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애란 작가의 소설을 읽다보면 일상적으로 자주 쓰는 단어도 색다르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단어에도 색, 질감, 온도가 존재하며 때로는 그것은 평소와 전혀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바로 김애란 작가의 시선을 한번 거치고 난 뒤에 그렇다고 느낀다. 내가 처음 읽은 김애란 작가의 소설은 이상문학상 수상집에 실린 <침묵의 미래>였다. 나는 아직도 그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하고, 꽤나 좋은 충격이여서 또 느끼고 싶을 때마다 자주 다시 읽어보곤 한다. 나에게 작가의 이미지는 '언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으로 지금까지 쭉 이어져 오고 있는데, 산문집을 읽고 나니 '언어 덕후'(positive)가 맞았음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특히 이 책에 실린 [부사와 인사-단어 사전 3](176~179p)에서 그랬다.
'말'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궁금해하며, 다시 생각해보고, 이리 뜯어봤다가 저리 뜯어보고, 말해보고, 삼켜보고, 혀에서 굴려보고, 내뱉어보고, 말 그대로 언어를 가지고 노는 걸 참 좋아하는 사람같다. 그리고 그 언어를 '사람'으로 잇는 멋진 사람.
그렇기에 내가 읽는 많은 김애란 작가의 문장들이 가슴 속에 오래 남는 것이겠지. 늘, 어떻게 하면 이런 말을 썼지?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산문집을 읽고 나니 김애란 작가가 보였고, 그러고 나니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왜 조금이냐면 대부분은 그녀의 필력과 재능을 마주하고 나오는 감탄+경외심이라 설명이 안 되기 때문..ㅎ |
|
《잊기 좋은 이름》은 김애란이 일상과 사람, 시간, 상실을 바라보며 써 내려간 산문집이다. 거창한 사건보다 평범한 순간을 붙잡아, 시간이 지나며 변해 가는 마음을 섬세하게 기록한다. 김애란의 글은 따뜻하지만 감상적이지 않다. 어린 시절의 기억, 가족, 친구, 도시의 풍경, 떠나간 사람들을 이야기하면서도 과장된 위로나 교훈을 내세우지 않는다. 평범한 경험을 낯설고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특히 돋보인다. 책 제목인 '잊기 좋은 이름'도 인상적이다. 잊는다는 것은 완전히 지우는 일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 덜 아프게 기억하게 되는 과정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그래서 읽고 나면 슬픔보다는 잔잔한 여운이 오래 남는다. 다만 산문집인 만큼 이야기의 흐름보다는 단편적인 사유와 기억이 이어지는 구성이라, 소설 같은 전개를 기대하면 다소 느슨하게 느껴질 수 있다. |