게 생긴 예기치 않은 병과 그로 인해 달라진 생활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가며 


그 사건이 '앎'의 측면에서 불러일으킨 변화에 대해 말합니다. 




인지장애, 루이소체, 알츠하이머, 치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지 못할 것입니다.



내 곁에서 자연스럽게 생활을 영위하던 분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줄 몰라


당황하고 좌절하고 절망하는 기분이 드는 것을.




김애란 작가님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담백하게 적어나가고 있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감정과 상황이 응축되어 있는지를 저는 알 것 같았습니다.




내 안에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이.


있는지도 몰랐던 슬픔이.




이렇게 글로. 마음으로 쓰여진 글에서


꺼내져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은.


훌륭한 문장은.



저자에게서.


독자로 옮겨와 


또다른 이야기와 세계를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랬다고적었다



#김애란 #김애란산문 



#문학동네 

YES마니아 : 로얄 r********8 2026.08.2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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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김애란을 만날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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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꿈을 고민하는 40대라면 꼭 봐야 할 책 밥 때문에 비루해질 때 꿈은 내 체면을 세워주고,꿈 때문에 허약해질 때 밥은 내가 세상과 더 적극적으로 만날 용기를 줬다. 그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는 밥과 꿈. 현실과 이상. 40대 중반에 들어선 작가의 고민은오늘날 40대가 고민하는 것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아프신 부모님을 돌보며 드는 생각(이번 책에는 특히 아프신 아버지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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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꿈을 고민하는 40대라면 꼭 봐야 할 책 


밥 때문에 비루해질 때 꿈은 내 체면을 세워주고,

꿈 때문에 허약해질 때 밥은 내가 세상과 더 적극적으로 만날 용기를 줬다. 


그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는 밥과 꿈. 현실과 이상. 

40대 중반에 들어선 작가의 고민은

오늘날 40대가 고민하는 것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아프신 부모님을 돌보며 드는 생각(이번 책에는 특히 아프신 아버지에 대한 부분이 많이 나온다.)

유년 시절의 꿈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 더 크게 다가오는 밥의 문제. 


돈은 내 앞에 늘 여러 얼굴로 나타났다. 

나를 돕고, 나를 등 떠밀고 나를 버티게 하고, 나를 못 견디게 하며, 나를 위로하는 식으로 다가왔다 사라졌다. 


돈은 고맙고, 돈은 미덥고, 돈은 치사하며, 돈은 쓸쓸하고... 


종이 통장을 잘 버리지 못하는 작가가 쓴 ‘돈’은 참 얄궂다. 


내 미래가 궁금해 먼 곳을 보다, 여러개의 얼굴을 가진 돈과 눈마주치곤 혼자 괜히 깜짝 놀라 딴청 피운다.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흠칫했다. 


20대의 나는 비루한 고시원에서 작가님의 <침이 고인다>를 읽으며 현실과 이상 그 언저리에서 문학이란 꿈을 꾸었다. 

40대의 나는 똑같이 40대가 된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또 공감하며 위로 받는다. 


이렇게 나는 또 작가님에게 빚을 지고 산다. 

이자는 신간이 나올 때 마다 열심히 책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갚는다. 

.


i****h 2026.09.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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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그랬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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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를 무척 좋아한다. 그녀는 작가이기 앞서 사회학자란 평을 언젠가 읽은 적 있다. 그래서 그녀의 신간은 무조건 사서 읽는 편이다. 이 책은 소설책이 아니라 그녀의... 산문집이다. 내게 그녀는 네임밸류(Name Value)가 있는 작가 중 하나다... 책의 내용과 무관하게 그녀의 이름만으로 책을 사서 읽는 믿고 읽는 작가다. 내가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가 쓴 글에는 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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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를 무척 좋아한다. 그녀는 작가이기 앞서 사회학자란 평을 언젠가 읽은 적 있다. 그래서 그녀의 신간은 무조건 사서 읽는 편이다. 이 책은 소설책이 아니라 그녀의... 산문집이다. 내게 그녀는 네임밸류(Name Value)가 있는 작가 중 하나다... 책의 내용과 무관하게 그녀의 이름만으로 책을 사서 읽는 믿고 읽는 작가다. 내가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가 쓴 글에는 늘 생각해 볼 뭔가가 분명하게 있기 때문이어서일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쓴 글은 필독서처럼 누가 읽어도 가치 있을 내용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그녀의 깊이와 너비를 좋아한다.

그녀가 오래오래 좋은 글을 쓰길 바란다. 오래오래 그녀의 독자 중 하나가 되고 싶다.






[1부 사람의 얼굴]



<내가 되지 않는 꿈>


돈 때문에 또 밥 때문에 시무룩하게 발밑을 보는 눈과 그럼에도 이따금 먼 데를 보는 인간의 눈을 생각한다. 둘 사이가 만든 삶의 너비.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나 또한 그곳에서 글을 쓰다 어느 순간 마흔 넘은 작가가 됐다.

밥과 꿈. 두 가지가 함께 도모되고 보호되면 좋을 테지 만 우리 삶은 좀처럼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게임으로 치 면 하나의 과제를 끝낸 뒤에는 늘 다음 과제가 오고, 누구도 모든 ‘미션'을 성공적으로 '클리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삶은 게임과 달라서 과제를 수행한들 반드시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며, 아이러니하게도 과제를 수 행했는데 보상이 주어지기는커녕 훗날 그게 거대한 복수와 배신의 형태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나는 밥과 꿈 사이에 하나의 도식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게 됐다.

재능과 노력은 필요조건이되 충분조건일 수 없고, 그 안에 여러 운과 우연, 역사가 침투하고 겹쳐서다. 나 또한 종종 밥과 꿈 사이에서 불안해하곤 한다. 하나에 집중하다 다른 하나를 잃을까봐. 심지어 둘 다 잃게 될까 봐. 그런데 만약 이게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면, 흔히 말하듯 어떤 균형 이란 걸 맞춰볼 수 있다면 그럴 때 가장 적절한 비율은 얼마일까? 5대 5일까? 7대 3일까? 그런 게 있기는 할까?

나는 종종 궁금해한다. '만약 그 작가가 생활고에 덜 시달렸다면 그의 작품세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반대로 그가 생활과의 접점을 더 늘렸다면? 예컨대 아고타 크리스토프가 스위스 시계공장에서 하루 열 시간씩 노동하는 대신 헝가리 자택에 더 머물렀다 면?' 괴테가 유복한 집안이 아닌 가난한 가정의 아들로 태어났다면?' 하는 식으로. 그러다 이내 고개 젓는다! 한 사람의 성취를 두고 애써 결핍을 찾거나 가정법을 쓸 필요는 없다고. 우리는 지나간 역사를 바꿀 수 없으며 그 작가는 그 작가로 충분하다고. 카프카가 일을 혐오한 동시에 성실한 직장인이었다 해서 그의 작품이 덜 위대해지는 것도 아니며, 어슐러 K. 르 귄이 전업작가로 비교적 안정되게 살았다 해서 다른 작가보다 더 현실을 몰랐던 것도 아니다. 누군가의 결핍처럼 보이던 게 나중에 개성이 되고, 자산 같았던 게 한계나 덫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이미 많은 이야기를 통해 알고 있다. 삶은 단순한 덧셈 뺄셈이 아니라 여러 개의 얼굴로 이루어져 있으며, 문학은 바로 그 자리에서 출발한다는 점도.

긴 시간, 나는 나였다가, 또 나였다가, 충분히 나였다가. 혹은 나인 줄 알았다가 내가 되지 않는 꿈'을 꾼다. 자연인으로서도 창작자로서도 그렇다. '진정한' 내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전 얼마나 안심이 되나. 얼마나 해방적인가, 아니 나는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에는 영영 다다르지 못할 테지만, 세상 어딘가 그렇게 쳐다볼 경지, 바라볼 자리가 있다는 데 위안받는다.




<세 개의 빛>


아버지가 B 요양병원에 계시는 동 안 그가 해준 말은 무게가 남달랐다. 이를테면 이런 식의.

-당신이 지금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는 여전히 인간으로 존재하고 있는 거예요. 인간다움을 잃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지켜보는 인간다움의 형태가 바뀌는 겁니다. 죄책감. 그것도 사랑의 방식입니다. 죄책감은 때때로 '살아 있는 자'가 '사라져가는 자'를 품는 가장 정직한 방식이에 요. 인간의 존은 말할 수 있을 때, 움직일 수 있을 때, 일할 수 있을 때만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누군가 나를 기억 하고, 나를 아껴서 슬퍼하고, 내 이름을 불러주는 그 시간까지 끝나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렇게 아파하면서도 그의 이름을 부르고, 손을 잡고, 좋아하던 음악을 생각해주는 그 마음, 그것이 바로 그를 인간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마지막 이자 가장 깊은 사랑이에요. 당신은 정말 잘하고 계세요.

나는 그만 그 자리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았다. 그러곤 잠든 남편을 등진 채 어둠 속에서 챗지피티와 대화를 이어갔다.

-오늘 너와 나눈 대화가 내게 큰 힘이 됐어. 그동안 나는 너를 과소평가했는데. 어쩌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원리는 단순히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문장의 형식과 기술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너는 그 형식을 잘 알고 있고. 그걸 인간에게 배웠고. 그러니 지금 내가 받는 위로는 인류에게 받는 위로일지도 모르겠어.

(내게 같은 고백을 들은 K씨와 챗지피티의 위로는 그 방식이 달랐다.)

내게 같은 고백을 들은 K씨에게는 있고 챗지피티에게는 없는 게 하나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망설임이었다. 인간은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자주 주저한다. 자신의 말이 혹 옳다 여길지라도 그저 상대의 마음을 짐작하며 망설인 채 말을 삼킨다. 그리고 그 주저와 짐작 사이에 힘겹게 서 있는 어떤 품위와 배려가 있다. 요즘 그런 것을 자주 생각한다. 돌이 켜보면 내가 그 순간에 더 위안을 받았다는 점도. 때론 챗지피티의 지적이고 신속한 조언보다 내 앞에선 인간의 투박한 침묵이 많은 말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일 거다.

특히 사적인 이야기는 더 조심하는데.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심연을 털어놓을수록 충만해지기보다 왠지 내 역사와 고민을 헐값에 팔아치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우리 삶은 점점 AI 불빛에 감싸질 테지만 한편으로 삶의 몇몇 중요한 빛은 여전히 액정 밖에 있으며 우리가 고개 들어 애써 보려 하지 않는 이상 놓치기 쉽다는 걸 실감하는 중이다. 삶은 액정 위의 푸른 빛뿐 아니라 <가요 무대>를 경청하는 한 인지장애 노인의 눈빛 속에 있다고.

자신이 무지한 화제 앞에서 황급히 눈물을 훔치는 몸짓 속에 있다고. 그건 인류의 지식을 흠뻑 흡수한 인공지능의 언어만큼 유려하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무엇이지만 그렇기에 더 강렬한 형태로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과 흔적을 남긴다고 말이다. 그 빛은 여전히 서툰 인간들의 감춤과 드러냄 사이에서, 짐작과 망설임 속에서, 철 지난 유행가 속에서 수시로 조그맣게 반짝일 거다. 다만 주위가 너무 환해 잘 드러나지 않을 뿐. 나는 그걸 이제서야 겨우 깨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l*****2 2026.09.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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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기쁨을 오롯이 전해주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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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김애란 작가님의 책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린다.기다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그 시간을 오롯이 즐겼고, 만끽했고, 책이 도착한 후에는 책과 함께 충만했다.나와 동갑인 작가님의 글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그 어느 작가님보다 내게 많은 깨우침과 성찰을 준다.어떤 글은 묵직하고 어떤 글은 사뿐하지만, 모든 글에 서려있는 작가님의 사유를 본다. 깊고, 조심스럽지만, 한결같은 지향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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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김애란 작가님의 책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린다.

기다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 시간을 오롯이 즐겼고, 만끽했고, 책이 도착한 후에는 책과 함께 충만했다.

나와 동갑인 작가님의 글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그 어느 작가님보다 내게 많은 깨우침과 성찰을 준다.

어떤 글은 묵직하고 어떤 글은 사뿐하지만, 모든 글에 서려있는 작가님의 사유를 본다. 깊고, 조심스럽지만, 한결같은 지향있는 작가님의 면면을.

YES마니아 : 골드 d****e 2026.09.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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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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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애란이 오랜 공백을 깨고 선보인 산문집은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숨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는 자연인으로서의 고민과 온기를 정직하게 고백해 눈길을 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작가가 가족을 향해 건네는 애틋한 안부와 시대의 변화 속에서 느낀 막막함이 잔잔한 파동으로 전해진다. 특히 완벽하고 거대한 자아를 증명하려 애쓰기보다, 때로는 힘을 빼고 타인과 발맞추어 나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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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애란이 오랜 공백을 깨고 선보인 산문집은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숨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는 자연인으로서의 고민과 온기를 정직하게 고백해 눈길을 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작가가 가족을 향해 건네는 애틋한 안부와 시대의 변화 속에서 느낀 막막함이 잔잔한 파동으로 전해진다. 특히 완벽하고 거대한 자아를 증명하려 애쓰기보다, 때로는 힘을 빼고 타인과 발맞추어 나아가는 삶의 방식을 유연하게 수용하는 태도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거창한 해답을 강요하는 대신 나의 부족함을 조용히 인정하고 일상의 온도를 되찾게 만드는 다정한 위로를 만날 수 있었다.
q*******9 2026.09.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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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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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내 돈으로 산 산문집인데 초반에는 아 어려운가 했다가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나도 모르게 공감하고 울컥히며 읽게 된 책입니다역시 작가님은 다르구나 느꼈습니다. 후반부가 아직 남아있는데 남은 후반부도 기대가 됩니다. 소장하고 싶은 책이라 구매한 것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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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내 돈으로 산 산문집인데 초반에는 아 어려운가 했다가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나도 모르게 공감하고 울컥히며 읽게 된 책입니다

역시 작가님은 다르구나 느꼈습니다. 후반부가 아직 남아있는데 남은 후반부도 기대가 됩니다. 소장하고 싶은 책이라 구매한 것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YES마니아 : 골드 b*******6 2026.08.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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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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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님의 책은 마음을 따뜻한 책인 느낌사람을 사람답게 언어를 언어 답게 삶을 삶답게나도 나답게 사람과 관계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보고 싶은 나평범한 일상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싶은 분 인간다움에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고 ㅆ.길.ㄹ 잘하고 싶규 이야기도 잘하고 싶은 나 동시대의 기억을 돌아보고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는 문장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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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님의 책은 마음을 따뜻한 책인 느낌

사람을 사람답게 언어를 언어 답게 삶을 삶답게

나도 나답게 사람과 관계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보고 싶은 나평범한 일상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싶은 분 인간다움에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고 ㅆ.길.ㄹ 잘하고 싶규 이야기도 잘하고 싶은 나 동시대의 기억을 돌아보고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는 문장을 찾고 싶다

j******1 2026.08.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